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늘부터 플레이어-61화 (61/275)

061. 얼음의 땅

“아으으으….”

뒤통수를 비비는 중학생 정도의 미소년.

박재현이 뒤통수를 비비며 이준경을 노려보고 있었다.

“진짜로 때리는 거냐?”

“보상을 받은 것뿐입니다.”

“그니까 보상이 뭔 이따구냐고!”

“원하는 보상을 말씀하라고 하셨잖아요?”

한마디도 지지 않는 이준경.

박재현은 더욱 도끼눈을 뜨고선 그를 노려봤다.

“그러면! 대체 보상을 선불로 받는 새끼가 어디 있어!”

“댁도 계약금은 받지 않습니까?”

“계약금이랑… 으아아아악!”

소리치는 그가 마침내 망치를 들었다.

“이게 보자 보자 하니까!”

뒤통수를 맞은 것이 얼마나 억울한 것인지 눈물까지 글썽이는 그.

“뒤통수 좀 맞았다고 그러깁니까?”

사실, 단순한 뒤통수는 아니었다.

[마나 스트림의 숙련도가 상승했습니다.]

마나 스트림을 습득하고 언제 어디서나 활용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준경.

그는 박재현의 뒤통수를 때릴 때도 마나 스트림을 사용했고, 확실한 후유증 없이 통증을 주는 데 성공한 것이었다.

‘원래 한 대만 때리려고 했는데.’

계약금이라고 한 김에, 잔금까지 받아야겠다.

“야, 이 새끼야! 너 유진이 못 찾기만 해봐!”

으름장을 놓는 박재현.

이준경은 그를 바라보며 씨익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찾았습니다만.”

“뭐, 뭣…?”

당황하는 그의 얼굴을 보자니 묵은 체증이 싹 사라졌다.

조금 더 골려줄까 생각했지만.

‘저런 얼굴도 할 줄 아는군.’

진지하고, 어른스러운 그의 표정 때문에 이준경은 마음을 고쳐먹었다.

“찾아달라면서요. 박재현 씨 동생 박유진 양 찾았습니다.”

“그니까… 지금 나랑….”

결국.

“장난치자는 거냐!”

그가 망치를 든 채로 이준경을 향해 달려들었다.

이준경은 그의 돌진을 간단하게 피해내고선 그의 뒤통수를 다시금 때렸다.

물론.

“으아아아악!”

[마나 스트림의 숙련도가 상승했습니다.]

마나 스트림을 활용해서 말이다.

또한.

[마력 주입의 이해도가 상승했습니다.]

아까 전, 박재현이 무구를 제작할 때 망치로 쇠를 두드리던 그 방법을 활용해보았다.

쭈그려 앉아 뒤통수를 비비는 박재현.

“잔금 받았습니다.”

“이, 이익!”

“박유진 양은 영국에 있었습니다.”

다시금 달려들려던 박재현이 멈칫했다.

“알케미 스트릿이라는 숨어 지내는 연금술사들의 거리에 있더군요.”

“무, 무슨….”

“박재현 씨를 많이 걱정하덥니다.”

이준경의 말에 박재현의 표정이 수십 번은 뒤바뀌었다.

믿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기뻐해야 하는지.

걱정해야 하는지.

“박유진 양은 일단은 잘 지내는 모양입니다.”

“너… 진짜야?”

“물론이죠. 헤라클레스를 이긴 남자. 언더독이 하는 말인 만큼 믿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준경의 장난스러운 말에도.

“영국….”

그는 반응하지 않았다.

박유진이 영국에 있다는 사실.

그 하나만이 그의 머릿속에 가득 찼을 뿐이었다.

그는 곧 마음먹었다는 듯.

“영국 가는 비행기 비싸냐?”

***

그가 영국으로 가게 되면 곤란했다.

영국은 올림포스의 구역이자, 원탁 의회도 있는 곳이기에.

그가 영국행을 택하게 된다면 어떤 복잡한 일에 엮일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이준경은.

‘한국으로 돌아올 겁니다. 아마도.’

박재현을 설득했고.

‘돌아오지 않는다고 해도 엇갈릴 수 있습니다. 두 분 연락도 아예 안 하시잖아요? 누군가는 집을 지켜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준경의 그 말에 박재현은 결국 수긍했다.

그리고 그제 서야.

‘무스펠의 창은 나한테 맡기고 가.’

무스펠의 창에 생긴 변화를 들을 수 있었다.

‘나도 잘은 모르는데….’

하늘을 가리키며 쿡쿡 찌르던 박재현이.

‘나쁜 일은 아니란다.’

후원자의 말을 전해주었다.

그의 후원자는 대장장이들의 신.

후원자의 말을 그대로 믿기에는 위험 부담이 있었지만.

