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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의 검술 강사가 되었다-221화 (221/275)

아카데미의 검술 강사가 되었다 (221)

이지성은 그대로 굳어 버렸다.

내 기억이 돌아왔다는 건 녀석에겐 사형선고나 다름없으니까.

"무, 무슨 말을 하는진 모르겠지만 우리 아들을 그렇게 쥐어팼으면…."

"찬성이가 왜 2년간 식물인간 상태로 누워 있어야 했는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그게 지금 일이랑 무슨 상관이 있다고!"

대충 눈치를 챈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

아니지. 그냥 잡아떼기로 생각한 것 같다.

"아, 이미 알고 계실 테니 당연히 궁금하시진 않으시겠군요."

세진이가 제대로 빈정댄다.

"이봐, 세진 양, 그게 무슨 소린가?"

"세진 헌터님?"

교감과 최서라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이고.

"저기, 세진 헌터님, 제가 이야기해도 될까요?"

모든 걸 세진이에게 맡겨 놓을 수만은 없지.

"괜찮겠어?"

"네. 저는 중등부 시절 지성이에게 지속적으로 폭행과 괴롭힘을 당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식물인간이 됐던 날도 이지성이 절 따로 불러냈죠."

"지금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어머님, 찬성 군의 말 끊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지성이에게 폭행을 당하다 계단을 굴렀죠."

"이건 말도 안 돼, 모함이야! 그게 언제 적 일인데, 우리 아들 때려 놓고 뒷감당 안 되니까 뭐라도 잡아서…."

"정말 그럴까요? 여기 서류에 관련 내용이 모두 있습니다. 제가 강신혁 선생님의 부탁을 받아 조사를 했거든요."

우리 세진이 연기는 정말 배우 해도 될 것 같다.

교감이 바로 서류를 꺼내 들어 내용물을 펼쳤다.

사실 세진이가 아니라 내가 한 거라 내용은 나도 모두 알고 있다.

해당 현장 CCTV를 삭제하고 은폐했던 지금은 그만둔 교사의 자백 녹취록, 화신그룹에서 교사에게 돈을 보낸 내역을 증명하는 모든 자료까지.

"세진 양, 이게 모두 사실인가?"

"네. 교사에게 직접 돈을 주지 않고 주변 사람들에게 돈을 보내고 자식을 취업시켜 주는 둥 우회해서 조사하느라 고생을 많이 했어요. 아, 그리고 하나 더 있는데…."

말과 동시에 세진이가 서류를 하나 더 꺼낸다.

"이건 또 뭔가?"

"이 사건을 조사하다가 우연찮게 알게 된 사실인데 이것 역시 헌터학교 학생과 관련된 거라서 가져왔어요."

이번에 세진이가 꺼낸 건 도현이 사건 파일이다.

일부러 도현이 집안을 망하게 한 증거 자료들이다.

물론 나중에 도현이를 도와주기도 했지만 애초에 원흉은 화신그룹이었으니까.

"도현이라는 학생도 찬성이처럼 중등부 때 괴롭힘을 당하던 학생이었죠."

"이건 또 무슨… 나는 모르는 일이야."

"이 일은 어머님은 관여하지 않으셨나 보네요. 그럼 찬성이 사건을 은폐하는 데 압력을 행사하신 건 인정하시는 건가요?"

이지성 모친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됐고 모두가 이지성을 바라본다.

녀석 또한 고개를 푹 숙이고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침묵은 긍정이죠. 어디 이 자료 가지고 법원 아니지 일단 언론사부터 가 볼까요?"

상황은 완전히 반전됐다.

이지성 이 녀석, 그동안 학교생활이 참 재밌고 즐거웠지?

모든 게 다 자기 뜻대로 되고.

하지만 그런 시간은 끝났지.

이제부턴 지옥 시작이다.

*    *    *

"선생님, 정말 괜찮은 거예요? 지안이가 그러던데 오늘 아침에 불려가셨다고."

"걱정 마. 잘 해결됐어."

이지성을 신나게 두들겨 패고 내가 받은 처벌은 교내 봉사 20시간.

이 정도면 그냥 넘어간 거나 다름없고.

솔직히 대외적으로 아무런 처벌을 하지 않을 순 없어서 교내 봉사가 결정된 거다.

원래 교내 봉사를 하게 되면 수업도 듣지 않고 화장실 청소 같은 잡일을 하게 되지만 내 경우는 아니다.

수업을 다 듣고 수업이 끝나고 매일 두 시간씩 20일 정도 교내 봉사를 하는 건데, 실제로는 청소 같은 건 안 한다.

차라리 수업까지 빠지게 해 줬으면 더 개꿀이었을 텐데 이 부분은 약간 아쉽다.

걱정하는 표정인 은서에게 간단하게 사건을 요약해 설명해 줬다.

"첫인상부터 별로라고 생각은 했지만 정말 나쁜 녀석이었네요."

이제 더는 원작에 연연하지 않기로 해서 그런지 나 역시 은서와 같은 마음이다.

