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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도망 (72/121)


#72. 도망
2023.02.05.


도망치듯 저택을 나선 도 씨를 뒤쫓는 시선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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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이렇게 빨리 나온다고?”

레이더망을 발동시켜 뚫어져라 도 씨를 쫓는 건 바로 혜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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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나한테 좋은 생각이 있어요. 우리 덫을 한번 쳐보죠!

 
그녀가 생각한 계략은 주원이 팬티의 진실을 알고 있다는 뉘앙스를 넌지시 풍겨 덜미를 잡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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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도 씨가 정말 범인이라면 어떻게든 증거를 인멸하려 들겠지.’

그 타이밍을 노려 덮치려는 계획이었다.

간밤에 악몽을 꾸지 않았다는 주원의 얘기를 듣고 그녀의 짐작은 확신으로 바뀌었다. 급히 휴가를 쓰고 나온 그녀는 제발 도 씨가 덫에 반응해주길 바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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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 어디로 가는 모양인데?”

차에 숨어 도 씨의 움직임을 살피고 있던 혜주는 조금 당황했다.

그녀가 예상한 건 기껏해야 도 씨가 집 밖으로 나와 쓰레기를 버리거나 집 근처에서 누군가를 접선하는 장면이었다. 한데 도 씨는 곧장 집을 떠나는 사람처럼 커다란 가방을 메고 나와 택시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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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예 집을 나온 건가?’

집 근처에 증거물을 버리면 바로 수집할 계획이었던 혜주는 빠르게 움직이는 택시에 난감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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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지?’

경찰에 신고할까 일 초 정도 생각했다가 금세 고개를 저었다.

대체 뭐라고 신고한단 말인가.

미행하는 입장이니 신변 보호를 요청할 수도 없고, 뭘 하려는 건지 모르니 범죄 신고를 할 수도 없다.

어디로 가는 건지 모르니 행선지도 제대로 댈 수 없었다.

그렇다고 냅다 쫓아가기엔 위험할 것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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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의 상황을 대비해 부실한 보험 하나를 들어놓긴 했지만…….’

눈앞에서 멀어지는 택시를 보며 골똘히 생각에 잠긴 혜주의 귓가로 하품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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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대체 저 아줌마가 누군데? 한참 분위기 올라서 가사 술술 나오고 있었단 말이야. 꼭두새벽부터 사람 불러내서 뭐 하는 거야?”

오만 원 준다는 말에 냉큼 뛰어나온 필립이었다. 혜주는 못 미더운 눈초리로 필립을 위아래로 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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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그딴 가사가 중요한 게 아니야. 상황 급박한 거 안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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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딴 가사라니! 이번에 진짜 영감이 왔다니까? 들어봐봐. 너는 내 여자 yo! 내게 여지를 주지 yo! 하지만 너는 여우 yo! 여우 짓은 노노 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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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닫고 벨트 꽉 매라.”

우왕좌왕하던 혜주는 멀어지는 택시를 놓칠세라 급히 엑셀을 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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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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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보면 알겠지.”

안 친한 예비 남매가 약속이라도 한 듯 선글라스를 휙 올렸다.

낡은 중고차가 덜컹대며 비탈을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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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택시는 한 시간여를 달려 산 중턱의 한 암자에 도착했다.

사찰이라고 하기엔 분위기가 묘하고 일반 가정집이라고 하기엔 눈에 띄게 화려했다.

형형색색의 깃발이 나부끼는 조그마한 기와집 앞에 멈춰 선 택시에서 도 씨가 내렸다.

뒤따라온 사람이 없나 주위를 휘휘 둘러본 그녀가 가방을 소중히 안은 채 대문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혜주의 차가 뿌연 먼지를 일으키며 도착했다.

끼익!

따라오는 걸 눈치채지 못하게 꽤 먼 거리에서 쫓아왔으나 구불구불 이어진 산길이 하나밖에 없었던 덕에 놓치지 않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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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기다려.”

도 씨가 사라진 자리에 시선을 고정한 채 혜주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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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 혼자 들어가게? 위험하면 어쩌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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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보니 점집 같아. 이런 곳에 위험할 일이 뭐가 있겠어.”

이번 일에 무당이 개입했을 거라고 예상했던 게 딱 맞아떨어지자 혜주는 잔뜩 고무되었다. 가방을 가슴에 안고 주위를 살피던 도 씨의 모습을 보니 확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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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내 예상이 맞았어. 저 가방 안에 뭔가가 있는 거야!’

