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카데미의 검술 강사가 되었다-214화 (214/275)

아카데미의 검술 강사가 되었다 (214)

수련회

"와, 나 이런 버스 처음 타 봐."

"나도."

"와, 이거 자리 모니터 휴대폰이랑 연결도 됨."

"역시 화신그룹 클라스."

"이지성! 이지성!"

"다들 그만 떠들고 자리에 앉아서 벨트 매."

겉에서 봤을 땐 그냥 평범한 버스로 보였는데 들어와 보니 내부가 완전히 다르다.

그동안 학교에서 수련회나 수학여행을 갈 때는 무조건 45인승 일반 버스를 빌려 버스 하나에 두 반씩 탔다.

하지만 이 버스는 좌석부터 3명씩 7열이라 21인이다.

한 반에 20명이니 선생님까지 딱 한 반씩이다.

시트도 180도까지는 아니지만 거의 눕는 수준으로 젖혀지고 좌석마다 앞에 모니터도 설치되어 있다.

무선 충전패드에 USB를 꽂는 포트까지 있다.

우등 버스보다 훨씬 좋아 보이는데… 이지성 이 자식, 돈 좀 썼네.

"찬성아, 나랑 같이 앉자."

"아, 나는 혼자 앉는 게 편해."

수련원에 도착하면 바로 PT 체조를 시작으로 똥개 훈련이 시작될 텐데 갈 때라도 좀 편하게 가야지.

맨 뒤는 의자가 좀 덜 젖혀질 것 같아서 맨 뒤에서 바로 앞 혼자 앉는 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다른 애들도 맨 뒷자리는 불편해 보였는지 다들 중간이나 앞에 앉는다.

오, 자리에 커튼까지 달려 있다.

이거 치고 한숨 푹 자면 되겠네.

커튼을 치려는데… 어? 아주 반가운 얼굴이 보인다.

"지현아, 좋은 아침?"

지난 금요일에 내게 대련에서 패배한 남지현이다.

당일부터 인사를 받으려 했지만, 내일부터 하겠다며 미뤘는데 엊그저께와 그저께는 주말이고 어제는 대체 휴무라서 녀석을 볼 수 없었다.

뭐, 나도 일단 주말은 사부에게 들러야 해서 바쁘기도 했고.

어차피 조건은 한 달이니 3일 정도야 우습지.

하지만 오늘 드디어 첫인사를 받아 보나 싶었지만, 아침에 모였을 때도 어디에 숨은 건지 도저히 만날 수가 없었다.

그래 봤자 같은 반.

수련회를 빠질 게 아닌 이상 버스를 안 탈 순 없지.

버티고 버티다 보니 이렇게 딱 마주쳤다.

"지현아, 뭐 해? 선생님이 얼른 자리에 앉으래."

"그래, 빨리 할 거 하고 얼른 앉아야지."

웃으며 이야기하니 인상을 확 쓴다.

"조… 좋은 아침."

못 하겠다고 우기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그래도 고개는 숙인다.

하지만 인사 각도부터 글러 먹었다.

"좋은 아침은 반말이지 않나?"

내가 바다와 같은 넓은 마음으로 인사 각도가 90도가 안 되는 건 넘어간다고 해도 이건 아니지.

"조… 좋은 아침이에요."

"목적어가 빠졌네? 누구한테 인사하는 거지?"

"조, 좋은 아침이에요. 오… 오…빠."

거의 들리지도 않을 만큼 작은 목소리에 뒷말은 거의 흐렸지만 한 번 더 시키면 너무 가혹한 것 같다.

"거기 뒤에, 얼른 자리 앉아."

"네."

녀석도 내가 다시 시킬까 두려웠는지 빠르게 뒤로 가 버린다.

물론 나를 아주 죽일 듯이 노려보는 건 잊지 않았다.

한마디 할까 하다 그냥 커튼을 쳤다.

의자를 최대한 젖히고 누우니 상당히 아늑하다.

"지현아, 너 방금 뭐 한 거야?"

