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작교는 싫습니다-22화 (22/125)

00022 후작 영식은 싫습니다. =========================

발견한 코리는 붉은 로브의 후드를 쓰고 있었다. 나하고 하일리를 발견한 코리는 우리 쪽으로 다가오며 후드를 벗는다. 벗은 후드 속에선 산발이 된 금발머리가 있다. 하일리는 코리의 산발 머리를 보며 웃었고 코리는 자신의 중단발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대충 빗어 내렸다. 안쓰러워서 내가 대신 빗어줬더니 가만히 있는다.

하일리가 코리를 보며 입을 연다.

"이 실기 시험, 마법부도 역시 같이 하는 건가."

어느 정도 머리가 정돈되자 코리는 시선을 나에게서 떼고 황태자를 바라보았다.

코리는 고개를 끄덕인다.

"근데 마법부는 선택이야. 공격 계열이 아닌 애들은 이 실기에서 빠졌어."

하일리는 '마법부라...' 하고 중얼거리며 잠시 생각하더니 입을 연다.

"그럼 스완하덴은 이 실기에서 빠졌겠군."

하일은 마법부 애들 무리 중 누구를 찾는 건지 고개를 돌린다. 나는 하일을 중얼거림을 들으며 잠시 고민에 빠졌다. 스완하덴이라... 많이 들어본 이름이다. 아, 맞다. 스완하덴은 나랑 헤스티아의 소꿉친구였지. 소꿉친구라고 해도 별로 친하진 않았지만. 어쨌건 스완하덴은 어릴 때 안면이 있음과 동시에 소설 속 남주 중 소공자 역할이었다. 학교에서 너무 안 마주쳐서 잠시 잊은 듯 하다.

스완의 언급에 코리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이 실기에서 빠졌냐니. 걔 아직 입학도 안 했어"

"아, 그렇군. 깜빡했다. 스완하덴은 제국 남쪽으로 잠시 유학 떠났지."

아무래도 하일과 스완과 코리는 원래 알던 사이 같다. 하기야, 제국에서 주름 잡는 집안들이니 서로 모르는 게 이상하긴 했다. 별 볼일 없는 나같은 남작 영애랑도 안면이 있는데 황태자랑 후작가의 장남이랑 알 수밖에 없는 사이겠지.

"스완은 주니어 3년째 쯤에 편입할 껄"

"아, 그래. 솔직히 별로 보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하일은 살짝 굳은 얼굴이었다. 코리는 하일의 반응에 웃었다.

"황태자면서 소공자한테 쪼는 거야?"

"쫀다니 아니다! 솔직히 너도 생각해봐라, 걔의 만행을!"

"왜, 난 스완이랑 괜찮았는데."

"너는 걔랑 쿵짝이 잘 맞았지. 나는 걔보다 너네 둘이 다시 붙어먹는 게 더 무섭다"

'근데 확실히 너는 놀리기 좋아서 스완이 남다르게 괴롭히긴 했지' 코리는 뒤이어 인정했다.

"그나저나, 스완은 네 친구이기도 하지 않나? 슈라이나. 블란치 공작가와 웨스트 가문과 사업 관련으로 왕래가 잦았다고 들었는데. 분명히 한번 쯤은 만났을 거라 생각한다."

"집안끼리 왕래가 잦은 거지, 소공자님과 저는 딱히 관련은 없습니다."

나는 말하며 스완하덴을 떠올려보았다. 내가 보았던 애들 중에 제일 예쁘게 생긴 아이였다. 스완은 잘생긴 것도 있지만 예쁘다는 느낌이 강하다. 어렸을 때 스완은 아버지를 따라 우리 가문에 와서 연무장을 이용한 적이 있었다. 나 역시 매일같이 연무장에서 운동을 했으므로 그와 마주쳤었다. 옆에는 나 연습하는 것을 보러 온 헤스티아도 함께였다.

천사같은 얼굴이었지만 표정은 한 없이 차가웠다. 피부가 드러나는 게 싫었던 건지 연습중에도 목까지 올라오는 검은색 목티를 입었다. 항상 긴팔에 긴바지였다. 어쩌다가 반팔을 입은 걸 봤는데 몸이 상당히 상처투성이다.

