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52 [ 외전 1 : 인형의 꿈 ] =========================================================================
이그레트 외전 12화
외전 1 : 인형의 꿈
크리스티나가 본의 아니게 선보인 손금읽기를 가장 신기하게 구경한 건 정령들이었다.
「신기하다요! 인간들은 손금이란 게 있다요.」
「그러게? 생각해 보니 우린 인간의 모습을 취해도 손금까지 만들어내진 못하니까. 손바닥에 신이 내린 운명이 적혀 있는 줄은 몰랐어.」
「……신이 아니라 인간이 만들어낸 미신일 뿐이다. 그런 걸 믿다니.」
「후후. 그러면서 은근슬쩍 발바닥 살펴본 거 다 봤어요, 루니.」
정령들은 실체화 하지 않은 채로 쥬다스의 주변에 우르르 몰려 손금을 구경하며 도란도란 떠들었다.
대충 손금에 대해 둘러댄 크리스티나는 정령들이 반짝거리는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는 줄도 모르고 가느다란 한숨을 뱉었다.
‘내가 지금 뭘 하는 거지.’
손 한 번 잡아보고 싶다는 말을 못 꺼내서 손금 핑계를 대다니.
한심하다 못해 우스울 정도였다. 크리스티나는 우울하게 발끝을 보고 걷다가 다시 고개를 퍼뜩 들었다.
‘그냥 자연스럽게 먼저 손을 잡아보는 건 어떨까?’
잠행을 위해 맡은 역할이든, 실제 제국에 공표한 관계이든 간에 어쨌든 크리스티나는 그의 약혼녀였다. 고작 손잡는 일에 당당하지 못할 이유는 없었다.
‘오히려 너무 의식해서 어려운 거야.’
아무렇지 않게 먼저 손을 잡고 나면 쥬다스도 의아하게 생각하진 않을 것 같았다. 크리스티나는 눈을 질끈 감고 손을 뻗었다.
그러나 하필이면 타이밍이 좋지 않았다.
“참, 그러고 보니 우리가 지금 가는 곳은.”
“네?”
손을 잡기도 전에 쥬다스가 먼저 그녀를 향해 돌아섰다. 갈 곳 잃은 크리스티나의 손만이 외로이 허공을 가르고 뻗어 있었다.
무언가 말을 꺼내려던 쥬다스도 할 말을 잃고 그녀의 손을 내려다보았고, 에단과 바이칼은 묘한 표정으로 뒤에 멈춰 섰다.
“아…….”
크리스티나는 필사적으로 그 상황을 모면할 만한 단어를 떠올렸다.
“악수를.”
“악수?”
“여러 가지로 감사한 일이 많아서. 제대로 표현해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서. 그래서 생각났을 때 해두고 싶어서요.”
말할수록 어째서인지 눈물이 핑 돌았다. 크리스티나는 마치 악수를 하려던 사람처럼 손을 내민 채 서글프게 입꼬리를 올렸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쥬다스 님.”
“…….”
쥬다스는 멀뚱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가 침묵하는 사이 바이칼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저기, 크리스티나 님. 혹시 어디 떠나십니까? 무슨 작별인사 같…… 쿨럭!”
다시 명치를 찔린 바이칼이 볼썽사납게 고꾸라졌다. 수하의 주책없는 발언을 강력히 처단한 에단이 고개를 숙이고 크게 한 발짝 더 뒤로 물러섰다.
바이칼은 그에게 뒷덜미를 잡혀 시체처럼 질질 끌려갔다.
“으음.”
쥬다스는 잠시 고민하다 그녀의 손을 맞잡았다.
“떠오른 진심을 그때그때 표현하는 건 좋은 행동이라고 생각한단다.”
그렇게 가볍게 힘을 주었다가 놓았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악수였다.
“나 역시 고맙구나, 티나.”
크리스티나는 처음 듣는 애칭에 잠시 혼란스러워졌다. 집에서 가족들에게 불리는 애칭은 ‘크리스틴’이고 잠행 시 그녀가 맡은 역할에서의 가명은 늘 ‘크리스’였다.
