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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의 검술 강사가 되었다-41화 (41/275)

아카데미의 검술 강사가 되었다 (41)

새벽이라 그런지 도로는 시원하게 뻥 뚫려 있지만, 마음은 답답하기 그지없다.

기사가 올라온 지 채 하루도 지나지 않았지만 이미 소문은 퍼질 대로 퍼져 나는 미성년자 학생을 건드린 파렴치 교사가 되어 버렸다.

서울에 가면서도 서울에 와서도 수십 번 전화를 했지만 데스패친가 데스파친가 하는 놈들은 연락을 받지 않았다.

당연히 그렇다고 손가락만 빨고 있었던 건 아니다.

어제 온종일 주변 사람들에게 아니라고 해명하면서 내 결백을 증명할 증거를 준비했다.

원래 오늘 해가 뜨자마자 준비한 증거들을 가지고 방송사나 신문사를 찾아가 내 결백을 증명하고 처음 기사를 올렸던 곳을 고소하려 했지만 나는 지금 대전에 있는 연수원으로 가고 있다.

빌어먹을 신입 교사 실기 평가 때문에.

‘국민쓰레기’가 됐으니 실기 평가 같은 건 미루거나 나중에 따로 받을 수 없을까 해서 알아봤지만, 제도적으로 불가능하단다.

직계 가족 사망, 자연재해, 심각한 질병이나 전치 3주 이상의 부상 같은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연기가 불가능하고 오늘 평가를 치르지 않으면 당장 다음 학기부터 수업을 할 수 없다.

그래서 울며 겨자 먹기인 심정으로 대전으로 가고 있다.

연수원에서 따로 휴대폰이나 인터넷을 통제하지 않으니 다들 내 이야기를 알고 있을 텐데….

애초에 비 헌터 학교 출신이라고 안 좋게 보던 놈이 미성년자인 제자까지 건드렸다고 알려졌으니 해명할 기회 같은 건 주지도 않고 벌레 보듯이 할 게 벌써 눈에 선하다.

불행 중 다행으로 출발하기 전에 김 선생에게 연락이 왔는데 지인 중에 메이저 언론사 기자가 있어 실기 평가가 끝나고 전화를 하면 자리를 마련해 주겠다고 했다.

실기 평가는 임의로 편성된 헌터들끼리 등급에 맞는 포탈을 공략하는 형식으로 치러지니 최대한 빨리 끝내고 서울로 돌아갈 생각이다.

해명뿐만 아니라 변호사도 만나기로 했으니까.

협력은 기대도 안 하고 최선을 다해 최대한 빨리 끝낼 생각이니 괜한 시비만 안 걸렸으면 좋겠다.

지금 기분 같아서는 누가 건드리면 죽기 직전까지 패 버릴 것 같으니까.

마음을 가라앉히며 차를 몰다 보니 어느새 연수원 앞에 도착했다.

9시에 연수원에 있는 강당에서 조 추첨을 하고 공지를 한다고 했는데 아직 8시 반도 안 됐다.

일찍 들어가 봤자 좋은 꼴 못 볼 테니 조금 있다가 들어가야겠다고 생각하며 휴대폰을 꺼냈다.

가장 먼저 들어간 본 건 메일.

어제 하도 연락이 안 돼서 어쩔 수 없이 기사에 있는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하는 내용으로 정정 보도를 내라고 메일을 보냈는데 아직도 읽지 않았다.

어차피 이제 와서 정정 보도를 내 준다고 해도 그냥 넘어가진 않을 거지만.

여전히 메인에 걸려 있는 기사를 클릭해 확인을 하는데 그새 댓글이 또 늘었다.

대부분… 아니, 99%가 내 욕과 당장 파면하라는 내용이다.

1%는 광고나 정치 이야기고.

내가 고아에 비 헌터 학교 출신이라는 것까지 들먹이며 입에 담지도 못할 욕들이 가득하다.

일차적 책임은 이런 말도 안 되는 허위 기사를 올린 기자와 언론사고 대중들은 잘못된 기사를 보고 욕하는 거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기는 개뿔, 전부 고소할 거다.

어제 변호사와 상담에서도 잘못된 기사든 정당한 기사든 선을 넘는 악플은 고소를 할 수 있다고 들었으니까.

계속 보고 있다간 속만 더 상할 것 같아 휴대폰을 집어넣으려는데 모르는 번호로 연락이 왔다.

