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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의 검술 강사가 되었다-162화 (162/275)

아카데미의 검술 강사가 되었다 (162)

지옥의 문은 1인용 포탈이기에 동행 없이 혼자서 입장해야 하지만 도전했던 사람이 죽었는지 살았는지는 쉽게 알 수 있다.

포탈에 입장이 불가능하다면 아직 내부에 생존자가 있는 거고 재입장이 가능해지면 도전자가 죽었다는 거니까.

"그럼 너와 세진이 모두 일주일 뒤에나 온다는 말이냐?"

"그렇습니다."

지옥의 문에 들어가 대기하는 시간은 일주일로 잡았다.

너무 짧거나 너무 길어도 문제가 될 수 있으니까.

여태 가장 오래 버틴 사람이 5일을 버텼다고 하고.

"더 빨리 오면 안 돼? 너희 둘 다 없으면 저 영감탱이가 수련하라고 무지하게 갈군다… 악!"

말을 하던 루시엘에게 사부가 꿀밤을 먹인다.

"영감탱이? 사부에 대한 존중을 내 그리 가르쳤거늘."

"뭐, 내가 틀린 말했어? 봐, 신혁아. 저기 영감탱이가 나 때리고 막 괴롭히잖아."

"사부, 애를 왜 때리고 그럽니까? 말로 하지."

"말을 해도 들어 먹질 않으니 주먹이 나가는 거지. 정인이라고 편들기는."

"제가 무슨 편을 들었다고."

"들었지 않느냐? 그리고 애는 무슨… 몇천 살은 먹었다며. 내가 영감탱이면 네 사저는 완전 슈퍼 할망구지."

"슈… 슈퍼 할망구? 영감탱이, 지금 말 다 했어?"

사부가 재빨리 도망을 치고 루시엘이 그 뒤를 쫓는다.

…아웅다웅하지만 둘 사이가 좋은 걸 보니 일주일 정도 안 와도 괜찮을 것 같다.

라면과 초코바도 넉넉하게 사 뒀고.

결국 사부를 못 잡은 루시엘이 털레털레 다시 내 쪽으로 다가온다.

"신혁이 너 정말 기원의 문이 있는 곳에 가는 거 맞아?"

"그래. 물론 도전은 절대 안 하고 그 근처에만 있다 올 거야."

"기원의 문이 이 세상에 있을 리가 없는데…."

"검은 신전도 원래 이 세상에 있던 게 아니잖아?"

"하긴 그건 그렇지. 신혁이 너 원래 천사장들이 번갈아 관리자로 가는 건 알아?"

"관리? 무슨 관리? 관리자가 따로 있다는 것도 아예 금시초문인데."

"역시 그것까진 몰랐구나. 시련을 담당하는 자의 성향을 평가해 악인이면 아예 시도조차 하지 못하게 배제시키거든."

"전혀 몰랐어."

원작에서는 도현이가 3년간 고생 끝에 극복하고 돌아온 내용으로 간략하게 적혀 있었으니까.

"관리자랑 아는 사이야?"

"지금은 누가 하는지 모르겠지만 내 이름 말하면 아마 알겠지. 혹시 만나면 안부라도 전해 줘."

"시련에 도전 안 해도 볼 수 있어?"

"글쎄, 나도 예전에 100년 정도 관리자 해 본 적 있긴 한데 너무 오래돼서 기억이 안 나."

"백 년이나 했는데 기억이 안 난다고?"

"2천 년도 더 전의 이야기란 말이야."

뭐, 2천 년이면 그럴 수도 있겠다.

이렇게 들으니 루시엘이 진짜 나이가 많기는 하구나.

"못 만나면 말고. 만나면."

"그래."

"내가 나가서 같이 가면 좋았을 텐데."

"그러게."

루시엘의 상태는 무척 호전됐다.

날개가 하나 더 순백색으로 돌아왔고 녀석 몰래 사부와 나눈 대화에 의하면 지금 밖에 나가도 괜찮을 정도라고 했으니까.

아, 물론 쭉 있으면 안 되고 고작 반나절뿐이지만.

"그래도 이제 정말 얼마 안 남았잖아. 가속도가 붙을 테니까 금방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을 거야."

"영감탱이 말로는 아니라던데?"

"내 내공이 많아질수록 마계수가 보내는 마기도 많아져서 시간은 비슷하거나 오래 걸릴 거래."

"아, 정말 아쉽다…."

"어째 표정은 하나도 안 아쉬워하는 것 같은데?"

…사부랑 같이 있더니 눈치가 늘었다.

"그, 그럴 리가."

"나 없는 동안 도둑고양이랑 많이 놀고, 아주 좋았지?"

"아… 아니야. 얼마나 바빴는데."

"거짓말. 내가 여기서 나가면 나랑만 많이 놀아 줘야 해."

뭐, 질투는 여전한 것 같지만.

"알겠습니다, 할머님."

"하… 할머님? 너 죽어!"

