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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작교는 싫습니다-102화 (102/125)

00102 오작교는 싫습니다 : 축제 =========================

“진심이에요? 다른 건 없어요?”

해이즐이 날 의상실로 밀어넣고 던진 옷가지를 들며 나는 진자하게 물어보았다. 문 쪽에 입을 가져다대며 그녀를 불렀지만, 헤이즐은 화장품을 가지러 갔는지 답이 없었다.

검은색과 붉은색이 섞여있고, 신축성이 좋아 보이는 드레스는 헤이즐이 새로 창업한 브랜드의 로고가 박혀있었다. 드레스 끝 자락에 박혀있는 붉은 색 보석은 빛에 따라 아름답게 반짝였고 정교하게 실로 박아넣은 무늬는 고혹적인 분위기를 자아해냈다.

드레스는 하늘하늘하면서도 검을 이용하는 데에 문제가 없게 디자인 되어 있었다. 나풀나풀한 부분이 있었지만 동선에는 큰 지장이 없어보였다.

내가 충격을 먹은 이유는 바로 노출성 때문이었는데, 아무래도 움직이는 데에 큰 불편함이 없어야 하므로 옷이 참 짧게 지어졌다. 뭐, 이것도 기분 탓 일수도 있겠지만 여하튼 짧게 느껴졌다.그나마 드러난 살은 시스루가 가려줬지만 부끄러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원래 옷은 헤이즐이 가져갔고 입을 옷이 이 것 밖에 안 남아 일단 챙겨 입었다. 옷을 입고 거울 앞에 어정쩡하게 서서 어색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헤이즐은 의상실로 또 바삐 나갔다가 또 얼마 지나지 않아 돌아왔다.

“세상에, 슈슈!!”

화장품을 들고온 헤이즐은 화장품을 옆에 내려놓고 내 쪽으로 달려왔다. 손으로 내 양볼을 감싼 헤이즐은 감격어린 표정을 지었다.

“아, 너무 행복해! 너 꾸며줄 때가 제일 뿌듯하다니까? 네가 추는 곡의 분위기와 너의 분위기를 최대한 살려서 직접 디자인한 옷이야. 진짜 너랑 찰떡같이 어울려!”

나는 옷이 마음에 들지 않다고 말하려고 했지만 직접 디자인했다는 말에 나는 조용히 있기로 했다.

헤이즐은 내 머리카락을 모두 한쪽으로 넘기고 붉은 꽃모양 보석을 한 쪽 귀에다가 고정시켰다. 살짝 채도가 낮은 색을 이용해 화장을 했는데 전체적으로 차분하고 매혹적인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내 입으로 매혹적이다라고 말하니 어색한데, 그만큼 헤이즐의 화장이 뛰어나다는 것이었다. 색 선택 자체가 몽환적인 느낌을 부여해줬다.

팔찌와 발찌도 착용하게 했는데 전부 붉은색과 검은색 계열이었다. 팔찌와 발찌는 움직일 때마다 듣기좋은 짤랑짤랑 소리를 내게 했다.

헤이즐은 정말 한참동안 날 붙잡고 있었다. 때문에 앉아서 대기하고 내 차례를 기다릴 틈도 없이 분장이 끝나자마자 바로 뛰어나가야 했다. 헤이즐이 내 치장을 마쳤을 때 그녀는 가쁜 숨을 내쉬고 있었다. 왠지 표정이 멍한 것 같기도 하고 어딘가 나사가 하나 빠진 사람 같아서 일단 그녀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그녀에게서 벗어났다.

헤이즐이 내 치장에 너무 몰입하는 바람에 시간을 살짝 넘긴 것 같았다. 가려고 해도 마칠 때까지 보내주지 않으니 그녀에게 벗어날 수 있었을 때 나는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역대급이다...”

입을 틀어막은 채 중얼거리는 헤이즐을 뒤로한 채 나는 양쪽 손에 검을 잡고 무대로 뛰어갔다. 벌써 진행자가 내 이름을 두 번이나 부른 것 같았다.

“슈라이나 웨스트!! 웨스트 어디갔어! 아까까지만 해도 있었잖아!”

“야, 빨리 찾아봐! 이제와서 하기 싫다고 숨은 건 아니겠지?”

무대 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학생들은 잠시 사라진 나 때문에 총체적 난국에 빠져있었다. 난 빠른 걸음걸이로 그들쪽으로 다가갔다.

“늦어서 미안.”

“슈라이나! 늦었잖아 빨리 튀어나가…. 어?”

“지금 사회자가 더러운 개그를 치면서 시간을 채우고 있….대박.”