솔직히 그 녀석이 주인공이라 이해해 주고 녀석에 맞춰 형편 좋게 넘어가 준 거지 그런 게 아니었다면 나도 참지 않았을 테니까.

"그럼 걔는 퇴학이에요?"

"아니."

"네? 그 정도면 감옥 가야 하는 거 아니에요? 선생님이 진짜 민찬성은 아니지만 그런 일을 저질렀으면 처벌받는 게 맞잖아요."

은서 말이 맞다.

원래 대로라면 퇴학하고 형사처벌 하는 게 맞겠지.

하지만 경찰에 넘기면 녀석이 제대로 처벌을 받을까?

대한민국은 화신 공화국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경찰, 검사, 법원 할 것 없이 화신 쪽 사람들이 깔려 있다.

세진이와 교감이 나서 준다고 해도 제대로 처벌받게 하는 건 힘들겠지.

무엇보다 그 당시 민찬성과 이지성 모두 중등부 2학년.

이지성의 생일은 12월이니 녀석은 촉법소년이었다.

물론 그래도 사건을 은폐했던 이지성의 모친과 중등부 교사는 처벌받게 할 수 있겠지만 이지성도 제대로 처벌할지 안 할지 미지수인데 그 모친이라면 더더욱 그러겠지.

애초에 민찬성 사건은 지금 빙의한 이지성이 저지른 것도 아니니까.

궁지에 몰린 이지성의 모친은 거액의 피해보상금을 제시함과 동시에 이지성을 전학 보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지성은 반대했다.

두 가지를 모두 반대한 건 아니고 녀석이 반대한 건 전학이다.

원작을 알고 있는 녀석으로선 이미지가 아무리 개차반이 됐어도 학교에 붙어 있는 게 이득이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이미 내공심법을 하나 챙기긴 했다만 도현이가 얻는 기연은 내공심법이 전부가 아니니까.

다른 기연도 있고, 이미지야 이제 겨우 1학년이니 어떻게든 세탁할 수 있다고 생각했겠지.

실제로 지금 이지성은 무투 대회 본선에 진출한 상태다.

무투 대회 예선을 2차전까지밖에 치르지 않았지만, 1차전에 이어 녀석은 예선 2차전도 압도적인 실력 차이로 승리했고 마지막 3차전은 상대가 기권을 했다.

무투 대회 우승에 이어 WHCU 우승까지 하면 어느 정도는 이미지 세탁이 될 테고 다른 미래 정보를 활용하면 그리 어렵진 않을 테니까.

하지만 과연 그게 쉬울까?

이미 미래는 한참이나 틀어졌는데, 나는 그걸 알지만 녀석은 모른다.

녀석이 알고 있는 원작과 내가 아는 원작은 다르니까.

아무튼 그렇게 칼자루는 내 손에 쥐어졌고 나는 잠깐 고민하는 척하다 녀석의 사과를 받아들였다.

실제로 원작에서도 3학년 때 식물인간 사건이 드러나며 문제가 발생하지만 보상을 하고 넘어가는 식으로 잘 마무리가 된다.

물론 나는 이제부터 원작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따라서 원작이 비틀리는 걸 막기 위해 그런 결정을 한 게 아니라 은서 때문에 녀석의 사과를 받아들였다.

교내에서는 내 폭행 사건으로 은서의 패배는 거의 묻혀 버리긴 했어도 외부에서는 그렇지 않다.

작년에 WHCU 우승자가 예선 1차전에서 1학년 학생에게 패배해 떨어졌는데 그 1학년이 다름 아닌 화신그룹의 3세다 보니 기자들이 앞다투어 기사를 써 댔다.

이지성이 학교를 떠나면 은서와 재대결은 힘들 테고 지금 상황을 극복하지 못하면 은서에겐 트라우마가 될 수도 있다.

애초에 내가 이지성을 두들겨 팬 이유가 누구 때문인데.

"선생님?"

"전에도 말했지만, 복수는 네 손으로 하는 게 맞잖아?"

"네. 더 열심히 할게요."

나는 은서가 직접 녀석을 꺾고 트라우마를 없애길 바란다.

녀석의 이미지 세탁도 얼마든지 막을 수 있고.

뭐, 예로부터 적은 가까이에 두란 말도 있으니까.

"좋아, 그럼 한 번 더 해 볼까?"

*    *    *

"이지성 저 자식은 진짜 개쓰레기였네."

"아니, 그래 놓고 지금까지 도현이랑 찬성이한테 친한 척한 거야? 완전 역겹다."

"찬성이가 진짜 대인배네. 어떻게 그걸 용서하지?"

"그땐 촉법소년이라 처벌할 수도 없어서 그랬다는데."

식당에 들어서자마자 수군거리는 소리에 진짜 미쳐 버릴 것 같다.

도대체 왜 이렇게 되어 버린 거지?

처음엔 완전히 망했다고 생각했지만 다행히 민찬성이 사과를 받아 주겠다고 했을 때부터 그래도 어떻게 잘 넘어간다고,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다행은 무슨… 완전히 잘못된 판단이었다.

