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카데미의 검술 강사가 되었다-35화 (35/275)

아카데미의 검술 강사가 되었다 (35)

포탈에 도착하니 생각했던 것보다 사람이 많다.

길드에 배정된 포탈은 국가가 아닌 길드에서 자체적으로 관리하게 되어 있어서 직원이 상주하긴 하지만 보통 한두 명이다.

하나, 둘, 셋… 총 7명인데 복장을 보니 1명을 빼곤 전부 헌터인 것 같다.

뭐지? 전달이 제대로 안 됐나?

아까 분명히 연락했다고 했는데.

"사람이 왜 저리 많죠?"

"연락 안 했어?"

"아니에요. 분명히 말했는데…."

예슬 씨도 당황한 표정을 하더니 사람들 쪽으로 달려간다.

"광호 오빠, 이게 어떻게 된 거예요? 광호 오빠랑 지혜 언니만 오면 된다고 했는데 왜 다들 여기 와 있는 거죠?"

"그게… 지혜 누나랑 둘이 오려고 했는데 팀장님이랑 팀원분들이 걱정된다고 하셔서…."

"무슨 걱정이요?"

덩치 좋은 남자가 앞으로 나선다.

"광호에게 이야기를 들으니 걱정이 돼서 도저히 둘만 보낼 수 없어서 온 거니 너무 뭐라 하지 말게."

"최 팀장님, 뭐 하자는 거죠?"

"나야말로 예슬 씨에게 묻고 싶은데. 어째서 광호랑 지혜만 부른 거야? 원래 우리 팀 전체가 합류하기로 되어 있었잖아."

흐음, 예슬 씨가 설명을 제대로 안 한 건가?

"팀장님이 요청해서 그런 거라고 내가 설명했잖아요."

"저도 그렇게 말씀드렸는데…."

"아니, 예슬 씨 팀장이면 홍이설 씨지? 홍이설 씨가 A 랭크에 실력 좋은 건 알아. 그렇다고 해도 10인 B 등급 포탈을 고작 6명으로 공략한다는 건 말이 안 되잖아."

리더는 이설 씨가 아니라 난데.

인원을 줄인 이유를 설명을 안 해서 이 사달이 난 것 같다.

"나도 헌터 밥 먹은 지 10년이 넘었지만 10인 포탈을 6명으로 간다는 소리는 못 들어 봤어."

"예슬 언니, 저희는 광호 오빠랑 지혜 언니가 걱정돼서 온 거예요."

"예슬 씨, A 랭크 헌터가 있다고 해도 이설 씨 1명이잖아. 예슬 씨는 C 랭크에 나머지는 전부 B 랭크라고 들었는데, 이건 아니지."

"A 등급 포탈 공략하다 길드원들이 다친 게 아직 일주일도 안 됐잖아. 그런데 소수 인원으로 공략하다 또 사고 나면 어떡하려고. 정말 너무한 거 아니야?"

말할 틈도 안 주고 한 명 한 명 불만을 토로하니 예슬 씨가 제대로 대응을 못 한다.

"다들 뭐 하시는 거죠? 불만이 있으면 절차를 밟아 길드장님에게 말을 하지 왜 여기 와서 이러십니까?"

이설 씨가 끼어들자 분위기가 더 험악해지는데 당황스러우면서도 기분이 조금 안 좋아지려 한다.

우리 쪽에 합류하기로 한 헌터 둘이 걱정돼서 온 거라고 하지만 우리를 믿지 못해서 왔다는 말과 다름없으니까.

"다들 그만하시고 저랑 이야기하시죠. 인원을 줄여 달라고 요청한 건 이설 씨가 아니라 저니까요. 팀장도 저고요."

"예슬 언니? 이설 씨가 아니라 왜 저 사람이 팀장이에요?"

"예슬 씨, 어떻게 된 거야? A 랭크 헌터가 1명 더 있었어? 그렇다고 해도 6명으론 무리지."

"팀장은 나고 그쪽은 제 팀원이 아닌데 무리인지 아닌지를 왜 그쪽이 판단합니까?"

