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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의 검술 강사가 되었다-90화 (90/275)

아카데미의 검술 강사가 되었다 (90)

나를 음해하는 허위 기사가 나온 지도 벌써 4일이 지났다.

이제 나를 욕하는 사람은 없다.

당일 바로 반박 기사가 나갔고 거대 로펌 변호사도 선임해서 데스패치와 악플러에 대한 처리까지 맡겼으니까.

사실 반박 기사도 반박 기사지만 STB의 영향이 더 큰 것 같다.

승급한 지 반년도 채 되지 않은 A 랭크 헌터가 S 랭크 헌터에게 도전.

지금 사람들의 관심은 내 사생활이 아니라 국내 첫 번째 STB에 집중됐다.

화제는 다른 화제로 덮는다.

처음부터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일이 잘 풀렸다.

내게 지목을 당한 김대찬은 다음 날 아침 결투를 승낙했다.

예상했던 결과다.

지난번에 한 번 싸운 전적이 있으니 내 상대가 안 된다는 걸 알겠지만 특별한 사유 없이 거절할 시에는 패배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재시험도 봐야 하니까.

사실 재시험보다는 S 랭크 헌터가 A 랭크 헌터에게 지목을 당했는데 싸워 보지도 않고 포기한다?

앞으로 대한민국에서는 고개를 들고 살아갈 수 없을 거다.

결투 날짜는 이번 주 일요일.

혹시 놈이 이상한 핑계를 대며 질질 끌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국민들의 관심이 엄청나게 몰려서 그런지 상당히 빨리 잡혔다.

"치킨 나왔습니다. 2마리 시키셨으니까 콜라 큰 거 서비스로 드릴게요. 냉장고에서 가져가세요."

"감사합니다."

"저기… 손님, 혹시 강신혁…."

아까 마트에서는 괜찮았는데 이런 시골 치킨집에서 나를 알아볼 줄이야.

전보다 더 유명세를 탄 것 같다.

"아, 평소에도 제가 강신혁 씨 닮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강신혁 씨는 모레 결투인데 제가 강신혁이라면 여기 있겠어요?"

"하긴 그건 그렇네요. 조심히 가세요."

치킨을 챙겨 다시 차에 왔다.

오늘은 금요일.

결투까지 단 이틀밖에 남지 않았지만, 수업이 끝나자마자 학교를 나와 강원도에 왔다.

지난주에도 개학이고 일도 많아 못 간다고 말해서 한 주를 걸렀다.

그런데 이번 주까지 말도 안 하고 안 간다?

올 때부터 갈 때까지 내내 바가지를 긁힐 거다.

산 입구에 도착해 주차를 하고 치킨을 비롯해 각종 물건을 챙겨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2주 만에 오는 거라 짐이 꽤 많지만 내공을 끌어올려 속도를 높이니 1시간도 안 돼 포탈에 도착했다.

"왔냐? 오, 이 냄새는… 치킨 사 왔구나?"

"네. 잘 계셨습니까? 다른 것도 많이 사 왔습니다."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바로 가방과 봉지를 채 간다.

"이건 내가 들어 주마."

아주 나는 안중에도 없다.

보이지도 않을 속도로 동굴 쪽으로 사라지는데 2주 만이라 그런지 아주 신난 것 같다.

동굴에 가 보니 그새 입에 튀김가루와 양념을 잔뜩 묻혀 가며 치킨을 먹고 있다.

"좀 같이 먹지. 치사하게 혼자 드십니까?"

"시간 지나면 눅눅해지잖아. 평소엔 잘 먹지도 않았으면서."

"일 끝나고 바로 와서 아무것도 안 먹었거든요."

"그럼 너도 얼른 먹던가. 벌써 좀 눅눅한데."

"치킨집이랑 여기랑 거리가 있는데 어쩔 수 없죠. 눅눅해서 싫으면 드시지 마세요."

"눅눅하다고 했지 안 먹는다곤 안 했다."

"그럼 불평하지 말고 곱게 드세요."

"영상을 보니 원래 이 치킨이라는 요리는 갓 튀겨서 바삭바삭할 때 먹어야 제맛이라던데."

"다음에 올 때 식용유량 닭 사다 드릴 테니까 직접 튀겨 드시던가요."

"아니, 나는 요리에 소질이 없다."

"그럼 저보고 튀기라고요?"

"오, 할 줄 아냐?"

"해 본 적 없는데요."

레시피 찾아서 보고 따라 하면 할 수는 있겠지만 솔직히 너무 귀찮다.

"그럼 그 에어프라이어라는 거 하나 사 오면 안 되냐?"

"에어프라이어요? 그건 또 어디서 보셨습니까?"

