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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화 〉용사인데 아는게 없습니다 (4/89)



〈 4화 〉용사인데 아는게 없습니다
후욱, 후욱.


식량이 든 주머니를 등에 맨 채로 도로를 걷는다.

심리적으로 지친 상태라 그런지. 평소 보다도 힘든 느낌이  박자 빠르게 들어왔고. 현성은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

반면 브랜드는 한층 여유롭게 걸음을 이어나갔다.


벌써  시간 째 걷고 있는데도 일정한 호흡을 유지하는 모습. 더군다나 한 눈에 봐도 무거운 갑옷을 입고 검을 매고 있는 상태.


현성은 이를 보며 실로 괴물 같은 체력이라 느꼈고. 자신 또한 노가다 판과 수많은 알바 덕분에 체력은 어딜가도 꿀리지 않는 편이라 생각했기에 더욱 그렇게 느껴졌다.


후욱, 후욱.


"여기서 쉬다가 가지."


털썩.

거칠게 호흡을 내쉬는게 신경이 쓰였던건지, 아니면 알게 모르게 힘들었던 것인지는 몰라도. 브랜드가 휴식을 선언하자 현성은 힘든 와중에도 버릇처럼 주머니를 살살 내려놓고는 자기 자신도 땅바닥에 드러눕다 싶이 했다.

"고작 이 정도로 힘든건가?"

브랜드가 그런 현성을 위에서 내려다 보며 물었다.

아무래도 전자인 듯 했다.

"브랜드 씨가 괴물인거에요..."

으쓱, 브랜드가 별거 아니라는 듯 어깨를 올렸다가 내리는 행동을 취했고. 현성은 무력함에 한숨을 내쉬었다.


툭.

"마셔. 괜히 탈수 증상이라도 오면 귀찮아 지니까."

느닷없이 브랜드가 허리춤에서 물통을 퉁명스럽게 내던졌다.

"감사해요."

그 작은 배려에 현성은 고마운 감정을 표하며  한모금을 입에 머금었다.

그러자 시원한 감각이 입안 가득히 퍼졌고.  것 같다는 느낌이 온몸에 퍼졌다.

털썩.

"이름은?"

자연스레 옆에 주저앉아 물어온다.

그토록 까칠했던 사람이었는데. 그러나 현성은 브랜드가 자신에게 마음을 열었을 뿐이라 넘겨 짚었다.

"현성... 오현성입니다."


현성은 자신의 이름을 내뱉었고. 브랜드는 의외라는 듯 속눈썹 짙은 눈을 크게 떠 보였다.


"현성? 너도 한국에서 온건가?"


...?


너도?


현성은 브랜드의 말에 당혹감을 느꼈다.

"너도라니요..? 브랜드 씨도 혹시..."

자신 처럼 이곳으로 넘어온 것이냐는 말을 생략했다. 현성은 기대감을 품은 눈빛으로 브랜드를 바라봤고. 안타깝게도 브랜드는  기대에 부응하지  한 채 고개를 저었다.

"난 용사가 아니야. 다만 내 친구 중 한 명이 용사인데  녀석도 한국이라는 곳에서 왔다더라고."

아아, 자신 말고도 용사가 더 있긴 했구나. 그것도 같은 나라인 사람이.

하가 이 세상에 귀인이라는 족속이  밖에 없지는 않을테지.

이곳에 와서 처음으로 듣는 좋은 소식에 현성은 그나마 마음이 놓였다.

그러나 동시에 드는 괴리감에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 했다.

"저도 용사인데.. 왜 그런 취급을 받은 건가요..!"

자신 또한 용사인데. 어째서 돌연변이란 호칭으로 불리우며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는건가.

이것만큼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는 부분이었다.

"왜긴 왜야. 그냥 운이 나쁜거지."


운이 나쁘다?

현성은 인상을 썻다. 브랜드가 건성으로 대답해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


그저 운이 나빳다는 말도 안 되는 이유 때문에 그런 취급을 받았다는게 이해할 수 없는데다가 억울했기 때문이었다.

"운이 나쁘다는게 무슨 말이죠?"


"마나, 니 주변에 잔뜩 모여든 마나 때문이지."


마나? 마나는 또 뭐란 말인가?


현성은 브랜드의 설명에서 모르는 단어가 튀어나오자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휴... 또 처음부터 가르쳐 줘야 되는 건가?"

