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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의 검술 강사가 되었다-175화 (175/275)

아카데미의 검술 강사가 되었다 (175)

루시엘 옆에 누워 같이 뒹굴거리는데 알람이 울린다.

휴대폰을 꺼내 보니 벌써 5시다.

"이만 가야겠다."

"벌써?"

"벌써는 무슨. 온 지 세 시간이 넘었는데. 이제 곧 다른 애들 일어날 시간이라 가야 해."

"내일도 오는 거지?"

"그럼. 내일은 더 오래 있을게."

내일은 일요일, 병원 간다는 핑계로 외출할 예정이라 오늘보다는 더 많이 있을 수 있다.

"알았어. 초코바 잊어버리지 말고."

그놈의 초코바는 진짜.

질리지도 않나?

알겠다고 말하고 포탈을 나와 워프 마법을 사용해 기숙사로 돌아왔다.

다들 잘 자는 걸 확인하고 침대에 누웠다.

지금 자면 두 시간 정도는 잘 수 있겠지만 잠도 안 오고 두 시간을 자느니 차라리 운기조식을 하는 게 나을 것 같다.

사실 운기조식도 필요 없긴 하지만.

경지가 오르면서 잠이 많이 줄었다.

애초에 수면 패턴도 점심시간으로 맞춰 놓기도 했고.

점심시간은 한 시간, 밥을 먹으면 20~30분 정도밖에 남지 않지만 기숙사에 와서 루시엘의 세계에 가면 최소 10시간에서 15시간이라는 여유가 생기니까.

누워서 앞으로 계획을 이것저것 생각해 보는데, 아까 낮에 봤던 면접이 떠올랐다.

마지막 질문이 정말 의외였지.

*    *    *

강신혁?

뜬금없이 웬 선생 이야기를 물어보는 거지?

이상하다고 생각하던 순간 여러 가지 기억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파렴치 교사 강신혁, 학생과 넘어선 안 될 선을 넘었나?]

[사실 확인도 거치지 않은 언론의 무논리 기사. 강신혁 선생은 이 시대의 진정한 교육자.]

[강신혁의 제자 김세진 WHCU 대회 우승]

[국내 첫 STB. 강신혁. 김대찬에 STB 신청]

[국내 최연소 S 랭크 헌터 강신혁]

[강신혁의 두 번째 제자 서은서, WHCU 우승]

[자랑스러운 한국의 헌터 강신혁, 지옥의 문에 도전]

떠오른 기억들에 의하면 상당히 영향력 있는 인물이라는 건데 어째서인지 원작에서 본 기억이 전혀 없다.

거기다 지옥의 문?

지옥의 문의 진정한 이름은 기원의 시련.

원작 마지막에 김도현이 기원의 돌을 얻기 위해 도전하는 포탈이다.

아이템이란 게 존재하지 않는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존재하는 아이템 기원의 돌.

어떠한 소원이든 들어주는 사기 아이템으로, 마왕과 싸움에서 승리했지만 히로인들이 죽어 되살리기 위해 김도현이 도전하는 걸 끝으로 소설은 막을 내린다.

생각해 보니 마지막 화에서 외전이 추후에 연재될 예정이라고 했었다.

물론 나는 외전까지는 보지 않았지만.

흐음, 그럼 강신혁은 외전에 등장하는 인물인가?

아니, 그럼 시간대가 맞지 않는다.

도대체 뭐지?

"기부를 비롯해 사회적으로 좋은 일을 많이 하신 거로 알고 있고 개인적으로도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제가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분이 강신혁 선생님이십니다."

주인공인 김도현이 이렇게 말할 정도면 절대 비중이 없는 인물이 아닐 텐데, 왜 기억에 없는 건지….

"다음."

여전히 이해가 안 갔지만 나도 김도현처럼 강신혁을 대단한 사람이라고 잘 포장해서 이야기했다.

지금 내 눈앞에 앉아 있는, 나를 차 버린 저 은서라는 여자의 스승이니까.

업적 자체만 놓고 봐도 확실히 뛰어난 사람인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기도 하고.

