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9화 〉용사입니다. 인질로 잡혔습니다. (39/89)



〈 39화 〉용사입니다. 인질로 잡혔습니다.

콰앙-

오러가 빛을 발하고 이프리트의 주먹에 열기가 피어오르자 고막을 자극하는 굉음과 함께 먼지가 자욱하게 공중을 맴돌며 주변의 시야를 가렸다.

그리고 그 속에서 누군가 질질 끌려나왔다.


현성.

기절한 현성을 이로하가 기회를 노려 다급히 강제로 끌고나왔고. 격렬한 싸움의 현장에서 벗어나 더욱 구석진 곳으로 몸을 피했다.

그리고 이로하는 현성을 품에 끌어안은 채로 난생 처음 보는 광경을  눈에 담았다.

검에서 빛이 나질 않나, 왠 불꽃이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지를 않나.


이 세계에서의 생활을 대부분 기절해 있거나 건물 안에만 박혀 있었기에, 이로하는 저런 광경을 영화나 애니메이션에서 말고는  적이 없었다.


또한 이런 류의 장르에 관심이 없이 살아왔던 현성과는 달리, 애니메이션의 강국 일본에서 살아온 이로하였지만. 막상 이런 상황에 실제로 처하게 되면 머릿속이 엉망진창이 되어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게 되는 것은 다를 바 없었다.

오히려 일본에서 험한꼴이라고는  번도 본적 없이 살아왔기에 이로하는 현성 보다도 적응하지 못 하는 것이  심했다.


그렇게 이로하는 멍하니 두 사람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 보기만 했고. 그러면서도 싸움의 끝이 중간에 끼어든 붉은 머리의 남성이 이기를 바랬다. 적어도 백금발의 남자가 멀쩡하지만 않았어도 좋았다.

그렇다면  현장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콰앙-


다시 한번 오러에 둘러싸인 검과 이프리트의 주먹이 맞닿았고. 거센 열기가 뿜어져 나왔다.


이프리트가 불의 정령이 듯이, 브랜드의 오러 또한 불의 속성을 가졌다. 불과 불이 만나니 서로가 서로를 잡아 먹기 위해 거세게 타오르는 것이었다.


"하.. 씨, 그냥 곱게 죽어주면  될까? 검 수리한지 얼마 안 됐는데.."

브랜드가 검신을 쓸어내리며 불만을 토로했고. 아인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혀를 찼다.


"하, 미치셨나요? 죽이려고 드는데 편히 죽이라고 목을 들이밀 수는 없잖아요."


둘 사이에 짧은 신경전이 오가고, 슬슬 몸이 풀려감에 브랜드는 오러의 출력을 올려 연한 주황색이었던 오러의 색을 진한 주황색으로 변화 시켰고. 이에 덩달아서 아인 또한 정령의 힘을 한층 더 거세게 분출하여 이프리트가 가진 본래의 형상의 일부를 강림시키고자 했다.


화악, 불길이 만개하며 이프리트를 감쌌고. 그 속에서 한 여인이 걸어나왔다.

신체는 아직까지 불꽃으로 이루어져 있었을 뿐이었지만, 잿빛 머리칼과 피부를 가졌으며 호박색의 눈을 가진 이프리트의 얼굴이 들어났고. 아인은 그런 이프리트에게 한치의 쉴 새도 없이 명령을 내렸다.


"죽여버리세요, 이프리트..!"

아인의 확실한 살의가 담긴 명령.


이프리트는 마냥 내키지는 않는지 인상을 찌푸렸지만 계약을 한 이상, 까라면 까야되는 현실이었기에 브랜드의 앞에 나섰고. 다소 꺼림찍한 표정으로 손을 뻗으며 입을 열었다.

