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0화 〉용사입니다. 엘프는 악질이네요. (10/89)



〈 10화 〉용사입니다. 엘프는 악질이네요.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다.

창밖으로는 해가 저문게 보였다.


그 순간까지 브랜드는 돌아오지 않았고. 현성은 뜬 눈으로 밤을 보내고 있었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될까라는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 이제는 현실을 직시해야 될 때였다.

도망친다?


말도 안 되는 소리.

주변에는 온통 숲 밖에 없었다. 그 숲속에는 괴물들이 사는데 미쳤다고 제발로 거길 들어갈 리가 있을까.

그런 이유로 도망치는 것은 포기.

다음은 단순하게도 자살을 시도하는 것.


하지만  남자가 보인 행위 때문에 생각 조차 하지 않고 지워버렸다.

도망치는 것도 죽는 것도 안 된다.


그렇다면 얌전히 그들의 뜻을 따라 돌연변이 숲이라는 곳으로 가야 된다는 건데...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상황에 그곳만큼 안전한 곳이 있을까 싶었다.

적어도 그곳에는 같은 처지의 사람들이 있을테니까.


하지만 현성은 불안감에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같은 처지의 사람들이 돌연변이 숲에 있다고 해도 그들이 과연 자신을 곱게 받아주겠냐는 의문.

막상 갔더니 매일매일 피를 보는 생지옥이 펼쳐져 있을 수도 있는 노릇이었다.

그렇기에 여러가지 계획을 세워놔야 했다. 그래야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대처할  있을테니까.

그러나 계획이라는 것은 어느정도 정보가 있어야 세울 수 있는 것.


현성은 아는게 단 하나도 없었다.

이곳이 소설이나 영화 속에서 나올 법한 판타지 세계란건 알았다.


다만 현성은 그런 소설이나 영화 따위를 본 적이 없었기에, 판타지 세계의 세계관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 지  턱이 없었다.

현성은 본래 세계에서 문화콘텐츠를 제대로 즐기지 않은 스스로를 탓하며 후회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시간이 빌  마다 틈틈히 봤을텐데.

하지만 지나간 과거에 '만약' 이라는 가정을 넣고선 후회해봤자 바뀌는건 없는 법.

이윽고 현성은 발상을 전환하기로 했다.


마나.

브랜드가 말하길 내 주변에 마나가 모여 있다고 말하였다.


계획을 세우는 것으로 미래를 대비할 수 없다면, 대비를 안 해도 될만큼 스스로가 강해지면 된다.

그러면 무슨 일이 일어나도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아지긴 할테다.


문제는 마나를 다루는 방법이 무엇이냐겠지.


마나와 친화력이 높다고 했으니 마냥 어려울 것 같지는 않았다.

현성은 일단 행동으로 옮기기로 했다.

우선 가부좌 자세로 고쳐 앉았다. 일단 마나라는 것을 느껴야 될테니 명상을 하는게 좋겠다는 지극히도 단순한 생각 때문이었다.

예전에 우연히  영화에서 기운인가 뭔가를 느끼기 위해 명상을 하는 장면을 본  같기도 했다.

고작 픽션일 뿐인 영화였지만 뭐라도 해봐야 되는 법.

계란으로 바위를 깨는 정도의 난이도라면 몰라도. 해보지도 않고 판단을 내리는 것은 아둔한 마인드였다.


더군다나 지금은 생존이 달린 문제였기에 이것 저것 따질 틈은 없었다.

현성은 다소 어설프게 가부좌 자세를 취한 채로  손을 모았다.

무념무상.


정신을 오로지 마나라는 것을 느끼는데 집중했다.

...


그렇게 몇 분.

슬슬 다리와 허리가 저려왔다.


뭔가 느껴지는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그냥 애매모호하기만 했다.


...




다시 시간이 흘러, 대략 체감상  시간 정도 흐르니 슬슬 한계가 찾아왔다.