민찬성을 식물인간으로 만든 게 나라는 것과 도현이의 집안을 망하게 사주한 일 모두 교내에 알려졌다.

소문을 퍼뜨린 당사자는 당연히 민찬성이겠지.

민찬성 그 자식. 앞에선 인심 쓴다는 듯이 사과를 받아 줘 놓고 뒤로는 이렇게 야비하게 소문이나 퍼뜨리고.

폐쇄적인 헌터 학교 특성상 소문은 순식간에 퍼져 나갔고 나는 희대의 쓰레기가 되어 버렸다.

반… 아니, 전교 학생들은 물론이고 교사들까지 나를 벌레 보듯 보고 무시하기 일쑤다.

학생회에서도 제명 통보를 받았고.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다고.

민찬성 그 자식 사건은 내가 저지른 일도 아니고 김도현은 그 자식이 잘해 주려고 해도 뻗대니까 어쩔 수 없이 그런 건데.

그동안 내가 망나니 이미지를 세탁하겠다고 얼마나 노력했는데 모든 게 완전히 물거품이 되어 버렸다.

차라리 그냥 모친의 말대로 전학이나 갈 걸 그랬나?

하아…. 아니, 그럴 순 없다.

내가 빙의한 이 소설의 중심은 제1헌터학교니까.

이대로 자책만 하고 있을 순 없다.

쫄딱 망하긴 했어도 아직 상황을 반전시킬 기회는 있다.

이미지가 망한 거지, 내가 가진 정보나 능력이 망한 게 아니니까.

애초에 내가 봤던 원작에서도 이지성은 김도현에게 참교육을 당하고 학교에서 쫓겨난다.

하지만 나는 학교에 남았으니까.

거기다 교내 여론은 완전히 망했어도 외부 여론은 그렇지 않다.

무투 대회에서 우승하고 WHCU에서도 우승하면 필시 어느 정도 세탁이 될 테니까.

그것 말고도 내겐 아직 원작을 통한 미래 정보도 있다.

애초에 이 세상은 내게 친절하지 않았다.

재벌 3세라고 해도 천하의 둘도 없는 망나니였는데… 그래, 지금 내 상황도 그런 불친절했던 시작에 고작 시련이 하나 더해진 것뿐이다.

1년 가까이 쌓아 온 노력이 모두 물거품이 된 건 조금 아쉽지만 상관없다.

내가 미래를 아는 이상 시간은 내 편이니까.

나는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    *    *

점심을 먹고 집에 돌아와 현관에 들어서는데 뭔가 느낌이 이상하다.

나가기 전과 특별히 바뀐 건 없는 것 같은데… 착각했나 생각한 순간 내부에서 인기척이 느껴진다.

곧장 마나를 끌어올려 대비하며 신발장을 열어 함정을 작동시켰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다.

내가 설치한 함정들을 해제했다고?

누군진 모르겠지만 절대 단순한 도둑이나 강도는 아니다.

"왔나?"

순간 깜짝 놀랐다.

너무나 귀에 익은 목소리 였으니까.

하지만 이 목소리는….

빠르게 안으로 들어가자 내 예상이 맞았다.

"보스? 정말 오랜만입니다. 미리 연락이라도 주시지 그러셨습니까."

"연락하면 자네가 받았을까?"

"당연히 받았을 겁니다. 여긴 어떻게 알고 오셨습니까?"

"이곳이 이탈리아는 아니더라도 유럽이지 않나? 그렇다면 내 눈을 피할 순 없지."

역시… 보스도 알고 있던 건가?

"그렇군요. 잘 지내셨습니까?"

"나야 뭐, 늘 잘 지내지. 자네는 좀 바쁜 모양이군."

"아, 오래 기다리셨습니까? 죄송합니다. 평소엔 잘 안 나가는데 오늘은 하필 점심 약속이 있어서…."

"글쎄, 오늘을 두고 말하는 게 아니라는 건 자네도 잘 알 텐데?"

…역시 전부 알고 온 모양이다.

"미리 말씀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굳이 내게 말할 필요는 없지. 자네는 이미 은퇴를 했으니까. 내가 승인했는데 혹시 내가 치매라도 걸렸다고 생각하나?"

"아, 아닙니다. 무슨 그런 말씀을. 그럼 무슨 일로…?"

"이미 눈치챘으면서 그런 식으로 모르는 척하기 있나?"

"하하…."

"자네가 조직을 등쳐 먹고 잠적한 것도 아니고, 정식적으로 은퇴를 했으니 이런 식으로 관여하는 건 원칙상 안 되겠지만, 자네가 지금 꾸미고 있는 일을 내가 알아 버렸거든."

"…."

"길트, 내가 오늘 이곳에 온 건 자네와의 옛정을 생각해서야. 보스가 아니라 자네의 친우로서."

"이미 모든 준비는 끝났습니다."

"알고 있어. 하지만 자네가 멈추려고 하면 충분히 멈출 수 있지 않나?"

"정말 죄송하지만 그렇게 할 순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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