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화
주먹에 맞아 뒤로 날아가면서 칸은 생각했다.
오크에게 복부를 허용한 이유. 그건 자신의 기량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니다.
저 오크의 변화가 너무 급작스러웠을 뿐이다.
그걸 증명이라도 하듯 칸은 곧바로 이어진 후속타를 훌륭하게 막아냈다.
쩌어엉! 딱딱한 검면에 내리꽂힌 오크의 주먹.
그 한 번의 일격으로 검에 금이 생겼다.
'염병할, 다음에는 돈 좀 들여서 좋은 놈으로 사야겠어.'
일전의 결투 재판 때도 그렇고, 최근 들어 검이 자주 박살나는 것 같다.
드워프제로 장만하면 이렇게 강도가 약하지는 않겠지?
그런 생각을 빠르게 떨쳐내며 칸은 오크의 복부에 발차기를 꽂아 넣었다.
그러고는 그 반동을 이용해 살짝 거리를 벌렸다.
"크웨욱!"
오크는 칸의 공격을 전혀 피하려 들지 않았다.
발차기를 맞으면서도 오히려 대가리를 내미는 모습. 방어는 도외시한 채 오직 앞으로만 움직인다.
무언가를 절실히 갈망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칸은 문득 전생에 즐겼던 게임의 직업을 떠올렸다.
버서커. 판타지 게임에서 흔히 등장했던 그 직업군은 항상 저런 식으로 공격에 미쳐 있었지.
"피, 피이이이····! 피를 내놔아악!"
"닥치고 이거나 처먹어!"
"크햐아아아악!"
칸은 오크의 대가리에 검을 물렸다.
원래는 뾰족한 검첨으로 입구멍을 쑤셔버리고 싶었지만, 반응이 살짝 늦어 실패했다.
그래도 이 상황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언제나 길은 있기 마련이니까.
까드득, 콰득!
미친 놈처럼 검날을 물어뜯는 오크.
코앞에서 녀석을 마주한 칸은 이 오크 놈이 지금 정상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금 확신했다.
아무리 오크라도 이런 짓은 안 한다.
입에 물린 검 때문에 입술이 좌우로 길게 찢어졌다.
게다가 검에서 떨어져 나온 쇳조각들이 이빨과 혓바닥, 잇몸 등을 난자하고 있었다.
입에서 피가 철철 흐르는 것은 당연지사. 그럼에도 오크는 검날에서 입을 떼지 않았다.
그 무식한 노력 덕택일까?
쩌저적─
검날의 허리 부분이 뭉텅이로 뜯겨졌다. 그와 동시에, 검 자체가 두 조각으로 동강났다.
하지만 칸은 아쉬워 하지 않았다. 이미 그의 왼손에는 허리춤에서 끌러낸 손도끼가 쥐어져 있었으니까.
"뒤져!"
콰작! 있는 힘껏 내려찍은 손도끼가 오크의 정수리에 박혔다.
한 번으로 끝날 것 같지 않았기에, 칸은 같은 동작을 수차례 반복했다.
한 번, 두 번, 세 번. 그렇게 연달아 도끼를 대가리에 꽂았음에도 오크는 계속 움직였다.
이건··· 오크가 아니라 좀비라고 해도 믿을 지경이다.
아니, 영화 속의 좀비들도 대가리를 찍히면 쓰러지기는 하더라.
그런데 이 놈은 두개골이 반으로 쪼개지고서도 움직이고 있다.
자세히 보면 점점 회복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비켜라, 칸!"
톨칸의 목소리가 들려오자마자 칸은 뒤쪽으로 훌쩍 몸을 날렸다.
오크의 입에 물려둔 검은 굳이 회수하지 않았다. 어차피 이제는 못쓸 물건이니까.
후우우웅─!
거대한 전쟁 망치가 허공을 쓸고 지나간 것은 그때였다.
퍼석- 하는 소리와 함께 오크의 대가리가 그대로 사라졌다.
그럼에도 녀석의 몸뚱이는 연신 펄떡거리며 계속 움직이려 들었다.
····머리를 통째로 날려도 안 되는 건가, 싶던 그때.
"마무리는 나에게 맡겨요!"
뒤에서 나타난 제이나가 불타는 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새하얀 불꽃이 오크의 몸에 옮겨 붙으며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불꽃이 머물렀던 자리에는 뼛조각 하나 남지 않았다. 마치 존재 자체를 말소한 것처럼.
"후우."
칸은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영감 때문에 이게 뭡니까? 괜히 이상한 결투를 해준다고 해서는."