"너 민찬성 아는 척도 안 했잖아. 왜 그래?"

"마지막에 뭐라고 한 거야? 오?"

"별거 아니야. 그냥 사정이 좀 있어서…."

남지현이 분한 목소리로 애들에게 얼버무리는데, 그러게 왜 이런 조건을 걸어 가지고.

애초에 자기가 하자고 안 했으면 이런 일도 없었을 텐데. 쯧쯧.

자업자득이라 생각하며 이어폰을 끼고 눈을 감았다.

얼마 안 잔 것 같은데 주변이 소란스러워 휴게소에 도착한 줄 알았는데 커튼이 걷혔다.

"찬성아, 도착했어. 내리래."

창가를 보니 주변 자연환경과 조화를 이루며 멋들어지게 지어진 커다란 건물이 보인다.

도착은 맞는 것 같은데, 뭐지?

수련원 도착하면 바로 교관들이 들어와서 '빨리빨리 내립니다. 3초 줍니다.' 이런 식으로 애들을 압박해서 몰아가고 입소식을 진행하는 게 국룰이었는데.

약간 실망이다.

당연히 PT 체조나 교관 같은 게 그리워서 그런 건 절대 아니고 애들의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는 걸 보고 싶었다.

아무래도 올해 수련원이 바뀌었기 때문에 프로그램도 바뀐 건가?

그도 그럴 게 이지성이 제공한 수련원은 본래 회사 직원 연수 목적으로 만들어진 곳이라고 했으니까.

잠깐, 그럼 지루한 장애물 극복 같은 건 당연히 없을 거고 PT도 안 하는 거 아닌가?

그럼 완전 수학여행 같은 느낌이라는 건데.

교관만 안 맡으면 수련회 기간에는 놀고먹는 교사들 입장에선 상당히 귀찮겠지만 학생 입장에서는 완전히 개꿀이다.

생각해 보니 수련회 안내문에 첫날 일정이 비어 있었다.

물론 예전에 갔을 때도 첫날 일정은 비워 뒀었기에 이번에도 그런가 보다 했었는데.

둘째 날 일정에 설악산 등산이 있긴 하지만 그거야 이지성과 김도현에게 내공심법을 알려 주기 위해선 필수로 해야 하는 거니까.

오히려 없으면 문제다.

그나저나… 그럼 오늘은 뭘 하려나?

수련원 바깥쪽으로 무슨 밭 같은 게 보이긴 하는데, 저기에 가서 작물 수확이라도 하려나?

일단 짐을 챙겨 내렸다.

혹시 교관들이 숨어 있진 않을까 생각했는데 정말 없다.

"저기 큰 건물 보이지? 우리 반 남학생들은 5층으로 여학생들은 2층이야. 방에 이름 붙어 있을 테니까 확인하고 들어가. 마음대로 바꾸지 말고."

"네."

전에도 그러더니 여학생들만 편하게 낮은 층에 배정하고, 참 너무하다.

…라고 생각했는데, 맙소사. 엘리베이터가 무려 양쪽으로 6대나 있다.

역시 화신그룹이라고 생각하며 애들과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에 올라왔다.

"찬성아, 우린 여기야."

애들을 따라가서 방을 보고 또 한 번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호텔 수준까진 아니었지만, 방이 상당히 깔끔하고 기숙사처럼 이층 침대 2개에 싱글베드 하나.

한 방에 5명씩이니까.

예전 수련원에 갔을 때 학생들 방은 한 방에 20명씩, 실제론 3개 방이 다 이어져 있어 60명이 한방을 쓰는 구조였다.

전생에 예비군 동원 훈련을 하러 가면 자주 보던 침상형 생활관 구조인데 여긴 학교 기숙사랑 거의 비슷하다.

냉장고에 벽걸이 TV도 있고 휴대폰 충전기와 전자레인지, 정수기까지 전부 다 비치되어 있다.

"침대 쿠션 엄청 좋다."

"야, 아직 자리 안 정했는데 왜 맘대로 누워?"

"1층 누가 쓸지 정하자."

