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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의 검술 강사가 되었다-121화 (121/275)

아카데미의 검술 강사가 되었다 (121)

오해

같은 헌터 1학교에서 근무해서 그런지 나를 김만동 라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하지만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애초에 나는 교감 김만동을 썩 좋아하지 않는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처음 대련부터 내게 억지를 부렸고 이미 조건을 맞춰 거래를 해 놓고 부당한 요구를 한 적도 더러 있으니까.

자기 딴에는 날 챙겨줬다고 말하는데 실제로 해 준 게 뭐가 있나?

평일에 연차 쓰게 해 준 거?

내가 뭐 아무 이유 없이 쉬었나?

내가 학교에 온 이유는 주인공들을 만나서 친분을 쌓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지금 내 실력이면 주인공들에게 더는 연연할 필요 없다.

마왕이 강림하고 세상에 몬스터가 넘쳐 나도 내 한 몸 건사할 능력은 충분하니까.

애초에 이제 원작이 어떻게 바뀌든 연연하지 않겠다고 다짐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학교에 계속 있었던 이유는 교사라는 직업 자체에 매력을 느꼈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선생이라고 믿어 주고 정을 줬고 나도 그런 학생들이 좋았으니까.

하지만 거지 같은 부당함을 견디며 계속할 정도는 아니다.

내가 뭐가 아쉬워서.

능력도 있고, 돈도 있고, 정보도 있다.

애초에 내가 처음에 이 세상에 왔을 때도 즐기면서 인싸로 살겠다고 했는데 내가 그동안 즐긴 게 있나?

그 흔한 클럽 한 번 못 가 보고 데이트도 한 번 못 해 보고 여자친구도 없는데….

"강 선생님, 준비 다 됐어요. 죄송해요. 아버지가 또 귀찮게…."

교감은 결투를 받아들였다.

저번 대련처럼 사람을 불러 놓고 하는 건 아니지만 배리어 마법 작동을 해 줄 사람은 필요해 김 선생을 호출했다.

"아니요. 먼저 결투를 신청한 건 접니다."

"네? 강 선생님이요?"

여태까지 참은 이유 중에는 교감이 김 선생의 아버지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김 선생에겐 도움을 많이 받기도 했고 동료라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한 번쯤은 정리해야 할 것 같아서요."

하지만 참는 것도 한계가 있는 법이다.

당황한 표정을 짓는 김 선생을 뒤로하고 결투장에 올라왔다.

고개를 까딱거리며 몸을 풀고 있는 교감이 보인다.

"이봐… 강 선생, S 랭크 헌터라고 다 같은 S 랭크 헌터가 아닐세."

누가 할 소리.

가소롭다.

"준비 끝났다고 하니 배리어가 생기면 바로 시작하는 거로 하죠?"

한마디 할까 했지만 굳이 말을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러지."

잠시 후 배리어가 만들어지자 동시에 교감이 쇄도해 온다.

아니 쇄도해 오려 했지만 나는 봐줄 생각이 전혀 없다.

서걱― 서걱―.

쿵!

무형검으로 다리를 잘라 버리자 달려오던 교감이 그대로 고꾸라진다.

루시엘 조차 막아 내지 못했던 기술이 무형검인데 교감이 막을 리가 없지.

스윽― 스윽―.

방심하지 않고 그대로 양팔도 잘라 버렸다.

"아… 아빠!"

배리어를 해제하고 김 선생이 올라오며 결투는 끝났다.

교감에게 다가가 회복 마법을 사용해 팔과 다리를 다시 붙여 줬다.

김 선생이 마법사긴 하지만, 마나는 S 랭크 헌터인 교감이 훨씬 많아 제대로 치료할 수 없을 테니까.

재생 마법으로 복구하는 게 더 낫긴 하지만 저번처럼 또 고집부리며 싸우자고 할지도 몰라 회복 마법을 사용해 팔을 붙였다.

"S 랭크 헌터라고 다 같은 S 랭크 헌터가 아닙니다."