아이들은 인상을 쓰며 내 목소리에 뒤를 돌다가 돌연 하나 둘씩 멍청한 표정을 짓는다. 그들의 질책이 더 이어질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들은 갑자기 멍해지며 내 위 아래를 주욱 훑었다.

“어, 어서 지나가...세요.”

얼떨떨한 표정과 함께 별안간 존댓말을 쓰는 애들이었다.

갑자기 말이 사라지며 공손해진 학생들이 의아했지만 나는 지금 지각을 한 죄인이기 때문에 별소리 않고 무대 위로 올라갔다.

아까부터 사람들이 화장한 내 모습을 보고 반응이 이상했기에 나는 무대로 올라가는 길에 시스루 원단을 들어올려 베일처럼 사용했다. 즉석으로 만든 베일로 얼굴을 가리자, 사람들이 아까보다는 덜 힐끔거렸기에 크게 만족했다.

“남는 영상구 있는 사라암~”

“슈라이나 무슨 일 생긴 거 아닌가? 꽤 오래 걸리네.”

“나오려고 하는 것 같은데? 저거 슈슈 발 아니야? ”

“아, 그러게. 사회자 썰렁한 개그 좀 그만했으면 좋겠다.”

무대는 아직 아무도 채워지지 않아 시끄러웠다.

사회자는 대기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곤 일단 굉장히 기쁜 표정을 지었다. 얼굴을 가린 베일을 보고 잠시 놀라는 표정을 짓다가 곧 진지한 자세로 나를 관중에게 소개했다.

"슈라이나 웨스트의 준비가 마쳤다고 하네요! 자, 검술부 대표 나와주세요!”

사회자는 열심히 하라며 내 어깨를 툭툭 쳤고 그리고 부리나케 무대 뒤로 빠졌다. 도대체 방금 무슨 말을 했던 건지 관중석 전체가 얼어붙은 상태였다. 그러나 다음 무대로 진행되는 말로 빠지자, 관중들은 다시 활기를 찾았다. 도망가는 사회자를 짜게 식은 눈으로 보는 관중들이었지만 내가 나왔을 때에는 그 차가운 시선을 거뒀다.

"사!랑!해!요! 여!신!님! 우윳빛깔 웨스트!"

차갑기 보단 오히려 매애우 뜨거웠다.

축제의 마지막 발표 때에는 오직 학생들만 모여 즐기는 행사여서 더욱 자유롭고 뜨거웠다.

검술부의 남자 학생들 여럿이 어깨동무를 하며 좌우로 움직이고 내 이름을 마치 구호처럼 외쳤다.

내 이릅을 부르며 환호하는 검술부의 남자 학생들에는 에릭의 친구들과 패트릭 등 아주 학교에서 질이 좋지 않기로 소문난 애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뒤에 스완하덴이 팔짱끼며 그 남학생들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고 내가 나오자 내 쪽을  지그시 바라보더니 곧 고개를 돌렸다.

지금 내가 베일 같은 걸로 얼굴을 가리고 있어 정말로 다행이었다. 내가 맨얼굴로 이 짓을 할 자신이 없어 원래 가면으로 얼굴을 가리려 했지만 헤이즐에게 뺏겼다. 어쨋건 얼굴을 가리고 있었기에 부끄러워 얼굴이 붉어지는 건 보이지 않을 것이다.

아까 코리가 마법 연출 넣어도 되냐는 물음이 지금 이해가 갔다. 오색의 마력 불빛들이 나를 더 다채롭게 빛내고 있었다. 내가 등장할 때 심지어 뒤에서 불꽃이 터지는 소리가 들린 걸 보아 불꽃도 터트린 것 같은데, 베일 때문에 잘 보이진 않았다. 여튼 난리였다.

앞자리가 제일 시끄러웠다. 앞자리가 상당히 넓은 것 같았는데 익숙한 몇 명들만 앉아있을 뿐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2 번째 자리에서부터 착석했다. 왜 이렇게 시끄러울까 했는데 헤스티아와 검술부 남자애들의 환호성이 남다르다.

"슈라이나가 앞에 나가서 발표를 하다니..."

헤스티아는 심지어 감격어린 표정을 짓기 까지 했다. 헤스티아는 내가 베일로 얼굴을 가린 것에 대해 불평하는 듯 했지만 곧 의상이 아주 예쁘다며 환호했다.

나는 뜨거운 환호 속에서 부끄럽게 손을 들어올렸다. 내가 움직이려고 하자, 스완하덴이 신발을 검술부 남학생들 쪽으로 던지며 조용히 하라고 했다. 남학생들은 스완하덴의 한마디에 그 우렁차던 환호소리를 단 한 순간에 집어넣고 나에게 집중했다.

