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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작교는 싫습니다-81화 (81/125)

00081 오작교는 싫습니다 : 꿈 =========================

*조금 유혈 주의*

스완하덴은 한 쪽 손을 주머니에 꽂아 넣은 채 휘파람을 불었다. 빛의 각도에 따라 색이 달라지는 보석안은 아름다웠지만 그 것이 담은 것은 지독한 광기였다.

나는 걷다가 말고 숨을 죽였다. 그의 발걸음 소리가 가까워질수록, 스완하덴이 나에게 가까이 다가올수록 나는 공포로 맥이 빨라졌다.

[왜 이렇게 사람이 없을까~]

내 쪽으로 걸어오고 있는 스완하덴은 담담한 말투로 중얼거렸다.

섣불리 그를 지나쳐 갈 수가 없었다. 스쳐 지나갈 때의 바람이 그에게 닿아 그가 나를 눈치챌 것 같다. 여긴 꿈이고 그는 내가 보이지 않을 테지만 불길하고 찜찜한 기분이 계속 든다.

벽쪽에 최대한 가까이 붙어서 그 스스로 나를 지나쳐 가길 기다렸다. 스완하덴은 빠르지 않은 걸음으로 내 쪽으로 점차 가까워졌고 이윽고 내 옆을 바로 지나가려 했다. 나는 숨소리가 들릴까 숨을 참았다.

[음?]

잘 걷고 있던 그가 갑자기 내 바로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스완하덴은 날이 서 있는 링모양 무기를 부단히 돌리고 있었다. 그는 링을 돌리다 말고 그 날을 자신의 손으로 턱하고 잡았다. 그의 살이 파였지만 곧 빠르게 회복 되었다.

[흐음...]

그는 날카로운 링을 바로 내 앞에 불쑥 내밀었다. 서슬퍼런 빛의 링의 날이 내 얼굴 앞에 있었다.

[여기 어딘가 이상한 마력이 느껴지는데...]

스완하덴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작게 중얼거렸다. 그는 내가 있는 쪽을 유심히 살펴보다가 곧 링을 거둬 다시 자신의 손가락으로 빙글빙글 돌리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없는데, 아닌가? 그렇게 작게 말한 그는 곧 나에게 관심을 끊고 다시 가던 길을 가기 시작했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이 꿈 속의 무기력하지만 그래도 제일 정상적인 코리가 진심으로 그리웠다. 아니, 그냥 꿈에서 깨어나 원래 애들이 보고 싶었다.

진심으로 죽다 살아난 기분이었다. 아찔한 기분에 계속 심장이 벌렁거렸다. 나는 이 곳의 스완하덴이 쪽지에 적힌 '그' 가 아니길 빌었다. 다른 애들은 그래도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아도 같이 있는 것 만으로도 금방 내 목이 날아갈까 걱정이 생기는 스완하덴은 전혀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재빨리 코리의 방으로 향하려고 난 등을 돌렸다. 심장이 너무 빠르게 뛰어 머리가 울렸다. 온몸이 뜨거웠다.

아까의 스완하덴의 눈빛이 뇌리에 박혀 떠나지 않았다. 다급하게 나는 발걸음을 떼려고 했다.

그러나 그 때였다.

퍼억, 하며 둔탁한 소리가 갔다. 동시에 나는 고통에 잠시 숨을 잠시 쉴 수 없었다.

너무 급하게 움직여 내 주홍색 머리카락이 시야를 가렸다.

등을 돌려 코리의 방 쪽으로 움직이려하자마자 뒤에서 누가 날 강하게 내리쳤다. 기운이 없어서 그런지 뒤를 공격한 사람의 기척도 느끼지 못했다.

갑자기 너무 큰 고통이 치고 들어왔다. 넘어지고 난 다시 일어날 수가 없었다. 일어나려고 했는데 뒤에서 한 사람이 내 등을 발로 밟아 내리 눌렀다.

[안녕?]

들려오는 목소리는 스완하덴의 것이었다.