"얼마 전에 동영상 보다가 봤지. 그 에어프라이어라는 거에 넣고 돌리기만 하면 다시 바삭바삭하고 맛있어진다고 하던데."

"사 와 봤자 여기선 못 써요. 전기가 없어서."

"전기? 이 노트북을 가동하는 힘 말하는 거냐?"

"네."

"그럼 노트북처럼 자동 충전이 되는 거로 사면 되지 않느냐?"

"그런 에어프라이어는 없어요. 노트북보다 전력이 훨씬 많이 필요하거든요."

"정말?"

"네. 정말 안 됩니다."

그냥 대충 좀 먹지.

오면서 약간 식긴 했지만 그리 오래되진 않아서 많이 눅눅하지도 않은데.

하여간 취향 참 까다롭다.

"다 먹으면 대련이나 하죠."

"대련? 먹고 바로 움직이면 안 좋아. 밤도 깊었는데 내일 하자."

"저 내일 오전에 갈 건데요."

"왜 그리 빨리 가냐?"

"모레 결투가 있거든요."

"누구랑?"

요약해서 사정을 설명했다.

"쯧쯧, 그러게 처음에 싸웠을 때 아예 작살을 내 놓지 그랬냐? 그랬으면 곱게 끝났을 일을 너도 참 귀찮게 산다."

"아니, 그 자식이 억지를 부리는데…. 됐고, 얼른 드세요. 대련이나 하게."

"먹고 바로 움직이면 안 좋다니까. 어차피 지난번에도 네가 이겼다면서?"

"이번에는 사부 말대로 아예 작살을 내 버리려고 그러는 거니까 협조 좀 하시죠."

"귀찮은데…."

"사부."

"알았다, 이놈아."

"잠깐만… 사부, 지금 뭐 합니까? 좋은 말할 때 그거 내려놓으시죠."

이 양반이 이미 다리 2개를 먹어 놓고 또 다리를 집는다.

"눈치 빠른 자식. 넌 다른 거 먹으면 되잖아."

말과 동시에 그대로 한 입 베어 물어 버린다.

혼자서 다리 3개는 선 넘는 건데….

"그렇게 나오신다 이거죠? 다음에 치킨 사 올 때 다리는 없을 겁니다."

"치사한 자식… 남은 거 하나 너 먹으면 되잖아."

"그럼 저도 하나는 남겨 올게요."

*    *    *

포탈을 나오자마자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한다.

밀려 있던 문자와 톡들이 쏟아지는데… 어? 결투 장소가 잠실종합운동장으로 바뀌었다.

원래는 강남에 있는 협회 본부 결투장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는데 관전 신청을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고 취재를 요청하는 방송사도 너무 많아서 변경했다고 한다.

하루 전에 이렇게 바꾸는 게 조금 그렇지만… 나야 뭐, 사람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으니 상관없다.

확인하면 연락을 달라고 해서 확인했다고 문자를 보내고 산을 내려왔다.

학교로 돌아오니 12시가 넘었다.

아직 학교 식당이 끝나진 않았겠지만 학교 어플로 메뉴를 확인해 보니 별로라 바로 기숙사에 왔다.

대충 때우려고 매점에 들어왔는데 사람이 상당히 많다.

올해부터 기숙사에 거주하는 미혼 교사들도 주말 외출이 비교적 자유로워졌지만, 학기 초다 보니 많이 안 나간 것 같다.

내일 있을 STB 때문인지 다들 나를 힐끗힐끗 쳐다보는 느낌이다.

얼른 고르고 올라가려고 라면 코너로 왔는데 익숙한 얼굴이 보인다.

"강 선생님?"

"민 선생님, 굿 애프터 눈입니다. 라면 드시게요?"

"네. 강 선생님도요?"

"네. 점심 메뉴가 별로잖아요. 어? 그거 지난주에 나온 신상인데 맹맹해서 별로예요. 그 옆에 있는 게 같이 나온 건데 훨씬 맛있어요."

"라면 자주 드시나 봐요?"

"보통 사람들보단 훨씬 많이 먹을걸요."

매주 사부의 최애인 참깨라면 한 박스와 신상 라면이 나올 때마다 사부에게 사다 주고 있으니까.

사부처럼 라면 없이 못 사는 체질 같은 건 아니지만 옆에 있다 보니 웬만한 라면은 다 먹어 봤다.

"선배님 저는 다 골랐… 어?"

뒤에서 단발머리를 한 여자분이 다가온다.

얼굴이 낯선데 올해 새로 온 선생님인 것 같다.

"제 대학 후배예요. 올해 새로 왔는데 1학년 영어 담당이에요."

"안녕하세요. 강신혁입니다."

"소, 송수연이에요. 그… 선생님 팬이에요."

"팬이요? 제가 연예인도 아닌데…."