머리가 새하얘지는 기분이 들었지만 나는 최대한 집중을 하려 눈을 부릅 떴다.

손을 허공에 올리며 끌어당기자, 준비해뒀던 음악이 저장된 마법 아이템들이 내 쪽으로 천천히 다가왔다. 퍼포먼스가 시작되려고 하자마자 엄청난 침묵이 홀 내에 머물렀다. 코리 또한 우물거리는 것을 멈추고 조용히 했다.

음악구는 총 7개가 있었는데, 그 구를 내가 건드리거나 부술 때마다 차례로 저장해둔 음악이 재생되게끔 해놓았다. 음악은 내가 마법구를 한 개씩 다가가 건드릴 때마다 층층이 쌓여 풍부해져 갈 것이다.

쾅!

나는 제일 가까이 있는 마법 음악구를 검으로 부숨으로 검무를 시작했다.

음악구가 부숴지는 소리와 함께 비트만 홀 내를 채웠다. 쿵 쿵 쿠궁 쿵! 일정한 박자에 따라 나는 몸을 흔들었고 그에 맞춰 검도 휘둘렀다. 박자는 처음에 느린 듯 빠르게 시작했다.

멜로디 없이 비트만 있었기에 처음에는 힘있게, 그리고 강단있는 몸짓으로 나갔다. 거침없는 공격과 연이은 과감한 보법을 이용해 큰 동작 위주로 검무를 이었다.

준비한 첫번째 검무가 끝나갈 것 같을 때 나는 두 번째 마법구로 이동했다. 그저 과감하기만 한 비트가 진부해지며 익숙해질 때쯤이었다.

쾅!

두 번째 마법 음성구를 부수니 이번엔 베이스로 깔리는 음이 나왔다. 첫번째 비트와 다르게 베이스는 부드럽게 흘러갔다. 부드러우면서도 최대한 날카로운 움직임을 보여주려고 한 나는 몸을 유연하게 움직였다. 관중 사이의 적막이 점점 깨져갔고 흥이 올라가 다들 같이 몸을 움직여줬다.

쾅!

한참 열심히 추다가 이번엔 엇박자로 음성구를 검으로 부쉈다. 이번엔 노래의 멜로디 부분이 나왔는데 박자가 엇박자로 들어가 나는 춤의 동선과 흐름을 과감하게 바꿨다. 움직일 때마다 헤이즐이 준비해준 의상이 한박자 늦게 나를 따라와 선을 그렸다.

검무는 검의 동선을 보여주는 동시에 음악에 맞춰 흥겹게, 퍼포먼스적인 춤을 춰야 했기 때문에 일부러 불필요한 동작을 많이 넣었다. 웨이브라던지, 고갯짓이라던지, 여러가지를 검무에 추가하니 전생에서 행사장 알바를 뛸 때의 춤과 흡사한 것 같기도 하다.

아니다. 그 것보다는 좀 더 우아하려나.

쾅! 쾅!

나는 두세 개의 마법구를 더 깨뜨리며 음악에 더욱 많은 멜로디와 비트를 추가했다. 음악은 점점 웅장해지며 사람들은 더욱 시끄러워졌다. 열광 내지 난장판이었다. 축제 때문에 들떠 있던 것도 그렇고, 음악이 흥겨워서도 그렇고, 내 춤 때문도 있지 않았을까, 사람들은 여하튼 흥에 가득 차 손을 흔들었다.

“슈슈! 슈슈! 슈슈! 슈슈!”

“꺄아아악!!”

베일 때문에 잘 보이지 않았지만 맨 앞에 앉은 이들의 반응이 참 요란해 대충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큰 소란이 있었던 것 같지만 나는 그 쪽보단 현재 내 검무에 집중해야 했기에 최대한 신경을 끄려고 했다.

흥겨운 부분에서 이제 살짝 처지고 분위기 있는 음악으로 넘어가려고 할 때였다. 음악을 느려지게 하는 음악구를 치려고 한 마법구를 밟고 올라가 화려하게 내려 찍을 때 난 팔을 높게 뻗어야만 했다.

잘 추다가 나는 사단을 결국 일으키고 말았다.

화려한 도작으로 느려지는 음악을 담은 마법구를 친 것 까진 괜찮았다.

“...이런"

아까부터 안정적으로 얼굴을 가려준 베일이 뒤로 사락하며 넘어갔다. 얼굴을 가리던 옷가지는 드러난 어깨 쪽으로 내려와 얼굴을 드러내고 말았다.

시야가 밝아지고 관중 한명 한명이 잘보이기 시작했다. 이미 음악의 템포는 느리게 바뀌었다. 완전히 느린 노래는 아니었지만 비트가 아까의 것보다 상대적으로 느렸다.

