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의 검술 강사가 되었다 (17)
식당에 도착했는데 전부 날 쳐다보는 느낌이 든다고 해야 하나?
오면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고.
옷에 뭐가 묻었나 싶어 거울을 봤지만 그런 건 아닌 것 같은데… 뭐지?
"어? 선생님,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은수와 은서다.
"둘 다 좋은 아침. 저기, 얘들아, 선생님 오늘 뭐 이상하니?"
"네? 아니요."
"평소랑 똑같으신데요."
"그렇지? 그럼 뭘까? 어째 오늘따라 얼굴이 많이 따가운데."
"선생님 어제 동영상 올라온 거 안 보셨어요?"
"동영상? 아, 그때 인터뷰했던 거…. 어제 이야기는 들었는데 모임이 있어서 못 봤어. 혹시 뭐 실수라도 했어?"
이상한 행동이나 발언 같은 게 있었다면 민 선생님이 어제 내게 말을 했을 텐데.
거기다 검수할 때도 문제가 됐을 거고.
하지만 어제 민 선생님은 내게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
"아니요. 완전 멋있게 나오셨는데요. 조회 수도 엄청 높아요."
"아까 아침에 봤을 때 인기 동영상에도 올라가 있던데요."
"이… 인기 동영상?"
고작 학생 부모들이나 볼 텐데….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며 바로 휴대폰으로 위튜브 사이트에 접속해 학교 채널에 들어갔더니 거짓말이 아니었다.
채널 올라온 동영상은 민 선생님이 말한 대로 딱 2개.
[1화 베일에 가려져 있던 제1 헌터 학교를 소개합니다.
조회수 1,134,217회]
[제1 헌터 학교 학생회장의 돌발 제안으로 성사된 기습 대련. 학생회장 vs 신규 교사 무편집 Full Version.
조회수 2,121,718회]
어…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진 거지?
위튜브 조회 수 잘 나오는 건 정말 어려운 일 아니었나?
심지어 학생들이 메인인 학교 소개 동영상보다 내 대련 동상이 조회 수가 거의 두 배 가까이 높다.
"선생님, 저희 수업 안 늦으려면 이젠 밥 먹어야 할 것 같은데…."
"아, 그래. 얼른 가서 먹어."
"댓글도 재밌는 거 많던데 한번 읽어 보세요."
그래. 댓글을 봐야겠다.
그럼 왜 이런 말도 안 되는 조회 수가 나온 건지 알 수 있겠지.
[상티에: 싸움 수준 ㄹㅇ 실화냐? 진짜 세계관 최강자들의 싸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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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묵: 위 댓은 초딩이 단 것 같은데 좋아요가 왜 저리 많지? 이게 어딜 봐서 세계관 최강자들 싸움임? 10성이나 10강끼리 대련도 아니고 그냥 헌터 학교에서 흔히 있는 예비 헌터 vs 학교 교사 대련임. 그래도 김세진이 꽤 하는 거로 보이는데 교사는 마나도 안 쓴 것 같네. 확실히 교사는 교사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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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눈: 동영상에 나온 학생회장 김세진은 헌터 학교 축제 때 열리는 무투 대회에서 1학년 때부터 2학년까지 우승했고 올해도 출전만 하면 우승 확정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사기캐임. 아직 미성년자지만 졸업만 하면 B 랭크는 무조건 확정이고 어쩌면 바로 A 랭크 시험에 도전해서 A 랭크가 될지도 모른다는 말이 있을 정도임. 반면에 강신혁은 아예 처음 들어 보는 이름인데, 정보 아시는 분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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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회장이 그렇게 유망주였나? 그런데 왜 소설에서는 이름이 언급 안 된 거지?
이미 졸업한 이후라 그런 건가?
졸업 이후에도 김세진이라는 인물은 등장하지 않는데… 혹시 개명이라도 하는 건가?
[윤민지: 다들 실력 이야기밖에 없네. 강 선생님 완전히 얼굴 천재인 듯. 마지막에 학생회장에게 일어나라고 손 내밀 때 나만 설렜음? 얼굴도 잘생겼는데 매너까지 좋은 듯. 왜 내가 헌터 학교 다닐 땐 저런 선생님이 없었던 거냐고. 있었으면 나도 마법반 말고 검술반 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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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천재라니 조금 쑥스럽다.
[KHJ책상: 현역 S 랭크 헌터인 내가 봤을 땐 김세진은 학생치고 괜찮은 건 맞는데 A 랭크 수준은 아님. 타고난 마나가 아무리 많아도 졸업하고 A 랭크 된 건 10성 중에서도 딱 2명뿐임. 그런데 저 강신혁이라는 선생은 마나도 안 쓰면서 저렇게 움직이는 게 진짜 대단한 거임. 평소에도 훈련량이 상당할 것 같은데. 최소 A 랭크 상위권은 되어 보임. 조금만 더 갈고 닦으면 S 랭크 시험 도전해 봐도 괜찮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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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단에 위치한 댓글 대다수가 호평 일색이라 마음이 좀 가벼워졌다.
