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2. 호루스
세트가 오시리스의 방에서 그를 만나던 때.
“크아아아! 이건…! 이건…! 말도 안 된다!”
피라미드의 한 곳.
호루스가 잠들어 있는 석실 그곳에서는 괴기한 비명이 들려오고 있었다.
한 마리의 자칼이 되어버린 아누비스의 비명.
그는 이시스의 힘까지 빼앗아 형태 변형과 힘의 증폭을 취했지만.
“크아아악!”
고통스러운 비명을 내지를 수밖에 없었다.
유지되던 전장의 균형이 무너졌다.
무너진 쪽은, 아누비스 쪽이었다.
펜리르와 공주의 참전.
지금까지 성장한 것은 이준경과 원화, 정인창뿐만이 아니었다.
[<백마 탄 왕자>가 공주의 활약을 기대하며 공주의 성장 촉진을 후원합니다.]
공주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이 시시각각 상승하고 있었다.
백마 탄 왕자는 공주의 활약을 기다렸던 모양이었다.
또한.
[<종말의 하늘>이 펜리르에게 쓰다듬을 후원합니다.]
대체 저따위 것이 뭔지 모르겠지만.
“크르르르!”
펜리르의 기운 또한 상승하고 있었다.
앞발이 변하여 후려쳐질 때마다 아누비스의 검은 기운이 불꽃에 타들어 가고 있었다.
변화한 아누비스는 강력했지만, 펜리르와 공주의 합격은 아누비스를 몰아붙이기에 적합했다.
또한.
“고맙다!”
괴수들의 전투 참여로 인해 정인창 쪽의 전황 또한 좋아졌다.
펜리르가 발을 휘두를 때마다 아누비스만 공격하는 것이 아니었다.
자칼들도 영향을 받았고, 정인창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콰드드득!
베어지는 것이 아니라 뜯기는 소리.
거검이 내는 소리였다.
또한.
“하아압!”
이네브의 활약도 눈여겨볼 만했다.
그는 지키는 싸움에서 그의 후원자에게 어떤 후원을 받은 듯 급격히 성장한 모습으로 전투다운 전투에 임하고 있었다.
이제.
“좀 끝내라고요!”
이준경만 끝나면 된다.
하지만.
“조심하세요!”
바스테트, 상처를 치료한 그녀가 이시스의 봉인을 깨기 위해 노력하며 소리쳤다.
“아누비스는 편을 완전히 바꾸었습니다!”
모두가 아는 사실을 다시금 말하는 그녀의 의도를 몰랐다.
하지만.
“……!”
이네브와 진리의 저울에 갇힌 이시스는 무언가 깨달은 것 같았다.
“그는 이제 금단의 힘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금단의 힘…?”
정인창이 되뇔 때.
“죽음이여!”
자칼의 모습을 한 아누비스가 두 발로 서서 소리쳤다.
“영혼이여!”
그가 소리칠 때마다 석실이 울렸다.
마력의 거대한 진동.
“수확한 나의 것들이여…!”
그가 마침내 소리쳤을 때.
“어…?”
겨우 쓰러트린 자칼들이 제 자리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아누비스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검은 구슬들이 아이들의 비눗방울 장난의 결과처럼 많아졌고, 그것들은 곧이어 형체를 뒤틀며 변화하기 시작했다.
인간의 모습.
혹은 몬스터의 모습.
괴수들의 전투로 넓어졌던 석실이 다시금 가득 차기 시작했다.
“나의 적을 쓰러트려라!”
아누비스의 명령에 되살아난 것들이 달려들기 시작했다.
아누비스 또한 그것들의 영향을 받는지 전보다 더한 힘을 내뿜기 시작했다.
콰아앙!
마침내 아누비스가 기다란 손톱 달린 팔로 펜리르와 공주를 벽에 처박는 데 성공했다.
줄다리기처럼 균형이 왔다 갔다 하며 반복되어가는 전투에 모두가 지쳐갔다.
하지만 그때.
“끝났습니다.”
이준경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모두가 전투 중임에도 이준경을 바라봤다.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목소리와 함께 느껴지는 흉포한 기운은 당장이라도 그들을 잡아먹을 듯 날뛰고 있었으니까.
이준경, 그가 붉은 눈을 한 채 무스펠의 창을 지팡이 삼아 서 있었다.
그리고.
“호루스…!”
그의 옆에 붕대를 칭칭 감은 남자가 서 있었다.
아직 감겨진 붕대.