당황하기도 잠시, 난 재빠르게 다음 동작을 이어가야만 했다. 제일 부끄러운 동작인데 얼굴이 드러나버려 낭패였다. 내가 더 부끄러워진다는 것 제외하곤 큰 실수는 아니었기에 나는 입술을 살짝 물며 춤을 계속 이어갔다.

느려진 음악이 깔렸을 땐 난장판이었던 분위기에서 벗어나 급격하게 조용해졌다. 환호성 소리와 내 이름을 부르던 목소리는 술렁이는 작은 소리로 바뀌어있었다. 베일이 넘어가고 분위기가 어수산해진 것 같아 나는 괜히 움츠러들었다. 괜히 불안해졌지만 꾸준한 연습 덕택에 몸은 불안함에도 불구하고 잘 움직여줬다.

시야가 잘 확보가 되자 나는 주변을 살필 수 있었다. 관중석을 바라보며 술렁이고 있는 이유를 찾으려고 해봤다.

눈에 제일 먼저 담기는 건 맨 앞자리의 친숙한 이들이었다. 아까 엄청 소리를 지르며 내 춤에 환호하던 헤스티아는 입을 막으며 그저 숨죽이고 있었다. 아까 의상실에서 보았던 헤이즐의 표정과 흡사했던 것 같다.

의자에 앉아 조용히 나를 응원하던 코리도 행동을 멈추고 나를 그저 멀거니 바라보았다.  그 옆의 하일리는 다 마셔서 남지 않은 음료를 계속 마시고 있었다. 컵을 입에 물고, 한 쪽 옆구리에는 토끼탈을 낀 채로 퍽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여하튼 다들 날 부담스럽게 쳐다보고 있었다. 윗분들에게 학교 투어를 시켜주는 걸 마치고 어느새 관중석에 끼어든 이브도 팔걸이에 턱을 괸 채 날 응시했다. 다른 사람들과 같이 심하게 멍때린 것 같은 표정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평소보단 놀라보였다.

스완하덴은 이브 주변에 서 있었던 것 같은데 눈으로 찾았을 땐 없었다. 그저 아까 들고 있던 영상구들만 허공에 띄워놓은채 사라져있었다. 화장실이라도 갔나 생각이 들었다.

베일이 벗겨진 순간부터 부끄럽다는 감정 때문에 검무를 추는 둥 마는둥 했던 것 같다.

느린 노래가 다시 조금씩 빨라지기 시작하자, 베일이 벗겨져서 생긴 술렁임은 점차 가라앉았다. 그러나 다시 템포가 빨라졌을 때에는 전보다 더 큰 환호성이 이어졌다.

“우와아아!! 대박!”

“오늘 좀 엄청난데!!”

노래가 끝나 내가 무대를 내려와도 학생들은 계속 박수를 치며 환호성을 질렀다. 무대가 끝났으니 다시 무대 뒷편으로 갈 이유가 없었다. 무대로 내려오자, 사람들의 시선이 더욱 집요하게 꽂히는 게 느껴졌다. 최대한 시선들을 의식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나는 코리가 맡아준 무대 앞좌석으로 향했다.

코리는 멍하니 있다가 내가 점점 가까이 다가오자 말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내 쪽으로 성큼성큼 다가왔다.

“대체 이런 걸 다 언제 준비한 거야?”

"틈틈히?"

"춥진 않고?"

"추워."

내 말에 코리는 자신의 담요를 내 몸에 덮어주었다.

“네가 나오니까 잠 확 깨네. 엄청 멋있었어.”

코리는 내가 나오기 전까지 자고 있었던 것 같았다. 분명 무대 시작하기 전의 코리의 얼굴을 볼 때 졸음이 살짝 어린 얼굴이었는데, 지금은 완전히 깨어있었다.

코리에 이어 하일리도 놀란 얼굴을 지우지 않은 채 내 쪽으로 다가왔다.

그러다가 곧 장난스런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넥타이를 내 머리에 장식해줬다.

"뭐야, 꽤 하잖나."

머리위에 손을 올려놓으며 하일리가 자신이 다 뿌듯하다는 미소를 지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뚫어져라 쳐다봤으면서 바로 눈 앞에 있으니 눈을 쳐다보지 않는 그였다.

춥다는 말에 하일리도 이브와 동참해 옷을 모두 끌어모아 내 몸에 둘러줬다. 덕분에 굉장히 답답해져서 나중에 다 그냥 벗었지만, 결국 이브와 타협해 겉옷 몇 개를 겹으로 입었다.

이브는 그렇게 몇 중으로 꽁꽁 싸매여진 나를 보며 만족스럽게 바라보았다. 그는 내 어깨에 팔을 반쯤 두르고 손으로 내 볼을 만지작거렸다.

