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화 〉용사입니다. 마음이 무겁네요.
이로하가 현성의 품에 안겨 몸을 기대어온다.
현성은 갑작스런 행동에 순간 당황하여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으나, 이내 손으로 등을 쓰다듬어 주었다.
자신 또한 이곳에 와서 힘들었는데, 이 여자는 그런 험한 일을 겪고 오죽하겠는가.
자살을 시도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었다.
이윽고 현성은 가슴부근이 젖어들어감에 이로하가 울고 있음을 느꼈다.
어떤 연애인이 말하길 힘들 때 웃는 자가 일류라 하였으나, 현성은 오히려 우는 것으로 응어리 진 감정을 털어내는게 더욱 좋은 행위라 생각했다.
힘들 때는 참는게 아니라 하루 빨리 풀어야 된다. 그렇지 않으면 언젠가 속에서 부터 썩어 문드러질 터, 시간이 약이라는 말은 순 거짓말 투성이었다.
그렇기에 현성은 이로하의 울음을 그대로 받아들였고. 진정할 때까지 머리를 토닥여주었다.
그렇게 대략 5분 정도가 흐르고 나서야 이로하의 숨소리가 잦아들었고. 기댔던 몸을 서서히 떨어트렸다.
이로하는 얼마나 울었던 것인지 두 눈이 퉁퉁 부은 상태였고. 뺨에는 눈물이 흐른 자국이 여실히 남은 상태였다.
"죄송해요..."
우중충한 목소리와 붉어진 두 뺨.
곤란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하는걸까.
하지만 현성은 이 정도 응석 쯤이야 언제든지 받아줄 수 있었다.
"죄송할 필요 없어요. 뭐든간에 앞으로 제가 도울게 있다면 기꺼이 도와드릴게요."
친절과 호의.
현성은 순수한 마음으로 도움을 주겠다며 미소와 함께 선뜻 말을 건냈다.
그 어떤 혹심이나 이성으로써의 호감을 얻고자 하는 것이 아닌, 오로지 도와주고자 하는 마음.
그 청렴결백한 미소와 눈빛에 이로하는 얼굴을 더욱 붉혔다
호감.
이것은 분명한 호감이라고 두근대는 심장이 알려주었다. 이로하는 자신이 현성에게 호감을 가지게 됐음을 깨달았다.
이것이 흔히 말하는 외나무다리 효과인가 싶었다. 하지만 이로하는 현성의 자상한 태도에 그게 무슨 상관이냐며 스스로를 합리화 했다.
"진심으로 고마워요..."
"한 것도 없는데 뭘요.."
이로하가 두 손을 가슴에 모으며 고마움을 표하는 행동을 보이자, 현성은 멋적게 웃으면서 성실히 대답하면서도 슬쩍 이로하의 손에 쥐어진 검을 바라봤다.
생각보다 빠르게 상태가 안정된 것 같았으나 슬슬 저 검을 놓게할 때가 되었다.
"일단 그 날붙이를 내려놓고 얘기할까요?"
아직 완전히 안정되었다고 볼 수는 없었기에 최대한 덜 자극하는 쪽으로 말을 건냈다.
이에 이로하는 자신의 손에 들린 검을 보고선 화들짝 놀라며 그만 손에서 놓쳐버렸고. 검은 그대로 바닥을 향해 낙하했다.
이는 분명 다칠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이였다.
현성은 생각 보다도 몸이 먼저 튀어나갔다.
덥썩-
불과 1초도 안 되는 시간, 현성은 이로하의 손목을 잡아 자신 쪽으로 끌어당겼고.
챙그랑-
곧바로 검이 바닥에 떨어져 이리저리 튕기며 시끄러운 소리를 냈다.
자칫하면 베였을 수도 있는 상황에 현성은 안도의 한숨을 토했다.
하마터면 큰일 날 뻔한 상황, 허나 베여서 다치는 것 자체는 괜찮았다.
다만 바닥에 떨어진 듀란의 검에는 숲을 건너면서 수많은 괴물들을 베어낸 흔적이 남아 있었고. 저 검에 베인다면 각종 세균이나 파상풍에 감염 될게 분명했다.
