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작교는 싫습니다-2화 (2/125)

00002 이런 상황 싫습니다. =========================

나, 슈라이나 웨스트는 전생에서도 별볼일 없는 여자였다.

오히려 불운쪽에 가까웠달까. 아래로 동생이 3명이나 있는 소녀가장이어서 오락따윈 즐기지 않았다. 부모님 둘 다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돌아가셔서 남겨진 유산으로 동생들을 돌보았어야 했다. 때문에 가장인 내가 희생을 해야했던 케이스.

좋아하는 옷도 못입고, 친구들과 방과후에 오락도 즐기지 못하고 연애는 나에게 사치였을 뿐.환경이 되지 않아서 안 사귀었다곤 하지만 어차피 외모가 안 돼서 고백해주는 사람도 없었던 이 슬픈 사실.

예쁘게 꾸미고 싶었지만 내 동생들과의 생활비가 우선이었고 나는 19살 꽃다운 나이에 죽기 전까지 참고만 살아야 했다.

나의 유일한 오락은 편의점 알바를 할 때 틈틈이 읽던 연애 소설이었다. 그중에서 내가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읽던 책의 제목은 바로 '헤스티아의 그놈들' 이라는 책이었다. 전형적인 로맨스 역하렘 소설로 심심풀이 땅콩으로 읽기 좋은 소설이었다.

소설의 내용은 피폐했던 것 같지만 결국 해피엔딩이었다. 해피엔딩이었나? 사실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헤스티아는 결국 아무와도 이어지지 않고 끝났다. 작가가 무슨 생각인건지 남주들을 너무 불쌍하게 끝내 참 마음이 아팠었지.

작가가 너무 여주인공만 편애를 할 수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는 게 또 조연에서 나타난다. 나같은 경우(나는 주연급 조연정도였다) 여주인공과 남주들을 이어주는 오작교 역할로 많이 쓰이는데 내가 좋아하는 남자가 생기면 착한 헤스티아가 그와 나를 이어주려고 했다. 그러다 오히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헤스티아에게 빠지는 일이 다반사였지.

책에서 나는 질투심 많고 그렇게 좋지 못한 친구로 묘사되었기에 완결 당시 결과도 나쁠 수밖에 없었다.

꿈에서 나온 책 내용을 짚어보면 우리 웨스트 가문은 후에 세력을 잃어 돈 많은 집안에 거의 팔리다시피 되었다고..... 제기랄.

어쨌든 덕분에 5살 이전과 후로 내 인생은 실연의 연속이다. 좋아하는 건 아무리 꿈을 꿨어도 내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어서 한동안 고생좀 했었다.

거듭되는 실연을 통해 나는 패턴을 찾았다.

첫 번째, 내가 좋아해서 다가갔더니 내 친구를 좋아하더라.

두 번째, 나에게 다가와서 좋아하게 됐더니 헤스티아와 연결시켜달라더라.

대충 이런식이었다. 패턴이 반복되다 보니 난 체념했다. 나를 좋아하게 되는 경우는 없다. 내가 앞으로 행복해 질 수 있는 방법은 일단 결혼에서 찾는 건 포기. 남은 건 그저 돈을 많이 벌어서 미래에 내가 선택할 수 있게 되는 폭을 넓히는 것이다.

겸사 겸사 집안도 부흥시켜면 좋고.

나는 내 바로 앞에 앉아 열심히 꽃을 엮는 헤스티아를 바라보았다. 하필이면 햇빛이 제일 잘 드는 곳에 앉아있어서 더욱 피부가 빛을 발했다. 또 하필이면 꽃에 앉아서 뭐가 꽃인지 분간이 안됐다. 앗, 방금 건 너무 심한 과장이었나?

여하튼 오늘도 우리집에 놀러온 헤스티아는 내 머리에 씌어줄 화관을 열심히 만들고 있었다. 분홍빛 머리카락이 바람에 넘실거리며 그 사이로 풀꽃색 눈동자가 보인다. 발그레한 볼이 참 사랑스러운 아이였다. 내가 멀거니 바라보고 있자니 헤스티아가 눈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갸웃인다.

"슈슈? 내 얼굴에 뭐 묻었어?"

"넌 좋겠다."

"음?"

"미래가 보장되어 있어서"

내 말에 헤스티아는 내가 또 알수 없는 소리를 한다며 꺄르륵 웃음을 지어보인다.

헤스티아와는 태어났을 때부터 친구였다.

소설에 대한 진실을 깨닫고 나서 내 핑크빛을 위해 헤스티아와 멀어지려 해보았지만 무리였다. 헤스티아는 내 삶에 깊은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일단 부모님끼리 너무 친하고 또 헤스티아가 너무 내 전생의 동생같이 굴어서 가만히 내버려 둘 수 없는 처지다. 그래서 현재까진 그냥 헤스티아의 친구로 지내고 있었다.

"슈슈는 이번에 아카데미에 입학 지원했어?"

잠시 멍때리고 있자니 헤스티아가 갑자기 말을 건다. 나는 깜짝 놀라 얼른 답했다.

"어? 어. 으..응"

헤스티아는 나에게 화관을 씌우며 볼에 바람을 넣는다.

"이씨! 너무해! 내가 같이 넣자고 했잖아!"

"그럴 줄 알고 이미 네 것도 같이 신청했어."

"오! 진짜? 와아, 우리 그럼 아카데미에서도 함께 하겠네!"

녹빛의 눈동자가 반짝이며 반달의 모양이 되었다. 헤스티아는 박수까지 치며 좋아했다. 나는 그 반응에 예쁜 헤스티아의 얼굴에 꿀밤을 먹였다.

"좋은 거 알겠으니까, 이 거나 받아."

나는 그렇게 말하며 품에서 러브레터를 꺼냈다. 예쁜 분홍색 편지지 위에는 헤스티아에게 라고 적혀있었다. 이 러브레터 또한 부탁받은 것이었다. 이번에 헤스티아에게 눈길을 주던 남자아이는 에릭이라는 남자애로, 남작가의 아이인데 꽤 괜찮게 생겼다. 앞으로 장래가 기대되는 이목구비에 좀 똑똑했던 것 같다.

"와아~ 이 러브레터는 뭐야? 슈슈꺼야? 인기 좋네?"

헤스티아는 그렇게 말하며 내 품에서 러브레터를 가져갔다.

"저번에 다과회때 만났던 그레이 남작가 아이네? 이름이 에릭 맞지! 슈슈가 관심있게 보던!"

익숙한 패턴이다. 이러다가 곧 미안한 표정을 지을 것이다.

"어라... 나한테 온 거였어? 이상하네... 나보다 슈슈가 훨씬 예쁘고 사랑스러운데 왜 나한테 온 거지?"

내가 가만히 있자 헤스티아는 백치미 가득한 미소로 웃으며 또 질문을 한다.

"진짜 왜 이러는 거지? 이상하다. 슈슈도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헤스티아의 웃음에 나도 마주 웃어주었다.

"우리 헤스 맞고 싶구나?"

헤스티아는 혀를 내밀며 얄미운 웃음을 지었다.

============================ 작품 후기 ============================

연재참치(2)

본문 내용 조금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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