내가 말을 걸면 무시하고 헤스티아가 말하면 듣는 척이라도 해준다. 나는 대충 그가 소설 속 등장인물임을 알았기에 그러려니 했었다. 소설 속 그의 성격이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었던 것 같다. 기실 남주들 성격이 다 좋지 않은 것으로 나와있었지만 말이다. 근데 코리나 하일을 보면 소설이 잘못된 것 같기도 하다. 아님 아직 어려서 그런가.

우리 셋은 도란 도란 이야기를 나눴다. 딱히 줄서거나 하는게 없었기에 나란히 걸으면서 시험이 치러지는 곳으로 걸어갔다. 아우그란 산맥 하층부는 평지에 가까웠다. 살짝 경사가 졌지만 잔디가 깔린 들판이었다. 역시 우리가 아직 어린애들이라는 것을 인지한 건지 시험 난이도가 완전 하급이다.

파랑색 슬라임이 하층부 바닥에서 꾸물거리며 기어간다. 귀엽게 생겼지만 인간들 무리가 다가오자 바짝 경계한다. 인간들 무리를 마주하며 파랑색 귀요미들은 전투 준비를 했는데 나는 상당히 마음이 아팠다. 얘네들이 무슨 죄가 있다고 토벌하려는 걸까.

코리에게 물어보니 농작물에 독성을 퍼뜨리고 더 큰 몬스터들을 불러오는 촉진제에 약한 어린아이들 위주로 공격해 녹여서 먹는다고 한다.

나는 정정했다. 기필코 섬멸 대상이다.

"자, 모두 모였겠지!! 실기 시험은 이 슬라임 몬스터를 죽이면 나오는 핵의 개수로 성적이 매겨진다!! 1차는 슬라임이고 2차는 야일론이고 3차는 헤마알 을 잡는 것을 알아둬라! 1차 시험은 총 30분동안 진행되고 다치게 된다면 자연스럽게 학교 보건실로 이동 되니 너무 걱정은 말거라."

와. 이 붉은색 전투복에서 마법 효과가 느껴진다 했더니 대충 보호 마법인 줄 알았다. 그런데 이동마법이라니. 우리 학교 짱이다. 나는 내 전투복을 어떻게 개조할 까 곰곰이 생각하며 검을 잡아 들었다. 그러고 보니 슬라임을 잡는 다니, 상당히 rpg 게임 같아서 웃음이 나온다.

"그럼 시험을 시작한다!"

우리 검술부 선생님의 목소리와 함께 애들이 검과 마법 지팡이를 들고 몬스터를 향해 달려나간다. 애들은 종종 팀을 맺어 마물들을 처리했는데 어쩌다보니 코리와 하일리 그리고 나 이렇게 셋이서 움직이게 되었다.

슬라임의 마물들은 한정되어 있었고 애들은 높은 시험 점수를 얻기 위해 열심히 뛰었다. 하지만 나는 뛰지 않았다. 힘들고 귀찮고 필요성을 못 느꼈다. 일단 내 목적은 고작 시험 점수가 아니었다. 동아리의 순위 상승, 그리고 높아지는 지원금이다.

"코리, 내가 슬라임들 한 곳으로 모을 테니까 한꺼번에 태워줄 수 있어?"

"어렵지 않아"

나는 황태자를 바라보며 그에게도 부탁했다.

"하일리님, 이렇게 슬라임이 많으면 반드시 리더인 슬라임이 있을 겁니다. 황태자시니, 몬스터 토벌도 어렸을 때부터 자주 가셨다고 들었습니다. 혹시 찾아주실 수 있습니까? 그대신 죽이진 말아주세요."

하일이 내 부탁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리더 슬라임을 찾으러 갔다. 나를 수상하다는 듯이 쳐다보는 하일이었지만 나는 고개를 마주 끄덕였다. 하일이 얼굴에 물음표를 띄우며 대왕 슬라임을 찾으러 간다.

하일이 저 멀리 사라지고 나랑 코리가 남았다. 나는 슬라임 몬스터들이 좋아할 만한 냄새의 향을 환각 마법으로 모방했다. 슬라임들은 천천히 나와 코리쪽으로 다가왔다. 코리는 몬스터들을 불러들이는 날 보고 어떻게 한 거냐고 물어보길래 단순한 환각 마법의 일종이라고 설명해줬다.

