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5화 〉마차 안에서 뭐하는 건가요? (5/89)



〈 5화 〉마차 안에서 뭐하는 건가요?

매일 매일 걸어야 된다고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그런 생활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따그닥, 따그닥.

드르륵, 드르륵.

뒤에서 들려오는 시끄러운 마차소리.


"이봐, 멈춰!"


브랜드는 기다렸다는 듯이 마차의 앞을 막아서며 멈추게 만들었고. 말을 이끌던 마부가 채찍으로 힘껏 내리치자 서서히 속도를 줄이더니, 완전히 멈춰섰다.


이윽고 마부는 브랜드의 차림을 슬쩍 훑어 보고는 마부석에서 내려 허리를 까득히 숙였다.


"기사 님을 뵙습니다요, 흐흐."

꺼림직한 웃음. 현성은 왠지 마부에게서 꺼림직한 느낌을 받았다. 반면 브랜드는 그런 웃음 따위에 얼굴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능숙하게 입을 열었다.

"타고 있던 마차의 마부가 사고로 죽어버린데다가 말들도 도망가서 그런데. 마차를 빌릴 수 있는가?"

간략하게 현재 상황을 설명. 마부는 안에 손님이 있으니 잠시 기다리라 말하고는 마차의 문을 열어 누군가와 얘기를 나누고는 잰걸음으로 돌아왔다.

"타고 계신 기사님께서 합승해도 된다고 하셨습니다요. 흐흐."


저 꺼림직한 웃음은 안하면  되는걸까. 현성은 소름이 끼쳐 몸을 파르르 떨었다.


"고맙네. 나중에 꼭 답례하도록 하지."


"어이쿠, 그러면 저야 감사하죠! 어서 타시지요, 흐흐."


턱.

또 다시 저 소름 끼치는 웃음 소리에 질색 하고 있으니, 브랜드가 손목을 붙잡고 거칠게 잡아 끌었다.

현성은 서운한 감정보다는 남들이  때는 어쩔  없다고 여기며 아픈걸 참아냈고. 마차에 짐짝을 내던지듯이 탑승하게 됐다.

그리고 적나라하게 펼처진 선정적인 장면에 당황을 금치 못 했다.




마차 안을 가득 채운 진한 비린내가 코끝을 찌른다.


"흐윽, 흐아... 흐으응...."

어째서인지 옷이  쯤 벗겨진 채로 남성과 성교를 나누며 신음을 내고 있는 갈색 단발의 여성이 보인다.


찌걱- 찌걱-

여성의 음부에 핏줄을 세운 남성의 성기가 드나들며 찐득한 소리가 들려왔다.


두 사람은 현성이 들어왔음에도 아랑곳 안 하고 허리를 부지런히 움직였다.

그럴  마다 여성의 탐스런 유방이 앞뒤로 흔들리며 천박한 소리를 냈고.



현성은 너무 당황한 나머지 뭐라 말도 못하고 눈을 어디에다 둘 지 몰라 이리저리 굴리다가 결국에는 눈을 감아버렸다.

남사스럽다.


흔히 포르노에서나 보던 장면이 눈앞에서 적나라하게 펼쳐지자 현성은 아래쪽에 힘이 쏠리는게 느껴졌다.

이러면 안 된다는 것을 알지만, 어쩔 수 없다.

이것은 남자의 의지대로 어떻게 되는게 아니었다. 아무리 자신이라고는 해도 자연의 섭리에 거스를  없는 노릇이었다.

그러면서도 현성은 본능에서 우러나오는 생리적인 반응을 어떻게든 진정시키고자 했다.


건전한 생각. 건전한 생각.

현성은 고아원의 아이들을 떠올려냈다.


알사탕 하나에 기뻐하는 아이들, 사소한 장난에도 즐거워 하며 웃는 아이들과  모습을 보며 미소를 지우지 못하는 원장님.

아아, 그래. 이게...

"흐응.. 아흑, 으흥...."


섹스다.

...


아, 씨발.

현성은 속으로 되내일 뿐이었지만 난생 처음 욕짓거리를 했다. 이건 아니다. 건전한 생각을 하다가도 신음 소리가 들리우면 가려진 시야 너머로 보일 장면이 스쳐지나 간다.

내가 이것밖에 안 됐나. 이토록 못 되먹고 밝히는 녀석이었던가.


현성은 자괴감에 입술을 꽉 깨물었고. 비릿한 맛이 입안을 감쌌다.


"...씨발, 진짜."

갑자기 들려오는 욕설.