“...진지해지긴 싫은데. 안 그러기엔 너무 귀엽다.”

이브는 계속 내 볼을 만지작거리다가 자신의 입을 내 볼 쪽에 가까이 가져다대려고 했다.

“깨물어도 봐도 돼?”

이브는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말하며 나를 지긋이 내려보았다. 농담으로 치부하기엔 그가 이미 너무 가까웠다.

나는 이브의 말에 바로 질색했지만, 그보다도 빠르게 코리와 하일리가 움직였다.

그들이 동시에 나를 뒤에서 끌어안듯 붙잡고 그에게 떨어뜨렸다. 놀라서 잠시 휘청여 헛발을 딛고 말았지만 하일리가 받쳐줬다.

“슈슈, 에릭말고 저런 사람도 조심해야 한다. 머리 속에 검은 것 밖에 안 들었을 거다”

“슈슈한테 뭐하는 거야.”

코리는 자신의 소매로 내 볼을 살살 문질렀다. 이브의 입이 닿지도 않았는데 클린 마법까지 썼다.

하일리는 검술부 남자애들이 기숙사 안에서 얼마나 더러운지 예시를 들며 내가 이브를 경계하게끔 했다.

“그렇게 말하는 너네도 은근슬쩍 슈슈 껴안는다? ”

이브의 말에 코리는 하일리와 자신의 팔을 쳐다보았다.

“...그러네?”

코리는 몰랐는지 인상을 쓰며 고개를 살짝 까닥였다. 하일리는 자신이 나에게 너무 붙었다는 것을 깨닫고 냉큼 몇발자국 물러났다.

그러나 코리는 입술을 비죽 내밀기만 하고 물러나진 않았다.

“그럴수도 있지, 뭐.”

그렇게 말한 그는 내 어깨를 살짝 끌어안았다. 코리는 내 머리 위로 자신의 머리를 툭 기대곤 이브를 반항적인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코리는 고개를 내 쪽으로 돌려 날 지긋 쳐다보았다.

“코리, 뭐해?”

코리의 돌발 행동에 의문을 느껴 물어보자, 코리는 한숨을 쉬곤 내 머리를 자신의 머리로 가볍게 콩 하고 부딪혔다.

“몰라.”

나를 놔준 코리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거칠게 헤집으며 한쪽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었다.

한 걸음 물러나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하일리는 코리와 이브를 번걸아 바라보더니 잠시 놀란 표정을 지었다.

“왠지 없던 눈치가 생길 것 같다.”

하일리는 나보고 대단하다며 등을 살짝 두들겼다.

“스완까지 있었더라면 볼만 했겠다. 정말 상상도 하기 싫군.”

하일리가 왠지 복잡한 표정을 지으며 허탈하게 웃자 나는 문득 떠오른 의문에 입을 열었다.

분명 무대가 시작할 땐 보였던 인물들이 지금은 보이지 않는다.

“스완하덴 어디 갔는데? 헤스티아도 안 보여.”

고개를 갸웃이며 물어보자 하일리가 날 힐끔 보더니 곧 시선을 피한채 대답했다.

“헤스티아는 아까 소리지르다가 옷에 음료를 쏟아 갈아입으러 갔고, 스완하덴은...”

“스완하덴, 연무장 돌고 있을 걸. ”

하일리가 뒷말을 흐리자, 이브가 이어 말해줬다.

“걔 좀 심각하지 않았나? 심장 부여잡고 죽으려고 하던데.”

“슈슈 베일 벗겨졌을 때 관중석에 앉은 사람들이 일시적으로 앞을 못보게 하려고까지 했지.”

“....다들 신기해도 역시 걔가 제일 신기하다."

하일리는 코리의 말에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스완하덴을 진심으로 무서워하는 하일리는 그의 이야기를 언급할 때마다 인상을 찡그렸다. 주니어때부터 똑같은 그들의 관계가 웃겨 나도 모르게 피식 실웃음이 나왔다.

계속 이 하늘하늘한 옷을 입을 수 없으니, 연무복이라도 갈아입으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답답한 화장도 빨리 지우고 싶었다. 얼굴이 무거워진 기분이었다.

나는 애들에게 잠시 편한옷으로 갈아입고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갈아입을 옷을 팔에 건채 화장실 쪽으로 걸어갔다.

화장실로 가는 길에 왠지 익숙한 사람이 벽 쪽에 서있었다.

그 사람은 계속 나를 기다리고 있었는지, 내가 모습을 보이자마자 내 쪽으로 성큼성큼 다가왔다.

"슈, 슈슈! 슈라이나!"