"뭐?"

"A 랭크 헌터라고 말 함부로 하지 마. 그쪽이 무리하게 소수로 진행하다 우리 광호랑 지혜가 다치기라도 하면 당신이 책임질 거야?"

"전 A 랭크 아닌데요? 그리고 책임을 왜 제가 집니까? 포탈 공략 중에 부상을 당하거나 사망 시의 보상은 길드에서 하는 게 원칙인데. 예슬 씨."

"네? 네."

"사고가 났던 A 등급 포탈 공략 팀장이 부길드장이라고 했죠? 길드에서 보상 안 하고 부길드장이 했습니까?"

"아니에요. 저희 길드에서 했어요."

"들으셨죠?"

"아니, 예슬 씨, A 랭크도 아닌데 무슨 저런 무례한 사람을 팀장으로 뽑은 겁니까?"

지금 무례한 게 누군데… 어이가 없다.

"지시도 안 따르고 행패 부리는 게 더 무례하지 않나? 그리고 팀장을 할 능력이 있으니까 팀장이 된 거겠죠."

내가 한마디 하려 했는데 이설 씨가 선수를 쳤다.

"진짜 보자 보자 하니까… 홍이설, 네가 아무리 A 랭크라지만 내가 너보다 몇 살이나 위인데 말을 그런 식으로…."

"홍이설? 언제 봤다고 반말이에요?"

"이 바닥이 언제부터 나이로 대접해 줬죠? 나이 대접 받고 싶으면 길드에 있을 게 아니라 경로당을 가야지."

김 선생도 한마디 거들고 나서는데 이러다간 끝이 안 날 것 같다.

지난번에 최서라에게 안타스에서 다시 나를 꼬드기려 한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웬만하면 눈에 띄는 일은 하지 않으려 했는데….

어쩔 수 없이 허리에 차고 있던 검을 빼 들었다.

"신혁 씨?"

"강 선생님, 왜 그러세요."

"뭐, 뭐… 결투라도 하자는 건가? 누가 피할 줄 알고."

최 팀장이라는 남자도 검을 빼 드는데, 기분 같아선 진짜로 결투해서 몇 대 패 주고 싶지만 참고 원래 계획대로 내공을 끌어올려 검으로 보냈다.

푸른색 기운이 서리기 시작하더니 이내 검을 완벽히 감싸며 검강이 모습을 드러냈다.

"저, 저거 오러블레이드 아니야?"

"A 랭크 헌터 아니라고 했잖아?"

"A 랭크 헌터가 오러블레이드를 어떻게 써? 오러블레이드는 S 랭크 헌터들이 쓰는 기술이잖아."

"저렇게 젊은 S 랭크 헌터가 있었어?"

예상대로 다들 놀란 표정으로 웅성거린다.

"이 정도면 실력 증명은 충분히 될 것 같은데, 원하신다면 결투도 해 드리겠습니다."

"아니, 저는 그냥…."

자신 있게 검을 뽑았던 최 팀장이란 남자가 눈치를 보며 검을 다시 집어넣었다. 진작 이럴 걸 그랬다.

더 따질 사람은 없는 것 같아 검강을 거두고 칼을 갈무리했다.

"먼저 들어갈 테니 예슬 씨가 정리하고 두 분 데리고 오세요."

"네? 아, 네."

*    *    *

하늘이 노란색으로 물들고 있다.

"이놈이 마지막이었나 보네요. 다들 수고했어요."

"수고하셨어요. 이설아, 우리 들어온 지 얼마나 됐어?"

"글쎄. 두 시간 정도 지난 것 같은데."

"두, 두 시간 안 됐어요. 제가 포탈에 들어올 때 체크 했는데 1시 20분이었고 지금이 3시니까 1시간 40분이에요."

숙련된 팀들도 기본 4시간에 조금 까다로운 몬스터가 나오거나 지형이 안 좋으면 6시간을 넘기는 것도 다반사다.