몬스터들이 나를 중심으로 한 곳에 모이자 코리가 나를 부양 마법으로 들어올렸다. 나는 쉴드를 치고 그에게 내 쪽으로 마법을 쏘라고 말했다. 그러더니 코리가 인상을 쓰더니 날 띄우곤 저 멀리 슬라임들에게서 분리했다. 그리고선 슬라임들이 다시 나를 쫓아 오기 전에 파이어 마법으로 슬라임들을 한꺼번에 태웠다.

나는 코리의 마법에 깜짝 놀랐다. 하일의 검술 실력도 그렇고 정말 이건 사기다. 단순한 파이어 마법일텐데 위력이 굉장하다. 색깔부터 남다르다. 보통 파이어 마법은 붉은색인데 코리의 마법은 파란색이다. 보는 내가 뜨거워서 눈살을 찌푸렸다.

"미안, 좀 뜨겁지"

코리는 내 쪽에 차가운 물 막 같은 걸 만들어서 슬라임들이 죽는 동안 내가 시원할 수 있게 해줬다. 나는 코리가 신경 써주는 게 고마웠다. 입 모양으로 '고마워' 하고 내 의사를 보이자 코리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코리가 파이어 마법으로 태운 몬스터들이 있던 자리에는 슬라임 몬스터들의 핵이 수북했다. 대충 10개씩 가져갈 수 있으니까 하일, 나, 코리 다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시계를 보니 아직 20분이나 남았다. 내 계획대로 였다.

코리는 부양 마법 걸었던 걸 천천히 풀어 나를 조심스럽게 바닥에 내려놓았다. 붉은 색 로브를 펄럭이며 코리가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 괜찮아? 라고 물어보는 코리에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벌써 1차 시험을 끝냈는데 이제 뭐할 생각이야, 슈슈"

물어보는 코리에게 나는 공들 같이 생긴 아이템들을 쥐어줬다. 위에는 빨간색, 아래는 하얀색인 몬스터볼들이었다. 저번에 하일에게 썼던 아이템이었다. 나는 하일에게 썼던 몬스터볼을 이번 동아리 실적을 위해 조금 더 개량했다.

코리는 내가 만든 몬스터볼을 받더니 묘한 표정을 짓는다. 흥미와 즐거움이 섞인 표정이다.

"이게 네가 말한 동아리 프로젝트에 관련된 일인 거야?"

"응, 내가 쓰는 법 알려줄게."

내가 그에게 몬스터볼을 쓰는 법을 알려주려고 하자 코리가 몬스터 볼을 들며 나에게 물어본다. 몬스터 볼에도 내 싸인이 자그마하게 새겨져 있다.

"열심히 할 테니까, 이거 다 쓰고 나 줘."

무표정이었지만 은근히 신나하는 표정으로 코리가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코리가 귀여워 웃었다.

"그래, 줄게. 너 다 가져."

내가 코리의 등을 두들기며 말하자 코리가 눈을 가늘게 뜨며 변명한다. 코리 자신도 말하면서 부끄러운지 귀가 살짝 붉다. 표정이 살짝 원망을 담는다.

"...단지 모양이 예뻐서야."

"알아들었어, 괜찮아."

나는 코리에게 몬스터볼 사용법을 알려주었다.

솔직히 사용법이 너무 단순해서 알려줄 것도 없었지만 그래도 설명했다. 나는 코리에게 시범을 보여줬다. 앞에 느린 속도로 우리를 향해 다가오는 슬라임 한마리가 있었다. 나는 슬라임 향해 몬스터볼을 던졌다. 몬스터 볼을 맞은 슬라임은 볼 속에 들어가 잠시 반항하다가 곧 딸칵, 하는 소리가 나며 잠잠해졌다.

코리는 그 광경을 보더니 살짝 경악 어린 눈빛으로 날 쳐다보았다.

"몬스터를 축소화 해서 그 공안에 집어넣은 거야?"

"응"

"혹시 우리 동아리 프로젝트.."

코리는 놀란 상태로 말을 흘렸다. 나는 그의 말을 이었다.

"맞아, 우리가 만들어 둔 아우그란 산 모형에 얘네들을 풀어서 마물 별 습성이나 서식지 등등 행동 패턴을 알아내는 거야. 기왕 프로젝트를 할거면 우리 제국에 도움이 되는 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동안 마물들의 베일에 쌓인 불규칙적 행동과 바뀌는 서식지에 사람들이 많이 고통스러워 했잖아?"