내게로 다가오는 사람은 다름이 아닌 에릭이었다. 할 말이 가득해보이는 표정으로 내 앞을 성급히 막아섰다. 누구의 눈치를 보는 건지는 몰라도 내 주변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서 다시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 슈라이나. 할 말이 있는데. 혹시… 내가 너무 늦지 않았나 싶지만"

"....?"

"정말 진심으로... 너도 괜찮아 할 것 같은데… ”

에릭은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며 내 표정을 살폈다. 내 눈을 쳐다보지 못하고 안절부절하며 횡설수설 말하는 모양이 이상하다. 내가 눈썹 한 쪽을 들어올리자 에릭이 무슨 말을 성급하게 말하려고 했지만 말을 잇지 못했다.

“비켜줄래? 좀 바빠서.”

나는 최대한 정중한 말투와 표정으로 그를 지나쳐갔다.

미련없이 그를 지나치자, 에릭이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재빨리 내 손목을 붙잡았다.

"다시 나랑 사귀어주면 안될까!!"

"뭐?"

너무 헛소리여서 나는 잠시 멈춰서서 그를 바라보았다.

“제발 한 번만 더 기회를 줘!! 이젠, 정말. 정말로!! 진짜로 네가!”

에릭이 내 팔을 강하게 잡으며 매달렸다. 그가 잡은 팔이 불쾌해서 당장 마법으로 떼어내려고 했지만 생각해보니 마법을 아직 쓰면 안된다. 아주 조금씩 개선되고 있는 중이지만 일반 마력과 흑마력이 섞인 이후로 마법이 아주 불안정했다.

때문에 어떻게 그를 밀쳐낼지 나는 잠시 서서 고민했다.

“슈슈, 진짜 내가 잘해줄테니까. 다시 한 번 생각해주면 안 돼? 제발! 이젠 나도 널 좋게 생각한다고!”

그러나 그를 밀쳐내려고 궁리하며 가만히 서있는 걸 에릭은 내가 그에게 미련을 느껴 고민하는 걸로 착각한 것 같았다. 그의 표정이 점차 밝아지더니 더욱 끈덕지게 매달리기 시작했다.

누가 나에게 사귀자고 매달리는 건 정말 새로운 경험이어서 신선할 법 했지만 이상하리만치 불쾌했다.

이젠 나를 좋아한다니, 예전엔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고백했다는 것이다. 왜 갑자기 내가 좋아졌는지는 모르겠지만 빨리 옷이나 갈아입고 싶었다. 이 자식아, 팔 빠지겠다. 놔라.

얼굴에 주먹을 꽂아서라도 그를 떨쳐내고 싶었지만 무대 때문에 힘이 빠진 상태에서 괜히 그와 싸우고 싶지 않았다. 힘 낭비였다.

나는 잠시 어떻게 이 상황을 최대한 갈등없이 해결할까 머리를 굴렸다.

“저기 스완하덴이다. 스와안~”

모든 남학생들의 공포대상은 스완하덴이었지? 나는 마치 스완을 발견한 것처럼 스완의 이름을 불렀다. 물론 화장실 쪽으로 향하는 이 복도에는 스완은 없고 에릭과 나만 있었다.

아니나다를까, 스완의 이름을 부른 것만해도 에릭은 크게 반응했다. 스완은 물론 없었지만 에릭은 재빨리 내 몸에 손을 떼어냈다. 스완의 이름에 에릭의 얼굴에는 두려움이라는 감정이 단번에 올라왔다. 그 때 에릭은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저었다.

나는 그가 잠시 내 팔을 놓았을 때 걸음을 빨리 하려고 했다. 그러나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왜 불러.”

진짜 스완하덴이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화장실 쪽으로 가려는 나와 반대로, 스완은 내가 있었던 홀쪽으로 향하고 있던 것 같았다. 그냥 우연히 불렀는데 진짜로 나타나 살짝 놀랐다.

나타난 스완하덴은 최대한 내 쪽을 보지 않으려 했다.

그의 손에는 내가 준비했다가 사용하지 못한 가면이 들려 있었다. 왜 그걸 그가 들고 있을까 잠시 고민했지만 곧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스완하덴은 가면을 내 얼굴에 씌우고선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봉인이다.”

흡족한 목소리로 말한 스완하덴은 에릭 때문에 붉어진 내 팔쪽에 시선을 두었다. 그리고 꽤나 살벌한 표정을 짓더니 고개를 돌려 주변을 살폈다. 그의 시야에 에릭이 잡히자 스완하덴은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고개를 살짝 갸웃거린 스완하덴은 몸을 돌려 에릭 앞 쪽으로 바짝 다가섰다.