포탈에서 나온 몬스터는 레드빅마우스로 그렇게 까다로운 녀석은 아니지만, 속도도 빠르고 숫자도 많아 쉬운 녀석은 아니니까.

아까 오러블레이드도 그렇고 사냥하는 내내 깔끔한 실력을 보여 줘서 계속 감탄했지만, 시간을 확인하니 정말 말이 안 나올 지경이다.

"그래요? 확실히 10인 등급이라 그런지 몬스터가 많아서 오래 걸렸네요."

"자, 자, 얼른 사체나 옮기죠. 옮기는 게 더 일이겠네요. 다들 얼른 움직입시다."

지치지도 않았는지 먼저 나서서 사체를 나른다.

대단하다고 생각하며 나도 열심히 몬스터 사체를 나르고 업체를 불러 계산을 했다.

마석과 사체를 처분하고 나온 수익은 총 6천.

10% 세금 감면도 받고 마석도 생각했던 것보다 잘 쳐줘서 수익은 좋은 편인데 마냥 좋지만은 않다.

수익은 기여도에 따라 분배하는 게 원칙인데 비율로 따지면 대략 80% 정도는 신혁 씨 혼자 잡았으니까.

마법을 쓰지도 않고 몬스터 위치를 귀신같이 파악해서 마주치는 족족 단칼에 죽여 버리니 다른 사람들은 활약할 기회가 거의 없었다.

물론 그런 와중에도 이설 언니와 선화 언니는 나름 활약을 했지만 나와 광호 오빠, 지혜 언니는 거의 손 놓고 구경만 한 수준과 다름없다.

"세금 제하면 얼마 나왔나요?"

"아, 6천이에요."

"오, 역시 머릿수가 많으니 금액이 확실히 크네요."

"저… 팀장님, 분배는 어떻게 하실 건지…."

*    *    *

예슬 씨가 조심스럽게 분배를 어떻게 할지 묻는데 한 게 별로 없다 보니 눈치를 보는 것 같다.

아까 오러블레이드를 보여 주긴 했지만, 사냥하면서 확실히 보여 주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해 평소보다 오버했더니 조금 과했던 모양이다.

"예슬 씨는 500에 광호 씨랑 지혜 씨는 각각 600씩 괜찮을까요?"

원칙이 원칙인 만큼 똑같이 N분의 일로 나눌 수는 없으니 나름대로 생각을 하고 제안한 건데 합류한 헌터들과 예슬 씨는 많이 놀란 표정이다.

너무 적게 불렀나?

"네? 그렇게 많이요?"

많아서 놀란 거구나. 다행이다.

"저희는 거의 한 것도 없는데…."

"오늘만 날인가요? 제가 오늘은 조금 오버한 거니 너무 신경 쓰지 마시죠."

"그래도…."

합류한 두 사람도 부담스러워하는 표정이고 다들 염치는 있는 것 같다.

"어차피 지혜 씨랑 광호 씨 없으면 입장도 안 되는데. 예슬 씨도 처리 부분은 혼자 도맡아 주셨고. 괜찮습니다. 남은 금액은 수수료 공제하고 저한테 입금해 주시면 알아서 분배할게요."

이설 씨와 김 선생과는 예전처럼 1:1:1로 분배할 생각이니 비율이 알려지면 괜히 서운하게 생각할 수도 있으니까.

세 사람에게 1,700이 나갔으니 남은 돈은 4,300.

수수료 5%를 떼면 약 4천이니 대충 내 수익은 1,300 정도인가?

4인 포탈보단 조금 오래 걸리긴 했지만 수익은 4인 포탈을 2개 공략한 것과 비슷한 수준이니, 역시 10인 포탈이다.

"바로 입금해 드릴게요. 감사합니다."

"그럼 이제 다음 포탈로 가죠."

"네? 포탈을 하나 더 가자고요?"

"이제 겨우 4시 조금 지났잖아요. 여름이라 해도 길고. 아까 길드장님이랑 이야기할 때 포탈이 많다면서요. 근처에는 더 없나요?"