루시엘은 놀려야 제 맛이지.

눈에서 레이저를 뿜으며 무서운 속도로 날 잡으려는 루시엘을 피해 도망치기 시작했다.

*    *    *

"미스터 강, 좋은 아침입니다. 컨디션은 좀 어떠십니까?"

"아주 좋습니다."

"다행이네요. 그럼 바로… 아, 아직 미스 김이 안 왔군요."

"저기 오네요."

세진이와 함께 미국 헌터관리청 직원과 차를 타고 헬기장에 도착했다.

포탈까진 미국 헌터관리청에서 지원한 헬기를 타고 가기로 했다.

헬기뿐만 아니라 오늘까지 묵은 호텔도 전부 헌터관리청에서 지원해 줬다.

오랜만의 도전자라 그런 것 같다.

헬기를 타고 30분 정도 이동하니 한눈에 드넓은 그랜드캐니언이 눈에 들어온다.

헬기 소음이 약간 거슬리긴 하지만 경치는 정말 예술이라 혼자 보기 아까울 정도다.

나중에 시간이 되면 루시엘과 같이 와서 구경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얼마 지나지 않아 헬기장에 도착 후 다시 차를 타고 이동했다.

창밖을 보니 엄청난 인파가 몰려있다.

우려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대부분의 여론은 내 도전은 상당히 좋게 평가했다.

많은 S 랭크 헌터들이 실패한 이후 도전하는 사람이 아예 없다시피 한 상황에서 용기를 냈다며.

살짝 마초적 성향이 강한 서구권에선 그 평가가 더 높다고 들었다.

그래서 그런가?

한인으로 보이는 아시아인도 많이 보이지만 서양인도 상당히 많다.

"얼마나 더 가야 하죠?"

"이제 곧 도착할 겁니다."

5분 정도 지나자 차가 멈춰 섰다.

차에서 내려 내 이름을 환호하는 인파들에 손을 흔들어 주며 걷다 보니 황토색 계열의 미국 군복을 입은 군인들이 보인다.

뒤에는 가로세로 각각 2m 정도로 정말 작은 포탈이 하나 보인다.

1인용 포탈이라 그런지 진짜 작다.

가방을 내리고 준비를 하는데 동행했던 헌터관리청 직원이 다가온다.

"혹시 들어가시기 전에 대중들에게 한마디 하시겠습니까?"

손에는 마이크가 들려 있다.

"제가 그런 걸 별로 안 좋아해서… 다녀와서 하겠습니다."

그런 일은 없겠지만.

뭐, 오면서 손 흔들어 줬으니 그거면 됐지.

"자신감이 넘치시는군요. 정말 멋지십니다."

"별말씀을요."

준비를 다 마치고 들어가려는데 세진이가 다가온다.

"왜… 어엇?"

말도 없이 갑자기 나를 껴안는데, 옆에 있던 직원이나 군인들이 휘파람을 불며 놀린다.

"이 정도는 해야 제가 나중에 유산 물려받아도 말 안 나오죠."

귀에 대고 작게 속삭이는데… 녀석도 참.

"이, 이미 여기까지 따라온 거로 충분하지 않아?"

일리가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자칫 잘못하면 과부 프레임이 씌워질 수도 있다.

무엇보다 루시엘 알면 가만 안 놔둘 것 같은데….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선생님도 마음대로 하셨잖아요. 이것도 제 마음이에요."

이러는 걸 보면 세진이도 은근히 유치한 구석이 있다니까.

아니, 엉큼하다고 해야 하나?

이미 포옹한 터라 어쩔 수 없어 끌어안아 등을 몇 번 토닥여 주고 포옹을 풀었다.

자, 그럼 이제 죽으러 가 볼까?

"다녀올게."

세진이의 다녀오세요라는 대답을 들으며 포탈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포탈 입장할 때 특유의 어지러움이 느껴지긴 했지만 아주 잠깐이었다.

여타 다른 포탈처럼 안전지대가 깔려 있는데 듣던대로 하얀 안개가 잔뜩 끼어 있어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길은 하나뿐이라 잃어 먹을 리는 없겠지만.

이대로 일주일을 버티다 투명화 마법을 쓰고 나가자마자 바로 워프를 하면 된다.

혹시 포탈 입구 쪽에 열 감지기나 마나 감지기 같은 게 설치되어 있으면 어쩌나 살짝 걱정하긴 했지만 들어올 때 그런 건 못 봤으니까.

루시엘이 말했던 관리자는 만나지 못했다.

뭐, 안전지대까지는 미국 측에서도 자주 조사를 하러 오는데 여태 다른 존재를 만났다는 이야기는 없었으니 아무래도 안전지대를 벗어나야 만날 수 있는 것 같다.

이대로 혼자 일주일을 보내야 하니 좀 지루하겠지만 상관없다.

내겐 아공간 마법이 있으니까.

바로 마법을 사용해 군용 식량이 잔뜩 든 가방을 집어넣고 캠핑카를 꺼냈다.