현성은 순간 자신이 저도 모르게 내뱉은건가 했으나 그것이 아님을 깨닫는데 까지 얼마 걸리지 읺았다.

"브.. 브랜드?!"


허리를 흔들던 남성이, 드디어 허리를 멈추고 주의를 돌렸다. 현성은 교태로운 음성이 들리지 않자 슬금슬금 손을 땟고. 남성과 브랜드가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 이게 뭔가 싶었다.

"님  붙여야지? 듀란 수습 기사."

듀란.


브랜드는 남성의 이름을 부르며 선을 그었다.


듀란이라 불리운 남성은 기사 앞에 수습이 붙은 걸로 보아 브랜드 보다는 아래의 신분인  했다.

이를 증명하듯 듀란은 이를 까드득 갈며 브랜드를 노려봤다.

"아, 예. 제가 실례를 범했습니다. 브랜드 기사 님."

예의범절을 차린 듯 했으나 얼굴색이 붉어진 걸로 보아  상황이 짜증이 나는  했다.

"그래, 그러면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지 설명해봐. 수습 기사."


이번에는 이름을 빼고 호칭만을 부른다. 누가 보아도 도발하는 행위, 그러나 현성은 오히려 통쾌한 기분이 들었다. 자신을 타락 시킨 주체가 고통 받는 거니 어련했다.

흔히 세간에 너의 고통은 나의 행복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그러나 현성이 통쾌함을 느끼는 반면, 듀란은 수치심과 분노의 감정을 숨기고자 했지만 완전히 숨길수는 없었는지 시시각각 표정이 변했다.

또한 듀란은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될 지 부터가 막막했다.


그냥 마부가 뭐라 뭐라 말하기에 대충 알겠다고 대답했을 뿐인데. 설마 합승객이 브랜드 일 줄은 모르고 있었다. 만약 알았다면 절대로 허락하지 않았을 터였다.

"그... 그게."

듀란은 말을 잇지 못했다. 차라리 밑에 쪽 사람이었다면 뻔뻔하게 나가기라도 했지. 브랜드는 듀란 보다 계급이 높은 기사였다.


수습 기사가 아닌, 황제에게 정식으로 충성을 맹새한 기사.


그만큼 수습 기사와 기사의 차이는 하늘과 땅차이였다.


듀란이 머뭇거리는 사이, 브랜드는 침을 질질 흘리며 경련하다 싶이 온몸을 떠는 여성의 상태를 살폈다. 그러자 듀란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졌다.

무언가 찔리는 것이 있는 걸까.


현성은 의문을 품었고.


퍼억.


브랜드는 듀란의 배를 걷어찼다.


하필이면 성교를 나눈다고 갑옷을 벗고 있었기에 그 충격은 그대로 전해졌다.

그리고 현성은  고통을 알기에 괜히 자기가 소리를 내며 호들갑을 떨었고. 듀란은 바닥에 엎드려 맞은 부위를 부여잡은 채, 앓는 소리를 흘렸다.


"끄으응..."


"뒤지기 싫으면 일어나."

여태 들어온 목소리와는 다르게 차갑고 살기어린 목소리. 현성은 그 목소리가 자신에게 향한 것이 아님에도 온몸이 굳어버려 두려움을 느꼇다.

벌떡.


퍼억

브랜드의 발이 듀란의 배에 또다시 적중했다.


"아흑..."


듀란은 고통스러운 신음을 흘렸지만 반항 한  못하고 묵묵히 받아들였다.


"일어나."

으윽, 듀란은 구토감을 참으며 몸을 일으켰고. 브랜드는 비틀거리는 듀란의 멱살을 잡아챘다.


"이 여자, 돌연변이지?"

돌연변이. 그렇다면 저 여자가 자신과 같은 처지란 말인가.

이윽고 현성의 머릿속에 한 기사의 말이 떠올랐다.


상스럽고 추잡한 음담패설.

여성은 그 음담패설을 그대로 당해버린 거였다.


순간 현성은 차오르는 분노에 주먹을 꽉 쥐었다.

또한 여자는 약이라도 쓴건지 어느샌가 일어나 브랜드의 다리에 음부를 비비고 있었다.


도저히 두 눈 뜨고 볼수 없는 광경.

만약 브랜드로 인해 온몸이 굳지 않았다면 당장이라도 달려나가 듀란인지 도란인지 하는 자식의 얼굴을 가격하고 성기를 잡아 뜯어버렸으리라.


"발정났으면 곱게 매춘부나 찾을 것이지. 씨발럼이, 돌연변이한테 약을 맥이냐."