[미안하지만 흑마법은 나한테 통하지 않아서 말이야.]

넘어진 상태로 고개를 돌려 스완을 바라보았다. 그는 고개를 살짝 갸우뚱거리며 내 쪽을 보았다. 초점이 없는 탁한 눈동자였다.

[마법진을 망가뜨리면 모습이 좀 더 잘 보이려나? ]

스완하덴에게 나는 아직 확실하게 보이는 건 아닌 것 같았다. 그는 정확히 나를 바라보고 있지 않았다.

그렇게 말한 스완하덴은 그대로 들고 있던 날카로운 링을 들어 어딘가를 계속 찌르려고 했다. 그러나 내가 잘 보이지 않는 건지 처음에는 그저 바닥을 찍었다.

나는 필사적으로 움직이려 했지만 힘이 거의 바닥을 친 상태에서 반격을 할 수가 없었다. 아픔을 참아 의식을 붙들고 있는 것조차 힘이 들었다.

이대로 의식을 잃으면 현실에서 깨어나는 건가 싶어 그대로 눈을 감으려 했지만 저 잔인한 스완하덴이 너무 걸렸다. 저 스완하덴 앞에서 절대로 의식을 놓을 수 없었다. 뭔일이 벌어질지 예상이 가지 않았다.

그가 결국 마법진이 그려진 내 손을 찾아 손등을 찍었다. 피하고 싶었지만 스완하덴이 더 빨랐다. 날이 손등을 파고 들어 피가 튀었다.

아팠다. 너무 아팠다. 난 더 이상 이 것이 꿈이라고 말할 수가 없었다. 이건 또 다른 현실임이 틀림없었다. 고통에 눈물이 살짝 고였다.

마법진은 물리적인 공격으로는 절대 망가지지 않았다. 아무리 이 곳이 다른 세상이라 하더라도 백마법을 쓰는 스완하덴이 그걸 모르고 있을 리가 없었다. 분명 일부러 그런 것이다.

나는 필사적으로 발악했지만 스완하덴이 한 손으로 내 머리를 내리 눌렀다. 그리고 링에 모종의 마법을 걸고 다시 내 손등을 찍었다.

이번에 그가 내리 찍었을 땐 손에 그려진 흑마법 마법진이 확실하게 파기 되었다. 마법진이 한 번 격렬하게 빛을 뿜어냈다가 사라졌다.

"넌 뭐야?"

스완하덴은 이제야 내가 제대로 보이는 건지 나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흑마법사는 없는 걸로 알고 있는데. 흑마법의 근원인 블랙 드래곤은 몇 천년에 뒤졌고."

꿈 속에선 살짝 웅웅거리며 들렸던 목소리가 뚜렷해졌다. 불안함에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이거 놔."

나는 목소리를 겨우 짜냈다. 바보 같은 말이었다. 극악무도한 스완하덴에게 놔달라고 해봤자 놔줄리는 없었지만 절망감에 난 뭐라도 말하고 싶었다.

스완하덴은 내 머리채를 잡고 바짝 자신의 얼굴 가까이 가지고 왔다. 그의 얼굴이 가까이에서 보였다.

스완은 마치 나를 장난감 보듯 했다. 흥미를 가지며 내 얼굴을 훑어보고 있었다.

"흑마법사인 것 같기도 하고."

스완하덴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닌 것 같기도."

날 물끄러미 바라보던 스완하덴은 곧 미소를 지었다.

"너, 날 알고 있어? 내가 누군지도 모르면서 겁을 잔뜩 먹었네?"

스완하덴의 말에 난 기가 막혔다. 누구던지 다짜고짜 뒤에서 패고 손등을 찍고 그런 광기어린 눈동자로 쳐다보면 두려움에 바지에 용변을 보아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내가 반응이 없자 그는 어깨를 으쓱였다. 내가 자신을 알고 있는지 없는지는 그에게 큰 관심사가 아니었다.

"흑마법사도 비틀면 아프다고 추하게 꽥꽥 거리겠지?"