이번에도 역시 크리스일 거라 생각했는데 예상이 빗나갔다. 작은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크리스티나를 본 쥬다스는 작게 웃었다.
그리고 한 걸음 먼저 앞서 가며 그녀의 손을 다시 꼭 맞잡았다.
“쥬…… 쥬다스 님?”
“도착했다.”
그들이 향하던 언덕길의 끝에 아름다운 호수가 펼쳐져 있었다. 호수의 끝엔 빨간 지붕이 돋보이는 커다란 건물도 하나 자리했다. 건물 굴뚝에선 끊임없이 하얀 연기가 흘러나왔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고소한 음식 냄새도 느껴졌다.
그리고 호수를 건널 수 있도록 나룻배가 여러 척 놓여 있었다.
“삐이!”
아름다운 호수를 보고 가장 신난 건 단연 플루비였다. 물에 들어가고 싶다며 퍼드득거리는 와이번을 단단히 끌어안은 바이칼이 진땀을 흘리며 녀석을 달랬다.
“기다려. 네가 갑자기 물에 들어가서 커지면 사람들이 놀라잖아, 임마.”
“쁘이익.”
“나중에 허락해 줄게. 지금은 안 돼.”
일행이 호수 앞에 멈춰 선 사이 같은 목적지로 향하던 행인들이 스쳐 지나가 하나둘씩 배에 올랐다.
나무로 만든 조악한 나룻배는 한 척에 딱 4인이 타면 적당한 크기였다.
제법 많은 사람이 배를 타고 오가는 호수를 멍하니 쳐다보던 크리스티나가 고개를 돌려 물었다.
“전하, 저곳은 대체.”
“온천이란다.”
“네?”
“호수 너머로 보이는 저 빨간 지붕 오두막 내부에 축복을 받은 신성온천이 있어. 심신 안정과 치유, 정화효과에 아주 탁월한 온천이라 하더구나.”
쥬다스는 아직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크리스티나의 표정을 확인하고 차분히 다시 설명해 주었다.
“우린 오늘 다른 임무를 위해 나온 게 아니라.”
반짝이는 호수 너머엔 안락한 휴식공간이 자리하고 있었다.
“휴양이 목적이니까.”
사령의 저주를 받아 인형으로 변했다가 되돌아온 크리스티나를 위해 특별히 마련한 시간이었다. 그 사실을 깨달은 크리스티나의 얼굴이 다시 화끈거리기 시작했다.
‘내가 바보 같은 고민을 하는 동안 전하께선…….’
부끄러움인지 행복인지 모를 감정 때문에 가슴이 울렁거렸다. 하루에도 몇 번을 그로 인해 널을 뛰는지 크리스티나는 꼭 무슨 병에라도 걸린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 * *
신성온천은 고급 목욕 시설로 성별에 따라 공간이 나누어져 있었다.
에단과 바이칼은 쥬다스를 따라 입장할 수 있었지만 크리스티나는 여성이었기 때문에 홀로 다른 방향으로 들어가야 했다. 걱정에 물든 크리스티나의 표정을 읽어낸 쥬다스가 걱정하지 말란 뜻으로 정령을 하나 붙여주었다.
‘휴. 이게 아닌데.’
크리스티나의 곁에는 모습을 드러낸 황토빛 정령이 쫄래쫄래 따라왔다. 그녀는 포로록 손바닥 위에 내려앉은 토니를 가만히 내려다보다 그만 픽 웃고 말았다.
「에엥? 왜 웃는다요? 나요가 그렇게 웃기게 생겼다요?」
토니의 목소리는 크리스티나에게 들리지 않았다. 그래도 고개를 연신 갸우뚱거리는 모습은 또렷이 보였기 때문에 크리스티나는 토니의 머리를 손가락으로 쓰다듬어주며 작게 이야기했다.
“미안해. 네가 아니라 너의 계약자님이 생각나서 웃었어.”