교감이 했던 말을 되돌려 주고 결투장을 나왔다.

그런데 어째 생각했던 것만큼 후련하진 않다.

*    *    *

"끄응, 강 선생이 저렇게 강할 줄 몰랐네. 이거 완전히 체면을 구겼어."

"말 그만하시고 움직이지도 마세요. 강 선생님에게 도대체 뭐라고 하신 거예요?"

"응? 아니, 선화 너 너무한 거 아니야? 강 선생이 아비를 이렇게 만들었는데. 결투도 저 자식이 먼저 신청했어."

"저도 들었어요. 하지만 원인 제공은 아빠가 했겠죠. 강 선생님이 아버지처럼 대련에 환장한 사람도 아닌데."

"…그렇게 강 선생이 좋냐?"

"지,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아닌 척하기는."

"네?"

"이번에 강 선생 반이 2학년 전체 성적 꼴찌야."

"강 선생님 반이 꼴찌라고요?"

"지난번 사고로 애들이 실습도 못 했고 민하라는 학생이 시험도 못 봐서 그렇게 됐지."

"그럼 강 선생님이 잘못이 아니잖아요. 오히려 강 선생님이 범인도 잡았는데…."

"나도 알지만 꼴찌는 꼴찌지. 꼴찌 반 담임 교사는 방학 때 보충 연수를 받아야 하는데 그걸 신입 교사 연수 총교관으로 바꿔 주겠다고 했다."

"신입 교사 연수 총교관… 그거 원래 아빠가 하기로 되어 있던 거잖아요."

"보강 연수보단 신입 교사 연수가 길긴 하지만 총교관은 할 게 별로 없어. 그리고 실제로는 총교관도 시킬 생각 없었고."

"네?"

"강 선생이 총교관을 하겠다고 하면 연수 시작하는 날에 너랑 같이 가서 바꿔 주려고 했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네가 부탁해서 내가 대신 총교관 해 주는 거라고 하면서 너랑 데이트라도 하라고 할 생각이었지."

"데, 데이트요?"

"네가 강 선생 좋아한다는 걸 이 아비가 모를 줄 알았냐?"

"진짜…. 제 연애는 제가 알아서 해요."

"알아서는 무슨. 강 선생 인기 많은 건 너도 알 텐데? 여유 부릴 때가 아니야. 이설이만 해도 딱 보니 강 선생 때문에 학교에 온 것 같은데."

"네? 아니, 이설이는…."

"평소에 학교 답답하다고 절대 안 오겠다던 녀석이 갑자기 왜 선생을 하겠다고 했겠어?"

"그렇다고 시키지도 않은 일을 해서… 이게 뭐예요."

"강 선생이 내게 좀 쌓인 게 있었나 봐. 대범한 줄 알았는데 은근히 속이 좁… 앗!"

"강 선생님 욕하지 마세요."

"어휴, 진짜… 딸자식 키워 봐야 소용없다더니."

*    *    *

―왜 또 저기압이야?

"어? 뭐가."

―표정이 안 좋은데? 마음에 안 들던 사람 두들겨 패 줬다며. 네가 이긴 거 아니야?

"이겼지. 그런데 그게 의미가 있을까 싶어서."

사실 교감의 말 중에 틀린 건 없었다.

사정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우리 반이 꼴찌를 했고 꼴지 반 담임 연수보다 총교관을 하는 게 더 낫긴 하니까.

따지고 보면 교감이 날 배려한 게 맞다.

그 배려에 자기 업무를 떠넘기는 게 포함된 건 문제지만.

게다가 내가 이기면 보강을 안 가겠다고 조건을 따로 건 것도 아니라서 대련을 이겼다고 해도 달라질 건 없다.

역시 학교를 그만둬야 할까?

이젠 학교를 그만두고 좀 즐기면서 살아도 괜찮을 것 같은데….

주인공이 학교를 졸업하는 3년, 그 뒤에 정부, 안타스와 싸우는 게 2년 정도 후니 앞으로 최소 5년 정도는 별문제 없다.