벌써 자리 경쟁인가.

사실 2층 침대라는 게 겉보기에는 2층이 좋아 보여도 막상 쓰면 상당히 귀찮다.

다들 기숙사에서 2층 침대를 쓰던 애들이라 1층 경쟁이 치열한데 나는 그냥 2층을 쓰겠다고 말했다.

밤에 사부에게도 들르고 움직이려면 2층이 더 낫다.

같이 2층 쓰는 애 하나만 수혈을 점하면 되니까.

짐 가방을 구석에 정리하고 시간을 확인하니 11시.

아직 점심 먹기는 좀 이르고… 뭘 하려나.

"아아, 5층에 있는 학생들 모두 지금 당장 문밖으로 튀어나오는데 5초 줍니다!"

복도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나가 보니 선글라스와 군복을 입은 두 남녀가 서 있다.

아주 익숙한 복장이다.

여자 교관은 최서라인 것 같고 옆에는 검술반 백 선생인가?

옆에 있는, 너무나도 익숙한 마대 자루를 보니 상황 파악이 바로 됐다.

저기 안엔 우리가 갈아입을 훈련복이 들어 있겠지.

안 하는 줄 알았는데 좋다 말았다.

"저기 옆에 우리 반 선생님 아니야?"

"선생님 뭐 하세요?"

"지금, 이 시간부터 여러분은 교육을 받는 교육생이고 선생님은 여러분의 선생님이 아니라 이번 수련회 교관입니다. 여기 여러분이 훈련받을 때 입을 복장이 있으니 가져가서 환복하고 나오는 데 3분 줍니다. 몇 분?"

"선생님, 왜 그러세요?"

"맞아요. 3분 만에 어떻게 옷을…."

"아직 분위기 파악이 안 되나 본데, 본 교관이 이 시간부터 여러분 선생님은 없고 교관만 있다고 분명히 말했습니다."

"어? 저분은 백 선생님 아니야?"

"선생님, 갑자기 이게 뭔지 설명이라도 해 주셔야지…."

"설명? 전원 엎드려뻗쳐!"

서라가 날카롭게 소리 지르자 나를 비롯해 학생 대부분은 바로 엎드렸지만 몇몇 애들은 멀뚱멀뚱 서 있다.

그중엔 이지성도 있다.

저 자식 미필이었나?

미필이라도 진짜 재벌 3세도 아니고 고등학생은 아니었으니 대충 지금 무슨 상황인진 알 텐데.

"야, 이지성! 뭐 해? 얼른 엎드려."

*    *    *

"거기 137번, 왜 입만 뻐끔거려? 열외."

"아니. 저 방금 열외 하고 왔는데."

"그럼 더 열심히 해야지, 뭐 하는 겁니까? 교육생만 힘듭니까?"

"아니, 그게…."

"열외 하라는 교관 말 못 들었습니까? 열외."

"열외…."

진짜 거지 같다.

아니, 사실 나는 수련회가 이렇게 거지 같을 거라는 건 원작을 통해 알고 있었다.

이번 수련회를 앞당긴 게 기연을 빨리 얻으려는 목적이긴 하지만 부수적으로 이런 개똥 같은 프로그램은 당연히 안 할 거라고 생각했다.

내가 제공한 수련원은 학생들이 가는 수련원이 아니라 회사 직원 연수를 위한 곳이니까.

그런데 선생들이 교관을 맡아 진행을 할 줄은 정말 상상도 못 했다.

"137번 교육생 또 왔습니까? 본 교관이 다시 만나게 되면 특별교육을 하겠다고 했을 텐데."

내가 열외 하고 싶어서 했나?

마법 반이라 체력이 부족한 걸 어쩌라고.

비록 내 돈은 아니지만 어쨌든 내 아버지 돈으로 이렇게 수련회도 왔으면 적당히 좀 빼 줘야지.

돈은 돈대로 쓰고 이게 뭐 하는 짓인지.

"교육생, 지금 딴 생각합니까?"

"아닙니다."

