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카데미의 검술 강사가 되었다-173화 (173/275)

아카데미의 검술 강사가 되었다 (173)

학생회

둘 다 익숙한 녀석들이긴 하지만 평소엔 본 적 없던 조합이다.

진수와 은서라니.

진수 녀석 혹시 민희와 싸우기라도 했나 생각하고 있는데 담임인 최서라도 교실에 따라 들어온다.

"다들 주목. 우리 학교 학생회에서 1학년 학생회 멤버 모집 홍보를 하러 왔으니까 잘 들어 보고 관심 있으면 신청하도록 해."

학생회 홍보였구나.

아무래도 진수랑 민희가 같이 붙어 있으면 일은 안 하고 애정행각만 벌여서 이렇게 조합한 것 같다.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이야기다.

"후배님들, 안녕? 난 학생회에서 회계를 담당하는 이진수라고 해. 얼마 안 걸리니까 잠깐만 집중 부탁할게. 자, 그럼 설명은 우리 학교의 자랑 쿨 뷰티 미녀 부회장님께서 해 주실 거야."

"풉."

"뭐야, 저 선배?"

"웃긴 사람이네."

넉살스럽게 은서를 소개하는데 반응이 꽤 좋다.

최서라도 피식 웃고. 하여간 진수 녀석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하네.

은서는 진수의 까불거리는 태도가 마음에 안 드는지 인상을 찡그렸지만 이내 바로 미소를 지으며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모집 인원은 총 6명으로 간단한 면접 이후 역할이 주어질 예정이라고 한다.

하는 일은 선도 활동, 회의 참석 및 각종 학교 행사 기획 및 준비.

"그럼 관심 있는 후배들은 이번 주 금요일까지 신청해 주면 주말에 면접을 진행할 예정이야. 그럼…."

"자, 잠깐만요. 부회장님, 중요한 걸 빠트리셨습니다."

"응? 뭐?"

"혜택을 빠트리셨잖아요. 우리 후배님들이 '수업도 바쁜데 괜히 일만 더 늘어나는 거 아니야? 남들 다 쉬는 주말에 회의도 참석해야 되네. 완전 별로다.' 이렇게 생각할 수 있는데. 특전은 제가 설명해도 될까요?"

은서가 고개를 끄덕이자 진수가 다시 앞으로 나왔다.

"우선 특전으로는 무엇보다 우리 학교의 자타공인 쿨 뷰티 미녀인 부회장님과 또 쌍둥이인 회장님과도 함께 일할 수 있는… 억!"

교탁에 가려져 잘 보이진 않지만, 진수 녀석이 갑자기 쓰러지는 게 은서가 정강이라도 걷어찬 게 아닐까 싶다.

다행히 사정을 봐준 건지 볼썽사납게 쓰러지진 않고 잠깐 비틀거리는데… 내 저럴 줄 알았다.

"다들 미안해. 이 녀석이 워낙 장난기가 많은 친구라."

은서가 사과와 함께 다시 설명을 시작했다.

특별 혜택이라고 말은 거창하지만 사실 뭐 별거 없다.

학생회 특별 수련회가 있지만 어차피 그것도 남들 다 쉬는 주말에 가는 거니까.

축제나 운동회 같은 행사 준비를 하다 보면 방학이 아닌 시기에도 가끔 밖에 나갈 수 있는 기회도 주어진다고 하지만 저거 일 년에 몇 번 안 된다.

실질적으로 애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건 봉사 활동 면제와 생활기록부에 기록되어 나중에 취업에 유리하다는 것 이 두 가지 정도.

"혹시 질문 있으면 얼마든지 해도 좋아. 아, 고백은 안 돼. 내게는 호랑이 같은 여자친구가 있거든."

"저 질문이요! 혹시 두 분 사귀세요?"

반에서 진수처럼 까불거리는 포지션의 한 여학생이 질문을 던졌다.

"후, 배, 님, 들, 학생회에 관련된 질문만 해 줬으면 좋, 겠, 는, 데."

은서 녀석, 매섭게 눈을 흘기는데… 살짝 오한이 들 정도다.

"그, 그래. 나랑 부회장님이랑? 어우… 절대, 네버 아니야. 방금 질문한 후배는 학생회 오면 안 되겠다."

두어 가지 질문 정도 더 받고 더 궁금한 게 있으면 학생회실에 와서 질문하라고 하고 두 녀석은 나갔다.

이후엔 종례가 시작됐는데 특별한 전달 사항은 없어 일찍 끝났다.

저녁 메뉴가 뭔지 확인하려 하는데, 성지안이 옆구리를 툭 친다.

"왜?"

"찬성아, 너 나랑 같이 학생회 지원 안 할래?"

"나는 그다지 관심 없는데…."

"나중에 취업할 때 도움된다고 했잖아."

"지안이 넌 어차피 화성길드 갈 거 아니야?"