그 붕대 사이로 이마의 조그마한 보석 같은 것이 보였다.
붉은색의 보석.
그것이 빛을 토할 때.
쿠우우웅!
피라미드가 울렸다.
“아누비스 네가 감히….”
메마른 목소리가 그의 입에서 뿜어져 나왔을 때.
쩌저정!
지금껏 파괴하려 해도 파괴할 수 없었던, 진리의 저울이 파괴되어 이시스를 토해내었다.
바닥에 떨어질 뻔한 그녀가 두 발로 꼿꼿이 땅을 밟고 섰다.
주륵.
그녀의 볼을 타고 흐르는 한 가닥 물방울.
그녀가 입술로 흐르는 그 물방울을 머금고 입을 열었다.
“나의 아들아….”
호루스.
지금 이 순간 그가 깨어났다.
***
“형님.”
세트가 천천히 옥좌로 다가갔다.
방금 전, 떨림.
“호루스가 깨어났나 봅니다.”
설마 했던 일을 언더독이 해냈다.
붉은 보석이 머금고 있는 거대한 힘과 독을 어떻게 한 것인지 진심으로 궁금할 지경이었다.
또한.
“조카 녀석이 훌쩍 컸습니다.”
붉은 보석의 영향으로 성장한 힘.
전부는 아닌 듯했지만 막강한 힘을 가진 채 녀석이 깨어났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나일의 피라미드.
우우웅.
전체가 떨리며 울음을 토해내고 있었으니까.
아누비스, 녀석이 자신이 갈 때까지 버텨주기만 해도 다행이었다.
그럼에도.
저벅.
세트는 여유롭게 걸어 나갔다.
수하들이 위험하다고 하지만, 지금 이 순간을 얼마나 기다렸던가.
수하들의 위험도 자신이 만찬을 즐길 이 순간을 결코 망치고 싶지 않았다.
옥좌에 앉아 있는 초로의 노인.
중년의 나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노쇠하고 나약해져 있었다.
“형님.”
세트가 어느새 그의 면전까지 다가와 그를 불렀다.
“어쩌다 이리되셨습니까?”
나일의 가장 강한 헌터이자 영웅.
세트가 존경해 마지않았던 자신의 형.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일 전체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던 그였다.
헬리오폴리스, 멤피스, 헤르모폴리스로 나누어진 나일을 통합시키고, 그 모두에게 영향력을 끼치던 이.
“어쩌다 이리되셨습니까!”
세트가 그를 향해 다시금 소리쳤다.
“동생아.”
오시리스.
그의 메마른 목소리가 세트의 귓가에 들어왔다.
당장이라도 죽을 듯 헐떡거리는 목소리였다.
“나는 후회하지 않는다….”
그가 이리 변한 것은 얼마 전.
세트가 왕위를 쟁취하겠다고 굳게 마음먹은 시기와도 비슷했다.
오시리스는 변했다.
쇠약해지고 노쇠한 그의 겉모습뿐만이 아니라, 그의 속까지도 그는 변했다.
나일의 힘으로 이집트를 굳건하게 다스리겠다던 그는 없어졌다.
모든 것은 흘러가는 대로.
나일이 일반인을 핍박하던, 나일의 분쟁이 다시금 시작되던, 그는 관심 없다는 듯 파라오의 옥좌에 앉아 지켜보기만 할 뿐이었다.
그렇기에.
“뺏어야겠소.”
세트는 왕좌를 쟁취하고자 마음먹었다.
“혹, 형님이 이렇게 된 것이 나 때문이오?”
세트가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서 물었다.
오시리스.
그가 이리 변한 것은, 극도의 힘을 추구했기 때문이었다.
“아들을 잃을 뻔한 그 힘을 취하려 한 것이 나 때문이오?”
붉은 보석.
아들이 그것에 잠식당해 사경을 헤매고 있음에도, 그는 붉은 보석의 힘을 취하려 했다.
그렇기에 저리 변했다.
그는 극강했기에 호루스처럼 모든 것을 잃고 봉인된 것은 아니었지만, 젊음과 생기는 도리어 붉은 보석에 힘을 빼앗겨 저리되었다.
안 그래도 강했던 그가 대체 무엇 때문에 힘을 원했던 것일까.
세트는 그것이 궁금했다.
“대답해주시오.”
결말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들어야겠다.
세트는 그 생각으로 오시리스를 바라보았다.
“자만하지 마라….”
하지만 오시리스는 세트를 향해 조용한 목소리로 흰소리를 할 뿐이었다.