[<종말의 하늘>이 인상을 찌푸리며 수긍합니다.]

<종말의 하늘>이 보여준 반응 때문에, 이준경은 돌아왔다.

물론.

‘혹시 그 창에 발랐다는 붉은 광석? 그거 다시 구할 수 있으면 가져다주라.’

‘위험할 텐데요.’

‘네가 잘 설명해줘야지.’

다른 부탁도 함께 하는 그였다.

‘빨리 그녀가 돌아와야 할 텐데.’

그리고 박재현만큼이나 이준경은 박유진의 귀환을 기다리고 있었다.

박유진, 그녀는 박재현 못지않은 대장장이였다.

대장질 실력으로는 박재현보다 못한 부분이 있었지만, 그녀의 진가는 다른 것이었다.

‘무구를 만드는 거의 모든 재능을 가졌지.’

전투에 대한 감각까지도.

박재현이 대장질에 모든 것을 올인한 것이라면, 그녀는 올라운더라고도 할 수 있었다.

그녀와 박재현이 만날 때.

‘비로소 진정한 무구가 탄생한다.’

그 어떤 이들의 시너지보다 더 대단한 시너지.

그리고.

‘방패가 필요해.’

계속된 공략 전에서 이준경은 방패의 중요성을 계속해서 깨닫고 있었다.

무스펠의 창이라는 대단한 무기가 있었지만, 그에 비교해 다른 방어구들은 볼품없었다.

또한 방패를 무기로도 활용하기에.

‘그녀가 얼른 왔으면 좋겠군.’

이준경은 박유진의 귀환을 진심으로 바랐다.

어찌 되었건 무기의 문제도 곧 있으면 괜찮아질 것 같으니.

“몸인가.”

검은 구슬.

그것을 해결해야 했다.

마력을 담는 헌터의 몸.

그리고 검은 구슬이라는 특이점 때문에 일반적인 병원이나.

‘아스가르드의 도움은 배제한다.’

아스가르드에게 자신에 대한 정보는 최대한 숨길 생각이었다.

“흐음….”

의술에 대한 것이나 치료에 대한 것만큼은.

이준경 또한 조예가 없었다.

다양한 지식이 있다 해도 의학적인 부분은 전문적인 스킬이나 능력이 필요했고.

그건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만 한다는 뜻이었다.

‘마나 스트림의 레벨이 많이 오르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는데….’

하지만 단 하나.

마나 스트림만 확실히 마스터한다면 의학 또한 해결될 가능성이 있었으나.

당장 고려할 사항은 아니었다.

‘성구 형의 도움….’

성구의 도움을 받을까 생각했지만, 고개를 저었다.

성구 형의 도움이라고 해봐야 아스가르드의 ‘그녀’ 밖에는 없다.

결국 혼자 처리하는 수밖에 없다는 뜻이었는데.

의술이라.

당장 생각나는 것은.

‘중국, 유럽, 이집트인가.’

유럽과 이집트에는 우연찮게도 연이 있었다.

유럽에는 악연이, 이집트에는 악연인지 인연인지 모를 것.

남은 것은 중국인데.

“후….”

이준경이 한숨을 내쉬며 걷기 시작했다.

***

“안 된다.”

단호한 여성구의 말.

여성구의 말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중국이라니. 차라리 유럽은 어떠냐. 아테나는 이번 협약으로 한 가지 부탁을 더 들어줘야….”

“그 부탁을 저 하나만을 위해 사용하는 걸, 아스가르드가 가만히 보고 있을까요? 아스가르드에는 알리고 싶지 않다니까요.”

결국 이준경은 여성구에게 도움을 청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의술에 대한 도움은 아니었다.

중국으로 향할 수 있게 다리를 놔달라는 것.

비프로스트의 힘을 가지고 있는 여성구라면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에서였다.

“중국만큼은 안 돼.”

하지만 예상했듯, 여성구의 반응은 단호하기 짝이 없었다.

“중국이 지금 어떤 상황인지 몰라서 그래?”

여성구는 오히려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이준경이 현재 중국의 상황을 모르고 한 말이 아닐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알아요.”

“아는 녀석이 중국을 가게 해달라고?”

“방법이 없잖아요.”

유럽은 올림포스 때문에 안 되고.

나일은.

“이네브와 누메크라는 그 두 헌터, 지금 난리도 아니라면서요.”

말 그대로 난리가 났다.

오시리스의 눈을 받았다고 한들, 그 힘을 겨우 전사장인 주제에 과하게 사용했다.

허락 없이 원탁 의회에 참가한 것으로도 모자라, 귀국 명령을 무단으로 거부했다.

‘오시리스의 눈을 가진 채.’

신물을 가진 채 귀국 명령을 거부했다는 것.