"···뭐어, 나라고 이럴 줄 알았나. 아무튼 미안하게 됐구나."
"다음에 맥주나 한 잔 사세요. 밍밍한 녀석 말고 제대로 된 녀석으로."
"너에게는 말 오줌이 딱이다만?"
"허, 농담도 잘하시네."
칸과 톨칸은 그렇게 가벼운 대화를 주고 받으며 상황을 정리했다.
하지만 제이나는 그럴 수가 없었다.
'오크 흡혈귀의 존재를 알려야 해.'
성 도르멘 수도회를 탈퇴하기 전에 해야 할 일이 생겼다.
마치 거룩한 아버지 신이 자신에게 마지막 임무를 내린 것 같다고 생각하며, 제이나는 삼지목 목걸이를 손에 쥐었다.
'···그놈들이 믿어주기는 할까?'
제이나는 머릿속에 성 도르멘 수도회를 떠올렸다가 이내 고개를 저었다. 믿을 만한 놈이 단 한 명도 없다.
그럼에도 제이나는 이 사실을 전해야만 한다. 이건 성기사로서 행해야 할 의무였다.
어쨌든, 놀리그란드에서의 전투가 일단락됐다.
***
제이나에게 말을 전해들은 칸은 깜짝 놀랐다.
"흡혈··· 귀?"
흡혈귀라면 칸도 알고 있다.
피를 빨아먹고 사는 괴물. 사람과 비슷한 외모를 지녔지만, 햇빛을 극도로 꺼려하는 종족.
지난 10년 동안 용병업을 하면서 흡혈귀를 마주한 적도 몇 번 있었다.
하지만 개중에 오크 흡혈귀는 단 하나도 없었다.
그리고 저 테토라는 녀석은 결투가 시작됐을 때만 해도 일반적인 오크였다.
그 말인즉슨, 결투 도중에 흡혈귀로 변신하기라도 했다는 말인데····.
칸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다.
"눈알이 붉게 물드는 건 열등종이 가지고 있는 특징이죠. 아, 참고로 열등종은 권속이에요. 순혈종이 양산하는 권속."
제이나의 설명을 들으며 칸은 고개를 갸웃했다.
"순혈종은 멸종된 게 아니었소?"
순혈종은 그러니까, 뭐라고 설명해야 되나?
대충 흡혈귀들의 왕이나 귀족 정도로 보면 될 것 같다.
이들 순혈종은 강력한 힘을 타고났지만, 성신교의 대대적인 사냥 덕분에 멸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적어도 칸이 알기로는 그랬다.
"지금껏 내가 봤던 흡혈귀는 전부 보통종이었지. 태양 앞에서는 아무것도 못하고, 달이 떴을 때만 움직이는 것들. 어둠 속에서 인간의 피나 빨며 생명을 연장하는 게 내가 아는 흡혈귀요."
순혈종. 그리고 보통종.
칸이 알고 있는 흡혈귀의 종류는 그게 전부였다.
지금 제이나가 언급한 열등종은 오늘 처음 듣는 단어였다.
어쨌거나 방금 전의 그 오크가 열등종이라면, 녀석을 권속으로 삼은 순혈종 또한 따로 존재한다는 뜻일 터.
이건 칸이 알고 있는 상식과 달랐다.
세상을 위협했던 순혈종은 완전히 박멸됐다는 그 상식.
한 차례 주변을 둘러본 제이나는 땅 위에 손을 얹었다.
그러자 칸과 그녀를 중심으로 자그마한 막이 생겨났다.
어떻게 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것도 나름 성기사의 비법이겠지.
칸은 가만히 선 채로 제이나를 바라봤다.
"대외적으로 알려진 바로는 그렇죠. '게슈타인 섬멸전'에서 마지막 순혈종을 박멸했다는 게 성신교 본단의 입장이니까."
게슈타인 섬멸전.
100여년 전에 벌어진 그 전쟁을 끝으로 흡혈귀와의 전쟁은 공식적으로 종지부를 찍게 됐다.
최후의 흡혈공 '체슈페 블라디미르'가 그 전쟁에서 사살되었고, 흡혈귀의 이상향이라 불렸던 '게슈타인'은 성화(聖火) 속에서 잿더미로 화했다.
그러한 전공을 세세히 공개하며 성신교 본단은 모든 순혈종의 멸종을 선언했다.
"하지만 꽤 오래 전부터 교단 내부에서는 다른 목소리가 존재해 왔어요. 체슈페의 혈육과 몇몇 순혈종이 대륙 밖으로 탈출했다는, 그런 실체없는 풍문이 지금까지도 전해지고 있죠."