[인간이여. 나를 미워하지 말도록 해라]


화르륵, 손에서 조금  보다도 강한 열기를 뿜어내는 화염이 폭발하듯 터져나갔고. 브랜드는 그것을 정통으로 맞은  했으나 순간적으로 오러를 몸 전체에 두름으로써 피해를 최소화 하며 막아냈다.


그러고는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다가 검을 일직선으로 그었고. 그러자 붉은색의 오러가 초승달 모양의 형상을 하며 올곧게 뻗어나가 이프리트의 목을 베었다.

허나 인간계에서 정령이 신체에 입은 손상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이프리트의 잘려나간 머리는  줌의 불꽃이 되어 순식간에 목위로 나타났고. 이프리트는 꽤 당황한 눈치였다.

브랜드가 이프리트의 생각 보다도 더욱 강했기 때문이었다. 비록 본래의 힘을 온전히 갖춘 상태에서 싸운다면 승리를 확정지을 정도로 압도적인 결과가 나올게 분명했지만, 이곳은 인간계.

정령은 술사의 힘에 비례해 어느정도의 강함을 갖게 된다.


아인은 정령술이 그리 떨어지는 편은 아니었으나, 눈앞의 상대가 너무도 강했다.


애초에 평생을 수련을 하며 살아온 수많은 기사 지망생들 중에서, 상대적으로 어린 나이에 오러를 깨우치고 기사의 자리에 오른 인물이 브랜드였다.


더군다나 곱상하게 생긴 외모와는 달리 그는 독종 중에서도 지독한 독종이었기에 남들 보다도 배 이상은 노력하여 현재의 힘을 갖추게 되었다.


그렇기에 본래의 힘을 온전히 발휘할 수는 없다고는 해도 약화된 정령을 상대로 여유롭게 상대할 수 있을 수준의 무력을 가질 수 있었다.

이프리트는 이런 사실을 모르기에 브랜드의 위용에 당황할  밖에 없는 노릇이었고. 아인은  사실을 어느정도 알고 있었기에 입술을  깨물었다.


지금이 한계인 것은 아니었으나, 여기서 더 소동을 일으킨다면 불리한 것은 자신이었다. 안 그래도 벌써 몇몇이 창문 너머로 구경하는 것이 얼핏 보여왔다.


말릴 생각은 추호도 없어 보였지만 만약 이 소식이 고위급 엘프들에게 들어간다면  일이었다. 그들이 합류한다면 도망치는 것 조차 불가능할테니 말이다.

엘프가 아무리 욕구가 없다고 하여도 삶에 대한 욕구와 죽음에 대한 두려움 정도는 있었기에 아인은 죽고 싶지 않았다.


"진짜.. 이러고 싶지는 않았는데.."

아인은 브랜드를 상대로 밀리지 않을 자신이 있었으나, 이길  있다는 확신은 없었다.


그렇기에 아인은 이프리트가 브랜드를 상대하는 동안 현 시점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가장 높은 방법을 실행했다.

타악-


아인이 박차고 달려나갔고.  방향에는 벽에 몸을 기대어 상황을 지켜 보던 이로하와 기절해 누워있는 현성이 있었다.

브랜드는 당황하며 다급히 이프리트를 오러로 베어내곤 아인을 막아서려 했다.

하지만 상황을 지켜 보던 존재는 이로하 뿐만이 아니었다.


퍼억- 천장에 숨어 있던  오 랜턴의 줄기가 브랜드를 내려찍었고. 브랜드는 아슬아슬하게 검으로 막아냈지만, 아인은 어느샌가 이로하에게서 현성을 빼앗아 뒤에서 목을 금방이라도 꺽어버릴 듯한 자세를 취했다.

돌연변이는 죽여서는  된다.


아인은 그 점을 이용해 이곳을 빠져나가려고 했다.

아무리 브랜드라고 해도 현성을 인질로 삼고 있으면 자신을 베어낼 수 없는 법이었으니까.


"멈추세요."