"어? 그, 그렇긴 한데… 그래도 경험 삼아 하면 좋잖아. 선배님들도 재미있으신 것 같고. 특히 넌 모를 수도 있겠지만 아까 부회장님 되게 유명하신 분이야."

"맞아. 무려 올해 1월 WHCU에서 우승하셨거든."

옆에 있던 남지현도 한마디 거든다.

내가 가르치고 우승시켰는데 그걸 모를 리가….

"그렇구나."

"반응이 그게 다야? 엄청 대단한 거잖아. WHCU라고. 3학년도 아니고 2학년인데 WHCU우승이라니. 완전 천재야."

"얼굴도 되게 예쁘시던데."

우리 은서가 한 미모 하긴 하지.

제자 칭찬을 이 녀석들에게 듣고 있으니 기분이 묘하다.

그렇다고 학생회에 지원할 생각은 전혀…. 아니지.

내가 진짜 취업할 것도 아니고 귀찮아서 거르려 했는데 다시 생각해 보니 신청을 해야 할 것 같다.

원작대로라면 저기 앉아 있는 이지성은 학생회 활동을 하진 않지만 도현이 녀석은 1학년 때부터 주욱 학생회 멤버로 활동을 한다.

지금 시점에서 가장 큰 문제는 내가 사전에 도현이를 도와 버려서 두 사람의 관계가 회복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물론 이지성 저 녀석도 도현이가 주인공이라는 걸 알 테니 어떻게든 친해지려 하겠지만 시도하다 안 되면 아예 도현이를 배제하는 쪽으로 가 버릴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원작은 폭망.

어떻게든 두 사람을 친하게 지낼 수 있게 만들어야 할 텐데 아쉽게도 민찬성은 도현이와 안면이 없다.

같은 반도 아니고.

이런 상황이다 보니 학생회에 들어가 도현이와 좀 친분을 쌓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귀찮은 것도 귀찮은 거지만 아까 봤던 진수와 은서를 제외하고도 민희와 은수까지, 옛 제자들이 대거 포진하고 있어 약간 부담이 되긴 하는데….

뭐, 괜찮지 않을까?

S 랭크 헌터인 교감마저 나를 알아보지 못했는데 애들이 내 마법을 간파한다는 건 말이 안 되니까.

"그럼 한번 해 볼까?"

"정말? 그럼 내일 아침에 바로 신청하러 가자."

*    *    *

"민희야, 신청은 오늘 마감이지?"

"넵, 회장님. 종례 시간까진데 벌써 지원자가 상당합니다."

"이게 다 내가 홍보를 잘해서 그런 거야."

"퍽이나 그러겠다. 은서가 너 죽이려다 말았다는데."

"내가 뭘 어쨌다고. 은서같이 너무 딱딱하게만 말하면 애들이 신청을 이렇게 많이 했겠어? 내가 재밌게 드립도 좀 하면서 홍보했으니까 신청자가 이렇게 많은 거지."

진수 저 녀석이 진짜.

"민희야."

"응?"

"진수가 1학년 홍보할 때 호랑이 같은 여자친구 있다고 했어."

"호… 호랑이? 이진수, 너 죽을래!"

"아, 아니… 나는 그냥 혹시라도 1학년 후배들이 내게 고백할까 봐 무서운 여자친구가 있다고… 으악!"

"후배들도 눈이 있지."

"맞아."

"우리 진수가 어때서?"

조금 전까진 진수를 잡아 죽이려 했으면서.

이래서 커플이란….

투닥거리는 애들을 뒤로하고 지원 서류 확인을 시작했다.

성적은 따로 적지 않게 했지만 대외 활동 기록이나 수상 기록 같은 건 적으라고 했는데, 비어 있는 친구들도 있지만 빡빡하게 들어 차 있는 서류도 많다.

"이번 신입생들은 스펙이 상당히 좋네."

"그래? 하긴 입학식 때문에 말 돌았잖아. 이번 신입생 중에 부모님이 S 랭크 헌터인 애들 많다고."

"아, 그랬지. 걔들도 지원했으려나? 자기, 혹시 이름 알아?"

"그럼. 내가 우리 학교 최고의 정보통이잖아. 잠깐만."

진수가 다가와 서류를 고르기 시작했다.

"다들 신청했네. 여기 3명이야."

"성지안, 남지현, 차민우?"

"성지안은 화성 길드, 남지현은 비천 길드 그리고 차민우는 중등부 때부터 전교 1등을 한 번도 놓친 적이 없는 수재래.."

"계속 전교 1등을 했다고? 진짜 역대급이네."

"다들 수상 기록도 좋네. 성지안이랑 차민우 둘 다 중등부 무투 대회 우승 경험도 있고, 일단 이 셋은 무조건 확정하고 가는 게 좋을 것…."

"그건 안 돼."