그리고 지금 이렇게 열등종이 나타난 것을 보면···.
그 오래된 풍문이 진실이라는 게 증명된 셈이다. 참으로 애석하게도.
제이나는 한숨을 토하듯이 말문을 열었다.
"이제야 깨닫네요. 모든 순혈종을 처단했다는 본단의 그 선언이 얼마나 오만했던 것인지."
'모든'이라는 단어를 함부로 사용해서는 안 됐다.
이 세상에 퍼진 가능성은 무궁무진. 인간이 통제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100년 전의 교황 또한 그저 한 명의 사람에 불과했다.
제이나는 놀리그란드에서 겪은 일을 편지에 적었다.
그리고 종자 반슬리로하여금 그 편지를 전달하게 했다.
목적지는 당연히 성 도르멘 수도회의 거점이다.
"직접 전달하는 편이 더 좋지 않겠소?"
"흡혈귀도 흡혈귀지만, 지금 당장 중요한 건 피난민을 구하는 거예요. 현실부터 직시해야죠."
열등종의 등장이 순혈 흡혈귀의 대륙 복귀를 암시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위협이 지금 당장 직면한 현실은 아니다.
제이나는 한 명의 피난민이라도 더 구하는 것을 사명으로 삼았고, 지금은 그것에 집중해야 할 때였다.
"그리고 내가 가서 직접 말해봤자 달라지는 건 없을걸요? 믿을 사람은 믿을 것이고, 무시할 사람은 무시하겠죠. 아마 믿지 않을 가능성이 훨씬 높을 거예요. 전부 머저리들 뿐이니까."
성신교를 향한 회의감에 찌든 듯한 말투.
툭 튀어나온 제이나의 입술을 바라보며 칸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재밌는 여자였다.
"그래서, 이제 다음 행선지는 어디죠?"
"나는 잘 모르오."
칸은 어깨를 으쓱이고서 시선을 톨칸 쪽으로 옮겼다.
방향키를 쥐고 있는 사람은 톨칸이다. 칸은 그저 톨칸의 뜻에 따라 말을 몰아갈 뿐이다.
"회색산맥의 지류인 청동산. 우리는 그곳으로 향할 거라네."
톨칸은 일전에 제워피에게 받았던 지도를 이용해 목적지를 선정했다.
강철 용병단의 청동산 안가. 지도에 표시된 여러 안가 중 현 위치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다.
그 말을 듣고서 제이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별로 멀지 않은 곳이네요."
말하는 것만 보면 청동산까지도 계속 따라올 기세였다.
칸은 가만히 제이나의 눈을 들여다봤다. 그러자 제이나는 약간 당황한 얼굴로 횡설수설 말문을 열었다.
"···왜, 왜요? 놀리그란드 인근에서 피난민 무리를 찾지 못해서 그쪽까지 수색해 보려는 건데. 분명 산으로 도망친 사람들도 많을 거예요."
"누가 뭐라고 했소?"
"그건 아니지만····."
사람을 그런 식으로 바라보면 당활할 수밖에 없잖아!
뒷말은 굳이 밖으로 내지 않은 채 제이나는 앞장 서서 말을 몰았다.
"···빨리 가기나 하죠."
제이나는 애써 태연한 척 표정을 고쳐먹었다.
***
"지금 이걸 나더러 믿으라고?"
성 도르멘 수도회의 단장직을 맡고 있는 도이스.
그는 제이나의 종자를 바라보며 인상을 구겼다.
"참 나, 오크 흡혈귀라니. 생전 들어보지도 못한 헛소리를 편지에 적어서 보내면 나더러 어쩌라는 거야."
"아니, 그게····· 제 눈으로 직접 봤습니다. 분명 오크 놈이 갑자기 미쳐서는─."
"됐어. 자네의 눈이 잘못된 것이겠지. 제이나 경 또한 헛것을 본 것이고."
도이스는 반슬리의 말을 단호하게 끊어내며 제이나를 떠올렸다.
최근 들어 수도회에서 마음이 떠난 것처럼 행동하더니, 이제는 이딴 수작이나 부리고 있다.
웃기지도 않았다. 나갈 거면 그냥 나갈 것이지 왜 쓸데없는 짓을 하는지 모르겠다.
'얼굴만 반반한 년이 어디서 수작질이야, 수작질이.'
원래부터 도이스는 제이나를 싫어했다.
항상 다른 성기사들의 부정을 고발하는 것으로 유명했기에, 그녀는 수도회에서 인기가 없었다.
술을 마신다거나, 애인을 가진다거나. 요즘 세상에 그 정도 부정은 아무것도 아니다.