"아니, 포탈은 있긴 하지만 무리하시는 게 아닌지…."

"저는 괜찮습니다. 이설 씨랑 김 선생님도 괜찮죠?"

"물론이죠."

"저도 괜찮아요. 많이 해치우면 해치울수록 나중에 여가가 늘어날 테니까요."

"다른 분들도 괜찮죠?"

제주도에 온 첫날인데 무리하는 것 같아 좀 그렇긴 하지만 방학이 벌써 절반이 지났으니까.

벌 수 있을 때 바짝 벌어야지.

사체 나른 것 말고는 거의 한 게 없어서 그런지 다들 OK를 했고 10분 거리에 있던 포탈을 하나 더 정리했다.

아쉽게도 두 번째 포탈은 언데드형 몬스터가 나와서 돈이 별로 되진 않았지만 그래도 두 곳을 정리하니 수익이 2천을 훌쩍 넘겼다.

처음엔 조금 귀찮다고 생각했는데 이 정도면 원정 온 보람이 있다.

"수고하셨습니다."

"팀장님, 저녁은 다 같이 먹고 들어가는 게 어때요?"

"회식입니까? 좋습니다. 제가 쏘지요."

"저도 찬성."

"저도요."

"저도 좋아요."

오늘 하루 같이 사냥하면서 어색했던 분위기가 조금 풀리긴 했지만, 완전히 친해진 건 아니니까.

앞으로 최소 일주일 이상은 같이 다녀야 하니 친해져서 나쁠 건 없다.

"아니에요. 오늘 포탈 2개나 공략했잖아요. 법인 카드로 살게요!"

"오, 해랑 길드 복지 좋은데요."

"엣헴, 우리 길드가 다른 건 몰라도 회식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 편이에요. 지혜 언니, 광호 오빠, 안 그래요?"

"그렇지. 얼마나 잘 사 주면 ‘밥 잘 사 주는 웅이 길드’라는 별명이 있을 정돕니다."

"맞아요."

"뭐 드시고 싶으세요? 드시고 싶은 메뉴 말해 주시면 잘하는 곳으로 모실게요."

"전 다 괜찮으니 그냥 예슬 씨가 알아서…."

"에이, 그래도 팀장님이 정하셔야죠."

"맞아요. 강 선생님이 정하세요."

"그럼 회식이니 회 어떤가요?"

나름 재치있게 대답했다고 생각했는데 어째 다들 표정이 안 좋다.

"회식이니 회요? 아, 회 좋죠."

"하하…. 정말 재밌네요."

"아… 아이고, 내 배꼽."

"그, 그럼 회로 할까요?"

*    *    *

회식을 마치고 돌아와 씻고 침대에 누웠는데 잠이 안 온다.

잠자리가 바뀌어서 그런가?

나가서 맥주라도 더 사서 마시고 잘까 했지만, 다시 옷 입고 나가기 귀찮다.

웹 서핑이나 하려고 휴대폰을 켰는데 메신저가 꽤 많이 쌓여 있다.

[선생님, 저희 모레 제주도 가기로 했어요. 정말 같이 안 가실 거예요?]

[선생님, 잘 지내시죠? 혹시 방학식 때 이야기했던 거 기억하시나요? 저희 모레 제주도 가는데, 혹시 시간 되세요?]

[선생님, 저희 모레 제주도 가기로 했는데 같이 가실래요? 구보는 시러요! ㅠㅠ]

[응애, 나 애기 제자 진수. 쌤, 모레 제주도 같이 가용.]

차례대로 민희부터 은수와 은서 그리고 진수 녀석이다.

안 그래도 언제 오는지 물어보려 했지만, 그냥 해 본 말일 수도 있고 이미 다녀왔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 연락을 하지 않았다.

토요일까지 사냥을 하기로 해서 당장 목요일은 무리지만 모레가 목요일이니 주말까지는 있겠지?

매일 볼 땐 징글징글하다 생각했는데, 막상 안 보니 보고 싶기도 하고 생각해서 연락해 준 거니 잠깐 들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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