앞으로 계속 해야하는 몬스터 토벌에 굉장한 도움이 될거야. 나는 덧붙여 말했다. 모형은 이제 정말 산 그 자체에 흡사하다. 자연계 마법을 이용해서 최대한 자연스러운 느낌으로 모형을 만들었다. 아마 모형에 몬스터를 풀어넣으면 진짜 산과 큰 차이점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몬스터들의 주식도 꾸준히 자라는 걸로 설정해두었다. 하일이 찾으러 간 리더 슬라임도 축소판 슬라임 몬스터 마을을 만드는 데 중요하다. 여튼 리더를 잡고 쫄명 몇 명 잡으면 그들의 수는 금방 불어나고 마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1차는 슬라임을 잡으러 가고 2차는 야일론, 3차는 헤마알이다. 그럼 내 모형에 총 3 종류의 몬스터 집단이 생기는 것이다. 그럼 일단 그들의 행동패턴은 눈에 다 보이니 그들을 공략하는 데에 문제가 없을 것이다.

어차피 하급 마물들이니 자세하게 알 필요는 없다고 할 사람들이 있긴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하급 몬스터는 중급과 상급 몬스터의 주식으로서, 이 하급 몬스터들의 패턴만 알아낸다면 중급이나 상급 몬스터들의 행동 패턴도 알아낼 수 있다. 정확하진 않지만 패턴 추측 불가능에서 가능함으로 바뀌는 것은 엄청난 것이다.

게다가 학교에서 동의만 해준다면 상급 몬스터도 잡아 풀어 넣는 것도 할 수 있다. 그러면 완전한 몬스터 토벌 공략집이 생기는 것이다. 모형 밖에는 결계를 몇 겹으로 걸어 놓았으니 탈출할 염려도 없다.

코리는 내 이야기를 가만히 듣더니 엷은 미소를 짓는다. 그의 녹안에는 즐거움이 가득해 보였다.

"너랑 있으면 진짜 재밌어."

웃으며 나긋한 목소리로 말한 코리였다.

"내가 그동안 뭐하고 살았나 싶을 정도로."

코리는 그렇게 말하며 내가 부탁한 일을 처리하러 떠났다. 나는 내가 재밌다는 코리의 말에 잠시 생각에 잠겼다. 모순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의 말에서 진심이 느껴졌기에 더더욱.

나는 평생 내가 무뚝뚝해서 같이 다니기 힘들다는 소리 밖에 들지 못했다. 전생에서도 툭하면 친구들이 나에게 '재미없어, 너랑 안 놀아' 하는 식의 말들이 대부분이었다. 물론 반은 내 잘못도 있다. 동생들을 돌보아야 했기 때문에 친구들과 놀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굳이 그 것이 아니어도, 어렸을 때부터 여유가 없었던 생활 때문에 나 스스로도 유머와 융통성이 사라진 느낌이었다. 헤스티아같이 어렸을 때부터 같이 자란 애가 아니면 조금 힘들었다. 필요에 의해 하는 대화 이외에 사적으로 하는 대화를 어떻게 끌어나가야 할지도 모르겠고 재치 있게 말을 잘하는 애들이 너무 부러웠다.

헤스티아조차 가끔 나에게 조금 웃으라고, 말 좀 하라고, 밝아지라고 뭐라고 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나는 그냥 자주 할 수가 없었다. 헤스티아는 솔직히 친구이기 보단 내 동생같은 느낌이다. 서로 의지가 되기 보단 그냥 나에게 엄청 의지하고 있다. 거의 나를 부모님 수준으로 따를 정도다.

나는 코리의 말에 괜히 쑥스러워서 뒷머리를 헤집었다. 고마운 말이었다.

잠시 멍때리고 있으니 하일리가 저 멀리서 나를 부르고 있었다. 리더 슬라임은 갑작스러운 부하들 대량 살해에 당황하며 몸을 피하고 있었던 것 같다. 리더격 슬라임이 황태자의 검에 조금 찔려 바닥에 고정되어 있었다.

나는 하일리에게 다가갔다. 하일리는 뿌듯한 얼굴이었다. 붉은 색 눈동자가 칭찬해달라는 느낌이어서 나는 하일리의 등을 툭툭 쳐줬다.

내가 주머니에서 몬스터 볼을 꺼내들자 하일리의 표정이 심상찮다.

