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화 〉용사입니다. 이러지 말아주세요.
끼이익...
현성은 잰걸음으로 본래 있던 건물에 도착하여 조용하게 문을 열었다.
문틈 사이로 안을 살피려고 했으나 너무 어두워 윤곽만 흐릿하게 보일 뿐이었다.
그래도 딱히 무슨 일이 있던 것은 아닌 듯 했기에 현성은 조용하게 안으로 들어갔다.
덜컥-
문까지 닫고난 후, 현성은 어둠에 눈이 익숙해질 때까지 기다렸다.
탁-
그러나 갑자기 누군가 손목을 붙잡았고.
화악-
그와 동시에 강하게 끌어당겼다.
그리고 현성이 이게 무슨 일이지? 라고 생각을 품은 순간.
츄웁-
왠 촉촉하고 말랑한 것이 입술에 닿았다.
"으읍...?!"
텁-
현성은 순간적으로 앞으로 손을 뻗어 무언가를 잡았고. 손바닥 전체를 감싸는 봉긋하고 부드러운 형체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 했다.
하지만 이러한 행위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흐읏...!"
신음.
그것도 여성의 달콤한 신음.
신음이 둘리는 순간, 무언가 입술을 뚫고 입안으로 침투했다.
몽툭하고 질척거리는, 허나 중독성 있는 감촉.
현성은 이것이 무언인지 이미 한 번 경험해봐서 금새 알아차릴 수 있었다.
혀.
이것은 혀였다.
그렇다면 이 혀의 주인은 누구인가.
츄릅- 츄르릅-
하지만 현성을 덮친 여성은 생각할 틈 조차 주지 않겠다는 듯이 혀를 얽혀왔다.
입안 전체를 누비는 부드럽고 따듯한 감각, 이것은 현성의 정신을 흐릿하게 만들고 아랫도리를 뻗뻗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현성은 입안을 침공한 침략자가 누구인지에 대한 의문은 저 멀리 세상 저편으로 보내버렸고. 혀를 얽히는데 집중했다.
흡, 흐으, 흐읏-
둘 사이의 신음이 적나라하게 내부를 채운다.
그러면서도 여성은 서서히 손을 내려 현성의 아랫도리를 쓰다듬었고. 충분히 만족했는지 그토록 격렬했던 혀를 다시 회수했다.
츄욱-
진득한 타액이 실처럼 늘어졌고. 여성은 슬그머니 뒤로 물러섰다.
그 순간, 현성은 잠깐 잃었던 이성을 되찾았고. 어느샌가 어둠에 익숙해져 흐릿하게 나마 주변이 눈에 들어왔다.
당연히도 현성은 자신과 키스를 나눈 상대의 얼굴도 볼 수 있었다.
갈색 단발의 고양이상의 아시아계 여자.
그 남자와 깊은 성관계를 나눴던 여성이 이번엔 자신을 덮친 것이었다.
당연히도 여자는 여전히 알몸인 상태였다.
"저.. 저기?"
현성은 음흉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여자를 조심스레 불렀다.
허나 여자는 뭐에 홀리기라도 한 듯 숨을 거칠게 내쉬며 오히려 몸을 바닥에 눕혔다.
그에 따라 현성의 시선은 저절로 아래로 따라 내려갔고. 여성의 음부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러나 다음으로 이어진 여성의 행동에 현성은 무언가 잘못됐음을 느꼈다.
쩌..억-
여자 스스로 자신의 음부를 벌려 그 안의 선분홍빛 살결을 내보였다.
현성은 이 모습이 절대로 정상이 아니라 판단했고. 여성은 풀어해쳐진 표정으로 현성을 향해 한껏 격양된 어투로 말을 건냈다.
"이로하의 음란한 보지에 마음껏 박아주세요...!"
불끈-!
현성은 너무도 선정적인 자세와 대사에 아랫도리의 피가 끓어오름을 느꼈다. 다만 그와는 별개로 현성은 여자에게 다가가 진정 시키고자 했다.
일반적인 남자였다면 여성의 유혹에 그대로 넘어가 충동적으로 성관계를 나누었겠지만, 현성은 그러지 않았다.
