소설리스트

46. 강주원 네 거 된 날이니 자축해 (46/121)


#46. 강주원 네 거 된 날이니 자축해
2022.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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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입술을 느릿하게 적신 주원이 상체를 기울였다. 그의 체취가 훅 밀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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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건장한 남자의 몸이 바짝 밀착되자 혜주는 떨리는 눈으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내리누르듯 지그시 바라보는 시선에 오롯이 담긴 제 모습은 맹수 앞의 사슴처럼 가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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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히 기억해. 내가 무슨 짓을 하는지.”

주원의 손가락이 혜주의 손가락 사이사이를 파고들었다. 부드럽게 깍지 낀 손을 들어 손등에 입술을 맞추자 야릇한 소리가 났다.

초옥.

촉촉한 살결이 접했다 떨어지는 소리는 귀가 새빨개지도록 노골적이었다. 혜주의 심장이 쿵쿵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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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주원은 그녀의 손등에 정성스럽게 입을 맞춘 후 천천히 손목을 타고 올라왔다. 솜털처럼 부드럽게 닿은 입술이 집요하게 머물렀다. 네 모든 것이 내 것이라는 듯 탐하는 숨결에 혜주의 온몸이 달아올랐다.

팔을 타고 올라온 입술이 어깨에 머물렀다. 옷 위로 쪽쪽 장난스럽게 입을 맞추던 입술이 목덜미에 닿는 순간, 혜주는 스르르 눈을 감았다.

살갗의 솜털이 곤두서고 온몸의 혈류가 빨라졌다. 몸 전체에서 불꽃이 파밧 튀는 느낌이었다. 혈관에 플러그가 꽂힌 듯 생경한 감각에 혜주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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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힘 풀어.”

주원이 혜주의 목덜미에 키스하며 귓불을 깨물었다. 아얏, 작게 신음하는 순간 벌어진 입술 사이로 무섭게 달아오른 그가 들어왔다.

미끄러지듯 침범한 그의 입술이 집요하게 틈을 벌렸다. 입 안쪽을 샅샅이 훑으며 흔적을 새기는 그의 몸짓은 겁이 날 정도로 대범했다.

이전과는 분명히 다른 온도였다. 앞선 키스가 살살 달래듯, 어루만지듯 부드러웠다면 지금의 키스는 온몸을 삼킬 듯 탐욕스러웠다.

금방이라도 잡아 먹힐 듯 아슬아슬한 분위기에 혜주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 살짝 벌어진 틈으로 눈을 내리깐 주원의 얼굴이 보였다. 길게 드리운 속눈썹과 쭉 뻗은 콧날, 방금 전까지 제 목덜미를 적셨던 붉은 입술.

틈 없이 맞물린 상체에서 열감이 느껴졌다. 손가락을 파고든 그의 손은 힘줄이 툭 불거져 남자다웠고 눈앞에서 오르내리는 가슴팍은 탄탄했다.

그의 왼손이 목을 조이고 있던 넥타이를 가볍게 풀어헤쳤다. 하나, 둘 풀리는 단추 사이로 쭉 뻗은 목선이 보였다. 그 아래 놀랍도록 단단한 남자의 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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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주야.”

그가 나직이 부르며 아랫입술을 쭉 당겼다 놓았다. 쇄골을 쓸어내린 숨결이 아찔해 혜주의 몸에서 힘이 풀렸다.

주원은 상체를 기울여 혜주를 침대에 눕혔다. 깍지 낀 손을 침대에 내리누르자 혜주의 잇새에서 가볍게 신음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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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는 자세가 훌륭하네.”

하얀 시트 위에 흐트러진 까만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헤집으며 그가 짧게 웃었다. 진한 마찰에 붉어진 입술이 요사스러울 정도로 색정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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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무서운 상상을 좀 했는데.”

혜주를 내려다보며 그가 손을 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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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건 평생 나랑만 해. 네가 딴 놈이랑 누워 있는 상상만 해도 돌아버릴 것 같으니까.”

가볍게 턱을 쥐었다 놓은 그의 손이 블라우스 단추에 닿았다. 툭, 힘없이 벌어진 단추 사이로 하얀 속살이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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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도 되는 거, 그딴 거 없어. 지금 이 방에서 내 손이 닿은 모든 게 다 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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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첩 따위는 무의미했다.