물론 다 좋은 댓글만 있는 건 아니다.
[알린더: 헌터 학교 선생은 원래 현역 헌터 하다가 시험 보고 들어가는 거임. 현역 헌터가 예비 헌터 상대로 지는 건 좀 그렇지. 솔직히 그렇게 잘생긴 것 같지도 않고 애들이 선생님이니까 좀 올려치기 해 준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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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수열: 위에 무슨 졸업하면 B 랭크니 A 랭크니 주접떠는 사람 많은데 그 댓글 단 놈들 헌터 아니라는 거에 내 손목 건다. 헌터 랭크 심사가 물로 보이냐. 나 현역 C랭크 헌턴데 예비 헌터랑 대련하면 누구든 절대 안 진다는 마인드임. 그리고 얼굴이 뭐가 잘생김? 기생오라비같이 생겼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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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dpig: 아주 주접을 떠네. 선생이 학생 상대로도 개발리면 그게 선생임? 자격이 없는 거지. 그리고 아무리 대련이라지만 다 큰 성인이 여학생을 저렇게 패는 걸 보니 좀 그렇네. 무엇보다 저게 뭐가 잘생김? 내가 백만 배는 더 잘생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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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욕이 잘 보인다고 몇 개 안 되지만 악플들만 눈에 들어온다.
다른 악플도 악플이지만 마지막 저놈은 무슨 백만 배? 지는 무슨 연예인인가?
고소해서 어떻게 생겼는지 얼굴 한번 보고 싶다.
댓글을 확인한 후 밥을 먹고 교무실에 왔다.
학생들의 시선이 신경 쓰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굶을 수는 없으니까.
지난번 정 선생과 결투 후에도 지금과 비슷했지만, 이번에는 그때보다 조금 더 한 것 같다.
"오, 이게 누구야? 위튜브 스타 강 선생님, 스타가 되신 소감은 어떠십니까?"
평소에도 말 많은 박 선생이 당연히 가만히 있지 않을 거라 생각은 했는데, 역시나다.
"그만 놀리시죠. 아침에 확인하고 놀라서 밥도 제대로 못 먹었습니다."
"유명해지면 좋지. 뭘 그렇게 쑥스러워해. 내심 좋지?"
"그냥 그렇습니다. 조회 수 많이 나왔다고 제 돈도 아니고 추가 수당 주는 것도 아니잖아요."
위튜브 광고 수익이라도 좀 떼 준다면야 모르겠지만 학교에서 그렇게 해 줄 리가 없지.
"강 선생은 너무 현실적이야."
차라리 확 망했으면 좋았을 텐데. 아니지, 만약 망했으면 망했다고 놀릴 사람이다.
대충 박 선생님을 상대하며 서류 작업을 하다 보니 교무 회의가 시작됐다.
평소에는 학년부장 선생님이나 교감 선생님이 참석하고 교장은 참석 안 하는데 오늘은 웬일로 교장도 자리했다.
설마 위튜브 때문인가 싶었는데 정말 위튜브 때문이었다.
회의 내내 반응이 너무 좋다며 칭찬 일색이었다.
물론 학생회 애들과 편집을 담당한 민 선생님도 칭찬을 받았지만 조회 수 때문인지 내 칭찬이 많아 상당히 부담스러웠다.
실기 과목 선생들이야 당연히 영 심드렁한 표정이었고.
솔직히 나도 썩 달갑진 않다.
조회 수가 백만이 나오든 천만이 나오든 광고 수익을 내가 받는 게 아닌 이상 실질적으로 내게 도움이 되는 건 아무것도 없으니까.
돈도 안 되는 위튜브 스타 말고 내가 산 주식이나 오르면 좋겠다.
회의가 끝나고 바로 검술 훈련장으로 가려는데 민 선생님이 나를 멈춰 세웠다.
시청자들과 조금이라도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 주면 구독자가 늘어나는 데 도움이 된다며 동영상 밑에 고정 댓글을 달아 두잔다.
광고료 1원도 안 떼어 주면서 별걸 다 시킨다.
귀찮았지만 얼른 쓰고 훈련장에 가서 주식이나 확인해야겠다.
[안녕하세요. 위 영상에 출연한 제1 헌터 학교 교사 강신혁입니다.
좋게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에이, 강 선생님, 너무 짧지 않아요? 구독자들이 조금 성의 없어 보인다고 생각할 것 같은데…."
"딱히 할 말이 없어서요. 소통은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요?"
민 선생님, 나는 지금 이런 거 신경 쓸 겨를이 없어요.