할 수만 있다면 몰래 빼내면 딱인데 도 씨가 벌써 점집으로 들어가 버린 상황이었다. 안의 상황은 모르지만 일단 지켜보다가 방심하는 틈을 타 몰래 훔치는 게 최선인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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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잠시만 기다리고 있어.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할 테니까 연장 준비하고.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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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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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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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게 연장이라고? 돌았어?”

혜주가 가리킨 건 뒷좌석에 놓인 먼지털이였다.

짤뚱한 봉에 복슬복슬 털이 달려 있는 귀여운 비주얼에 필립이 혀를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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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걸로 방어가 되냐? 그보다는 내 불주먹이 낫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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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쉿, 목소리 낮춰. 그럼 들어간다!”

혜주는 비밀임무를 수행하는 정부 요원처럼 몸을 낮춰 대문 안으로 진입했다.

기와집은 방문 두 칸에 부엌이 딸려 있는 단출한 구조였다. 도 씨가 두 개의 방 중 어디로 들어갔을까 고민하던 혜주는 쉽게 답을 찾을 수 있었다.

넓적돌 위에 가지런히 놓인 고무신 사이에 유일하게 단화가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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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게 도 씨 신발일 거야.’

확신한 혜주는 몰래 챙겨온 녹음기를 켜고 살금살금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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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이렇게 된 이상 더는 시간을 끌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어차피 올해 안엔 마무리 지을 계획이었으니 이참에 끝을 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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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술에 산자의 염원이 담기면 역풍을 맞게 돼 있어. 그렇게 되면 자네 역시 명대로 살지는 못할 걸세. 신의 힘을 함부로 이용한 내게도 천벌이 내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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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관없습니다! 딸의 복수를 위해 연명해온 목숨이니 미련을 가질 이유도 없지요.”

창호지 너머로 두런두런 말소리가 들렸다.

굳이 목소리를 낮추지도 않는 걸 보니 꼬리가 붙었다는 걸 상상조차 하지 못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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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정말로 도 씨가 원혜림의 엄마였다니……!’

딸의 복수를 위해 십 년간 주원의 곁에 머무르며 복수를 계획한 집요함에 간담이 철렁했다.

혜주는 녹음기를 창호지에 더욱 가까이 댄 채 귀를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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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 딸의 머리카락을 이리 내게.”

머리카락……? 그게 머리카락이었던 거야?

주원의 속옷에 새겨진 검은 글자가 뇌리에 스쳤다. 설마하니 그게 죽은 사람의 머리카락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한 혜주는 소름이 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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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맙소사…….’

죽은 사람의 물건을 곁에 두면 좋지 않다는 미신은 들어본 적이 있었다. 고인을 추모하려는 목적이라면 몰라도 한을 품고 죽은 사람의 물건은 태워버리는 게 좋다고 했다.

한데 다른 것도 아니고, 죽은 사람의 신체 일부였던 것을 피부에 가장 가까이 닿는 곳에 새기고 다녔다니!

그런 음험한 물건을 가까이하면 멀쩡한 사람도 돌아버리기 십상 아닌가.

주원이 미치지 않은 게 용할 지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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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있습니다. 이제 어떻게 하면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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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 딸의 머리카락에 자네의 것을 섞을 걸세. 두 사람의 한이 주술의 힘을 증폭시키면 제아무리 강건한 사람이라도 버티지 못하지. 멀쩡히 길을 걷다가도 고꾸라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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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일이 정말 가능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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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보고도 믿지 못하는가! 여태 그 방법을 쓰지 않은 건 자네에게 해가 미치지 않게 하기 위함이었어! 하지만 더 이상 여유 부릴 시간이 없다 하니 마지막 수를 쓰는 수밖에!”

혜주의 손이 덜덜 떨렸다.

부적을 쓰고, 주술을 외는 건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봤지 실제로 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무속인의 존재를 믿지 않는 건 아니었지만 기껏해야 앞날을 점치고 액운을 막아주는 정도라고 생각했지, 그런 일이 정말로 가능할 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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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술로 사람에게 저주를 내리는 게 가능하단 말이야?’

가능할 수도, 가능해서도 안 되는 그 일이 주원에게 일어나려고 하고 있다.

극도의 불안함이 휘몰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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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들이 하려는 일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절대 그냥 둬서는 안 돼!’

혜주는 떨리는 손으로 필립에게 메시지를 남겼다. 바로 출발해야 할지도 모르니 운전석에서 대기하라는 메시지였다.