무시할까 하다가 통화 버튼을 눌렀다.

메일에 번호도 적어 놨으니 기자일 수도 있으니까.

"여보세요."

―강신혁 씨 맞으시죠?

"네. 맞습니다."

―서울시 교육청 학생인권교육센터 인권조사관 김영광이라고 합니다. 이번에 논란이 된 사건 때문에 연락드렸습니다.

"아…."

사건이 터지고 쏟아지던 기사엔 경찰의 입장도 있었는데, 은서가 미성년자이긴 하지만 만 16세니 상호 동의를 했다면 법적으로 처벌할 수 없고 따로 신고도 들어오지 않았으니 나설 수 없다고 했다.

―강신혁 씨, 관련 조사를 받으셔야 하니 내일 9시까지 이곳으로 좀 와 주셔야겠습니다.

법적으로 처벌할 순 없어도 징계는 가능할 테니 교육청이 나선 모양인데, 차라리 잘됐다.

"내일 말고 오늘 당장은 안 됩니까?"

―오늘 신입 교사 연수 실기 평가가 있지 않나요? 그래서 내일로….

"조사 먼저 받겠습니다. 실기 평가는 그쪽에서 어떻게 조치 좀 해 주시면 되지 않습니까?"

이미 대전까지 내려온 게 조금 아깝긴 하지만 누명을 쓰고 평가를 치르는 것보단 훨씬 나을 테니까.

이미 증거 자료는 다 준비해 뒀고.

―그건 좀 어려울 것 같은데…. 그냥 받고 내일 오시죠.

단칼에 거절당했다.

욕이 나올 것 같았지만 간신히 참고 말을 이었다.

"제가 진짜 억울해서 그런데, 그럼 오늘 실기 평가 끝나고 가도 되겠습니까?"

―흐음, 신입 교사 연수 실기 평가는 꽤 오래 걸린다고 들었는데요. 저희가 6시엔 다 퇴근을 해서 늦어도 3시까지는 오셔야 할 텐데, 가능하시겠어요?

3시면 충분하지.

알겠다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시간을 확인하니 9시가 다 되어 가기에 차를 몰고 연수원 안으로 향했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오늘 실기 평가 때문에요."

"신분증 좀 주시겠습니까?"

신분증을 주자 확인하던 경비원의 표정이 안 좋아진다.

쓰레기를 보는 눈빛으로 신분증을 돌려주는데 이 사람도 기사를 본 모양이다.

기분이 거지 같았지만 꾹 참고 주차장으로 향했다.

차를 주차하고 강당으로 향하는데 뒤통수가 너무 따갑다.

"저거 강신혁 아니야?"

"맞네. 도대체 무슨 낯짝으로 왔대?"

"그러게 말이야. 어떻게 제자를 건드릴 수가 있지?"

"쌤도 기사 봤어? 여학생 고 1밖에 안 됐다는데. 진짜 세상이 미쳐 돌아가네."

"저런 쓰레기랑 같은 조 하긴 싫은데."

"딱 보니 기생오라비같이 생긴 얼굴로 꼬셨나 보네. 헌터 학교도 안 나왔다고 하던데."

"그럼 고아겠네?"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킨다더니, 저런 쓰레기 때문에 괜히 멀쩡하게 학생 가르치는 우리까지 욕먹는 건 아닌지 모르겠네."

일부러 그러는 건지 다 들린다.

하나같이 일면식도 없는 놈들이지만 내 얼굴은 이미 다 팔렸다.

예전에 위튜브에도 출연했고 학교 홈페이지에 올라간 내 사진을 위튜브 사이버 렉카들이 실어 날랐으니까.

하아,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막상 겪으니 진짜 주먹이 운다.

나 아냐고, 알지도 못하면서 개소리 지껄이지 말라고 하고 싶다.

하지만 한 놈 한 놈 쫓아가 그럴 수도 없고 믿어 주지도 않을 것 같아 마음속으로 계속 참을 인 자를 되새기며 강당에 도착했다.

강당에서도 상황은 비슷했다.

누구 하나 내 주위론 오지 않는다.

지난번에 내가 말을 걸던 여선생들을 발견했는데 눈길 한 번 안 주고 외면한다.

애초에 기대도 안 했다.

조 배정이 시작됐지만, 여전히 따가운 시선이 쏟아지는데 얼른 내 이름이 불리면 좋겠다.