향생제나 소독약을 구할 수 있을 지 없을 지 모르는 상황에서 감염되는 것만큼은 피해야 했다.
"위험할 뻔 했네요. 괜찮아요?"
현성은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실수로 품에 강하게 안아버린 이로하를 내려다봤다.
헌데 어째선지 호흡이 거칠었다.
설마 조금 전 행동으로 발작을 일으킨걸까?
현성은 침착하게 행동하지 못한 스스로를 자책했다.
그 순간.
텁-
현성은 목을 감싸고 끌어내리는 손에 허리를 숙였고. 입안에 침범한 뭉툭하고 축축한 것에 두 눈을 확장시켰다.
이로하.
이로하가 자신을 끌어내려 입술을 맞추는 것을 넘어 그 안까지 탐했다.
이에 현성은 주저없이 힘으로 이로하를 밀어냈고. 그 짧은 순간에 진득하게 유린한 것인지 침이 실처럼 늘어졌다.
"하아... 하아.."
격양된 얼굴. 거친 호흡.
이로하에게 듀란이 먹인 미약의 효과가 또 다시 올라온 듯 했다.
아직도 약효가 남았다니, 얼마나 독한 것을 먹인건지...
현성은 그때 당시 듀란을 그냥 보낸 것에 대해 후회했다. 그러나 당장은 이로하를 안정시키는 것이 먼저였다.
"정신차려요. 이러면 나중에 괴로위 진다는거 알잖아요."
어깨를 부여잡고 흔들며 이로하가 제정신을 차릴 수 있도록 말을 건냈다.
하지만 이로하는 약효가 강하게 올라온 것인지 꿈쩍도 안 했다.
아니, 오히려 현성의 힘에 반발하며 역으로 힘을 주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이로하는 체구가 작았기에 힘으로 상대가 될 리가 없었다.
하지만 힘으로 제압했다가는 다치게 할 우려가 있어. 하는 수 없이 현성은 이번에도 지난번 처럼 이로하를 강제로 뒤에서 못 움직이게 끌어안았다.
그러자 확연하게 상대적으로 힘이 덜해지는게 느껴졌다.
"정신 차려요. 미약의 효과가 사라질 때까지 계속 이렇게 살 수는 없잖아요. 버텨내고 이겨내야죠."
이 틈을 노려 현성은 이로하가 제정신을 찾게끔 말을 건냈다.
'미약'
본래대로라면 꺼내서는 안 될 단어였으나, 이번만큼은 예외로 뒀다.
둘이 있을 때라면 언제든지 막아줄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약효가 사라질 때까지 계속 곁에 있을 수는 없는 법, 그 남자가 또 다시 찾아와 이로하를 겁탈할 수 있는 노릇이었다.
그렇기에 이로하는 정신력과 의지를 기를 필요가 있었다.
이것은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이로하를 위해서 꼭 필요한 행동이었다.
그리고 현성의 진심어린 말이 자극이 되었는지, 이로하의 몸이 멈췄다.
"아... 내가 무슨 짓을.."
정신을 차린 모양.
현성은 팔에 힘을 빼고 강하게 끌어안고 있던 이로하를 놓아주었다.
그러자 이로하는 자신의 행동을 기억하는건지 다소 충격에 빠진듯 머리를 부여잡았다.
"죄송해요.. 조금만 자극을 받아도 몸이 달아 올라서 정신이 나가는 지경이라.."
하...
현성은 다시 한 번 깊은 곳에서 화가 올라오는 기분이 들었다.
듀란.
그 이름은 머릿속에 각인 시켰다.
다음에 보게 된다면 응당 대가를 치루게 할 터였다.
어떤 약을 먹였길레 사람의 몸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은걸까.
현성은 이마를 집으며 화를 삭혔고. 그러면서도 이로하를 위로하는 것을 빼먹지 않았다.
"이로하 씨가 왜 사과해요. 잘못한거 없잖아요."
화악-
이로하는 얼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끼며 고개를 돌렸다.
현성이 내뱉은 말은 지극히도 당연한 말이었다. 현성은 물론 이로하 또한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어째서일까.
이로하는 심장이 미친듯이 쿵쾅거림에 동요했고. 이게 무슨 이유에서 이러는지 햇갈렸다.