그러곤 가만히 창호지에 귀를 가져다 댔다.

조금 전까지 두런두런 들려오던 말소리는 어느새 짙은 적막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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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하고 있는 거지?’

소리가 들리지 않으니 답답해 미칠 것 같았다. 창호지에 귀를 더욱 가까이해 보았으나 돌아오는 것은 침묵뿐이었다.

몇 초가 억겁처럼 느껴졌다. 초조하게 시계를 바라보며 입술을 씹던 혜주가 창호지에 구멍이라도 뚫어볼까 고민하던 찰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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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문틈 사이로 희미하게 연기 한 줄기가 새어 나왔다.

코끝으로 느껴지는 살짝 매캐한 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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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를 태우고 있구나!’

혜주는 직감적으로 그들이 머리카락을 태우고 있음을 알아챘다. 그것이 모두 타버리면 저들의 계획이 성공하고 말 거라는 것도.

두 번 생각할 것도 없었다.

우당탕!

혜주는 그대로 어깨로 문을 밀치고 들어갔다.

양옆으로 활짝 문이 열리자 짙은 화장을 한 무당과 도 씨의 놀란 얼굴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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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냐!”

혜주는 전혀 대꾸하지 않은 채 곧장 냄새의 진원지를 찾았다. 목재로 된 앉은뱅이 상 위에 조그마한 항아리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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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거구나!’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검은 연기는 보통의 연기와는 확연히 달랐다. 공기 중으로 금세 흩어지는 연기와 달리 뭔가 묵직했고 냄새도 지독했다. 정말 누군가의 혼이 들어 있다고 해도 믿을 정도로 원념이 가득한 결정체였다.

혜주는 무작정 달려들어 항아리를 들었다.

머리카락과 부적이 뒤섞여 활활 타고 있는 항아리는 손아귀를 녹일 것처럼 뜨거웠다. 그러나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혜주는 그대로 항아리를 들고 문밖으로 뛰쳐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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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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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여자 잡아!”

무당이 날카로운 목소리로 고함을 질렀다. 도 씨가 튕기듯이 일어나 혜주의 뒤를 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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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잡힐 순 없어!’

혜주는 이를 악물고 달렸다. 맹렬히 타오르는 불길이 타닥타닥 소리를 내며 소매로 튀었다. 블라우스에 송송 구멍이 뚫렸다.

바람이 부니 불꽃은 더욱 거세졌다. 금방이라도 불꽃이 몸에 옮겨붙을 것 같았지만 멈출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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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멈춰! 대체 어떤 년이야!”

아줌마 같으면 멈추란다고 멈추겠어요?

혜주는 그녀의 말을 무시하고 무작정 차가 있는 곳으로 달렸다.

천만다행으로 도 씨의 달리기 실력은 형편없었다. 계주를 하면 늘 마지막 주자로 뽑히던 혜주는 쉽게 그녀를 따돌렸다.

거리가 점차 벌어졌다. 악을 쓰는 도 씨의 목소리가 멀어지자마자 혜주는 나무 기둥에 항아리를 집어 던졌다.

와장창!

단번에 항아리가 박살났다.

타다 만 부적과 머리카락 몇 올이 하늘거리며 허공을 배회했다. 불꽃처럼 허공을 수놓은 불씨들이 사그러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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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억, 허억…….”

혜주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부적에 붙은 불을 발로 비벼 껐다. 그러곤 바닥의 흙을 한 줌 쥐어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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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안에 머리카락 한 올쯤은 들어 있겠지.’

뭘 해도 증거는 필요한 법이다. 시간이 조금만 더 있었더라면 바닥을 자세히 살펴보았을 테지만 도 씨의 걸음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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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 누나! 무슨 일이야?”

항아리 깨지는 소리에 놀란 필립이 차창을 열어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혜주는 재와 흙으로 엉망이 된 얼굴로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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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운전할 줄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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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장롱면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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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허 있으면 됐어!”

혜주가 다급하게 조수석에 오르자마자 나무 뒤에서 도 씨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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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뭐 하는 년이 내 일을 방해하는 거야! 거기 안 서?”

완전 돌아버린 눈은 이미 사람의 것이 아니었다. 찢어발길 듯한 그녀의 기세에 놀란 혜주가 고함을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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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밟아!”

필립이 엉겁결에 엑셀을 밟았다.

휘청.

총알같이 차가 튕겨 나가자 혜주의 몸이 크게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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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서!”

다다다다다!

뒤에서 쫓아오는 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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