"아니긴 뭐가 아니야! 저쪽 구석에 가서 PT 8번, 20회 실시합니다. 구령 붙이고 목소리 작으면 10회씩 추가할 겁니다."

욕이 절로 나올 것만 같다.

설악산 등산 일정이 없어질까 봐 프로그램은 매년 하던 대로 해 달라고 한 게 이런 개똥 같은 결과를 불러올 줄이야.

"교육생, 빨리 안 움직입니까? 지금 반항하는 겁니까?"

"아… 아닙니다."

바로 구석 자리에 가서 PT 8번을 시작했다.

"목소리 크게 크게 합니다."

교관이 나를 찍었는지 다른 애들은 안 보고 내 앞에만 서서 나만 바라본다.

애들 말로는 창술 선생이라던데. 넌 내가 내공심법만 얻으면 진짜….

젠장. 내일 무조건 몸살 확정이다.

하아…. 설악산은 어떻게 타고 김도현은 어떻게 따라갈지 너무 막막하다.

"교육생, 구령 안 합니까? 10회 추가."

이딴 게 무슨 수련회야!

*    *    *

"다들 오늘 하루 교육받느라 수고했어. 수련원에 노천 온천 시설도 마련되어 있다니까 가서 때도 오늘의 피로도 말끔히 씻어 보내."

저녁이 되니 호랑이 같던 교관들이 다시 학교에서 보던 선생님 모드로 돌아왔다.

뭐, 사실 그리 힘들지도 않았다.

절정, 아니, 일류 고수만 돼도 PT 체조 정도는 우스울 텐데 내 수준에서는 식은 죽 먹기와 다를 게 없지.

오히려 힘든 척하는 게 더 힘들었다.

뭐, 다른 학생들은 좀 다르겠지만.

다들 아주 죽상인데 특히 이지성 저 녀석은 표정이 아주 가관이다.

아까 보니 열외를 엄청나게 하던데 쯧쯧, 사실 오늘은 예전에 갔던 수련회에 비하면 그리 많이 한 것도 아니다.

명색이 예비 헌터라는 녀석들이 이렇게 약해 빠져선.

"내일 등산 못 갈 것 같은데."

"등산 못 가는 인원들은 남아서 오늘 했던 PT 체조 할 건데?"

"무조건 가겠습니다."

"등산 좋아요."

"수련회의 꽃은 등산이죠."

어휴 태세 전환이 아주 5G다.

"내일 아침 먹고 바로 설악산 등산 시작한다고 하니까 씻고 일찍 자."

"네."

점호를 마치고 방에 들어왔는데 쯧쯧, 다들 피곤했는지 그대로 침대로 직행이다.

"온천 안 가?"

"난 그냥 잘래."

"나도. 내일 아침에 씻으면 되지."

"나도."

결국 혼자 세면도구를 챙겨 나왔는데… 뭐지?

문밖에 김도현이랑 이지성이 서 있다.

"왜 혼자 나오냐?"

"애들은 피곤하다고 내일 아침에 씻겠대."

"하긴, 내 방도 2명은 바로 쓰러지더라."

"도현이 너도 5층이었어?"

"난 6층인데 너희랑 같이 가려고 왔지."

역시 우리 도현이 의리 있네.

그런데 이지성 이 녀석은 의외다.

열외 마스터 수준이라 바로 뻗었을 거라 생각했는데.

하긴 내일 도현이를 따라서 기연을 얻으려면 온천 가서 피로를 풀어 두는 편이 유리할 테니까.

애들과 함께 온천 시설이 있는 별관으로 내려가는데 이지성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내 옆구리를 찌른다.

"왜?"

"온천 시설에 노천탕 있는데, 거기 남탕 옆이 바로 여탕인 거 알아?"

"보통 그렇지 않나? 그래서?"

"돌로 담장이 엄청 높게 세워져 있는데 딱 그거밖에 없다고 들었거든?"

"본론이나 말해. 할 말이 뭐야?"

"벽 투시할 수 있는 마법 쓸 줄 알아? 네가 우리 마법반 에이스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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