이런 적이  두번이 아닌  귀찮아하며 말하는 모습. 그러거나 말거나 현성은 브랜드가 얘기를 이어나가기를 기다렸다.


"이곳 카인드니안 제국은 마법이 금지된 국가. 그리고 너는 그런 제국에 마나를 잔뜩 품고 나타난 용사. 이러면 이해 되려나?"

...

현성은 솔직히 말해서 머리가 좋은 편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것만큼은 알 수 있었다.


한국인이 일부 중국인을 짱깨라 부르며 싫어하듯, 이곳 사람들은 마나를 가진 사람을 싫어한다는 것.

아마도 마나는 마법이라는 것과 큰 연관이 있는 것일 듯 했다. 또한  신이 말하길 자신은 마법 용사라 하였다.


현성은 전부는 아니었지만 자신이 왜 그런 취급을 받았는지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었고. 마음 속 한가득 쌓인 의문이 해소됐다.

그러나 마냥 개운하지만은 않았다.


어쨋거나 배척 당한 거라는 사실이 확실시 된것이었으니까.

앞으로 이어질 자신의 처지에 대해 생각할 필요가 있었다. 지금 상황은 누가 봐도 어디론가 끌려가는  같았으니까.


"저는 어디로 보내지는 건가요...?"

"...돌연변이 숲으로 추방 당하는거지, 뭐."

돌연변이 숲으로 추방 당한다.

그곳에는 자신과 같은 처지의 사람이 있는건가? 그러나 브랜드가 말하기를 머뭇거렸다는 점과 추방 당한다는 단어에서 그리 좋은 곳이 아님이 느껴졌다.


"...도망치면 붙잡을 건가요?"

현성은 도망치고 싶은 마음을 솔직히 꺼냈다. 몰래 도망쳐봤자 그 끝은 죽음이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꼈기 때문이었다.


"붙잡아야지. 나도 사정이라는게 있는데. 그리고 지리도 모르면서 도망치기는 무슨..."


그래, 브랜드에게도 사정이라는게 있겠지. 현성은 안타까운 마음만 들 뿐, 브랜드를 미워하지 않았다. 더군다나 마지막 말은 사실이었으니까.

지금 있는 곳이 어딘지도 모르고. 주변에 드넓게 펼쳐진 숲에 어떤 짐승이 살고 있는 지도 모르는데. 도망쳐봤자 살아남을 가능성은 바닥에 가깝다는 것은 쉽게 유추할 수 있었다.


"하하... 뭐, 거기 간다고 죽지는 않겠죠?"

현성은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죽은 눈을 하고선 말을 꺼냈다. 브랜드는 그저 안타까운 눈빛으로 현성을 바라볼 뿐이었다.

"글쎄다.  역할은 엘프의 영역까지 널 감시하는 거라서."

빈말이라도 좋은데라고 해줄 것이지. 현성은 가식없이 솔직하게 사실만을 내뱉는 브랜드를 보며 힘없이 웃었다.

어찌됐든 결국엔 헤어져야 되는 거구나.


그나마 친절하게 대해준 브랜드와의 헤어져야 된다 생각하니 막막한 기분이 들었다.

현성은 그런 기분을 뒤로하고. 최대한 많은 것들을 알고자 마음 먹었다.


적어도 이 세계에 관한 지식을 얻을 수 있을 때 많이 얻어나야 될 터였다. 다음 기회가 언제 올지 몰랐으니까.

"엘프의 영역이 어딘가요?"

엘프, 신에게서 들었던 기억이 났다.

그러나 그런 것 보다도 우선 엘프의 영역에 대해서 알 필요가 있었다.

그곳에서 브랜드와 헤어지게 될테니까.

"돌연변이 숲을 가기 위해서 지나야 하는 곳이지. 참고로 엘프들은 되게 예민한 편이니까 조심하고. 제국의 죄인 신분이라 죽이지는 않겠지만 반송장으로 만들 수도 있으니까."


브랜드는 단순히 질문에만 답변하는게 아니라, 주의할 점까지 친절하게 알려주었다.

현성은 브랜드가 언행이 조금은 까칠해도 친절한 성격이라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브랜드가 알려준 것들을 머리속에  저장했다.

"하하, 조심해야겠네요. 알려줘서 고마워요.."

"뭐..적어도 엘프들은 마법을 배척하지는 않으니까 너가 실수만  한다면 괜찮을거다. 특히 엘프들은 하나 같이 외모가 특출 나니까 괜히 추태 부리지 않도록 조심하고."