다리와 허리는 저리다 못 해 무감각해졌고. 손까지 떨려왔다. 당연히 제대로 집중이 될 리가 없었다.

아, 명상이란 것도 마냥 쉬운건 아니구나.

...

깨달아야 할 것을 놓치고 쓸데없는 것만 깨달아 버렸다.

현성은 쓰게 한숨을 내뱉고선 명상하기를 포기하고 그대로 바닥에 드러누워 천장을 바라봤다.


그러면서 손을 천장을 향해 뻗었다.


"브랜드 씨가 한 것 처럼 해보고 싶다."

무의식적으로 뱉은 말.


현성은 브랜드가 보여준 옅은 붉은색의 연기를 떠올렸다.


비록 그것은 마나와는 다른 오러였지만, 현성은  다 거기서 거기인 것으로 치부했다.


어차피 내부냐 외부나의 차이일 뿐이니까.


어찌됐든 결과는 당연히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고작 이런걸로 될 리가 있을까, 현성은 그런 생각과 함께 감조차 잡히지 않자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고 잠에 들기로 했다.



***



창문을 통해 빛이 드리우며 해가 밝았다

그러나 현성은 깊은 잠에 빠져 일어날 생각을 안 했고.


조용한 공간에

덜컥-

문을 열리고 갈색 단발 머리의 여성이 안으로 들어왔다.

아니, 정확히는 강제로 밀쳐지다 싶이 안으로 들여 보내졌다.


"아흑..."

여성은 밀쳐진 충격에 바닥을 굴렀고. 앓는 소리가 섞인 신음을 흘렸다.


그리고 그 뒤를 따로 또 다른 누군가 안으로 유유히 걸어 들어왔다.


"돌연변이면 돌연변이 답게 얌전히 있으세요. 괜히 나대지 마시고. 꼬우면... 아시죠?"

부드러운 목소리로 여성을 향해 모욕감을 주는 엘프 남성.

그의 이름은 아인, 엘프의 영역에 보내진 돌연변이를 안내하는 안내자였다.

"왜.. 뭔데 이게... 난 이런걸 바란게 아니란 말이야!!!"

여성이 아인을 향해 절규하다 싶이 울부짖었다.

여성은 오면서 험악하게 다뤄 졌는지, 산발이 된 머리에 현성이 입혀두었던 겉옷은 반쯤 찢어진 상태였다.

"진정하시죠. 당신을 강간한건 제가 아니잖아요?"


강간.


그 단어가 튀어나오자 여성은 얼굴을 붉히며 치를 떨었고. 급기야 목청이 떨어질 정도의 괴성을 질러댔다.

"아아악-! 씨발,  같은 새끼야!!!"

여성은 마지막으로 정신을 잃기 전의 기억이 떠오름에 분노했다.


강간, 여성은 자신을 듀란이라고 소개한 남자에게 말도 제대로 못할 만큼의 치욕스러운 짓을 당했다.


그런데 아인이 그것을 자극하니 이성의 끈을 붙잡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도대체 어떤 몰상식한 인간이 강간을 당한 사람에게 저런 말을 내뱉으며 자극한다는 말인가.

상식이 제대로 장착된 정산인이라면 절대로 하지 않을 언행이었다.


다만 아인은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고. 진심으로 자신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정조 관념이란 것이 엘프에게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강간이라는 행위 자체가 단순한 폭력으로만 치부됐다.


엘프의 관점에서 해석하면 여성은 단지 폭행 당했을 뿐이었다.


아마도 아인은 죽었다 깨어나도 여성의 심정을 이해할 수 없을 터였고. 아인 또한 궁금해하지 않았다.

"으음... 제가 뭘 했다고 그렇게 화를 내시는지 모르겠군요."

아인은 인상을 구기며 진지하게 자신의 잘못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아, 여성은 아인의 지나친 언행에 화를 참을 수가 없었고. 악에 바친 몸으로 아인에게 달려들었다.