「이그레트가?」
“그분은 여전히 걱정이 많으시군. 굳이 너를 내게 붙여주지 않으셔도 되었는데.”
「맞다요. 이그레트는 걱정이 너무 많다요!」
토니는 들리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열심히 맞장구쳤다. 그 사이 크리스티나는 바닷빛 머리카락을 높이 올려 묶은 후 그 위에 수건을 둘렀다.
“이런 상황이 되면.”
곁에 떨어져 있을 때면. 크리스티나는 속으로 덧붙였다.
“내가 언제나 그를 걱정한다는 사실을 모르시는 것도, 여전히.”
작은 미소와 함께 비치되어 있는 목욕의상으로 갈아입은 크리스티나는 토니를 머리에 얹고 욕탕으로 나갔다.
목욕이라고 해도 타인과 함께 사용하는 시설이기 때문에 개인욕실처럼 발가벗지는 않는다. 이곳은 미리 예약하고 입장하는 귀족전용 온천으로 철저한 위생 관리가 이루어진다.
정식명칭은 ‘신성온천 베로니카’.
온천을 둘러싼 호수는 엘리시움에 흐르는 강과 연결되어 있다. 베로니카에선 신성한 축복을 받은 물을 사용하기 때문에 마치 성수에 몸을 담그고 있는 듯 상처 회복 및 정화 기능이 탁월했다.
뜨끈뜨끈한 물에 들어가자 확실히 몸이 풀리는 느낌이었다. 크리스티나는 한참 온천을 즐기다 고개를 들었다.
보안을 위해 사방은 막혀 있지만 천장만은 뻥 뚫려 있어 하늘을 볼 수 있었다.
슬슬 노을이 지고 있는 하늘은 그녀가 가진 수줍은 마음의 색과 닮은 것도 같았다.
문득 하루 종일 저지른 부끄러운 기억이 떠오르자 크리스티나는 물속에 확 코까지 담그고 싶어졌다. 그녀는 딱 코 밑까지 물이 찰랑일 정도로 보글보글 가라앉았다.
온천욕 후에는 저녁시간이었다.
사람들은 오두막 앞에 피워놓은 모닥불에 둘러앉아 종업원이 구워주는 고기며 신선한 야채, 주방에서 요리해온 음식을 함께 즐겼다.
일종의 야외파티였다. 모닥불 앞에선 모르는 사람끼리도 통성명이 오가고 함께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잔을 부딪쳤다.
구성원이 전부 귀족인 만큼 자연스레 사교의 장이 펼쳐졌지만 기존 파티처럼 교양 넘치는 대화는 아니었다.
쥬다스 일행처럼 정체를 숨긴 이들도 많았다.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크리스티나는 잔을 든 채 오도카니 자리에 앉아 있었다.
‘이곳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아직 쥬다스와 에단, 바이칼은 목욕이 끝나지 않은 모양이었다.
늘 격식과 품위를 중시하는 크리스티나가 이런 자유분방한 야외파티에 쉬이 적응할 리 없었다. 크리스티나는 어쩌다 보니 분위기에 휩쓸려 손에 든 술잔을 노려보다시피 뚫어져라 내려다보았다. 우유처럼 뿌옇고 탄산수처럼 톡 쏘면서 또 달콤하게 입술을 적시는 이 술은 처음 마셔 보는 발효주였다.
아무하고도 어울리지 않고 넙데데한 술잔만 응시하고 있던 크리스티나의 곁에 누군가 다가왔다.
“우와, 예쁜 언니! 어디서 오셨어요?”
“…….”
“피부가 되게 곱다. 일행 기다리나 봐요.”
가장 발랄하게 파티를 즐기던 붉은 머리 여인이었다. 그녀는 술에 살짝 취해 간드러지는 목소리로 크리스티나에게 말을 붙였다.
“어머. 그럼 혹시 애인인가?”
덜컥.
저도 모르게 손이 흔들렸다. 잔에 가득 담겨 있던 술이 넘쳐 바닥에 몇 방울 투둑 떨어졌다. 닦을 생각도 못하고 굳어버린 크리스티나를 본 여인이 까르르 웃었다.