에릭은 뒤로 몇 보 주춤주춤 물러서더니 그대로 스완에게서 도망치려고 했지만 스완이 그의 뒷덜미를 잡았다.

“너 진심이야? 진짜 이렇게까지 멍청한 줄 몰랐는데.”

스완하덴은 에릭을 한 쪽으로 몰아세우려다가 곧 나를 힐끔 바라보았다. 엄청난 양의 마력을 모았다가 나를 보자마자 곧 모두 풀었다. 깊게 숨을 들이 쉬었다가 내쉰 스완은 잠시 나를 또 바라보다가 그 숨을 내쉬었다.

그는 에릭의 뒷덜미를 놓았다.

놓으면서 스완은 “나중에 따로 찾아갈 거야” 라며 스산한 목소리로 에릭에게 속삭였다. 에릭은 잔뜩 겁먹은 표정을 지으며 부리나케 복도를 벗어났다. 그는 나보고 구해달라는 눈빛을 하고 있었는데 모르는 척 했다.

허겁지겁 시야에서 사라지는 에릭을 짜게 식은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옆에서 스완하덴이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이 상황에서 날 먼저 찾은 거야?”

“뭐가”

스완이 나에게 물어보는 건지 아니면 혼자 중얼거리는 건지 모를 작은 목소리로 말하자 나는 인상을 썼다. 스완은 크게 티는 내지 않았지만 굉장히 기뻐보였다. 어디서 뭐하고 온 건지, 옷에 흙먼지가 묻어있었는데 표정은 평소보다 밝았다.

“필요하면 언제든지 불러도 돼.”

“그래?”

"또 귀찮은 쭈꾸미 생기면 나한테 찔러. 더러운 일은 내가 처리할게."

"쭈꾸미?"

"에릭 종류."

스완하덴은 진지한 표정으로 퍽 웃긴 소리를 한다. 하기야, 스완하덴은 언제나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았지. 그래도 쭈꾸미라니, 신선하다. 저번엔 헤스티아를 분홍 덩어리라고 하고. 이브는 찝찝한 기름 덩어리에 하일리는 그냥 하찮게 여긴다. 코리는 간식 셔틀이려나.

나는 뭐지. 주황색 털뭉치? 문득 스완하덴이 열심히 그려준 내 얼굴이 떠올랐다.

"이용하고 싶은 백마법 있으면 말해. 꽤 신기한 거 많아."

스완은 손에 흰색이 강하게 띄는 진주빛의 백 마력을 형상화 시켰다. 마력이 얼마나 남아도는 건지, 마력 제어 팔찌를 차도 저렇게 흘러넘친다. 거참 부럽네. 난 마력이 섞여서 이제 있는 마력도 사용 못하고 있는데.

"심심할 때 불러도 돼?"

스완하덴은 내 말에 고개를 돌려 내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몇 초가 지나지 않아 그는 고개를 앞으로 돌리더니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그건 더 좋아." 그가 이어 작게 중얼거렸다.

언제나 조금 불편하던 스완하덴이 요새 편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다른 친구들에 비해 서로 많은 이야기를 한 적은 없어 상대적으로 어색한 감은 없잖아 있었지만 워낙 엮인 사건이 많아 옅어지고 있었다.

쓰고 싶은 백마법이 있으면 언제든지 말하라는 그의 말에 나는 문득 지금 당장 필요한 게 떠올라 입을 열었다.

“스완하덴.”

“왜”

“피곤해.”

스완은 내 말에 피식 웃으며 손가락을 튕겼다.

나는 금방 몸에 힘이 들어오는 것을 느끼며 스완의 백마법에 감탄했다. 앞으로 자주 이용해도 되냐고 물어보니 스완은 살짝 놀란 표정을 짓더니 미소를 지었다.

무심하게 예쁜 미소였다.

*

아까 에릭이 매달린 일이 떠올라 나는 나도 모르게 한숨을 쉬었다. 그 얇고 짧은 옷을 갈아입고 홀로 돌아온 나는 가방에서 체크리스트가 적힌 공책을 꺼냈다.

“결국 다 못 채웠네...”

딱 한 칸만 더 채우면 연애 쪽 체크리스트의 첫페이지는 다 채우는 건데 말이다. 중간에 에릭에게 정이란 정이 다 떨어져도 계속 사귀려고 했던 이유가 바로 이 것 때문이었다. 쓰레기 짓이라는 걸 알지만 도긴개긴이라고 생각한다.

‘100일 챙겨보기’ 라는 체크 리스트만 ‘X’ 표 치면 이제 허전했던 연애 쪽 첫페이지를 모두 달성하는 건데.

문득 죽기 전 때의 일이 떠올랐다.