그의 관심사는 오로지 남의 고통이었다.

스완하덴은 자신의 피와 내 피로 범벅이 된 링을 내 목 쪽에 가까이 가져다 댔다. 날이 선 링이 내 목 쪽에 가까이 닿으며 생채기를 만들었다.

"여기서 뭐하고 있었던 건진 잘 모르겠지만 말이야. 네가 나랑 좀 놀아줘. "

스완하덴은 내 목에 생채기를 낸 링을 그대로 들어올렸다. 링을 따라 내 턱도 같이 들어 올려졌다. 그의 광기어린 시선을 피해 고개를 떨구고 있던 나는 또 그와 시선을 마주하게 되었다.

떨고 싶지 않았지만 몸이 떨려왔다. 나는 입술을 물며 최대한 겁을 먹은 티를 줄이려고 했다.

"저런. 걱정 마, 죽이진 않을게."

스완하덴은 겁에 질려 나도 모르게 살짝 떨고 있는 나를 비웃었다. 떨림을 멈추려고 퍽 애썼다.

"짜증나게시리 너넨 원하는 때에 스스로 죽을 수 있는 특권을 가졌잖아? 혀만 깨물어도 고통을 끝낼 수 있고."

그런 엄살쟁이들을 위해 난 여태 등신같이 희생해 왔고.

스완하덴은 작게 중얼거렸다.

"넌 신기하니까 좀 오래 데리고 있어줄게. 아무래도 흑마법사니까 다른 애들보다 좀 더 오래 버티려나? 왠지 금방 미치진 않을 것 같은데."

그가 빙긋 웃었다.

"네가 마법사인 만큼 마력을 역류 시켜볼까? 얼굴의 모든 구멍에서 피가 흘러나올 텐데."

한 번 중얼거린 그는 자신의 방금 말한 방법이 마음에 드는지 그 걸로 마음을 정한 듯 싶었다.

링을 잡은 그의 손은 부단히 상처가 났지만 동시에 매우 빠른 속도로 회복되었다. 그의 시선을 피하려 다시 눈동자를 돌리다가 우연히 그의 손을 바라보았다.

나는 그가 상처를 가리지 않고 있다는 점 이외에 다른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꿈 말고 실제 스완하덴은 검을 오래 잡아 손에 굳은 살이 많이 잡혀 있었다. 그러나 방금 발견했는데 이 곳의 스완하덴은 검을 잡아보지 못한 사람처럼 손에 굳은 살이 하나 없었다.

이 곳 스완은 검을 잡지 않은 건가? 소설엔 나와 있지 않아 몰랐다. 그저 그가 백마법사라는 사실만 나와있었다.

이 긴급하고 무서운 와중에 이런 사실을 잡아낸 내가 문득 대단했다.

잠시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데 별안간 내 손등과 아까 스완하덴에게 맞았던 내 등 부분의 고통이 사라졌다. 목, 뺨 등등 이 곳의 스완하덴 때문에 생긴 상처들이 갑자기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엄지 손가락에 끼고 있던 은빛 흰색 반지가 빛을 뿜고 있었다. 예전에 하일리 때문에 다칠 뻔하고 현실 스완하덴이 선물로 준 것이었다.

갑자기 거의 모든 상태 이상이 회복 되었다. 나는 몸이 조금 가뿐해졌다. 스완하덴, 정말. 병주고 약주고였다.

"...내 마법석을 가지고 있어?"

스완하덴은 내 모든 상처들이 나은 것을 보며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는 곧 얼굴에 살벌함을 띄우고 나를 몰아 붙이기 시작했다.

그는 무언가를 확인하려는 듯 내 머리를 거칠게 잡고 곧 나에게 익숙한 느낌의 마법을 썼다. 그가 정확히 뭘하고 있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내 기억을 뒤지고 있는 것 같았다. 백마법은 정신에 관련된 치료도 할 수 있으니 기억에 관한 것도 자연스레 다룰 수 있다고 들었다.