“이 세상에 숨겨진 강자들은 많으니, 그들의 뜻이 결코 인류를 위함은 아닐 것이다….”
“뭐요?”
세트가 그의 말에 무언가를 느낀 듯 눈을 치켜떴다.
세트가 자신의 얼굴을 오시리스의 면전에 들이밀었다.
“혹….”
하나의 가정.
오시리스가 힘을 추구해야만 했던 이유.
“그분을 뵌 것이오?”
“그… 분…?”
세트가 하얀 이빨을 드러내며 더욱 얼굴을 가져다 댔다.
“검은 옷을 입은 그분 말이오.”
“……!”
오시리스의 커진 동공.
세트는 더 이상 그에게 묻지 않았다.
그 대신.
“하… 하하하하하하!”
광소를 내뿜었다.
그분.
바로 자신이 모시는 그분.
세트 또한 그분을 만나 많은 것을 느꼈다.
하지만.
“당신은 쓰레기야!”
오시리스와는 다르다.
패배감에 절어, 그를 쓰러트릴 작정으로 허락되지 않는 힘을 추구하는 대신.
“나는 그분을 따르오!”
“뭐, 뭣….”
그 막강한 힘에 무릎 꿇었고, 그 막강한 힘을 숭배하고자 했다.
그것이 지금 오시리스와 자신의 차이.
그렇기에.
“그리고 이것이 그분이 주신 힘이오!”
세트의 몸에서 붉고 검은 마력이 뭉실거리며 피어나왔다.
“……!”
오시리스의 눈이 다시금 찢어질 듯 커졌다.
“그, 그것은…!”
세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력.
멀리서는 노쇠하고 힘을 잃었기에 느낄 수 없었지만, 같은 공간에 있기에 또렷하게 느껴진다.
바로 오시리스를 망가트린 힘.
자신의 아들을 빼앗을 뻔한 힘.
“붉은 보석…!”
세트의 몸에서 붉은 보석의 힘이 느껴졌다.
세트는 천천히 힘을 끌어올리며 손을 내뻗었다.
그의 손에 들린 검이 모습을 변형했다.
마치, 자칼의 아가리처럼.
“형님.”
자칼의 아가리.
날카로운 이빨이 그득한 그것이 오시리스를 향해갔다.
“이것이 형이 원하던 힘이요. 형은 편을 잘못 골랐소. 나는….”
콰직.
“그분을 따라서 온 세상을 지배할 것이요. 이 작디작은 나일과 이집트만이 아니라.”
콰드득.
자칼의 아가리가.
혈육의 살점을 잡아 뜯었다.
오시리스.
그가 전해지는 통증에 두 눈을 감은 채 중얼거렸다.
“호루스….”
깨어난 아들.
세트는 그저 겁먹어 힘을 추구했다고 하지만, 오시리스와 호루스는 달랐다.
희생.
자신의 한 몸을 바쳐 거대한 악에 맞서고자 한 희생이었다.
“보고 싶구나….”
오시리스의 중얼거림과 함께.
콰직.
자칼의 아가리가 쉴 새 없이 움직였다.
먹이를 포식하듯 움직이는 자칼의 아가리.
아니 세트의 손.
세트의 두 눈이.
화륵.
광기의 불꽃으로 일렁거렸다.
***
붕대를 칭칭 감은 자.
이마의 붉은 보석이 타오르듯 빛을 발하고 있었다.
한눈에 봐도 거대한 힘을 뿜어내는 것이 보였다.
“…….”
살아남은 자칼들은 저도 모르게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섰고.
“……!”
아누비스는 몸을 떨고 있었다.
다행이라면.
“크어어어!”
아누비스가 소환한 죽음의 사자들은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었고.
그렇기에 그들은 나타난 강자를 알아보지 못하고 달려들었다.
화륵.
불꽃이 일었다.
“이준경 씨…?”
불을 지배하는 권능을 이준경이 가지고 있기에, 정인창은 이준경이라 생각했건만.
절레.
이준경은 힘겹게 고개를 저었다.
불을 뿜어내어.
“크어어어!”
죽음의 사자들을 처리하는 것이 이준경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이제 보니.
“…….”
호루스, 그가 손을 내뻗어 불을 조종하고 있었다.
성화.
빛과 불이 어우러진 그것이 죽음을 먹어치운다.
“잠시 다녀오겠소.”
호루스가 한 발자국 내디디며 이준경에게로 말했다.
“고맙소.”
호루스의 양손의 붕대가 풀어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