"그래도 너무 성의 없으면 안 다는 것만 못하니까 조금만 길게 쓰면 좋을 것 같은데…."
민 선생님도 구독자가 늘어난다고 해서 인센티브 받는 것도 아닐 텐데 직접 편집해서 올리다 보니 애정이 생긴 모양이다.
[안녕하세요. 위 영상에 출연한 제1 헌터 학교 교사 강신혁입니다.
학생회 요청에 인터뷰하다가 세진 학생의 요청을 받아 평소 수업에서 하던 대련을 했을 뿐인데 갑자기 이렇게 많은 관심을 받게 되니 약간 부담스럽네요. 그래도 좋은 말씀들을 많이 해 주셔서 기분이 좋네요. 좋게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 예비 헌터 학교 학생들 예쁘게 봐 주시고 제1 헌터 학교 채널도 구독 많이 해 주세요.]
"이 정도면 될까요?"
"구독해 달라는 표현이 조금 노골적이기는 하지만 아까보단 훨씬 낫네요. 바로 올려 주시면 제가 고정해 드릴게요."
참, 별걸 다 한다고 생각하며 댓글을 올렸다.
고정이 된 걸 확인하고 검술 훈련장으로 가는데 답글이 계속 달리는지 휴대폰이 진동이 계속 울려 댄다.
시끄러워서 알림을 꺼 버리고 검술 훈련장에 도착하자마자 주식 앱을 실행했다.
지금 시각은 8시 40분.
주식시장은 9시부터 시작하지만, 동시호가가 진행되고 있어 가격은 위아래로 요동을 치고 있다.
다행히 조금 반등… 아니, 왜 올라가다 말고 떨어지는 건데!
어제 하한가도 맞았잖아….
인간적으로 내려갈 때가 있으면 올라갈 때도 있어야지.
도무지 눈을 뗄 수 없어 계속 휴대폰을 보고 있는데 어느 순간부터 밖이 좀 소란스럽다.
A 조 애들이 올라온 모양인데 시간을 확인하니 8시 45분이다.
창으로 힐끗 밖을 보니 A 조 애들은 전부 다 도착한 것 같다.
평소에는 55분 정도에나 다 도착하는데 오늘은 무슨 바람이 불어서인지 빨리도 올라왔다.
어휴, 계속 지켜보고 싶었지만 물을 탈 수 있는 돈이 있는 것도 아니고 수업을 안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어플을 종료하고 밖으로 나왔다.
나오자마자 학생들이 몰려든다.
위튜브 때문인지 동영상 잘 봤다는 말을 시작으로 자기도 대련하고 싶다는 녀석들, 친구한테 자랑하게 사진 찍으면 안 되냐고 묻거나 심지어 사인을 해 달라는 녀석도 있다.
원래 세계에서도 젊은 애들은 TV보다 유튜브를 좋아했는데 여기서 그건 마찬가진가 보다.
"샘, 저는 열 장 해 주세요."
진수 녀석이 웃으며 A4 용지와 네임펜을 내밀었다.
열 장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사인 같은 거 없어."
"네? 그럼 그냥 이름이라도 써 주세요."
얘들아, 선생님 힘들어.
안 그래도 주식 때문에 심란해 죽겠는데 꼭 이래야겠니?
하아… 그래. 너희들이 무슨 잘못이 있겠니.
다 내 잘못이다.
그동안 너무 천사처럼 대해 준 내 잘못.
"시끄럽고. 스트레칭 하고 바로 구보할 거니까 이진수 학생 기준으로 스트레칭 대열 준비."
"샘, 아직 시간 안 됐는데요?"
"우리 진수는 졸업하고 길드에 취업했는데 근무 중이 아니면 몬스터가 포탈에서 빠져나와 사람들이 위험에 처한 상황이 닥쳐도 보고만 있을 거야?"
"아, 아니요. 당연히 싸워야죠."
"그러니까 수업 시간이 안 됐지만 모든 학생이 이렇게 훈련장에 도착했으니 수업을 시작해도 되는 거겠지?"
"아니, 뭔가 이상한 것 같은데…. 샘, 아직 10분도 넘게 남았어요."
그래. 개똥 논리다.
하지만 난 선생이고 너희는 학생이지.
"맞아요. 그러지 말고 같이 사진 한번 찍어 주세요."
"스읍, 지금부터 선생님 허락 없이 이야기하는 학생들은 구보 세 바퀴씩 더 뛰게 될 거야. 이진수 기준!"
"기… 기준!"
"스트레칭 대열로 벌려서 개별로 10분간 스트레칭 실시."
다들 표정이 조금 안 좋아지는데…. 이 녀석들아, 전부 너희들이 자초한 거다.
물론 자기는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수업을 10분이나 일찍 시작해서 억울한 학생이 있을 수도 있지만 어쩔 수 없다.
단체 생활은 원래 연대책임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