단순히 약에의해 발정이 난 것인지, 혹은 현성을 보며 애달파하는 것인지.
하지만 이로하는 하복부에서 느껴지는 가려움에 햇갈리던 말건 다리를 베베 꼬았고. 현성을 바라보며 호흡을 가파르게 쉬었다.
현성의 도움으로 간신히 진정되었는데 또 다시 달아오른다.
이로하는 이번만큼은 참을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러나 현성에게 추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그 순간
"하으..."
이로하는 신음을 터트렸다.
음부.
흔히 말하는 보지가 이제는 미칠 듯이 가렵다. 틀렸다 이미 자신의 몸은 너무도 야하게 변해버렸다.
이로하는 벌써부터 현성의 바지를 벗기고 그 안에 잠자고 있을 자지를 깨우고 싶은 충동에 휩싸였다.
그러면서 현성이라면 괜찮지 않을까라며 스스로를 위로했고.
"현성 씨... 저 하고 싶어요. 못 참겠어요."
결국엔 혹심을 뱉으며 솔직하게 자신의 욕망을 드러냈다. 또한 이로하는 달아오르는 감각을 버티지 못 하고 애달픔에 눈물을 흘리는 음부를 손으로 직접 어루만졌다.
하읏, 이로하의 입에서 음란한 신음이 새어나왔고. 현성은 인상을 찌푸렸다.
막을 수 없다.
이번만큼은.
하지만 막아야만 했다.
이로하를 위해서라도.
현성은 스스로 음부를 자극하는 이로하에게 천천히 다가갔고. 이로하는 그것만으로도 좋은지 헤실거리며 손을 더욱 격정적으로 움직였다.
그리고 그런 이로하의 손을 현성은 거칠게 잡아챘고. 그 상태로 자신의 품에 안기게 했다.
그러나 이로하는 현성이 입혀준 상의 하나만을 입고 있었고. 현성이 에리엘에게 받은 상의 또한 두께가 얇은 옷이었다.
그렇기에 현성은 가슴 부근에서 두 개의 봉긋 솟은 푸딩 같은 부드러운 감촉이 온전히 느껴졌고. 이로하는 이를 이용해 몸을 흔들며 현성의 성욕을 자극하며 유혹했다.
스윽, 스윽.
결코 작지 않은 두 가슴이 배 부근를 자극해오자 현성도 남자인지라 아랫도리가 점점 부풀어 오르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그럴수록 현성은 이로하를 더욱 꽉 껴안았다.
몸을 움직이지 조차 못 하도록.
"진정하고 가만히 있어요. 약 따위에 지지 마요."
격려와 응원의 말을 잇는다. 현성은 아무리 이로하가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도 끝까지 선의를 배풀었고. 현성이 그럴 수록 이로하는 더욱 감정이 격양 되어감에 참을 수가 없었다.
이로하는 이 순간만큼 현성의 선함을 원망했다.
이렇게까지 여자가 바라는데 응해주지 않는 것이 너무나 미웠고. 자신이 그 정도로 매력이 없는건가 싶었다.
그렇기에 이로하는 현성에게 자신을 각인 시키고 싶었다.
그 방법이 어떻게 됐던간에 상관 없이.
하지만 한 편으로는 현성은 그토록 자신을 위해 노력해주는데 이래도 되나 싶었다.
그 순간.
이로하는 어째서인지 신기하게도 몸이 달아오르던 것이 식어감을 느꼈다.
간지러움에 금방이라 현성의 자지를 갈망하며 애액을 쏟아내던 음부 조차도 어느새 아무런 느낌 조차 들지 않았다.
신기한 현상.
이윽고 이로하는 점점 이성이 돌아옴에 지금까지와는 다른 의미로 얼굴을 붉혔다.
흥분과 격양이 아닌, 수치와 부끄러움.
"...괜찮아 진거에요?"
이로하의 움직임이 멎자 현성이 살살 눈치를 보며 물어왔고. 이로하는 침묵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부끄럽다. 혀 깨물고 죽고 싶다. 역사책 속 사무라이들 처럼 할복이라도 할까?