이후에 세상에 몬스터가 쏟아져 나오고 마왕까지 강림해도 주인공들이 알아서 해결해 주겠지.

그 시기에 맞춰서 사부가 있던 포탈에서 한 3년 정도 지내다 오면 그만이다.

그동안 내가 벌인 일 때문에 미래가 약간 바뀌긴 했겠지만 주인공들의 성장에 그리 큰 영향은 없을 것 같다.

사부는 떠났지만 포탈에 내공심법은 그대로 남아 있고 루시엘에게도 나중에 김도현과 이지성이 찾아오면 마과도 주고 마법도 가르쳐 주라고 했으니까.

"저기… 루시엘, 겉모습을 바꾸는 마법 같은 거 없어?"

―겉모습? 있긴 한데, 왜? 아, 내가 계속 못생겼다니까 내 취향에 맞추려고?

"어?"

―됐어. 어차피 마법을 써도 내 시선으로 보면 지금 얼굴로 보이거든. 못생겼긴 해도 보다 보니 적응됐으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마.

이 녀석 봐라?

지난번에 분명히 상처 주는 말 안 하기로 약속했으면서 은근슬쩍 시비를 건다.

"착각도 유분수지. 누가 네 취향에 맞추려고 마법을 배우겠냐?"

―그럼 왜?

"너는 모르겠지만 내가 좀 유명해서 사람들이 다 알아보거든."

―그럼 좋은 거 아니야? 왜, 모습 바꿔서 나쁜 짓이라도 하려고?

"나쁜 짓은 무슨. 나도 다른 사람 시선 신경 안 쓰고 편하게 지내고 싶어서."

―남들 시선 같은 건 그냥 네가 신경 안 쓰면 그만 아니야?

"그게 말처럼 쉬우면 이런 말도 안 했지. 음… 그래, 내가 좋다는 여자가 있어도 이 사람이 진짜 나를 좋아하는지, 아니면 내 배경을 보고 접근했는지 알 수 없잖아."

―뭐?

"뭘 그렇게 놀라?"

―그, 그런 불순한 의도라면 알려 줄 수 없어.

"불순하긴 뭐가 불순해? 뭐, 그럼 나는 평생 솔로로 사냐. 나도 나이가 있는데."

―아, 아무튼… 안 돼!

"그럼 속마음을 읽는 마법 같은 건 없어?"

―그… 그런 게 있을 리가 없잖아.

"그럼 그냥 외모 바꾸는 마법 알려 줘. 다음에 올 땐 초코바 두 배로 사 올게."

―됐어! 안 먹어!

갑자기 먹던 초코바까지 내던지곤 자리를 떠 버린다.

뭘 저렇게 과민 반응을 하는 거지?

내가 연애하는 게 그렇게… 아! 알겠다.

루시엘 녀석, 내가 애인이 생기면 이곳에 자주 오지 않을 까 봐 그런 것 같다.

확실히 줄어들긴 하겠지만 그래도 지금처럼 한 달에 한 번 이상은 오겠다고 하면 알려 주지 않을까?

*    *    *

"다들 시험 보느라 수고했어."

우리 반 기말고사 성적은 나쁘지 않다.

아니, 오히려 꽤 좋은 편이다.

반 평균으로 3등을 했으니까.

하지만 중간고사와 그동안 실습 점수 및 다른 교사들에게 받은 상점까지 다 합치면 1학기 꼴찌 확정이다.

바로 위의 반과 차이는 무려 상점으로 100점 차이.

내가 상점 100점을 주면 꼴찌를 벗어나겠지만 그러면 당연히 말 나온다.

애초에 일반 교사가 한 달에 줄 수 있는 상점과 벌점은 20점이다.

우리 반 학생에게 20점을 주고 9등 반에게 벌점 20점을 줘도 60점 차이다.

교감에게는 안 갈 거라고 했지만 교감이 나를 엿 먹이려고 만든 제도가 아니라 정말로 원래 있던 제도니 거절할 명분이 없다.

