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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작교는 싫습니다-1화 (1/125)

00001 이런 상황 싫습니다. =========================

시간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 내가 5살 때의 일이었다. 나는 분명한 순진하고 사랑스럽던 소녀였다. 유니콘을 타고 무지갯빛 다리를 건너 내 운명의 왕자님과 분홍빛 결혼식을 목표로 삼고 있었다.

"엄마!! 어엄마아!!"

나는 얇은 원피스 형태의 잠옷을 입고 안방으로 달려가 그대로 엄마의 품에 안겼다. 나 덕분에 잠에서 깬 어머니 아부지는 어벙벙한 표정이더이다.

"어머, 우리 따알? 왜 그러니? 악몽을 꿨니?"

나는 서럽게 엉엉 울며 엄마의 치마 폭을 적셨다.

"엄마아, 엉엉. 딸래미 시집 못가요오. 흐어엉"

엷은 미소를 지으며 무슨 일이냐고 묻는 어머니의 대답에 나는 계속 눈물을 흘렸다. 5살이었지만 그때의 감정과 기억이 선명했다.

엄마의 치마에 코를 풀려다가 아버지에게 저지당한 어린 나였다. 5살, 내가 첫사랑에게 차였을 그날 밤, 내 인생을 바꿀 꿈을 꾸었다. 그게 무슨 꿈이었냐면 당황스럽겠지만 내 전생에 관한 것이었다. 내가 무엇을 하던 사람이었는지, 내가 어떤 가정에서 자라 어떻게 죽게 되었는지 그 기억이 너무 생생하게 내 머릿 속에  박혀 단순히 꿈이라고 단정 지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내가 서럽게 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것은 이 곳은 내가 죽기 전에 읽었던 역하렘 소설 속의 세상과 똑같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깨달은 것이 현재 나와 가장 친한 친구가 그 소설 속 주인공이라는 것이고.내가 기억하기론, 나는 그 소설의 잘나가는 남주 1을 보며 꺅꺅거리고 여주를 띄워주는 역할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게다가 이상하게도 소설에서 내가 좋아했던 모든 남자들은 헤스티아에게로 갔단 말이지.

더욱 더 큰 문제는 내가 좋아하는 남자애들이 모두 그 아이에게로 갈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찾고야 말았다.

하필이면 전생의 꿈을 꾸었던 날이 좀 좋지 않았다. 그날은 좋아하는 남자아이에게 차여 울다 잠들 날이었다. 이유는 내 친구 헤스티아를 좋아했기 때문이더라. 그리고 날 왜 좋아하지 않을 까 헤스티아의 얼굴을 떠올리고 바로 거울을 보자마자 납득해버렸다.

과거 17년의 기억이 합쳐진 그날 부터 나는 순식간에 애늙은이가 되었다. 5년간 열심히 모아둔 공주님 시리즈들을 모두 공허한 눈으로 불태워 버렸다.

"엄마, 사람은 왜 사는 거라 생각해?"

"????"

"운명이 있어서 모든 게 정해져 있다면 왜 인간은 노력을 하는 걸까..."

엄마는 얼굴에 주름살이 생겨 팩을 하고 있었다.

"...다 부질없는 것을. 어차피 원점인걸."

엄마는 자신의 얼굴에 붙여져 있던 오이를 나에게 던지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내 또래 여자 친구들이 우리집에 놀러왔을 때에도 감흥이 사라졌다. 그들은 내가 제일 좋아했던 왕자님과 유니콘 세트를 들고와서 재잘거린다.

우리들이 노는 것을 흐뭇하게 지켜보고 있던 백작부인이 우리에게 물어본다.

"우리 공주님들은 꿈이 뭐예요?"

여자 아이들은 왕자님 공주님 인형을 들고 꺅꺅 거린다. 헤스티아도 얼굴을 붉히며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저요! 저는 이 세상에서 저를 제일 아껴주는 왕댜님을 만나서 뽑뽀를 할 거예요! 매일 꽃을 키우며 살거예요!"

"린다는~ 린다는요! 우리 제국에서 저를 가장 사랑해주는 저만의 그분을 만나서 평생 행복하게 사는 거요! 유니콘은 펫으로 키울 거예요! 매일 요정의 가루로 세수를 하는 거옝요!"

백작부인은 따뜻한 미소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그러다가 잠자코 있던 나에게 물었다.

"우리 슈슈는 크면 뭐하고 싶어요? 슈슈도 왕자님이랑 결혼하고 싶어요?"

나는 고개를 저었다. 표정을 굳히고 단호하게 말했다.

"공무원이요"

내가 입을 열자 애들은 이해를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었고 백작부인은 당황한 듯 부채를 펴들었다. 그, 그것 참 멋진 꿈이구나. 호호. 당황해서 대충 아무소리나 던지는 부인이었다.

그렇다. 나는 깨달았다. 인생은 남자에게만 의지하려고 하면 안된다. 요컨대, 철통밥통을 목표으로 홀로서기이다.

============================ 작품 후기 ============================

진부하면서 가벼운 거 쓰고싶었어요 :) 한번이라도 완결내보고 싶어서 도전해봅니다.

※저 유치한 거 좋아함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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