“세상에, 얼굴 빨개진 것 좀 봐! 아하하하! 언니 정말 귀엽다. 내 친구들이랑 합석 안 할래요?”
“관심 없어.”
“완전 재밌게 해드릴게요. 사실 친구가 언니 마음에 든다고 해서 데리러왔거든요.”
여인이 은근히 속살거렸지만 크리스티나는 들은 체도 안했다. 그러자 붉은 머리 여성은 그녀의 곁에 척 걸터앉으며 본격적으로 말을 걸었다.
“에이이, 애인 때문에 그래요? 여자를 기다리게 하는 남자가 뭐가 좋다고 그래요. 그 남자는 언닐 별로 안 좋아하나 본데!”
“그분에 대해 함부로 말하지 마.”
“흐응~ 언니. 자길 안 좋아하는 남자는 매력 없어. 딱 보니까 언니가 그 사람한테 매달리고 있는 거죠?”
크리스티나는 인상을 굳혔다. 정곡을 찔렀다고 느낀 여인은 이때다 싶어 크리스티나의 팔을 잡아당겼다.
“여자는요, 남자가 매달리는 연애를 해야 행복해요. 세상에 남자가 그 사람 하나뿐이래요? 그냥 뻥 차버리고 이리 와요. 아님 아예 그 애인분도 데리고 오든지? 내 친구들 물 진짜 괜찮아. 난 잘 생기고 예쁜 언니 오빠들 아니면 안 어울리거든요. 우리 같이 놀아요. 응?”
크리스티나가 차갑게 그 손을 쳐 내려던 순간이었다.
“실례지만 합석은 거절하겠습니다.”
단호한 거절이 그들의 뒤에서 들려왔다. 한 명은 놀라서, 한 명은 반색하여 뒤를 돌아보았다.
“그녀에게 내 곁에 있어 달라고 매달린 건 나라서 말이죠.”
마법으로 물들인 머리카락은 갈색이지만 그 특유의 분위기까지는 가려지지 않았다. 크리스티나에게 접근했던 여성은 알 수 없는 위압감에 눌려 멍하니 그를 올려다보았다.
쥬다스가 싱긋 웃었다.
“자리.”
“네?”
모닥불이 비쳐 아름답게 일렁이는 금빛 눈동자에 홀려 있던 여인이 정신을 차렸다.
“비켜주시겠습니까?”
“아! 네, 네.”
붉은 머리 여성은 허둥지둥 자리에서 일어나 비켜섰다. 크리스티나는 자연스레 제 곁에 앉는 쥬다스를 향해 걱정의 시선을 보냈다.
“혼자 나오셨습니까? 호위는.”
“으음, 그 아이들에겐 따로 부탁한 일이 있어서.”
“……?”
쥬다스는 자세히 대답하는 대신 종업원이 주고 가는 잔을 받아들었다.
“티나.”
“예.”
‘또 티나…… 라고.’
크리스티나는 쓸데없이 두근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느라 시선을 술잔에 고정시켰다.
“건배.”
고개를 들어보니 쥬다스가 약간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잔을 내밀고 있었다. 이럴 때보면 영락없이 소년 같았다.
톡, 잔과 잔이 부딪히며 맑은 소리를 냈다. 크리스티나는 품위고 뭐고 쭉 들이켜 잔을 비워 버렸다. 그래야 지금 빨개진 얼굴을 핑계 댈 수 있을 것 같았다.
쥬다스는 그런 그녀를 가만 응시하다 입을 열었다.
“호칭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느냐?”
“아닙니…… 네?”
쥬드로서 물은 게 아니다. 한 박자 늦게 그 사실을 깨달은 크리스티나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각별히 가까운 사이엔 특별한 호칭을 쓴다 하더구나. 이 또한 너무 내 멋대로 하여 곤란했다면.”
“기쁩니다.”
크리스티나는 고개를 저었다. 이것만큼은 단호히 말할 수 있었다.