해도 되는 것과 해선 안 되는 것이 무엇인지는 사실 혜주가 제일 잘 알고 있었다. 친구로서 할 수 있었던 많은 일이 이제는 불가능해졌다는 것도, 이 방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 오직 주원과만 가능한 것이라는 것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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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그렇게 해줘.”

주원이 혜주의 손을 끌어 제 심장 위에 놓았다. 쿵쿵 박동하는 심장 소리가 여과 없이 전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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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떨리는 시선이 오롯이 서로를 담았다.

명확해진 선 안에 오로지 둘만 있다. 서로를 구속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자는, 둘만의 약속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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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게요, 오빠.”

혜주가 수줍게 고개를 끄덕이며 검지로 주원의 가슴을 콕 찔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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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빠 거, 오빠는 내 거.”

만족한 듯 주원의 입술이 호선을 그렸다.

일만 잘하는 줄 알았더니, 이 여우가 사람을 이렇게 홀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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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원 네 거 된 날이니 자축해.”

툭, 툭.

주원이 셔츠 단추를 망설임 없이 풀어 내렸다.

휘장처럼 드리운 하얀 셔츠 사이로 쫙 갈라진 복근이 여실히 드러났다. 땀에 젖은 목울대에서 쭉 이어진 편평한 선, 좌우로 갈라진 탄탄한 근육이 혜주의 눈을 현혹시켰다.

꿀꺽. 목구멍으로 침이 넘어갔다.

처음 보는 것도 아닌데 참 볼 때마다 놀라운 몸이다. TV에서도 쉽사리 볼 수 없는 완벽한 비율의 몸매를 보니 문득 제 비루한 몸이 신경 쓰인다. 혜주는 붉은 뺨을 두 손으로 감싸며 모기만 한 목소리로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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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좀…….”

주원은 군말 없이 일어나 협탁으로 향했다. 불을 끄러 갈 땐 셔츠가 걸려 있던 몸이 돌아올 땐 아무것도 걸쳐 있지 않았다.

더 이상 말은 필요치 않았다. 두 손을 가지런히 모은 채 앉아 있는 혜주를 응시하며 주원이 침대에 무릎을 올렸다.

지이이잉- 지이이잉-

그때 혜주의 바지 주머니 안에서 휴대폰이 진동했다. 주원은 진동을 무시한 채 무릎 사이에 혜주를 가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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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받으면 어련히 알아서 조용해지겠지.’

오산이었다.

지이이잉- 지이잉-

진동은 쉴 새 없이 울렸다. 혜주는 민망한 듯 얼른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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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욱 팀장님이네요. 잠시만요.”

부드럽게 주원을 밀어낸 혜주가 전화를 받았다. 수화기 너머로 알딸딸하게 취한 욱 팀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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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주 씨 어디야? 술자리 파했어. 나 지금 방에 들어가려는데 키가 없잖아! 대체 어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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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지금 내려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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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화장실 급해. 빨리 내려와!

전화를 끊은 혜주가 허둥지둥 단추를 잠갔다.

후끈 달아올랐던 분위기가 짜게 식었다. 주원은 이 상황이 허무하기도 하고 웃기기도 해서 그저 실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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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욱 팀장, 진짜 사람 욱하게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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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해요, 오빠.”

혜주는 후다닥 옷을 갖춰 입고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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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먼저 내려갈게요. 내일 봐요.”

혹시 누가 볼세라 제대로 인사도 못 하고 혜주가 나가버린 후, 홀로 방 안에 남겨진 주원은 으드득 이를 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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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워크샵 갈 땐 무조건 1인 1실이다.’

직원 복지로 위장한 돈 지랄을 다짐하면서.

*

주원이 눈을 뜬 건 새벽 세 시 무렵이었다.

팔에서 느껴지는 묵직한 무게에 눈을 뜬 주원은 바로 옆에서 몸을 웅크리고 자고 있는 혜주를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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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어떻게 여길.’

잠이 번쩍 달아났다. 아까 분명 혜주가 나간 걸 확인했는데, 잘 자란 메시지도 주고받았는데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꿈인가 싶어 혜주의 뺨을 살짝 꼬집었다 놓았다. 잠결에 도리질을 하며 몸을 돌리는 모습을 보니 꿈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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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들어온 거지?’

잠결에 문을 열어준 건가.

아니, 그건 말이 안 된다. 만약 혜주가 다시 온 걸 알았다면 이렇게 태평하게 잠을 잘 수는 없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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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웅…….”