B 등급 포탈이든 A 등급 포탈이든 결정만 되면 빨리 박살 내고 누명을 벗으러 갈 거니까.

"그럼 E 조 마지막 인원입니다. 강신혁!"

E 조구나.

바로 E 조가 공략해야 할 포탈 위치를 휴대폰에 옮겨 적었다.

"하아, 왜 하필 저런 쓰레기랑 같은 조가 된 거야."

"재수 옴 붙었네."

"거지 같다, 진짜."

나랑 같은 조인지 몇몇 사람들이 인상을 쓰며 불만을 토로하는데… 누구는 좋은 줄 아냐?

아예 말조차 섞기 싫었지만, 한시라도 빨리 끝내고 싶어 E 조 조장으로 결정된 남자에게 다가갔다.

"잠깐 이야기 좀 하죠."

벌레 보는 눈으로 쳐다보다 싸가지 없게 고개만 까딱하는 남자에게 나는 개별로 움직이겠다고 했다.

어차피 차도 가져왔고 나랑 같이 다니고 싶은 사람은 없을 테니까.

평가 항목에 협동심 같은 것도 있겠지만 지금은 그런 걸 신경 쓸 여유 같은 건 없다.

남자가 알겠다고 해서 바로 강당을 빠져나와 주차장으로 돌아왔다.

내비를 찍어 보니 15분.

꽤 가깝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내비게이션의 안내를 따라 차를 몰아 포탈 인근에 도착했다.

차를 주차하고 검을 챙겨 산을 조금 오르니 포탈과 함께 경계를 서는 군인들이 보인다.

내가 워낙 서둘렀기에 아직 다른 조원들은 도착하지 않은 것 같지만 1분 1초가 아까워 바로 군인들에게 향했다.

"연수원에서 오셨나요? 신분증 좀 주시… 아."

신분증을 요구하던 하사의 표정이 아까 경비처럼 단번에 굳는다.

근처에 있던 다른 군인들도 웅성거리며 쳐다본다.

"저 사람 강신혁 아니야?"

"맞는 것 같은데?"

"어제 소대장님이 여기 포탈 연수받는 교사들이 온다고 하지 않았어?"

"그랬지. 저 자식은 그런 짓거리를 하고도 선생 계속하려나 본데?"

"진짜… 경찰은 뭐 한대, 저런 쓰레기 안 잡아가고."

"아침에 기사 봤는데 여학생이 만 16세고 신고도 안 들어와서 경찰도 어떻게 못 한다던데."

"여학생 부모는 신고 안 했대? 진짜 뻔뻔하네. 저런 놈도 선생이라고…."

요새 군인들도 휴대폰을 쓴다더니 다들 나를 알아본 모양이다.

"여깄습니다."

신분증을 대충 보더니 썩은 얼굴을 한 채 돌려준다.

"먼저 들어가 있을까 하는데, 괜찮죠?"

"마음대로 하시죠."

표정도 그렇고 퉁명스러운 말투도 상당히 거슬리지만 참았다.

마음대로 하라는 건 들어가도 된다는 뜻이니까.

다른 조원들이 다 올 때까지 기다리라고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다행이라 생각하며 바로 포탈에 뛰어들었다.

*    *    *

"호식이 형, 저도 E 조예요."

"그래? 잘됐네."

"아까 쓰레기가 형한테 가던데, 뭐래요?"

"지도 부끄러웠는지 개별로 행동하겠단다. 포탈까지도 알아서 가겠데. 어차피 태워 줄 생각도 없었지만."

"개별 행동이요? 그건 좀 위험하지 않아요?"

"그런 쓰레기 죽든 말든 알 게 뭐야. 우리가 꺼지라고 한 것도 아니고 자기가 알아서 개별 행동 하겠다는데."

"그건 그렇죠. 그럼 저희 조는 9명인 셈이나 마찬가진데… 좀 빡세겠네요."

"아예 낙제 안 받으려면 몇 마리는 잡겠지. 그리고 영식아, 형 A 랭크잖아. 걱정할 거 없어. 형 못 믿냐?"

실기 평가 과제로 공략해야 할 포탈은 B 등급 10인.

시간이 조금 더 걸릴 수도 있지만 그런 쓰레기 같은 놈 하나 빠진다고 해도 클리어는 문제없다.

"당연히 믿죠. 형이랑 같은 조 돼서 얼마나 든든한데. 잘 부탁드려요."