“저는, 당신께서.”
술기운 탓인지 그저 마음을 말하고 싶다는 의지가 강하게 타올랐다.
모닥불에서 흘러나오는 열기가 옮겨 붙은 듯 목구멍이 뜨거웠다. 크리스티나는 그 열기를 식히기 위해 두 번째 잔을 훌쩍 비우고선 다시 말을 이었다.
“처음 말씀하셨던 대로 일정선 이상 가까이 다가와 주실 거라고는 기대하지 않으려 했습니다.”
그랬기에 그녀가 먼저 다가가 보려 했을 뿐. 욕심이 생긴다고 해서 그에게 바라거나 요구하지 않았다.
그런데 정신을 차려보니 손을 잡는 것도, 특별한 애칭을 불러준 것도, 그리고 그녀를 위해 시간을 내 자상한 배려를 해준 것까지 전부.
‘전부 다 당신이.’
크리스티나는 그만 살며시 웃어버렸다.
“죄송해요, 쥬다스 님.”
차갑게 얼어 있던 표정이 어느 순간부턴가 화사하게 빛난다. 쥬다스는 꽃이 피는 순간을 목격하기라도 한 것처럼 그녀의 웃음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조금만 더 기대해도 될까요?”
금빛 눈동자와 푸르른 바다를 연상케 하는 눈이 서로를 향했다. 특별한 대답 없이도 충분했다.
그들은 이제 알고 있었다.
어설프고, 부족한 두 마음이 결국 어느 한 지점과 맞닿아 있다는 것을.
그런데 그때였다.
쿠워어어어!
갑작스러운 울부짖음과 함께 소란이 일어났다. 호수에서 솟구친 거대한 그림자를 발견한 사람들이 흥분하여 벌떡 일어섰다.
“드래곤이다!”
“신룡의 기사다!”
와와 거리는 사람들 틈에서 여유를 유지하고 있는 건 두 사람뿐이었다. 쥬다스와 크리스티나는 멀거니 하늘을 가르고 날아가는 블루와이번을 올려다보다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풋.”
“이제 편안히 잘 웃는구나.”
입가를 가리고 웃던 크리스티나는 멈칫 고개를 돌렸다. 언제부터 쳐다보고 있었던 것인지 곧장 시선이 마주쳤다. 그리고 깨달았다.
무심코 생각했던 상태보다, 둘 사이의 거리가 지나치게 가까웠다. 그 간극을 인지하자마자 크리스티나가 한 선택은 거리를 더욱 좁히는 것이었다.
취기 탓일 수도 있고 모닥불의 열기 탓일지도 몰랐다.
그저 지금 이 순간 흘러넘친 감정을 그에게 전하고 싶다는 마음만이 간절했다. 크리스티나는 평소라면 절대 하지 못했을 대담한 행동을 취했다.
이번엔 내내 여유로웠던 쥬다스가 놀랄 차례였다.
「우왕! 뽀뽀…….」
「바보야, 쉿. 쉿!」
주책없이 감탄을 터뜨리려던 토니를 유니가 끌어당겨 가까스로 막았다. 이내 정령들은 서로 눈빛을 교환하며 키득거렸다.
밤하늘을 가르고 사라진 와이번의 흔적을 아쉬운 눈으로 쫓고 있던 사람들이 다시 소란스럽게 하늘을 가리켰다.
“와, 눈이다!”
“이렇게 따뜻한데 웬 눈이지?”
“신성한 온천이라 그런가봐. 너무 예뻐.”
따스한 봄날에, 색색별로 반짝이는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꼭 그 자리에 있는 누군가를 축복하기라도 하듯.
아름다운 선물이었다.
외전 1 : 인형의 꿈 <끝>
============================ 작품 후기 ============================
* By. 공든탑
아직 찾아주신 독자님들이 계셔서 놀랐습니다.ㅠ 흑흑.. 잊지 않고 찾아와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외전2 : 아기와 나>는 아직 준비 중에 있습니다.
준비가 완료되는 대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