전생 때, 성인을 바로 앞둔 나는 진지하게 진로에 대해 고민해본 적이 있었다. 성인이 되어서도, 막내 동생이 성인이 되어 독립할 때까지는 그래도 보호자 역할을 해줘야겠다는 생각은 언제나 있었다.

나에게 세상은 오직 동생들에 대한 책임감으로 이뤄져 있었고 때문에 내가 정말로 하고 싶었던 건 언제나 뒷전이었다. 사치라고 생각하며 말이다.

때문에 하고 싶은 것들이나 이루고 싶은 바람들은 결국 내려놓아야 했다. 책임감이라는 감정이 그렇게나 나에게 컸었다.

포기하는 대신, 나는 그 하고 싶은 일들의 목록을 만들어 노트에 적음으로써 이 갑갑한 마음을 달랬다. 까먹지 않고 노트에 적으면 미래의 내가 언젠가 이뤄주겠지 생각하며 말이다.

세상은 언제나 미지수 투성이기에, 인생에 곡선이 컸던 나는 언제나 계획들을 노트에 적어놓았다. 전생에서도 나는 지금과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일단 안정적인 미래를 얻는 것을 가장 큰 목표로 잡았다. 그리고 그 것에 대한 장기, 중기, 단기 계획을 세부적이게 잡고 매일 매일 그 체크 박스 하나하나 그어 나가는 게 어느새 내 일상이 되어버렸다.

전생의 기억이 돌아오고나서부터 체크박스를 지우기 시작했으니, 이제는 안정적인 미래를 목표 아래의 작은 세부적인 체크 박스들은 이미 다 채워져 있었다. 중기 계획들도 이미 거의 다 마감한 상태고 웬만한 장기 계획들도 거의 다 마무리가 되어 박스가 채워져 갔다.

뿌듯하기보단 이상하리만치 허무해지는 기분이었다. 내가 어릴 때 적은 체크박스들이 다 채워지지 않았으면 하는 기분이 드는 동시에 빨리 채워졌으면 하는 기분이었다.

여하튼 큰 목표들은 다 채워가고 있으니 작은 세부 목표들도 ‘X’ 표 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세부 목표들중에 버킷리스트가 있었을 뿐이고, 나는 그저 계획이 빼곡히 적힌 페이지를 빈칸으로 남겨두고 싶지 않았을 뿐이고.

그냥 그런 마음이 들었을 뿐이다.

나는 결국 채우지 못한 ‘100일 챙기기' 라는 체크 박스를 보며 잠시 고민에 잠겼다.

“애들이랑 헤어진 기념 100일 파티 할까.”

애인도 결국 소중한 사람이라는 카테고리 속에 있고, 친구도 결국 소중한 사람이라는 카테고리라는 속에 있다. 그러니 친구들이랑 파티를 해도 딱히 큰 문제는 없지 않을까.

정말 한 개만 더 채우면 ‘X’가 가득한 체크리스트 표을 만들 수 있었기에 미련이 남았다. 그러나 문득 에릭과 이 걸 채웠다는 사실이 조금 불쾌해서 금방 마음을 또 내려놓았다.

결국 연애 부분의 계획들을 찢으려고 페이지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손을 가져다 대었을 때 우연히 몇 페이지도 자연스럽게 넘어가게 되었는데 문득 내 시야에 이질적인 ‘X’ 표가 들어왔다.

연애쪽 계획들은 앞부분만 빽빽하게 채워져있는데 뒷장에 한 개만 덩그러니 체크표시가 되어있었다. 분명 내가 체크한 게 맞았는데 오늘 보니 새로웠다.

“...키스 해보기”

과거의 내가 텅텅 빈 연애 페이지의 계획을 어떻게든 채워보려고 체크해둔 것이다. 주위엔 아무도 없었지만 갑자기 훅 올라오는 부끄러움 때문에 얼굴에 열이 올라왔다.

망설임 없이 남은 종이를 모두 북북 찢었다.

그냥 다 쓸모 없다.

다시 올라오는 부끄러움에 나는 공책을 바닥에 던졌다.

============================ 작품 후기 ============================

생일 선물은 뭐가 좋냐는 말에 그저 신박하기만 하면 된다고 말했을 뿐이고....

생일 택배를 받았는데 안에 볼펜 300개가 있었고....

문구류를 좋아한다고 해도 이건 아니야... 아냐...

금궐님 후원쿠폰 정말로 감사합니다. 정말 싸랑함니다. 독자님들 덕분에 예약 아이템 펑펑 지를 수 있어서 넘나 좋아여. 히죽히죽

아 팬아트도 정말 사랑합니다. 굉장한 선물이에요

+ 밤에 쓰고 아침에 다시 한 번 읽어보니 저도 충격이었습니다. 내용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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