"웬만한 연예인하고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엄청 인기 많으세요. 저, 괜찮으시면 사진 한 장만…."

"수연이 너 강 선생님 곤란해하게 왜 그래?"

"괜찮습니다. 사진 한 장 찍어 주는 게 뭐 어려운 일이라고."

"저기, 그럼 혹시 점심도 같이…."

"수연이 너 진짜…."

"괜찮습니다. 어차피 혼자 먹을 생각이었는데 여럿이 먹는 게 낫잖아요."

함께 점심을 먹고 방으로 돌아왔다.

반박 기사엔 내가 봐도 재수 없을 정도로 인터뷰가 실렸지만, 기부도 하고 어려운 학생들을 도와준 부분이 부각돼서 그런지 생각한 것보다 이미지가 그리 나빠지진 않은 것 같다.

서류 업무나 해 두려고 노트북을 켰지만, 아침에 사부랑 대련도 하고 운전도 오래 해서 그런지 피곤이 밀려온다.

한숨 자고 일어나서 해야겠다 생각하며 노트북을 덮고 침대에 누웠다.

드르륵― 드르륵―.

막 꿈나라로 가려던 찰나였는데 탁자 위에 올려 둔 휴대폰이 진동한다.

누군가 했더니 놀랍게도 김대찬이다.

―날세.

"네, 압니다. 무슨 일이신가요?"

―무슨 일? 그걸 정말 몰라서 묻나? 자네가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나?

"그건 제가 하고 싶은 말인데…. 아버님은 정말 제가 왜 이러는지 몰라서 물으십니까?"

―뭐?

"세진이가 WHCU에서 우승하면 앞으로 세진이에게 어떠한 간섭도 하지 않겠다고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약속을 먼저 깨뜨린 건 아버님이시죠."

―그, 그건… 그래. 자네가 먼저 세진이에게 헛바람을 불어넣어 다른 길드로 가게 했지 않나?

헛바람? 진짜 개소리가 따로 없다.

"뭘 알고 이야기를 하시죠. 아레스가 아닌 안티로이더 길드를 택한 건 세진이의 선택이었습니다."

―그럴 리가 없네.

"못 믿으시겠으면 직접 물어보시던가요."

―자네가 이미 자기 선택이라고 세뇌시켰겠지.

세뇌? 누가 들으면 내가 최면술사라도 되는 줄 알겠다.

"억지 좀 그만 부리시죠."

―억지? 하아…. 그래, 내가 졌네. 자네랑 처음에 이야기했던 대로 앞으로는 세진이가 뭘 하든 간섭하지 않겠네. 그 대신 내일 STB는 취소… 아니, 당장 내일이니 취소는 힘들 테니 자네가 적당히….

"취소할 생각도 없고 적당히 봐드릴 생각도 없습니다만?"

―이 사람이 진짜…. 내가 한발 물러서겠다고 하지 않았나? 나랑 진짜 끝까지 가 보자는 건가?

"그러게 처음부터 약속을 지키셨으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왜 그러셨습니까?"

―내가 뭘….

"세진이에게 다시 전화해서 아레스로 오라고 협박하셨지 않습니까? 그리고 남 인생 망칠 거면 본인 인생도 걸어야 한다는 것 모르십니까?"

―인생을 망치다니 그게 무슨 소린가? 내가 뭐 자네를 어떻게 했다고!

"며칠 전에 나왔던 말도 안 되는 허위 기사 아버님 쪽에서 손 쓰신 거라는 걸 제가 모른다고 생각하십니까?"

―아니, 뭔가 오해하는 것 같은데….

"잡아뗄 생각 하지 마시죠. 세진이의 훈련 스케줄과 장소를 알고 있는 사람은 동행했던 본인들을 제외하면 아버님뿐입니다."

정곡을 찔렸는지 말이 없다.

"할 말 없으신가 보네요."

―그, 그건 자네가 세진이를 두고 다른 여자를 만나는 것 같아서 아버지로서 걱정이 돼서…. 그 부분은 사과하겠네.

자기 길드 안 갔다고 집에서 쫓아내 놓고 이제 와서 뭐? 아버지로서 걱정?

진짜 사람이 어쩜 이리 역겨울 수가 있는 건지….

대단하다.

"이제 와서요? 역겨우니까 말 같지도 않은 소리 그만하시죠. 이만 끊겠습니다."

―아니, 잠깐만! 끊지 말게. 내가 뭘 어떻게 하면 되겠나?

"뭘 어떻게 하긴요. 이렇게 전화할 시간이 있으면 얼른 결투 준비나 하시는 게 나을 겁니다. 내일 개망신당하기 싫으시면."

―뭐?

"아, 물론 준비하신다고 결과가 바뀌는 일은 없겠지만… 뭐, 안 하는 것보다 낫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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