"어이, 이봐. 왜 그걸 갑자기 꺼내는 건데. 부탁한 대로 했지 않는가."

저번에 몬스터볼에 갇혀있는 기억이 있던 하일리로썬 몬스터볼을 지극히 싫어했다. 뭔가 오해하는 것 같은데, 내가 자기한테 쓰려는 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괜히 쪼는 황태자가 귀여웠다. 나는 황태자에게 쓰는 것처럼 연기했다.

"압니다. 그대로 서 있으세요."

"시..싫다! 뭔일이 일어나는 건가! 왜 그러나!"

꽂아놓은 검과 슬라임을 버릴 수가 없어 안절부절 하는 하일리였다. 억울하다는 듯 표정을 지었다. 저번에 갇힌 기억 때문에 몬스터볼에 잔뜩 경계하는 하일이다. 나는 그를 향해 몬스터볼을 던지는 시늉을 하자 그가 눈을 감고 몸을 웅크렸다.

하일리는 시간이 지나고도 자신에게 아무런 변화가 없자 감은 눈을 살짝 떴다. 내가 온전히 보이자 의아하다는 얼굴이었다.

"황태자님이라는 것을 알고 또 잡으면 그건 황실 모독 죄입니다."

하일은 멀뚱 멀뚱 날 바라보다가 자기가 잡은 슬라임이 사라진 것을 발견했다.

"....네 빌어먹을 컬렉션에 이것도 추가가 되었나"

하일은 인상을 쓰며 물어보자 나는 웃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그거야 모른다. 내 순간 이미지 포착기가 잘 작동 했을 까. 난 잘 모르겠다.

하일리는 잠시 침묵을 지켰다. 그러고선 고개를 다시 들었을 땐 기운이 차려져 있었다.

"뭐, 나도 네 흑역사 여러개 있으니까. "

!!!! 하일이 반격을 시도했다. 하일은 저번에 내가 노래를 부른 것도 멋대로 기억 장치에 담았고 검술 시간 때마다 땀에 쩔어서 짓는 못생긴 표정을 담은 이미지도 있었다. 물론 하일리의 흑역사보단 약하지만 말이다.

나는 하일을 노려보았고 하일도 나를 노려보았다.

1차, 2차, 3차 몬스터 토벌은 모두 순조로웠다. 나는 많은 양의 몬스터볼을 내 아공간 주머니에 가득 채워 넣었다. 물론 코리의 대량 학살 마법 덕분에 성적은 좋았다. 내 마법은 저런 위력을 내지 못한다. 하일리도 열심히 뛰어서 각각 몬스터의 보스를 잡아 반 기절 시켜줬다. 나는 소중한 인력을 하나도 낭비하지 않았다.

길고 길었던 시험이 모두 마치자 오후 수업이 끝날 때 쯤이 되었다. 황태자는 슬라임 피 좀 씻는다며 기숙사로 돌아갔고 나랑 코리만 남아 동아리 실로 향하고 있다.

원래 이제부터 자유시간이어서 마음대로 행동해도 되지만, 기숙사로 들어가서 헤이즐과 놀기 전에 수집한 몬스터볼 정리 좀 하고 돌아가려 한다. 나는 돌아가 쉬려는 코리를 붙잡고 동아리 실로 향했다. 코리는 순순히 끌려 와줬다.

동아리 실로 도착해 나는 몬스터 볼에서 몬스터들을 모두 모형에 풀어 넣었다.

토벌했던 장소를 최대한 기억해 몬스터 각각 종류 별로 풀어 줬다. 몬스터들은 갑자기 다시 마주한 가짜 환경에 당황하는 듯 싶더니 곧 자기가 평소에 행동하던 그대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몬스터 끼리 서로를 알아봐 다시 무리를 짓는 것을 보니 신기했다.

나는 마법진으로 가짜 하늘과 환경을 만들어주고 큰 반원 보호막을 만들어 그 위에 씌웠다. 이로서 미니미 몬스터 사육장이 만들어 진 것이다.

앞으로 욘석들을 지켜보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일 밖에 남지 않았다.

내가 내 몬스터 사육장을 뿌듯하게 바라보고 있자, 코리는 별안간 나를 부른다.