"다음."

"남자인 제가 봐도 참 잘생기고, 성격도 좋고, 착하시고, 예의를 알고, 학생들을 정말 아끼고 사랑하는, 너무너무 훌륭하고 좋으신 선생님이었다고 들었습니다."

부회장의 스승이 강신혁이라는 걸 알아서 칭찬을 하는 것 같은데, 너무 과한 거 아닌가?

"세간의 평 말고 네 생각을…."

"앗, 넵. 직접 만나 뵙지는 못했지만 저도 개인적으로 도움을 받았습니다. 제가 식물인간 상태일 때 병원비를 지원해 주신 거로 알고 있거든요. 개인적으로는 완벽하신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많은 일을 하실 수 있는 좋은 분인데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셨다는 게 너무 안타깝습니다."

민찬성 저 녀석도 도왔다고?

아무래도 면접 끝나고 따로 조사를 한번 해 봐야 할 것 같다.

"다들 좋게 이야기해 주니 내가 다 기분이 좋네. 아는 사람도 있겠지만 우리 학생회 대부분은 검술반이고 강 선생님은 1학년부터 우리를 가르치셨거든. 고마워."

회장이 이야기를 하는데 회장이랑도 관련이 있나 보다.

"다들 수고했고 면접 결과는 지원서에 적었던 휴대폰으로 개별 통보 할 거야. 그만 나가 봐도 좋아."

인사를 하고 나왔다.

김도현 녀석은 여전히 눈길 한 번 안 주고 쌩 지나쳐 가 버린다.

녀석이랑 관계 회복을 위해 학생회에 지원하긴 했지만 일단 강신혁, 그자에 대해 먼저 조사를 해 봐야 할 것 같다.

바로 기숙사에 돌아와 노트북을 켰다.

포털 사이트에 접속해 강신혁을 검색하니 기사가 상당히 많이 나온다.

지금은 죽었다고 알려져 있지만 최연소 S 랭크 헌터라 그런가?

내가 기억하는 것 말고도 사건들이 상당히 많다.

1년 전에는 안타스 코리아도 아니고 안타스 이탈리아의 간부도 잡았었네.

아니, 이건 또 뭐야?

단순히 검만 쓰는 게 아니라 마법까지 사용했다고?

검색을 해 보니 검과 마법을 최초로 동시에 사용한 건 강신혁이 아니었다.

이론을 발표한 건 10성의 일원인 콘래드가의 장녀 비앙카.

하지만 강신혁은 최초는 아니더라도 검과 마법 모두 수준급이었다고 한다.

특히 수학여행 시즌에는 안타스 재팬에서 벌인 테러를 마법으로 해결했고 재생 마법 개발로 마법 노벨상 수상?

내가 알기론 재생 마법은 김도현이 2학년 때 검은 신전에서 만나는 루시엘이라는 타락 천사가 사용하는 마법이다.

다리를 잃은 김도현을 루시엘이 재생 마법으로 치료하는 장면이 있다.

이 자식이 어떻게 이걸… 잠깐. 설마 이 녀석도 나처럼 빙의를 한 건가?

물론 진짜 강신혁이라는 녀석이 개발했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원래 마법사도 아닌 녀석이 몇 달 만에 이런 마법을 만들어 낸다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강신혁에 대해 조사를 하면 할수록 의심이 확신으로 바뀌어 간다.

강신혁이 보여 준 일들은 일반적인 상식선에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 수준이다.

강신혁이 두각을 드러낸 건 헌터 학교에 부임한 이후부터인데, 그럼 빙의한 건 2년 전인가?

물론 학교에 오기 전에도 10대 길드 중 한 곳인 체이스 길드 소속이긴 했지만, 솔로 활동을 했었고 유럽이나 미국이 아닌 중국으로 파견을 간 걸 보면 그리 주목받는 인재는 아니었다는 소리다.

그러고 보니 아까 김도현이 면접에서 강신혁이 자신을 도와줬다고 했었지.

저번에 내 도움을 거절했던 게 이제 이해가 간다.