어휴, 그냥 신입 교사 연수 총교관을 하겠다고 할 걸 그랬나?

하지만 그렇게 결투까지 해 놓고 이제 와서 다시 저 총교관 시켜 주세요, 할 만큼 낯짝이 두껍지 못하다.

교감도 별말이 없고 김 선생과도 그날 이후로 따로 연락을 한 적이 없다.

충격을 많이 받았나?

팔다리를 전부 자른 건 좀 심하긴 했지만 그래도 결투 끝나자마자 바로 다시 붙여 줬는데….

다음 날 교감은 멀쩡하게 출근도 했고.

루시엘 녀석이 외형 변화 마법만 알려 줬으면 사표를 냈을 텐데.

애인이 생겨도 지금처럼 자주 오겠다고 했지만 나를 못 믿는 건지 안 된다며 초코바 다섯 배도 거절했다.

이번에 가면 열 배를 준다고 해 볼까?

하여간 사부가 떠난 뒤로 되는 것도 없고 마음에 드는 게 하나도 없진… 않네.

내일 세진이네 고양이를 보러 가기로 한 게 생각났다.

가서 고양이랑 놀아 주면서 힐링이나 해야지.

여기도 이름은 달라도 츄르랑 비슷한 게 있지 않을까?

없으면 캔 사료랑 장난감도 잔뜩 사 가야겠다.

"쌤, 성적 정정은 언제까지예요?"

"정정 기간은 다음 주 화요일까지니까 문제 있으면 과목 선생님들 찾아가서 문의하고, 질문할 거 있는 사람 있어?"

"쌤, 저희 방학 때 단합 대회 가기로 한 거 전부 동의받았어요."

하아… 생각해 보니 이것도 있었지.

지난주인가 지지난주인가 학급 회의 시간에 여름 방학 때 다 같이 단합 대회를 가자는 의견이 나왔다.

당연히 나도 같이 가야 한다고 해서 안 된다고 했지만, 교사는 학급 회의 투표권이 없다.

단합 대회는 만장일치로 가결됐고 최후의 수단으로 부모님에게 동의를 받아 오라고 했다.

방학 때 무슨 민폐냐며 안 된다고 할 부모가 한 명쯤은 있을 줄 알았는데….

"장소는 정했고?"

"네. 여름이면 역시 바다죠. 함평 쪽에 돌머리해수욕장?"

"함평? 전라남도 함평? 가는 데만 몇 시간 걸릴 것 같은데."

"근처에 무안 공항 있잖아요. 서울에서 출발해서 비행기 타고 가면 돼요."

"비행기 타면 비싸지 않아?"

"연수 아버지가 항공사에서 일하셔서 알아봤는데 편도 3만 원도 안 한대요."

"재현이 외가에서 해수욕장 근처에서 펜션 한다고 픽업도 해 주신다고 했어요."

…아주 계획을 다 짜 놨네.

날짜는 아직이라고 해서 정해지면 알려 달라고 하고 종례를 마치고 교실을 나왔다.

얼른 가서 퇴근이나 하고 나가야겠다.

아침에 박 선생님이 아내가 친정 갔다면서 한잔하자고 하시던데, 같이 가서 술이나 마셔야겠다.

"저기, 선생님?"

뒤를 돌아보니 우리 반 반장 민하다.

"그래, 반장. 왜?"

"혹시 무슨 고민 있으세요? 며칠 전부터 계속 표정이 안 좋으신 것 같아서…."

"일은 무슨…. 아, 단합 대회 일정은 방학하고 2주 이후로 잡아."

"무슨 일 있으세요?"

"선생님 보강 연수 가야 하거든."

"보강 연수요?"

우리 반이 1학기 꼴찌라서 가는 거라고 할까 하다가 괜히 민하가 자책할까 봐 별말 하지 않고 그냥 교무실로 내려왔다.

막, 문을 열고 들어가려는데… 어라?

"강 선생님, 잠깐 이야기 좀 할 수 있을까요?"

김 선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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