그런 사소한 것들을 사사건건 고발하려드는 제이나가 미친 년인 것이다.
'물이 너무 맑으면 물고기가 살지 못한다는 걸 왜 모르는 걸까.'
어리석은 여자였다. 시대에 뒤떨어져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덜떨어진 인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도이스는 편지를 구겼다.
그러고는 성화를 피워내 전부 태워버렸다. 그의 손끝에서 새까만 잿더미가 떨어져 내렸다.
반슬리는 그 장면을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어, 어째서 편지를····."
"돌아가서 전해라. 성 도르멘 수도회를 혼란에 빠트리려는 수작은 관두라고. 수도회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냥 조용히 떠나라고 말이야."
"수작이요? 이건 수작이 아니라 진실입니다! 이런 거짓말을 해서 제이나 경이 얻을 게 뭐가 있다고···!"
순간적으로 욱하는 마음에 반슬리는 저도 모르게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고는 아차 싶어서 곧바로 입을 틀어막았다. 하지만 화살은 이미 시위를 떠난지 오래였다.
찰싹! 뺨이 휙 돌아가는 것과 동시에 반슬리는 바닥에 어퍼졌다.
입술이 터지면서 한 줄기의 선혈이 턱을 타고 흘러내렸다.
"겨우 종자 주제에 단장 앞에서 목소리를 높인 건가? 그 기사에 그 종자로군. 상황 파악을 못하고 건방지게 구는 게 아주 쏙 빼닮았어."
"······."
도이스는 팔목을 살살 돌리며 반슬리를 내려다봤다.
무표정한 얼굴. 하지만 동시에 지독할 정도로 권위적인 얼굴이기도 했다.
그 얼굴에서 쏘아진 살벌한 눈빛을 마주하며 반슬리는 덜덜 몸을 떨었다.
"이딴 말같지도 않은 편지를 보낸다고 내가 눈 하나 깜빡할 것 같나?"
"·····."
"어리석기는. 이 정도 수작으로는 안 돼. 나에게 엿을 먹이고 싶다면, 좀 더 그럴싸한 방법을 생각하는 게 좋을 거야. 이를테면···· 그래, 내 슬하에 자식이 몇이나 있는지 대충 찍어보는 게 더 위협적이지 않겠나?"
"·····."
"푸흐흐. 농담이야, 농담. 반응이 없으니까 영 맛이 살지 않는군."
도이스는 손에 남은 잿더미를 반슬리의 머리에 흩뿌렸다. 그러고는 몸을 돌려 막사를 떠났다.
반슬리는 바닥에 엎어진 채로 도이스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생전 처음 느껴보는 환멸감이 반슬리의 심중을 가득 채웠다.
'···썩었어.'
반슬리는 나름대로 거대한 사명감을 안고서 거점으로 돌아왔다.
무려 순혈 흡혈귀의 귀환이다! 100년 전만 해도 대륙 전체를 공포로 내몰았던 인외의 괴물들이 귀환할 수 있다는, 그런 무시무시한 징조였다.
그런데, 기사 수도회의 단장이라는 놈이 저딴 반응을 보인다.
이 중요한 소식을 수준 낮은 정치질로 치부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길 뿐이다.
평소에는 물욕에 찌들어 살다가도, 진짜 위기가 찾아오면 성기사의 본분을 다할 줄만 알았는데·····.
그건 반슬리의 철없는 착각에 불과했다.
'진짜 썩을 대로 썩었어.'
제이나는 항상 성 도르멘 수도회에 대해 회의적으로 말했었다.
예전의 반슬리는 왜 그런 소리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저 사교성이 부족한 제이나가 안 좋은 소문을 흘리고 다닌다 여겼었지.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성 도르멘 수도회에서는 악취가 진동했다.
이건 거짓된 신앙이다. 본인들의 향락을 위해 아버지 신을 이용해 먹고 있을 뿐이다.
입으로만 바른 소리를 뱉으며 뒤에서는 오입질이나 하는 것들.
'····아버지 신을 위해 검을 들기는 개뿔. 제 놈들 좆대가리를 위해 검이나 드는 주제에.'
저딴 놈도 성신교의 성기사랍시며 손에서 성화를 피워낸다.
참으로 가증스럽다. 아버지 신의 뜻을 제대로 행하지도 않는 것들이 성스러운 불꽃을 다루는 꼴이라니.
이제는 그 새하얀 불꽃이 전혀 성스럽게 느껴지지 않았다.
'이딴 게 성기사라면 그냥 안 되고 만다.'
지금 이 순간, 성기사를 동경하던 종자의 꿈이 무너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