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카데미의 검술 강사가 되었다-61화 (61/275)

아카데미의 검술 강사가 되었다 (61)

A 랭크 승급 심사

세진이를 기숙사까지 데려다주고 바로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강 선생? 이 시간에 전화를 다 하고, 무슨 일이야?

"교감 선생님께 긴히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 잠깐 통화 괜찮으시죠?"

아까 세진이에게 아버지 번호를 받긴 했지만 일면식도 없는 내가 전화하는 것보단 교감을 통하는 게 더 나을 테니까.

―괜찮네.

"세진이가 오늘 저녁 시간에 쓰러져서 보건실에 가는 일이 있었습니다."

―뭐라고?

"김 선생님이 보기에는 특별한 이상은 없고 과로인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수액도 맞고 보건실에서 좀 재우다가 지금 막 기숙사로 데려다주고 전화드린 겁니다."

―과로라니…. 그래도 특별한 이상은 없다니 다행이군.

"세진이를 좀 쉬게 했으면 하는데, 솔직히 보강 수업을 듣지 않아도 세진이 실력이면 무투 대회 우승은 문제없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 보강 수업은 자네 담당이니 자네가 결정할 일이지 않나?

"이미 보강은 원하면 언제든지 이야기하고 쉬라고 말해 놨습니다. 제가 연락드린 건 보강이 아니라 세진이의 주말 일정 때문이에요."

―주말 일정?

"세진이가 주말에 외출해서 포탈 공략 다니는 거 아시죠?‘

―알지. 이번에 자기 딸 WHCU 대회 꼭 우승시키고 싶다고 귀찮을 정도로 부탁해서 허락했지. 그게 왜?

"세진이 녀석, 컨디션도 안 좋은데 내일도 포탈 공략을 가겠다고 하더라고요."

―과로로 쓰러지기까지 했다면서. 이번 주는 쉬는 게 나을 것 같은데, 부친에게 말하고 쉬라고 하지그래?

"저도 그래서 세진이랑 이야기를 해 봤는데 아버님이 많이 극성이시라서 쉬겠다는 말을 못 하겠다고 하던데요."

―대찬이 그 친구가 예전부터 조금 독한 면이 있다고 생각은 했지만 그렇게까지 할 줄이야.

"요새 과제도 많고 학생회 일도 있고 보강까지 하는데, 주말까지도 못 쉬는 건 좀 아닌 것 같습니다. 훈련만큼 휴식도 중요한 거니까요. 그리고 주말 이틀 포탈 공략 다닌다고 해서 마나가 늘면 얼마나 늘겠습니까?"

―그렇지.

"세진이 녀석 요새 하루에 세 시간도 못 잔다네요. 살도 엄청 빠졌고 이러다 애 잡는 거 아닌지…. 교감 선생님이 세진이 아버지께 이야기 좀 잘해 주세요."

―내일 못 간다고 말해 주라고? 어떻게 이야기하면 되겠나?

"다른 학생들과 형평성을 위해서 외출이 어려울 것 같다고 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괜히 또 세진이가 하기 싫어서 교감 선생님께 이야기했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으니까요."

―알겠네. 내 통화하고 다시 연락하지.

전화를 끊고 기숙사로 돌아가는데 교감에게 전화가 왔다.

처음에는 된다고 했으면서 이제 와서 왜 말을 바꾸냐며 반발을 했지만, 내가 알려 준 것처럼 형평성을 이야기하자 납득했다고 한다.

역시 교감 선생님을 통해 전달하는 게 정답이었던 것 같다.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바로 세진이에게 문자를 보냈다.

*    *    *

"세진아, 안 자?"

"아, 독서실 가려고."

"오늘도 연등하려고?"

"응. 월요일에 제출해야 할 과제 아직 못 했거든."

"아까 쓰러져서 보건실 다녀왔다면서, 좀 쉬지. 과제는 내가 도와줄게."

"아니야. 내 과제인데 직접 해야지. 갔다 올게."

준비를 해서 방을 나왔다.

선생님이 이야기를 해 주시겠다고는 했지만, 아버지 성격이라면 허락해 주지 않을 가능성이 크니까.