"은서 말이 맞아. 학생회 멤버를 배경만 보고 뽑는 건 말이 안 되지."

"하여간 우리 부회장님은 너무 깐깐하시다니까. 딱 봐도 성적도 좋을 것 같고 괜찮아 보이던데."

"얼굴도 알고 있었어?"

"홍보할 때 보니까 눈에 확 들어오던데."

"그래? 면접 때 보면 알겠지. 은서 넌 어땠어? 눈에 들어오는 애들 없었어?"

"딱히 없었던 것 같은데."

"우리 부회장님은 눈이 너무 높으시다니까. 아, 걔 기억 안 나? 엄청 잘생긴 애 있던데."

"잘생긴 애?"

"완전히 아이돌 뺨 치게 생긴 애 있었어. 이름이 김도…."

"김도현."

"맞아. 걔도 신청했네. 그건 그렇고… 뭐야, 부회장."

"왜 그래?"

"딱히 눈에 들어오는 애 없었다더니 이름까지 알고. 혹시 첫눈에 반하기라도…"

"이진수, 대련할까?"

"아니, 왜 그래…. 내가 없는 말 한 것도 아니고. 잘생기고 예쁜 걸 좋아하는 건 자연의 이치니 부끄러워하지 말라고."

"그런 거 아니니까 한 번 더 헛소리하면 대련이야."

"그럼 어떻게 이름까지 그렇게 확실히 기억하는데?"

"우리 진수 말이 맞아."

"전에 본 적 있어서 그래."

"어?"

"어디서 봤는데?"

"설마 중학교 때? 그럼 2년 전부터 기억하던… 우리 부회장 취향이…."

"그런 거 아니라니까!"

"왜 소리를 지르고 그래? 그럼 어디서 본 건데?"

"장례식장에서…."

순식간에 분위기가 다운됐다.

내가 이럴 것 같아서 말 안 하려고 했던 건데….

"저기, 그런데… 그 시기면 걔는 아직 입학도 안 했을 텐데 어떻게…."

"예전에 세진 선배 아버지가 선생님이 학부모랑 만난다고 허위 기사 냈을 때 있잖아."

"실제론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 도와줬던 거로 밝혀졌던 거 말하는 거지?"

"그래. 그 도움받은 애가 도현이일 거야."

첫날은 언니와 부모님과 함께 갔지만, 첫날 이후로도 선생님 장례식엔 계속 갔었다.

혼자 갔던 둘째 날, 나 못지않게 펑펑 울던 게 그 남자애였다.

"저기, 다들 너무 우울해하지 말자. 선생님도 안 좋아하실 거야."

"그래. 우리 진수 말이 맞아. 그리고 서은서, 너 어쨌든 잘생겨서 기억하는 거 아니야?"

"민희 너도 나랑 대련하고 싶어?"

"쏘, 쏘리…. 내가 괜한 소리를 했네."

내게 잘생긴 사람은 딱 한 사람밖에 없다.

지금까지… 아니, 죽을 때까지….

*    *    *

별거 아닌데 면접이라는 이름이 붙어서 그런지 아니면 사람이 너무 많아서 그런지, 은근히 긴장이 된다.

주말에 회의도 참석하고 이런저런 귀찮은 일들이 많아 지원자가 별로 없을 줄 알았는데 거의 20명은 될 것 같다.

6명을 뽑는다고 했으니 경쟁률이 최소 3:1 이상이다.

경쟁률만 보면 해 볼 만한 것 같기도 하지만 면접과 지원서 2개를 고려해 뽑는다고 해서 걱정이다.

학생회실에서 작성한 지원서엔 따로 성적 같은 건 기재 안 했지만, 대외 활동 기록이나 수상 내역은 적는 란이 있었으니까.

같이 신청하러 갔던 성지안도 그렇고 남지현까지 빽빽하게 썼지만 안타깝게도 민찬성은 그런 게 전혀 없다.

면접을 잘해야 할 텐데.

무슨 질문을 할지 예상이 안 된다.

뭐, 떨어지면 떨어지는 거지.

김도현과 친해질 방법이야 찾아보면 또 나올 테고.

마인드 컨트롤을 하며 기다리는데… 어라?

"저거 이지성 아니야?"

"설마 쟤도 신청한 거야?"

애들도 수군거리고 옆에 있던 성지안과 남지현도 인상을 찌푸린다.

저번에 몰카범 잡으면서 이미지를 약간 회복하긴 했지만 그동안 쌓은 악행이 어마어마하니 어쩔 수 없지.

그래도 의외다.

원작에서 이지성은 신청을 하지 않는데….

녀석도 김도현과 관계 회복을 위해서 신청한 것 같다.

"김도현이랑 이지성, 둘 다 있어?"

"왔습니다."

"왔어요."

"그리고 민찬성?"

"여기 있습니다."

"다음 차례는 너희 셋이니까 어디 가지 말고 대기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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