내가 회복했다고 해도 힘은 스완보다 턱없이 약했다. 내 머리 속을 헤집고 있는 스완을 밀어내려 해보지만 그는 놓아주지 않았다.

"난 너를 모르는데. 왜 넌 나를 알고 있는 거야."

시간이 조금 지나고 나에게 쓰던 백마법을 중단한 스완하덴은 내 멱살을 잡아 들어올렸다.

"네 기억 속의 나는 왜 이렇게 병신이고."

나를 죽일 듯 노려보는 스완이다.

역시 그는 내가 의심스러워 내 기억을 뒤져본 것이 분명했다. 확실히 실제 스완은 너와 다르게 아직 그나마 착하다고 할 수 있다. 스완하덴이 착하게 느껴지니 기분이 이상했지만 눈 앞의 얘보단 나았다.

당장 내 목을 꺾어버릴 것 같은 기세에 나는 긴장했다.

"게다가 내가 왜 네 기억의 일부를 막은 거지?"

나는 갑자기 스완하덴이 의아한 소리를 해서 인상을 썼다.

누가 내 기억을 막아? 스완하덴이? 실제 스완하덴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말을 내뱉은 눈 앞의 스완에 난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안 죽이려고 했는데, 넌 그냥 바로 없애야겠다. 불쾌해서 못 봐주겠어."

스완하덴은 눈에 살기를 띄우며 손에 쥐고 있는 링으로 내 목을 바로 그으려고 했다.

그는 내 기억을 읽고 매우 동요하고 있었다. 나는 그 틈을 보았고 그 걸 놓치지 않았다.

일단 그가 부순 흑마법 마법진을 다시 복구해서 전 상태로 돌아가야 했다. 그게 부서지고 나서 난 왠지 이곳이 진짜 현실이 되어버렸다는 느낌을 받았다.

일단 힘 버프 마법을 써서 그가 동요하는 사이 그를 밀어 멀리 떨어뜨렸다. 이 곳 스완은 역시 검을 잡지 않은 것 같다. 실제 스완하덴이라면 버텼을 힘에 그는 살짝 주춤 거렸다.

나는 살짝 도박을 시도했다. 기억 속에 어렴풋이 남아있는 흑마법 마법진을 나는 그리기 시작했다. 스완하덴이 작게 욕설은 내뱉으며 나를 매섭게 바라보았다.

"제발, 제발, 제발."

나는 흑마법사도 아니었지만 흑마법을 시도하려고 하고 있었다. 기능과 정체도 아직 확실하게 알지도 못하는 마법진을 그리며 나는 거기에 마력을 불어넣었다.

주황색과 검은색의 마법이 서로 섞여 내가 방금 그린 마법진에 흡수되었다. 마법진은 내 마력색으로 빛났고 나는 곧 그 마법진을 내 손등으로 이동시켰다.

스완이 날 붙잡기 바로 직전 나는 사라졌다. 아까 마법진을 그릴 때 상대방이 나를 만질 수 없는 옵션까지 추가해 스완하덴은 나를 건들일 수 없었다.

흑마법이 성공했다는 것에 기뻐할 틈이 없었다 나는 일단 코리가 있는 쪽으로 부리나케 이동했다.

스완하덴과 마주치고 나는 조금 급해졌다.

더 이상 여기에 있고 싶지 않았다.

*  *  *

코리의 방으로 서둘러 가니 코리가 없었다. 나는 그를 열심히 찾았고 난 곧 그를 발견했다.

코리는 자신의 여동생인 비이디엘과 함께 있었다. 비이디엘은 코리 앞에 서서 무언가를 말하고 있었다.

"코리 오빠, 다, 다음 주 화요일에 널널하지? "

"....??"

코리는 살짝 놀란 표정으로 비이디엘을 바라보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10/20) 더 이상 연참이 아니게 된 것 같지만 꿋꿋이 매일 연재는 하겠습니다.

일단 올려놓고 퇴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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