"슈슈"

몬스터 사육장이 바닥에 있었기에 나는 쭈그려 앉고 있었다. 내 이름을 부른 그는 내 옆에 다가와서 같이 쭈그려 앉았다. 옆을 바라보니 코리가 있었다. 코리는 내 이름을 불렀으면서 나를 보지 않고 앞을 보고 있었다.

"나 보지 말고 앞보고 있어봐."

팔에 얼굴을 반쯤 파묻고 나를 보지 않고 있던 코리가 별안간 말했다. 나는 그의 말에 따라 줬다. 그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몬스터 사육장을 바라봤다. 내가 그를 보지 않자 코리는 내쪽으로 몸을 틀더니 내 머리카락 쪽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뜬금없는 스킨쉽에 깜짝 놀라 옆을 바라보려는데 코리가 뚱한 목소리로 입을 연다.

"보지 말래도"

나는 그래서 다시 앞을 봤다. 코리가 바로 옆에서 느껴졌다. 숨소리가 작게 들릴 정도의 거리였는데 숨과 함께 코리에게서 사탕 향기가 났다. 얘가 지금 뭘 하려는 것일까. 의문이 드며 나는 그가 뭘 하려는 지 앞을 보며 예상만 하기로 했다.

코리는 앞으로 쏠린 내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겼다. 코리의 손이 차가워서 깜짝 놀라니 옆에서 코리가 웃었다. 머리카락에 가려진 내 귀가 드러나자 그가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려 한다. 조금 부스럭 거리더니 그가 주머니에 있었던 물건을 내 귀 쪽으로 가져다 댔다.

차가운 물체가 내 귀 쪽에 느껴진다. 그리고 코리가 손을 뗐을 때 귀에선 익숙하지 않은 무게감이 느껴졌다.

그가 나에게서 멀어지자마자 나는 부실의 창문으로 걸어갔다. 밖은 어둑 어둑하고 안은 밝아서 거울 역할이 가능했다. 나는 내 귀에 달린 물체를 바라보았다.

어두운 주황색의 피어스였다. 오렌지 모양이었다.

나는 귀를 뚫지 않았지만 잘 달려있는 걸 보니 아마 그가 흡착 비슷한 장치를 해둔게 분명하다. 뭔가 마법 아티팩트가 걸려 있었지만 알 수가 없었다.

내가 코리를 바라보니 코리가 바닥을 바라보며 중얼거린다.

"너도 저번에 줬으니까."

내가 코리를 멀뚱 멀뚱 바라보자 그의 보충 설명이 이어졌다.

"그거 지금은 흡착 형식이지만, 나중에 네가 귀를 뚫게 되면 쓸 수 있도록 침도 있을 거야"

코리는 다가와서 피어스를 떼어내서 침부분을 가리켰다. 그는 피어스에 무슨 마법이 걸려 있는지는 비밀이라고 했다.

나는 오렌지 모양 피어스의 침을 바라보았다. 뭔가 너무 감동 받아서 감정이 안에서부터 차오르는 느낌이다.

푹.

나는 그 자리에서 그대로 귀를 뚫었다.

'!!!!'

내 과격한 행동에 코리의 눈이 왕방울만해진다. 나는 내 귀에서 피가 뚝 뚝 떨어지는 것을 느끼며 입을 열었다.

"고마워, 잘쓸게"

"야, 이 멍청아!"

코리가 놀라서 허둥지둥이다. 나는 치료 마법 책을 꺼내는 코리를 바라보다가 창문에 비친 내 모습을 바라보았다. 피가 줄줄인 상태면서 표정이 매우 밝았다.

나는 웃었다.

============================ 작품 후기 ============================

조공 성공한 코리!

+코리편은 다음편이면 끝납니다.

+작가의 뜰, 작품 설정 그리고 공지에 제대로 된 캐릭터 스케치 해서 오늘 내로 올려놓겠습니다. 하일이랑, 코리 그려봤어요. 슈슈도요. 이번엔 우려먹는 랜덤한 애가 아니에요.

+여러분 팬아트 보러 와요. 팬아트. 팬 만화도 있어요. 제 세상 소중 보물들을 구경하러 와요. 뜰에 전시되어 있습니다.

+수능이 아니라 그 것보다 만만한 시험이에요. 전 수능과 관련이 없는 사람입니다.

+후쿠 주신 하나아인님 덕분의 작가의 후쿠 부자력이 +1 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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