"죄.. 죄송합.. 으엑-"


브랜드는 사죄를 하는 듀란의 머리를 벽에 밀치듯이 박아버렸고. 듀란은 괴상한 소리를 내며 입을 뻐금거렸다.


"씨발럼아. 지금 너가 한 짓이 어떤 짓인지 알아?"


단단히 화가난  브랜드의 억양이 험악해졌다. 현성은 만류했다가는 자신 또한 저꼴이  것 같았기에 애써 외면했다. 어차피 듀란이라는 자는 자기가  일에 대한 대가를 치루는 거였으니 양심의 가책은 느껴지지 않았다.


"아으... 아이아..."

뭐라 하는지는 알아들을 수 없었으나. 대충 알겠다는 말인 것 같았다.

"얌마, 차라리 함 대주라고 빌든가. 뭐하러 약을 써, 응?"

약, 예상은 했지만. 브랜드의 입에서 그 말이 나오니 듀란을 향한 화가 목끝까지 차올랐다.


약을 먹여 이루어진 성관계는 죄질이 매우 나쁜 강간이었다.


또한 대한민국, 아니. 전세계적으로 강간이라는 행위는 강력한 처벌과 동시에 사람들로 부터 지탄 받을 행위였다.


그래, 차라리 브랜드의 말대로 빌기라도 해서 관계를 나누는 것을 동의 받았다면 그나마 나았다. 그것은 강간 따위의 것이 아닌, 합의 하에 이루어진 성관계였고. 사람들에게 손가락질 받을 수도 있겠지만, 법적으로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현성은 브랜드의 말에 강력하게 동의했고. 브랜드는 코를 막는 시늉을 하며 듀란을 향한 비난을 계속 이어나갔다.


"씨발, 진짜. 마차 안에 냄새 밴 거 봐라. 너는 무슨 정력제라도 처 먹었냐? 딱 보니까 시도 때도 없이 처박은 것 같은데."


"에.. 에.."

듀란은 어지간히도 아팠는지 고개를 끄덕여 자신도 약을 먹었음을 시인했다


"후우... 됐다. 씨발, 말을 말자."

콰앙.

브랜드는 듀란이 질리기라도 했는지, 아니면 말을 섞기 조차 싫은 것인지 질겁하며 듀란을 바닥에 내팽개쳤고. 나가라는 시늉으로 손을 저었다.

그리고 듀란은 풀려나기가 무섭게 자신의 옷과 갑옷을 챙기고 밖으로 달아났다.

저렇게 쫓겨나서 앞으로 어떻게 되는건가, 라는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자신의 처지에 그런 생각은 너무도 과분하다 느꼇기에 현성은 신경을 끄기로 했다.


"후우... 역겨운 새끼."


브랜드는 듀란이 떠나고 나서도 화가 풀리지 않았는지 마지막까지 적나라한 혐오감을 들어냈고. 그러다 문득 브랜드의 시선이 구석에 박혀 있던 현성에게로 향했다.

"미안하다. 안 좋은 모습을 보였네."


현성은 자신에게 사과를 해오는 브랜드에게 고개를 저었다.


이 상황이 어떻게 브랜드의 잘못이란 말인가. 그냥 듀란 개인이 저지른 행위인데.

또한 그런 것 보다도 중요한 일이 남아 있었다.

"흐으응...."


어지러운 분위기 속에서도 열심히 음부를 비벼대는 여성.


이 여성을 어떻게 해야 되는가가 문제였다.

"일단 이 분 부터 어떻게 해야될 것 같은데요..."


"하아.. 그래, 그래야지."

브랜드는 인상을 쓰며 한숨을 내뱉었다. 말을 하는걸 보니 약에 취한 여성을 해결할 방안이 있는 듯 했다.

탁-


털썩.


"...그거 맞아요?"

"이거 말고  수가 있나. 약효가 떨어지기를 빌어야지."

브랜드가 택한 방법은 단순했다.


약에 취해 발정이 나버린 여성의 목을 타격해서 기절 시키는 것.

어떻게 보면 합리적인 방법이긴 했으나 뭔가 꺼려지는 방법이었다.

마지막으로 브랜드는 기절한 여성을 빈 자리에 앉혔고. 현성은 여성의 옷이 갈기갈기 찢겨져 버린 상태였기에 자신의 츄리닝 상의를 벗어 맨살에 신체가 닿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입혀놨다.


 모습을 브랜드가 이상하게 바라보긴 했으나, 현성은 어쩔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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