배후 조직에게 있어 즉결 처형을 당해도 모자란 일이었다.

이적 행위로 오해받기 딱 좋은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다행히도.

“곧 잠잠해질 거다.”

누메크와 이네브는 대단한 곤욕을 치르고 있다지만, 목숨을 잃을 것 같지는 않았다.

이네브의 뒷배가 생각보다 든든한 것 같았다.

나일로 갈까도 생각했지만.

‘날 초대한 그 둘이 그 모양이어서야.’

안전을 보장받을 수도 없다.

나일 또한 복마전.

거대한 강자들이 도사리고 있는 대단한 배후 조직이었으니까.

거기 더해.

‘나일에 대한 정보도 많지 않아.’

미래의 정보와 마왕의 책의 정보를 이용하며 안전한 길을 택하고 있는 이준경.

그에게 미지란 생각보다 훨씬 더 위험한 선택이었다.

나일은 원래의 역사에서 원탁 의회와 같이 대부분 조용한 활동을 해왔었다.

‘그게 언제쯤이었지…?’

하지만 시기가 정확히 기억날 리는 없었다.

“그래서 중국을 가겠다는 거냐?”

“일단은요.”

혹 정 안 된다면, 다른 믿을 만한 의료 헌터를 찾아봐야 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중국은.

“많이 바뀌었단 걸 알고 있잖냐.”

예전과는 많이 바뀌었다.

게이트와 헌터의 등장으로 지구 전체가 고통받았다고 말할 수 있지만.

그래도 그중에서 수혜 국가와 막중한 피해만 받은 국가가 있었다.

가장 큰 수혜를 받았다고 생각되는 국가는 바로.

‘우리나라.’

대한민국이었다.

게이트의 등장으로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혼란이 찾아오긴 했지만.

한국에서는 강맹한 헌터들이 다수 탄생했다.

‘아스가르드’라는 세계적 배후 조직을 탄생시킬 수 있을 만큼의 힘 말이었다.

원래의 국력도 나쁘지 않았던 한국은 헌터 강대국으로 탈바꿈되어 세계의 수위를 다투게 되었다.

그리고, 그와 반대로 게이트에 가장 피해를 받은 국가는.

‘중국.’

바로 지금 자신이 가려는 중국이었다.

원래 공산당 체제를 유지하고 있었던 중국은 게이트의 등장으로 인해.

“거긴 왕국이야.”

왕국이 되었다.

바로.

“몬스터들의 왕국이라고. 아직 피해가 어느 정도인지도 모르고, 전선에 배치된 헌터들이 하루가 멀다고 죽는다.”

몬스터들의 왕국.

그렇기에 한국 또한 커다란 피해를 봐야 했다.

북한은 밀려드는 몬스터에 의해 멸망한 지 오래였고, 꾸역꾸역 밀려드는 몬스터는 한국까지 흘러들어왔다.

한국은 강대한 헌터들을 이용해 몬스터들을 물리쳤지만.

“끝도 없이 몰려드는 몬스터를 못 봐서 그런다. 아무리 강한 헌터라도 그 물량 공세 앞에서는 답이 없어.”

몬스터들은 원래 세계 최고의 인구를 자랑하던 중국의 인구만큼이나 많았다.

아직 힘을 모두 드러내지 않은 배후 조직들이 움직이기에도 리스크가 컸고.

무엇보다.

“거기는….”

여성구가 침을 삼키며 말했다.

“네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참혹할 수 있어.”

또 다른 비밀이 있었다.

중국에 나타났던 수많은 게이트들.

결국 끝까지 해결 못 한 게이트들은 몬스터들을 쏟아내며 터져나가기 일쑤였고.

그에 따라 헌터와 사람들이 죽어나니 게이트는 더욱 공략되지 못하는 악순환의 반복이었다.

그리고 수만 개의 게이트가 터져나가 몬스터의 왕국이 되었을 즈음.

중국이라는 국가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형.”

이준경이 잔잔한 목소리로 여성구를 불렀다.

“제가 드린 말씀은 생각해보셨어요?”

“거대한 변화가 온다는 것 말이냐? 격변이라고….”

격변.

이준경은 여성구에게 거대한 변화, 격변에 관해 설명해주었다.

물론 자세한 것은 말해주지 않았다.

그저 곧 커다란 변화가 생길 것이고, 지구는.

한국은 다시금 게이트가 처음 발생했을 때와 같은 피해를 또다시 겪을 것이라고.

이제 그에 대해 자세히 말해줄 때가 왔다.

아무리 생각해도 중국은 가야만 하는 곳이었다.

의술로 이름을 날릴 그가 있기 때문도 있었지만.

“격변의 중심지가 바로 중국이에요.”

어차피 가려고 했던 곳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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