S 랭크 헌터면 재산도 상당했을 테니 김도현 집안의 빚을 갚아 주고 도움을 주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겠지.

역시 강신혁은 나와 같은 빙의자임에 틀림없다.

녀석이 빙의자가 아니라면 자기가 담당하는 고등부도 아니고 일면식도 없고 중등부에 있는 김도현을 콕 집어서 도와줄 리는 없을 테니까.

분명 김도현이 주인공인 걸 알고 있어서 그런 거겠지.

한 가지 이해가 안 되는 건 도대체 왜 기원의 시련에 도전했냐는 거다.

WH토토로 엄청난 돈을 벌어들였고 강남에 천억대 건물도 소유했다.

녀석이 죽고 제자인 김세진이 유산을 상속하며 낸 세금만 천오백억이 넘는다고 했으니 엄청난 부를 가졌다.

최연소 S 랭크 헌터라 명성도 있고 이미지도 상당히 좋았다.

떵떵거리고 살 수 있는 환경이 다 갖춰졌는데 도대체 왜 기원의 시련에 도전을….

잠깐… 설마 그건가?

내자 지금까지 읽었던 여러 판타지 소설에서 주인공들의 최종 목적은 원래 세계로 귀환인 경우가 많다.

빙의한 세상에서 부와 명예를 얻지만 결국 원래 세계에 있는 가족, 친구, 연인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생각해 보니 강신혁은 연인이 없다.

물론 김세진이라는 유산을 상속받은 제자가 존재하고 예전에 스캔들도 있긴 했지만, 둘 다 강하게 부인했었고 나중에 김대찬이 압박을 했던 게 드러났으니까.

강신혁의 사진을 보니 아까 민찬성이 칭찬했던 것처럼 얼굴도 상당히 반반하게 잘생겼다.

딱히 고자였다는 이야기도 없는데 돈도 많고 능력도 있는 남자가 여자를 안 만난다는 건 말이 안 되지.

게다가 처음에야 주인공이 얻는 기연을 얻기 위해 교사 노릇을 했다고 한들 끝까지 교사를 할 필요는 없었다.

내가 강신혁이었으면 교사 같은 건 때려치우고 요일별로 여자들을 바꿔 만나며 인생을 즐겼을 텐데.

행동을 보면 마음을 알 수 있다고, 역시 강신혁 그 자식은 이 세상엔 미련이 없고 자기가 원래 살던 세계로 돌아가는 게 최우선이었던 것 같다.

원래 세상에서 잘 살았을 수도 있고 만나던 애인이나… 아! 어쩌면 결혼도 하고 자녀도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

강신혁 정도 조건이면 달라붙는 여자들도 많았을 텐데 누구도 만나지 않았다고 하니까.

확실히 그런 경우라면 미련이 없을 만도 하다.

게다가 만약 기원의 시련을 통과해 지금 가진 능력을 그대로 가진 채 원래 세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돈은 얼마든지 벌 수 있을 테니까.

그래. 여기 있어 봤자 주인공이 다 해 먹을 테고, 안타스도 있고, 나중에는 마왕까지 강림하니까.

하지만 나는 강신혁과는 달리 원래 세계로 돌아갈 마음이 전혀 없다.

돌아간다고 반겨 줄 사람 같은 건 내게 없으니까.

솔직히 원래 세상에서 나는 강신혁처럼 미남은 아니지만 그리 못난 편은 아니었고 운동도 열심히 해서 여자들을 많이 만났다.

하지만 죽고 못 사는 사이 같은 건 아니었다.

가장 마지막에 1년간 만났던 여자친구도 군대 간다고 알리니 바로 이별을 통보했으니까.

가족?

부모님 두 분 모두 내가 중학교 3학년일 때 교통사고로 돌아가셨고 친척 집에서 눈칫밥을 먹으며 살았다.

고아는 군대가 면제된다고 해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것마저도 내게는 해당 사항이 없었다.

부모님이 만 13세 미만에 돌아가시지 않으셔서 얄짤없이 신검을 받았고 1급이 나왔다.