"그래. 아, 영식이 네 차가 12인승 카니발이랬나?"

"네. 이따 갈 때 제 차로 다 같이 가죠."

"그게 낫겠네. 그럼 우리도 준비하자. E 조 되신 분들은 이쪽으로 모여 주세요."

조원을 모으고 각자 간단히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쓰레기가 안 보이니 조원들이 질문을 했지만 영식이에게 말했던 것처럼 설명했다.

몇몇 조원들이 영식이처럼 실질적으로는 9명인 거 아니냐며 걱정하는 눈치기에 괜찮다고 안심시키며 준비를 하고 10시까지 정문에서 모이기로 했다.

조금 더 일찍 출발하려 했는데 다들 포탈 위치도 가깝고 어차피 오늘 내로 처리하면 되는데 서두를 필요 있냐고 해서 10시로 정했다.

방으로 돌아와 준비를 마치고 웹 서핑을 하며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덧 10시가 됐다.

부랴부랴 정문에 왔는데… 뭐지?

영식이 차도 없고 다른 조원들도 안 보인다.

먼저 출발했을 리는 없을 테니 전화를 하려고 휴대폰을 꺼냈는데 그제야 주차장 쪽에서 검은 카니발이 나오는 게 보인다.

영식이 녀석은 깜빡 졸았다고 하고 다른 조원들도 한두 명씩 오면서 늦어서 미안하다고 하기에 한마디 할까 하다가 참았다.

나도 정시에 온 건 아니고 괜히 분위기를 해칠 필요는 없으니까.

포탈에 도착하니 10시 반이 훌쩍 넘었다.

우리 조가 배정받은 포탈은 연수원에서 15분 거리밖에 안 되지만 다들 늦기도 했고 중간에 영식이가 길을 잘못 드는 바람에 시간을 좀 많이 날렸다.

점심 전까지 끝내는 건 무릴 테니 적당히 처리하다 1시쯤 되면 나와서 밥 먹고 이어서 해야 할 것 같다.

그런데 쓰레기는 안 보인다.

개별 행동한다고 해 놔서 알겠다고 했지만, 아예 안 오면 실격인데.

그런 놈이 어찌 되든 상관없지만, 괜히 내게 불똥이 튈 수도 있어 경계를 서던 군인에게 다가가 물었더니 9시 20분쯤인가 와서 들어갔다고 한다.

군인들이 내게 그 강신혁이 파렴치 교사가 맞냐며 물어보는데, 아무래도 군인들 눈치가 보여서 먼저 포탈에 들어간 것 같다.

9시 20분이면 한 시간도 넘게 기다린 건가?

다른 사람이었다면 미안했겠지만 그런 쓰레기 같은 놈에겐 미안한 감정 같은 것도 사치다.

"다들 들어가죠. 강신혁 씨는 먼저 와서 들어갔답니다."

"형, 그런 쓰레기 같은 놈한테 무슨 존칭을 붙여요."

"그런 쓰레기는 다 죽어야 하는데."

강신혁을 씹으며 모두와 함께 포탈에 진입했다.

산악 지형이라 아주 좋다.

비교적 쉬운 편에 보상도 짭짤하니까.

"호식이 형, 강신혁 먼저 들어간 거 맞아요? 안 보이는데요?"

"개별 행동한다고 했다면서요. 먼저 사냥하고 있는 거 아니에요?"

"에이… 민서 씨, 기사에서 그 자식 헌터 랭크 B라고 하던데 여기 10인 B 등급 포탈이잖아. 어떻게 혼자 돌아다녀?"

"군인들이 거짓말한 게 아니라면 혼자 간 것 같은데?"

이상하다.

처음부터 개별로 행동하겠다고 했지만, 우리 뒤나 따라다니면서 놓치는 몬스터들 한두 마리 정도나 처리하는 식으로 움직일 거라 생각했는데….

"죽으려고 환장했나?"

나도 같은 생각이다.

"솔직히 그런 쓰레기는 죽어도 싸지."

"조원이 죽으면 우리 다 평가 점수 깎이는 거 아니야?"

"자기가 먼저 개별 행동 하겠다고 했고 혼자 와서 그런 거니 우리는 상관없을…."

순간 너무 놀라서 말을 멈추고 말았다.

우리가 들어올 때까지만 해도 푸르던 하늘이, 노랗게 물들기 시작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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