미리 사 둔 냉동음식으로 냉동고를 꽉 채우고 냉장고엔 콜라와 맥주를 가득 채웠다.

빛이 거의 없지만 이미 완충된 상태에 마법으로도 얼마든지 충전시킬 수 있으니까.

다운받아 둔 예능프로그램과 영화도 많다.

이제 나가면 또 바빠질 텐데 여기 있는 동안이라도 원 없이 쉬어야겠다.

*    *    *

도대체 뭐지?

오늘로서 선생님이 지옥의 문에 들어간 지 8일째다.

선생님이 분명 일주일이 지나면 나와서 연락을 주시기로 하셨는데 연락이 없다.

포탈도 여전히 다른 사람들의 입장이 불가능하니 아직 포탈 안에 계시다는 이야긴데.

시계가 고장이라도 난 건지….

혹시 루시엘 언니가 있는 공간처럼 포탈 안과 바깥의 시간의 흐름이 다른 건가?

하지만 포탈을 경험해 본 많은 사람들이 그런 건 없다고 했는데….

일주일 동안 안전지대에만 있을 거고 절대 도전을 하지 않을 거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셨는데….

내게도 거짓말을 하신 건가?

하지만 나뿐만 아니라 태사부와 루시엘 언니에게도 그렇게 말을 했으니 거짓말일 리가 없는데….

*    *    *

어느덧 이곳에 온 지 6일이 지났다.

내일이면 드디어 일주일.

처음에는 원 없이 쉴 생각이었고 실제로 며칠은 정말 푹 쉬고 잘 놀았지만 점점 질린다.

아무것도 안 하고 놀기만 하니까 좀이 쑤신다.

도대체 사부는 어떻게 이런 생활을 계속하는 건지….

아무래도 놀고먹는 것도 적성이 맞아야 하는 것 같다.

먹을 것과 마실 건 아직도 넘쳐나지만 다운받아 뒀던 예능이나 영화는 전부 봤다.

세진이도 루시엘도 사부도 보고 싶어 루시엘의 세계에라도 다녀오고 싶었지만 그렇게 되면 다른 사람의 입장이 가능해진다.

다른 사람이 들어온 상태에서 내가 다시 나뭇잎을 찢어 포탈 내부로 돌아와 입장 인원을 초과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

최악의 경우엔 출구가 사라져 포탈에 고립될 수도 있기 때문에 아무리 지루해도 그것만큼은 해서는 안 된다.

몸이라도 움직이면 좀 나아질까 싶어 캠핑카를 나왔다.

심법 수련 보단 여태 배웠던 초식을 하나하나 사용해 가며 몸을 풀다 보니 어느새 땀이 흐르기 시작한다.

휴대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해 보니 네 시간이나 지났다.

시간이 훅훅 지나가는 걸 보니 역시 수련이 답이었나?

조금만 쉬었다가 다시 하려고 바닥에 그대로 드러누웠다.

여전히 안개가 자욱히 꼈지만 이젠 제법 익숙해져 앞이 보이는데… 어라?

왼쪽 손을 보니 안전지대를 뜻하는 파란색 부분이 아니다.

나도 모르게 안전지대의 끝에 온 모양이다.

혹시라도 무슨 문제가 생길까 봐 바로 일어나 돌아가려 하는데 눈앞에 아주 커다란 금속으로 된 문이 보인다.

문에는 지구에는 없는 문자들이 음각으로 새겨져 있어 꽤 멋지다.

저 문자들은 검은 신전에서 봤던 문자와는 약간 다르긴 하지만 천계에서 사용하는 언어다.

원작에서 루시엘이 천계에서도 아주 오래전에 썼던 언어라고 말하며 해석하는 데 꽤 시간을 소모하지.

나야 정체를 알고 있으니 바로 기원의 시련이라고 말하긴 했지만.

기념으로 사진이라도 찍어 가서 보여 줄까?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는데 주변이 어둡고 안개 때문에 사진이 잘 안 나온다.

플래시를 터뜨려도 마찬가지길래 조명으로 쓸 요량으로 마법을 이용해 빛의 구를 하나 만들었다.

문쪽에 보내 주변을 밝히고 사진을 찍으려는데… 어라?

내가 마법으로 만들어 낸 빛의 구가 문 쪽으로 빨려 들어가 사라진다.

저 문에 마법을 빨아들이는 성질도 있는 건가? 다시 마법을 만들어 이번에는 거리를 좀 두고 사진을 찍어야겠다.

―오랜만의 도전자군. 기원의 시련에 도전을 환영하지

처음에 카이나칸과 루시엘을 만났을 때처럼 머릿속에 직접적으로 의사가 전달된다.

그런데 도전이라니?

설마 방금 그 조명 마법을 흡수하며 도전 신청으로 간주한 건가?

"아니, 조금 전 건 실수. 도전 절대 안 해!"

다급히 외쳤지만 문이 열리더니 빛이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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