주도권은 자신에게 있다. 아인은 한껏 여유로워진 표정으로 브랜드에게 명령을 내렸고. 명령을 듣지 않을 시 현성의 목을 꺽어버리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브랜드 또한 이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이프리트와의 격한 전투 중에서 멈출 수 밖에 없었고. 이프리트는 이런 상황이 언짢은  했으나, 불타는 손으로 브랜드의 얼굴을 손을 갖다댔다.

"거, 자비 없는 정령이네.."



[죽이지는 않을거다.]

꽤나 자비로운 말.


하지만 아직 브랜드는 손에 쥔 검을 놓지 않았다.

푸욱, 브랜드의 검이 이프리트의 복부에 박혔고. 이프리트는 복부에 검이 박힌 채로 뒷걸음질을 쳤다.

방심했다.

이프리트는 브랜드가 자신을 공격할 것이라 생각치 못 하고 있었기에 무방비한 모습을 보였고. 그 결과 정령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정령석이 위치한 곳에 검이 박혔다.


정령석이 깨지는 순간, 정령은 정령계로 돌아가게 된다.

당연히 이프리트 또한 이것을 거스를  없었다.

사르륵, 이프리트의 몸을 구성하고 있던 화염이 점차 사그라들었고. 마지막에는 얼굴 또한  줌의 재가 되어 형체를 감추었다.


촥- 브랜드는 이프리트를 소멸시킨 뒤, 허공에 검을 휘두루며 날카로운 소리를 내었고. 극에 치달한 살기가 담긴 시선이 아인에게로 향했다.

아인은 정령이 역소환 됨에 따라 신체에 큰 충격이 왔기에 눈을 부라리며 몸을 떨고 있었다. 다만 어지간히도 살고 싶은 것인지 아직도 현성을 붙잡고선 금방이라도 목을 꺽어버릴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오지마... 오면 죽여버릴거야. 너도 알잖아 돌연변이 왕이 얼마나 강한지..?"

돌연변이 숲의 왕.

그 명칭이 나오자 브랜드는 살기를 거두며 인상을 구겼다.

아인과 현성은 완전히 겹쳐있는 상태. 아인을 베려면 필히 현성까지도 베어야만 했고. 그렇게 된다면 현성은  말할 것도 없이 죽게  것이었다.


그리고 브랜드는 그래서는 안 됐다.

그랬다가는 돌연변이의 왕이 다시 제국에 처들어올 것이고. 많은 이들이 희생될 것이었다.


그는 제국의 검성을 비롯한 기사단장들이 한꺼번에 덤벼도 막을  없는 존재였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카인드니안 제국의 황제인 실피드 마저도 그를 상대하기 꺼려했다.


그만큼 돌연변이 왕은 개인이 곧 제국이 가진 힘과 동등 혹은 그 이상이었으며, 그야말로 절대권력이나 마찬가지였다.

다만 본래 심성이 선한 편이었기에 누군가 싸움을 걸어오지 않는 한, 먼저 싸움을 걸지는 않았으며. 욕심 같은 것도 없기 때문에 돌연변이 숲에서 얌전하게 살아갈 뿐이었다.

만약 그가 욕심을 가졌다면 이미 제국은 돌연변이 왕의 수중에 들어갔을 터였다.

그렇기 때문에 브랜드는 현성을 인질로 삼는 아인을 벨 수가 없었다.


더군다나 오러는 만능이 아니었다.


짧게나마 만능에 가까운 파괴력을 보여줄수는 있었지만, 누군가를 구할만한 힘이 아니었다.

오직 파괴를 위해 사용되는 힘으로 붙잡힌 인질을 구한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또한 오러는 쓰면 쓸수록 많은 체력과 정신력을 소모한다. 그렇기에 어느정도 수준의 중대한 사안이 아니면 사용하는 것이 오히려 손해가 되기 마련이었다.


여기서 어떻게 해야 되는가.


브랜드는 마땅한 방법을 갈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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