물론 대신 이야기해 주시겠다고 한 것만으로도 고맙다.

특히 아까 내 학생이라고 말씀하실 땐 감동이었다.

1학년 아이들이 왜 강 선생님을 좋아하는지 알 것 같다.

실력이면 실력, 인성이면 인성, 정말 뭐 하나 빠지는 게 없으신데 나도 나중에 강 선생님 같은 헌터가 되고 싶다.

독서실에 도착해 들어가려는데 품속에서 진동이 느껴진다.

꺼내서 확인하니 아버지다.

강 선생님이 이야기하신 것 때문에 전화하신 것 같다.

선생님은 내게 피해가 안 가게 해 주신다고 하셨지만 워낙 눈치가 빠른 분이라 내가 부탁했다는 걸 눈치채셨을지도 모르겠다.

"네. 아버지."

―그래 아비다. 조금 전에 교감 선생님하고 통화했는데 갑자기 주말 외출이 불가능하다고 하는구나.

강 선생님이 아니라 교감 선생님하고 통화를 하셨다고?

강 선생님이 교감 선생님께 이야기를 하신 건가?

―지난주만 해도 아무 말 없이 보내 줬으면서 왜 바꾸냐고 하니 다른 학생들과 형평성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그러던데… 혹시 네게도 무슨 이야기 하지 않더냐?

"아니요. 저는 딱히 들은 건 없는데…."

―그래? 참, 네 보강 선생이 누구랬지?

"강신혁 선생님인데… 왜요?"

―누가 형평성 운운하는 이야기를 꺼냈냐고 물어보니 네 보강 담당하는 선생이 그런 이야기를 했다던데.

"아, 강 선생님이 약간 원칙을 철저히 지키시는 경향이 있어서요."

―원칙주의자? 네가 주말에 보강 수업을 안 듣는다니까 그런 거 아니냐?

"네?"

―세진이 네가 주말에 자기가 가르치는 보강 안 받고 포탈 공략 다닌다니까 무시당했다고 생각해서 그런 거 아니야?

"그런 건 아닐 거예요…."

―아니긴 뭐가 아니야. 그럼 문제 제기할 이유가 뭔데? 자기가 학생도 아닌데 말이야. 꼴에 자기가 가르치면 얼마나 잘 가르친다고. 어차피 무투 대회는 당연히 세진이 네가 우승일 텐데.

"…."

―하여간 선생이라는 것들이 학생들 도움이 되는 일이면 협조를 좀 해 줄 생각을 해야지. 무슨 놈의 원칙 타령인지.

한참을 불만을 토로하시다 실습 때라도 최대한 몬스터를 많이 잡으라고 하시고 전화를 끊으셨다.

메신저가 와 있는데 강 선생님이다.

[또 연등하는 거 아니지? 교감 선생님께 부탁드렸더니 아버님께 잘 이야기하셨대. 이제 주말에 포탈 공략하러 가지 않아도 돼. 그렇다고 바로 보강 나올 생각하지 말고 적어도 내일은 푹 쉬어.]

[아버지랑 방금 통화했어요. 감사합니다.]

이제부터 주말에 포탈 공략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건 기쁘지만 기쁨보다 선생님 걱정이 앞선다.

강 선생님을 아주 안 좋게 생각하시는 것 같은데, 일요일 승급 심사 때 만나서 괜한 트집을 잡지는 않을지….

선생님은 나를 위해서 나서 주셨는데 통화했을 때 선생님이 그런 분이 아니라고 강하고 확실하게 말할 걸, 후회된다.

*    *    *

오늘은 일요일, 승급 심사가 있는 날이다.

바로 포탈로 가는 게 아니라 8시까지 협회로 가야 해서 식사도 거르고 일찍 학교를 나섰다.

주말이라 출근하는 사람들이 없어서 그런지 차가 별로 안 막혀 생각보다 빨리 협회가 있는 강남에 도착했다.

헌터 협회는 10층은 훌쩍 넘을 것 같은 건물을 통째로 쓰고 있다.

그것도 강남에서.

이 세상에서도 강남은 땅값 비싸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곳이지만 헌터 협회는 한국에 있는 그 어떤 협회보다 부유하다.