척 봐도 정상이 아닌게 느껴지는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
더군다나 이미 에리엘의 유혹에 호되게 당했던 현성이었기에 여성의 유혹에 쉽사리 넘어갈 정도로 호락호락 하지 않았다.
스윽-
"저기요 정신 차려요."
현성은 여성의 곁으로 다가가 무릎을 꿇고 진정 시키고자 했다. 그런데도 여성은 혀를 개 처럼 내민 체로 학학 거렸다.
마치 약에 취한듯한 모습, 현성은 그제야 여성이 듀란에의해 약에 취했음을 기억해냈다.
그런데 그 약효가 아직까지 남아 있을 줄이야, 도대체 무슨 약을 먹인건지...
현성은 여성을 음흉한 눈빛이 아닌 순수하게 걱정과 안타까움이 담긴 눈빛으로 바라봤다.
이 여자도 자신처럼 선하게 살다가 넘어왔을텐데... 이런 험한짓을 당한다니.
현성은 본인의 일이 아님에도 격한 감정이 들었다.
그리고 그 남자와의 성교 또한 약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확신은 할 수는 없었지만 현성은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빨리... 빨리 쑤컹쑤컹 해죠효..!"
계속되는 유혹.
그러나 현성의 아랫도리는 이미 가라앉은 상태였다. 이는 여성을 오로지 도움이 필요한 대상으로 인지했기 때문이었다.
이곳에 와서 많은 일이 있었지만 현성은 본디 선한 성향의 소유자였다.
그렇기에 현성은 약에 취한 여성과 성관계를 나누기 보다는 나중에 정신을 차렸을 때 상처 입지 않도록 도움을 주고자 했다.
휙-
현성은 일단 자신의 하나 남은 상의를 벗었다.
그러자 고된 노동으로인한 현성의 구릿빛 복근이 드러났고.
이에 여성은 더욱 흥분해선 자신의 음부를 더욱 벌려 강하게 어필을 했지만, 현성은 여성을 강제로 일으켰다.
다행히도 여성은 별다른 반항 없이 현성의 움직임에 맞춰 몸을 일으키기는 했으나, 오히려 봉긋 솟은 가슴을 현성의 복부에 비벼왔다.
마치 이래도 넘어오지 않을 거냐는 듯이.
현성은 복부를 간지럽히는 부드러운 감촉에 순간 혹심이 들 뻔했지만. 이내 여성을 밀어내고 자신의 상의를 강제로 입히는데 성공했다.
여성의 체구가 현성 보다도 한참 작았기에, 상의 하나를 걸쳤을 뿐인데도 둔부까지 가릴 정도는 됐다.
"이번에는 찢지마요, 제발..."
간절히 비는 것을 끝으로 현성은 여성을 놓아줬다.
그러나 여성은 현성의 간절한 부탁에도 불구하고 간신히 입혀놓은 상의를 거칠게 벗어던지고는 가슴을 저돌적으로 내밀며 강하게 몸을 부딪혀왔다.
"으으... 실허..! 박아주란 말야!"
하아...
현성은 쓰디쓴 인내의 한숨을 내뱉고는 강경책을 펼치기로 마음 먹었다.
꾸욱-
한 손으로는 여성의 뒤에서 허리를 둘러 못 움직이게 붙잡고.
휙-
다른 한 손으로는 여성이 벗어던진 옷을 주워, 조금은 힘들더라도 상냥하게 입혀줬다.
"으으.. 시러어!"
여성은 격렬하게 반항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러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할 짓을 할테니까.
"안 잡아 먹으니까 가만히 있어요. 제발..."
"머거... 그냐앙 머거 버리라고!"
...
이젠 모르겠다.
으챠, 현성은 여성을 뒤에서 허리춤을 끌어안은 상태로 들어올려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그나마 깨끗한 곳에 자리를 잡고 벽에 등을 기대 앉았다. 물론 여성을 놓칠세라 품에 꽉 안는 것도 잊지 않았다.
"자지... 자지를 이로하의 보지에 박으란 말햐..!"
끊임없이 뱉어지는 자극적인 말들.
현성은 그저 안타까운 마음이 앞섰다.
"후회할 짓 하지 마요. 자기 몸은 자기가 챙겨야지..."
애틋한 기분에 현성은 여성을 걱정하고 또 위로했고. 슬그머니 올라오는 피로함에 눈을 감았다.