이로하는 부끄러움과 수치심에 온갖 잡다한 생각이 머리를 가득채웠고. 그러던가 말던가 현성은 이로하를 놓아주며 기쁜 듯한 어투로 웃으며 말을 건냈다.
"거봐요, 정신만 차리면 이겨낼 수 있잖아요."
현성은 진심으로 기쁜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 모습에 이로하는 현성을 향한 호감이 한 층 더 쌓였다.
자신과 몸을 섞을 기회가 몇 번이고 있었음에도 끝까지 자신을 지켜준 남자.
현성은 다른 남자와는 달랐다.
이로하는 정말로 현성이라면 괜찮을 것 같다고 진심으로 생각했고.
부끄럽지만 만약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정신이 멀쩡한 상태로 농후한 관계를 나누고 싶었다.
"정말로 죄송해요..."
이로하는 다시 한 번 사과를 건냈고. 현성은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해맑은 웃음과 함께 고개를 저었다.
"제가 말했잖아요. 뭐든간에 기꺼이 도와드리겠다고."
티없이 맑은 미소. 이로하는 그 미소를 두 눈에 담았다.
"고마워요... 현성 씨 덕분에 힘을 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러면 다행이죠. 같이 힘내요."
역시나 한없이 착한 남자다. 이로하는 현성을 따라 해맑게 웃었고. 이윽고 둘 사이에 작은 웃음 소리가 오갔다.
그렇게 이로하와 현성은 이런저런 사담을 나누며 서로를 알아가며 친해지는 시간을 나눴고. 적지 않은 시간이 흐르자 현성은 슬슬 돌아가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현성은 뒤늦게 자신이 터무니 없는 약속을 했음을 깨달았다.
만약 자신이 이대로 레이첼의 제자가 된다면 이곳에 남게될 것이고. 이로하는 어떻게 되던 돌연변이 숲으로 떠나게 될 운명이었다.
당장의 급한 불을 끄는데 집중하다 보니, 뒷일을 생각치 못 하고 감당 못 할 발언을 해버렸다.
이는 명백히 큰 실수였고. 어떻게 해결해야 될지 조차 의문이었다.
하지만 거짓으로 이 상황을 모면할 수는 없었다.
거짓은 또 다른 거짓을 낳는 법이었으니까. 그런 생각으로인해 현성은 솔직하게 전부 털어놓고자 했다.
"...사실 할 말이 있어요."
현성이 머뭇거리며 말을 꺼냈고. 이로하는 다소 의아한 반응을 보였다.
허나 이제와서 무를 수는 없는 법.
현성은 자신의 사정을 전부 고백했고. 이로하는 그 이야기를 전부다 듣고 나서 상당한 충격을 받았는지, 잠깐 동안 입을 닫지 못 했다.
이에 현성은 무거운 죄책감에 이로하를 제대로 쳐다볼 수 없었다.
하지만 이로하는 오히려 현성의 두 손을 맞잡으며 자신의 생각을 털어냈다.
"저는 괜찮아요.. 현성 씨도 일부로 그런건 아닐테고. 더군다나 언제까지 현성 씨에게 계속 의지할 수는 없잖아요. 그쵸?"
예상과는 달리 침착한 모습. 현성은 순간적으로 벙찐 기분에 멍하니 이로하를 바라봤고. 그러자 이로하는 마냥 받아들이는 것은 힘들었는지 살짝 얼굴을 붉히며 약간의 사심을 솔직하게 뱉어냈다.
"대신에... 해어지기 전까지 시간 날 때 마다 찾아와 주실 수 있어요? 역시 혼자는 무서워서..."
어렵지 않은 부탁, 현성은 자신이 한 실수에 비하면 너무도 가벼운 부탁이라 생각했고. 일말의 고민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그러면 오늘은 가는거죠?"
"네, 그래야 될 것 같아요."
마음만 같아서는 편안히 잠에 드는 것까지 보고 가고 싶었으나 그러면 시간이 너무 늦어질 것 같았다.
이미 레이첼과 약속하고 나온지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기에 더욱 그랬다.
하는 수 없이 오늘은 이만 해어져야 할 때가 되었음을 현성은 온전히 느꼈고. 짐을 챙기며 이로하에게 잘 자라는 인사를 하고 나왔다.
어쩐지 마음이 무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