헌터들이 납부한 세금 중 일부는 헌터 협회에 들어가는데, 일부라고 해도 헌터는 일반인에 비해 고소득자니까.

협회장의 권한이 꽤 막강해서 많이 해 먹다가 주인공에게 참교육당하는 에피소드도 있다.

지금도 비리를 저지르고 있겠지만 당장은 어쩔 도리가 없다.

원작에서 주인공이 참교육할 땐 재벌가인 집안의 도움을 받아 해결하는데, 일개 교사인 나 혼자로는 바위에 계란 치기니까.

나중에 주인공이 해결해 주겠지 생각하며 협회 지하 주차장에 차를 대고 내리려는데, 휴대폰이 계속 울린다.

[선생님, 심사 잘 보세요.]

[선생님, 파이팅]

[선생님이라면 반드시 통과하실 거예요! 파이팅!]

전화가 온 줄 알았는데 검술반 녀석들이다.

수업 때는 이야기하진 않았던 것 같은데, 보강 수업받는 녀석들이 이야기한 건가?

일일이 답장을 해 주기엔 메시지가 너무 많이 와서 검술반 단체 채팅방에 고맙다고 답장을 남기고 검을 챙겨 내렸다.

건물 안에 들어서는데 주말 이른 시간인데도 꽤 사람들이 많다.

안내 데스크에 가서 헌터증을 제시하며 오늘 A 랭크 승급 심사를 보러 왔다고 했다.

"확인되셨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3분 정도 기다리자 풍채 좋은 남자 1명이 내 쪽으로 다가온다.

"강신혁 헌터? 화면보다 실물이 훨씬 잘생겼네. 반가워요. 오늘 심사를 맡은 박현식이에요."

"강신혁입니다."

"20대라고 알고 있는데, 내가 연상이고 심사관이니 말 편하게 해도 괜찮죠?"

"네. 괜찮습니다."

"그럼 일단 마나 측정 먼저 해야 하니 같이 6층으로 갈까?"

"네."

현식의 뒤를 따라 엘리베이터를 타고 6층으로 이동했다.

이동하면서 묻지도 않았는데 심사에 대해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해 주며 말을 붙여 왔다.

처음엔 초면에 대뜸 말을 놓겠다고 해서 살짝 무례하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대화를 나눠 보니 그냥 사람 자체가 털털하고 붙임성이 좋은 것 같다.

이틀 전에 교감에게 조언을 들어서 전부 아는 것들이었지만 적당히 대꾸해 주며 6층에 도착했다.

"줄이 왜 이렇게 길어?"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길게 늘어선 줄이 보인다.

"그러게요. 무슨 일 있나."

마나 측정은 금방 끝난다고 들었는데… 뭐지?

현식 씨와 함께 앞쪽에 가서 등록을 하며 물어보니 측정 기계를 원래 다섯 대 운영하는데 세 대가 어제 수리에 들어갔고 업무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밀린 거라고 한다.

다행히 알고 있던 대로 측정 자체는 오래 걸리지 않아 줄은 빠르게 줄어들었고 금방 내 차례가 됐다.

"방법은 알지? B 랭크는 50만이었지만 A 랭크 기준은 100만을 넘겨야 해."

"네."

실제로는 처음이지만 원작에서 주인공이 측정하는 장면을 봤기에 런닝머신과 비슷하게 생긴 기계에 올라섰다.

앞에 있는 손잡이에 손을 대고 마나를 주입하면 앞에 달린 화면에 마나가 수치화되어 표시된다.

현식 씨 말처럼 랭크 별로 일정 기준을 넘겨야 하는데, 가장 낮은 F 랭크는 5천이고 E 랭크는 2만, D 랭크 10만, C 랭크 30만, B 랭크 50만, A 랭크 100만, S 랭크는 500만 이상이다.

최대 천만까지 측정이 된다고 하는데, 지금은 천만을 넘기는 사람이 없지만 졸업 이후에 측정을 하러 온 원작의 주인공이 천만을 넘기며 기계를 고장 낸다.

기계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판단해 재측정을 하게 되지만 다른 기계들까지 모조리 박살을 내 버려 역대 최초로 측정 불가 판정을 받는다.