대학은 입학했지만 소위 말하는 지잡대에 공대 계열도 아니라 비전이 없어 군대를 갔다 와선 뭘 해 먹고살아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으니까.

하지만 이곳에서는 망나니라도 재벌 3세.

게다가 나는 원작도 알고 있다.

무엇보다 애초에 강신혁의 선택은 결과적으론 잘못된 선택이었다.

강신혁 그 녀석이 기원의 시련에 도전해서 성공했다면 지옥의 문이 사라졌어야 할 텐데 지옥의 문은 사라지지 않았으니까.

기원의 시련을 극복하지 못하고 원래 세계로 돌아가지도 못한 채 쓸쓸히 생을 마감한 거겠지.

면접 때는 잘 포장해서 좋게 이야기했지만 솔직히 미련하기 짝이 없다.

나는 절대 돌아가지 않는다.

주인공에게 참교육당하는 악역이지만 어떻게든 극복해서 이곳에서 떵떵거리며 잘 먹고 잘살 거다.

*    *    *

"찬성아, 혹시 너 연락 왔어?"

"아직. 안 왔는데. 넌?"

"나도 안 왔어…. 우리 둘 다 떨어진 건가?"

지난 토요일에 봤던 면접 결과는 월요일에 문자로 개별 통보 하겠다고 했다.

"면접 잘 봤다며. 이제 겨우 점심시간인데 아직 안 보냈을 수도 있지. 지현이는 왔대?"

"아니. 지현이도 아직 아직 안 왔다고 하긴 했는데…."

그럼 조금 더 기다려 보자고 이야기하려는데 성지안이 주머니에 손을 넣더니 휴대폰을 꺼낸다.

"연락 온 거야?"

"응! 나 붙었어."

조금 떨어져 다른 무리에 있던 남지현이 다가오더니 자기도 붙었다고 자랑을 한다.

"지안이 너도 연락 왔어?"

"응."

"역시 선배들이 보는 눈이 있어. 찬성이 넌 광탈인가 보네?"

"…."

남지현 저 자식도 참 보면 볼수록 별로다.

"찬성아, 너무 상심하지 마. 2학년 때는 인원을 더 많이 뽑으니까 2학년 때 같이 하자."

나도 나름 면접 잘 봤다고 생각했는데.

도현이야 당연히 붙었을 거고, 이지성은 어떻게 됐을까 궁금해 창가 쪽에 있는 녀석을 보니 누워 있다가 움찔하며 휴대폰을 꺼낸다.

저 자식도 붙은 모양이다.

왜 나만….

"어이, 광탈?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갔지. 그러게 뭐 하러 면접을 봤어? 어차피 떨어질 건데."

이 자식이 진짜… 불난 데 부채질을 하네.

"너 좋아하는 이지성도 붙었나 본데? 좋겠… 억!"

"야, 너 진짜 내가 한 번만 더 저 쓰레기랑 엮으면 뒈진다고 했지?"

다가오더니 헤드락을 거는데, 솔직히 피하려면 못 피할 것도 없지만, 그냥 당해 줬다.

마법반인 내가 가장 민첩한 궁술반 에이스의 공격을 피하면 이상하게 생각할 테니까.

그다지 아프지도 않고.

나는 안 됐어도 이지성이 됐으니 알아서 하겠지만 조금 섭섭하다.

내가 강신혁이라는 걸 모른다고 해도 내가 면접에서 그렇게 강신혁 칭찬을 했는데 날 안 뽑다니.

학생들에게 잘해 줘 봐야 소용없다더니, 그 말이 딱이라고 생각하던 순간, 바지 주머니 속에서 진동이 느껴진다.

"야, 잠깐만. 나도 된 것 같아."

나도 된 건가 싶어 바로 꺼내 확인했다.

뭐지?

지안이와 남지현이 보여 준 문자에서는 내일 아침 먹고 학생회실로 오라고 했는데, 어째 나는 내용이 이상하다.

[오늘 저녁 먹고 6시 반까지 학교 옥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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