설마 그럴리가. 현성은 고개를 저으며 그럴 일 없다 말했다.


외모가 특출 나다고 해서 추태를 부린다면. 그것은 인간이 아니라 발정난 개새끼라 생각하는 편이었기에 더욱 그랬다.


그렇기에 현성은 자신만만하게 웃었다. 그리고 그런 웃음이 기가 찼는지 브랜드가 혀를 차며 다시 한 번 경고했다.

"그러다가 훅 간다. 정신 똑 바로 차려."

두 번이나 경고할 정도면 엘프들의 외모가 그만큼 특출 나다는 얘기.

현성은 브랜드의 경고에 그래도 조심은 하자고 생각을 바꿨다.

그 누구 보다도 스스로를 믿는 현성이었지만 조심한다고 해서 나쁠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리고 현성은 대화의 주제를 전환하기로 했다.


"그나저나. 브랜드 씨가 말한 친구 분은 저랑은 다르게 마나가 없는 용사인건가요?"

조금 전 브랜드가 말한 친구에 대한 얘기.


브랜드의 친구는 자신과 같은 용사라고 했다. 그러나 말하는 뉘앙스로는 자신과는 다르게 돌연변이가 아닌 용사의 삶을 살아가는  했기에 현성은 이 얘기를 꺼냈다.

"그렇지.  녀석은 마나 대신에 오러를 가지고 나타 났으니까."

마나를 넘어서 이번에는 오러.

현성이 알 리가 만무한 단어였다.


"오러는 또 뭔가요? 마나랑은 다른건가요?"


그렇기에 이번 기회에 두 단어의 차이를 알고자 했다. 그리고 브랜드는 몸소 보여주려는 것인지 몸을 일으켰다.

"오러는 마나랑은 다르게 신체 내부에서 발생하는 힘을 말해."


화악.

설명을  마침과 동시에 브랜드의 오른팔에서 옅은 붉은색의 연기 비스무리한것이 슬렁슬렁 피어났다.

"오..."


난생 처음 보는 신기한 광경, 현성은 저도 모르게 감탄사를 뱉었다. 설명을 듣고 보는 것만으로는 완벽하게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그냥 봐도 대단하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일단 오러에 대해서는 들었고. 다음은 마나의 차례였다.


"마나는 어떤건가요."

마나.

마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브랜드는 턱을 쓸어내렸다.

"오러하고는 완전 반대지. 마나는 신체 내부가 아니라 외부에서 떠다니는 힘이거든."


외부에서 떠다닌다. 쉽게 말해 둘의 차이는 힘의 근원이 내부냐 외부냐의 차이였다.

"그렇다면 제 주변에 마나가 모였다는건?"

"뭐긴, 뭐야. 굳이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모여든다는 얘기는 너가 마나하고 친화력이 높다는 얘기지."

친화력이 높다. 한마디로 나와 마나라는 힘의 합이 잘 맞는다는 얘기인걸까?


현성은 나름대로 이해하며 납득했고. 다음으로 가장 중요하다 생각이  것을 물어보고자 했다.


"그러면 마나는 어떻게 다뤄야 되는건가요?"

브랜드가 오러를 다뤘 듯이. 자신 또한 마나를 자유자재로 다루고 싶었다.

"그거야 나는 모르지. 애초에 마나와 관련된 대부분의 서적은 제국에서 금지령을 내려서 알고 싶어도 알 수가 없는 노릇이거든. 나도 엘프한테 얘기만 들어서  정도 아는거고."

아, 브랜드도 잘 모르는구나. 현성은 아쉬운 감정이 들었지만 스리슬쩍 감췄다. 어차피 돌연변이 숲으로 가면 자신과 같은 처지의 사람들이 있을 터, 그들에게 부탁해서 배우면 됐다.

정 급하다고 생각이 들면 상황을 보고 엘프들에게 부탁해보기로 했다.

"뭐... 일단은 충분히 쉬었지? 힘들겠지만 다시 움직이자고."


아, 벌써 끝인가.


브랜드가 꿀만 같았던 휴식이 끝났음을 말하자. 현성은 조금은 나아진 몸을 일으켜 주머니를 챙겼다.

휴식이 끝난게 아쉬워 발이 안 떨어질 법도 했지만, 아무리 힘들어도 평소 쉬는 시간만큼은 철저하게 지켜왔었기에 현성에게는 너무도 익숙한 행동이었다.

그렇게 현성은 브랜드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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