"니가 사람이야!? 사람이냐고, 시발 새끼야!!!"

분노.

살의.


여성은 아인에게 살인의 충동을 느낄 정도로 분노한 상태였다.

그러나 여성은 너무도 나약했다.


엘프의 앞에서는 더 더욱.

텁-


아인이 여성의 양 손을 붙잡고 손쉽게 제압했다

여성은 순간적으로 발버둥을 쳤으나, 압도석인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말했잖아요. 나대지 마시라고."

살갑게 웃는 태도와 심장을 간지럽히는 듯한 목소리. 하지만 뱉어진 말과 행동은 정 반대였다.

스윽.


아인은 남은  손으로 여성의 얼굴 위에서 부터 아래로 쓸어내렸다.

자신의 경고를 어겼으니 벌을 줄 차례.

찌익-


거칠게 옷을 잡아뜯었다.

그렇게 몸을 가려주던 유일한 가림막이 보잘 것 없이 뜯겨져 나가자. 여성의 전라가 아인의 시야에 들어왔다.

가장 먼저 태닝이라도 한건지 구리빛의 건강해 보이는 피부색이 눈에 띄었다.

다음으로 아인은 여성의 몸매를 훑었다.

전체적으로 작은 체구에 마른 체형, 그러나 가슴은 평균 이상의 크기였다.

"으으.. 하.. 하지마!"

여성은 아인의 행동과 훑어보는 시선에서 본능적인 거부감을 느꼈다.


강간.


또 다시 강간 당한다.

그 사실을 떠올리자 여성의 얼굴에 어느샌가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웠다.


"그러게 제가 말했잖아요. 나대지 말라고."

핥짝-


"흐윽.."


아인이 자신의 툭 튀어나온 유두를 핥자 여성은 그만 신음 소리를 내며 짜릿한 감각에 허리를 곤두세웠다.

약.

의식을 되찾은 상태임에도 여성의 몸에는 듀란이 먹인 약의 성분이 아직도 남아 있었다.


처음 눈을 떳을  봤던 에리엘이라는 엘프가 말하길 미약의 효과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상태라고 했었다.


그래서 그런지 여성의 몸은 만지기만 해도 애액을 질질 싸며 흥분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작은 자극에도 예민하게 느껴질 정도는 됐다.

"죄송해요! 그.. 그만둬 주세요, 제발!!!"


싫다.

또 다시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밝히는 몸이되어 발정난  처럼 인정사정 없이 박히는 것은 절대로 싫었다.

여성은 자존심이고 뭐고간에, 당장의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모든것을 버린  사과를 입에 담았다.

하지만.

"이제  재밌어졌는데 제가 왜 그만둬요?"


천진난만하고 광기어린 눈빛

아인은 이미 엘프 특유의 성격이 튀어나온 상태였다.


---

엘프는 정조관념이 없으면서도 역설적이게도 성욕 또한 없었다.

그러면서도 식욕 조차 존재하지 않았다.

본디 엘프라 함은 인간과 닮긴했으나 그 뿌리는 요정이었다.

그렇기에 음식을 먹지 않아도 생명에 지장이 없었으며. 영역의 중심에 있는 이그드라실에서 새로운 엘프가 균형에 맞춰 태어나니 교미는 필요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3대 욕구인 수면욕, 식욕, 성욕  수면욕만 남았는데 엘프는 무슨 재미로 살며 근원을 알 수 없는 욕망을 어떻게 해소하는가.

그 방법은 간단했다.

즐거움.


그리고 쾌락.

엘프는 오로지 즐거움과 쾌락만을 추구했다.

한 번 스위치가 켜지면 상대방의 의견 따위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태생부터 타고난 정령의 힘을 바탕으로 상대방을 제압하여 원하는 것을 취한다.


엘프란 한없이 이기적인 생물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