나도 마음만 먹는다면야 그렇게 할 수 있을 것 같긴 하지만 딱히 그렇게 할 생각은 없다.

마나 측정은 최소 조건일 뿐이니까.

마나의 양 말고도 여러 가지 조건들을 충족해야 해서 높게 나와 봤자 별 의미 없다.

"뭐 해?"

"아, 아니요. 바로 하겠습니다."

잡생각이 많았다.

바로 손잡이를 잡고 마나를 흘려보냈다.

수치가 빠르게 올라가는데… 어라?

A 랭크 헌터의 상징은 검기다.

딱 검기를 일으킬 정도의 내공이면 충분할 것 같아서 조절을 했는데 수치가 이상하다.

[473만]

내가 검기를 검강으로 착각했나?

그럴 리가 없는데, 뭐지?

심지어 아직 검기를 만드는 데 필요한 내공의 절반도 안 들어갔다.

"너 뭐야? 실력자라고 듣긴 했는데 표정 하나 안 바뀌고 473만?"

"473만?"

"와, 방금 들었어? 473만이래. 그 정도면 거의 S 랭크 수준 아니야?"

"S 랭크 기준이 500만 아니었어? 저 사람 누구야?"

뒤에 기다리던 사람들이 웅성댄다.

옆에서 지켜보던 현식 씨가 많이 놀랐는지 너무 큰 목소리로 말해서 다 들은 모양이다.

"이미 측정은 통과했는데 혹시 아직 여력이 있어? 그럼 조금 더…."

은근히 기대하는 눈치인데 미안하지만 나는 관심 종자가 아니다.

마나 수치가 높게 나온다고 S 랭크 헌터로 바로 승급시켜주는 것도 아니고, 굳이 무리할 필요가 없다.

"이게 최선입니다."

말과 동시에 기계에서 손을 떼고 내려왔다.

"아쉽네. 조금만 더 했으면 500만도 넘길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래도 대단한데?"

"오늘 컨디션이 좋은 것 같네요."

"컨디션이 좋다고 해도 그렇지, 나도 겨우 130만밖에 안 되는데. 소문이 사실이었나 보네."

"하하…. 그래도 마나의 양이 헌터의 실력을 대변하는 건 아니잖아요."

"그건 맞지."

"그럼 이제 포탈로 바로 가는 건가요?"

"아직 메인 심사관이신 김대찬 헌터님이 안 오셨어. 다른 A 랭크 심사자들도 측정해야 하니까 조금 기다려야 될 것 같은데. 지상 주차장에 가면 미니 버스 준비되어 있으니까 거기로 가 있어."

"다 같이 가는 건가요? 저 차 가져왔는데."

"개인 차량이 편하면 개인 차로 이동해도 되긴 하는데 어차피 심사 보고 헌터증 재발급하려면 다시 와야 하거든. 같이 가는 게 낫지 않아?"

듣고 보니 다시 협회까지 와야 한다면 굳이 차를 몰고 갈 필요가 없을 것 같아 알겠다고 말하고 주차장으로 향했다.

미니 버스가 여러 대 있었지만 차량 앞쪽에 랭크가 다 적혀 있고 헷갈리지 않게 버스 옆에는 심사자들 이름까지 적혀 있어 내 이름이 적힌 버스에 탑승했다.

휴대폰으로 웹 서핑을 하며 시간을 때우다 보니 1명씩 사람들이 들어온다.

인사를 해야 하나 고민했지만 다들 심사 때문에 긴장했는지 말이 없길래 나도 따로 인사를 하지 않았다.

그렇게 나를 제외하고 4명이 더 들어온 상태에서 5분 정도 더 기다리자 아까 만났던 현식 씨를 비롯한 심사관들이 들어오는데 유독 한 명이 눈에 띈다.

교감만큼은 아니더라도 떡 벌어진 어깨에 체격이 상당히 좋고 눈매는 약간 날카롭다.

딸은 아빠를 닮는다더니 약간 닮은 것 같기도 하다.

"반갑습니다. 오늘 메인 심사관을 맡게 된 김대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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