그러면서도 현성은 여성이 벗어나지 못 하도록 품안으로 더욱 깊숙히 끌어당겼다.
그렇게 사람의 온기까지 더해지니 현성은 덮쳐오는 수마에 서서히 눈을 감았고. 이로하 또한 불만족스럽게 뚱한 표정을 고수하다 서서히 올라오는 따스함에 이내 덩달아 깊은 잠에 빠져 들었다.
***
으으윽-
내가 언제 잠이 들었을까. 현성은 잠에서 깨자 마자 느껴지는 찌부둥하고 뻐근한 느낌에 인상을 찌푸리며 눈을 떳다.
그리고 자신의 품 안에서 깊이 잠든 여성을 발견했고. 지난 밤의 기억을 되찾았다.
이름이 이로하라고 했던가. 아마도 일본인인 듯 했다, 이제 보니 머리스타일이나 외모도 뭔가 일본인 같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현성은 이로하라는 이름을 머릿속에 담았다.
지금의 시간대가 어찌 되는지는 몰라도. 레이첼과의 약속을 지키러 가야했다.
그 남자는...
뭐, 아무 일도 없는 것을 보면 그냥 단순한 위협용으로 뱉은 말인 듯 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도망가려는 것도 아닌데, 괜히 겁 먹을 필요 없다고 스스로를 납득 시켰다.
이윽고 현성은 깊게 잠든 여성을 조심스레 바닥에 눕히고 자신은 조용히 밖으로 나섰다.
그렇게 현성은 기억을 되내이며 어제의 그 저택의 입구에 도달했고. 안으로 들어가려는 현성의 앞을 문지기가 창을 들이밀며 막아섰다.
"멈춰! 신분을 밝히도록."
어제와는 다른 사람.
현성은 날붙이가 다가오자 당황하며 살짝 뒷걸음질을 쳤지만, 정신을 차리고 침착하게 나섰다.
"오현성이라고 합니다. 레이첼 씨를 보러 왔습니다."
현성은 정중하게 자신의 이름과 용건을 밝혔다.
그러나 문지기는 갑자기 창을 현성의 목덜미에 들이밀며 인상을 붉히고 언성을 높였다.
"어딜 돌연변이 따위가 레이첼 님의 성함을 말하는가! 썩 꺼져라 제국의 죄인!!!"
죄인.
딱히 뭔가를 잘못한 것도 없는데 죄인이란 소리를 들으니 기분이 좋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현성은 싫은 소리 조차 없이 얌전히 받아들였다.
어쩌면 벌써 이런 취급에 익숙해셔 버린 것 같기도 했다.
허나, 그렇다고 해서 현성은 돌아갈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문지기는 믿지 않는 눈치였으나 레이첼과 정말로 약속을 했는데 어쩌겠는가.
현성은 가만히 서서 문지기를 응시했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이 고지식해 보이는 문지기를 설득할지 고민했다.
그런데 문지기는 그것 마저도 못 마땅한지 창의 아랫부분으로 현성을 강하게 밀쳐내고는 다시 창끝을 내밀었다.
"꺼지란 말 못 들었나!?"
단단히 화가 난 모양.
현성은 어쩔 수 없이 이 쯤에서 물러나야 되나 생각을 품었고. 정 안 되면 담이라도 넘기로 했다.
그 순간...
"무슨 일이야?"
뒤에서 들려오는 한 여성의 목소리에 문지기가 똑바로 차렷 자세를 보였고. 현성은 뭔가 싶어 고개를 갸웃거렸다.
"분명 내가 무슨 일이냐고 물었는데... 두 번은 괜찮은데 세 번 말하게 하지 말자."
여성의 웃음기 섞인 경고. 이에 문지기는 군기가 바짝 든 모습으로 입을 크게 열었다.
"왠 돌연변이가 말썽을 부려서 쫓아내고 있었습니다. 에리엘 님!"
에리엘.
문지기가 분명 에리엘이라 말한 것을 현성은 똑똑히 들었고. 슬그머니 고개를 돌렸다.
"아, 그때 그 돌연변이네?"
현성을 알아보는 모습.
현성도 눈앞의 존재를 알아봤다.
에리엘, 자신과 성적인 관계를 나눴던 엘프가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