몹시 얼떨떨한 상황이었지만 생각은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팔베개를 한 채 자고 있던 혜주가 몸을 뒤척인 것이다. 살짝 부풀었다 꺼진 이불 틈으로 그녀의 체취가 새었다. 달콤하면서도 포근한 향기였다.

잡생각이 싹 달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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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어디라고 제 발로 기어들어 와.”

주원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아까 그렇게 가버려 새카맣게 타버린 남자의 마음도 모르고 무방비하게 잠든 그녀를 보니 참아온 게 무색하게 온몸에 열이 올랐다.

강주원이 언제부터 이렇게 참을성 없는 놈이었나 싶다.

시선을 느꼈는지 혜주가 다시 한번 뒤척였다. 이불 사이로 삐죽 튀어나온 그녀의 다리가 주원의 배를 짓눌렀다.

잠결에 인형이라고 착각이라도 한 듯 제 품에 매달린 그녀를 보니 아랫배가 묵직해졌다. 아무 무늬도 없는 하얀 티셔츠 아래 쭉 뻗은 허벅지에 입술이 바짝 마른다.

주원은 손을 뻗어 혜주의 턱을 제 쪽으로 돌렸다. 살짝 벌린 채 달콤한 숨결을 내뿜는 그녀의 입술을 진득히 물었다 놓았다. 곤히 잠든 여자에게 이러면 안 되지만, 그 순간만큼은 정말 참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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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혜주가 눈을 떴다. 아직 혼탁한 눈동자였지만 방금 느낀 감촉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쯤은 아는 듯, 많이 놀란 얼굴은 아니었다.

주원은 그녀의 얼굴을 잡아 똑바로 저를 바라보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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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들어왔는지는 하나도 안 중요해. 그러니 하나만 대답해.”

한 가닥 남은 이성이 그녀에게 대답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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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여기 왜 있어.”

내가 느끼는 이 감정이 착각이 아니라고 말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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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있고 싶어서 왔어요.”

그녀의 목소리 역시 몹시 떨렸다. 마치 허락이라도 하듯 사르르 눈꼬리를 접는 모습에 마지막 이성의 가닥이 툭 끊겼다.

주원은 혜주의 허리를 잡아당겼다. 헐겁게 벌어진 옷 안으로 미끄러지듯 손이 들어갔다. 저항 없이 끌려온 혜주의 몸에 무게를 실으며 주원은 그대로 입술을 내렸다.

새하얀 치아 사이를 비집고 들어간 살덩이가 그대로 혜주의 것과 얽혔다. 아까와는 비교할 수도 없이 뜨거운 키스였다.

허벅지가 서로 맞물리고 살결을 마찰한 손바닥은 뜨거워졌다. 입안은 서로의 열기로 더욱 뜨거워졌다.

살갗을 파고드는 감각에 혜주가 몸을 비틀 때마다, 축축이 젖은 잇새로 신음이 샐 때마다 주원은 괴로울 정도로 아랫배가 단단해졌다. 참지 못해 그녀의 어깨에 이를 박아넣자 혜주는 달뜬 숨을 내뱉었다.

그녀의 손이 주원의 등을 감쌌다. 파르르 떨리는 그녀의 몸짓에 주원의 인내가 바닥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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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

나른한 혜주의 눈꺼풀에 입을 맞추며 주원이 속삭였다.

젖은 그녀의 목덜미를 쓸어내리며 완전히 그녀의 몸 위에 올라탔다. 그녀가 완전히 준비되길 기다리며 다시 한번 진하게 입술을 섞었다.

할딱이는 혜주를 놓아주고 그녀의 귓바퀴를 부드럽게 핥던 그 순간, 문득 혜주의 몸이 나무토막처럼 뻣뻣하다는 걸 느꼈다.

살갗에 와락 소름이 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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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한테는 그 말 안 해줬잖아.”

여자의 맑은 목소리.

그러나 감정이 하나도 섞이지 않아 기계음처럼 들리는 음성이었다.

주원의 눈가가 경직되었다. 그대로 눈을 감고 싶었지만 가위에 눌린 듯 눈꺼풀 하나 제 힘으로 움직여지지 않았다.

주원의 몸은 실에 사지를 꿰인 것처럼 의지에 반해 천천히 일어섰다.

그의 눈앞에 오래전부터 그를 침식해온 공포가 다가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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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혜림…….”

혜주가 누워 있던 자리로 먹이 번지듯 스르르 형체가 일어났다.

삭아버린 밧줄을 목에 감고서 형형하게 주원을 노려보는 건 바로 원혜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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