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40화 〉용사입니다. 남자가 최후를 맞이하였네요. (40/89)



〈 40화 〉용사입니다. 남자가 최후를 맞이하였네요.

아인은 현성을 인질로 잡은 채로, 한 발자국 씩 슬금슬금 문을 향해 나아갔다.

그리고 아인이 움직일 때 마다 브랜드는 검을 이리저리 휘두루며 어떤 식으로 현성을 구출하고 아인을 처단할지 각을 쟀다.


오러는 거둔지 이미 오래 전이었다.

아인 또한 자신과 마찬가지로 지친 듯 보였기 때문이었다. 허나 방심은 하지 않고 언제든지 오러를 발현할 수 있도록 단단히 준비하고 있었다.


"조금 느긋하게 가지 그래?"

아인이 점점 속도를 올림에 브랜드는 그것을 저지하고자 농담식으로 견제의 말을 건냈고. 아인은 그 뻔히 보이는 속내에 속아 넘어갈만큼 멍청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에 반하듯 아인은 현성을 험악하게 다뤄가며 걸음을 옮겼고. 브랜드는 슬슬 긴장이 되기 시작했다

밖에서 구경꾼 노릇을 하고 있는 엘프들은 이 상황에 대해 제대로 모른다. 아인이 도망치고자 하면 잡고자 하기는 할테지만, 그 과정에서 현성을 죽게 만들 수도 있었다.

그리고 딱  명, 이 상황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존재를 생각해 보자면 에리엘이 떠올랐으나. 지금 위치해 있는 곳과 에리엘의 저택까지는 꽤나 거리가 있었고. 설령 소식이 전해진다고 해도 이곳으로 와줄 지가 의문이었다.

브랜드의 머릿속에 에리엘이라는 존재는 괴팍한 성정의 엘프,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기 때문에  기대를 품지 않았다.


또한 해가 지고 어두워진 상황, 아인이 도망친다고 하면 숲밖에 없을텐데 밤에 숲으로 들어가는 것은 위험했다.


해가 있을 때야 고블린 같은 잡다한 몬스터들이 튀어나오는 것에 불과했지만. 해가 지고나면 그보다 상위의 포식자 몬스터들이 등장했다.


돌연변이들을 숲으로 안내하는 일을 해왔던 아인이라면 이 사실을 당연히 알고 있겟지만. 혹여나 안전한 길이라도 알고 있다면 그것은 그것대로 곤란했다.

당장은 본인의 목숨 때문에라도 현성을 놓아주지는 않을테지만, 어두운 숲속에서는 현성은 더 이상 인질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 그러한 이유로 도망치다가 조금이라도 위험하다 싶으면 현성을 숲속에 버려두고 혼자서 도망칠 가능성도 있었다

더군다나 사람이건 엘프건 궁지에 몰리면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하게되는 법이었다. 엘프의 영역이고 뭐고 간에 자신의 목숨과 안위를 위해서라면 뭔들 못할까.

스윽- 브랜드는 기회를  봤다.


아인이 게속해서 이쪽을 살피며 걸을 수는 없는 법이었다.

브랜드의 생각대로 아인은 브랜드와 문이 있는 방향을 번갈아보며 주의를 기울이며 움직이고 있었다.


그러다가 문에 근접하는 순간, 아인은 작은 빈틈을 보였다.


문의 옆에 서서 팔을 뻗어 문을 열고자 하는 행동.


후웅-

아주 짧은 순간.


작은 빈틈이었지만 브랜드는 그것을 놓치지 않았고. 순간적으로 오러를 끌어올려 검을 가로로 휘둘렀다.


서걱-


툭-

2 번을 걸쳐 들려오는 소리.



브랜드의 오러에 아인의 팔을 베었고. 베어진 팔은 그대로 땅에 떨어졌으며 자상이 생겨난 곳에서 피가 폭포수 마냥 흘러내렸다.

"아악-!!!"


한 박자 늦게 들려오는 고통에 찬 비명.


아인은 순간 느껴지는 고통에 입에 거품을 물었으나. 정신을 잃지 않았고. 재빨리 팔을 주워들어 빛의 정령을 부르고자 했다.


허나 그것을 브랜드가 가만히 냅둘 리가 없었다.

타닥-

브랜드가 검을 슬쩍 뒤로 빼고는 강하게 자리를 박차며 쏜쌀 같이 아인에게 달려들었고. 아인의 눈빛이 흔들렸다.

"사.. 살려줘!"


다급한 외침.

아인은 짧은 순간에 주마등이 스쳐지나가는 듯 했다.

허나 브랜드는 매정하게 무심한 얼굴로 아인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그 검은 아인에게 닿지 않았다.

캉-


묵직한 소리. 이것은 철이 살을 베는 소리가 아니었다.

검이 맞닿은 것은 아인의 살결이 아닌 갑자기 검의 경로에 갑자기 끼어든 작은 돌판 이었고. 브랜드는 이것이 정령임을 어렴풋이 눈치챘다.

"그만둬."

곧바로 뒤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여성의 목소리.

어디로 들어온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브랜드는 익숙한 여성의 목소리에 집중하기 보다는 오금을 지린 채로 바닥에 주저 앉은 아인으로 부터 현성을 회수하는 것이 먼저였고. 끝까지 발악을 하는 아인을 발로 걷어차고선 현성을 회수했다.


그런 다음 등을 돌려 자신을 방해한 인물을 확인했고. 브랜드의 시야엔 부드러운 인상의 익숙한 여성이 들어왔다.

"에리엘?"


에리엘.

에리엘의 등장에 브랜드는 검을 아래로 내리며 당혹스러움을 그대로 들어냈다.

어째서 에리엘이 이곳에 있는가.


당연히 소식을 전해 듣고 온 것일테지만, 브랜드는 당황스러웠다.


에리엘이 누구인가.

엘프들 중에서도 괴팍하기로 유명한 성정의 소유자였다.


브랜드가 아는 에리엘은 절대로 이런 일에 간섭할 성격이 못 됐다.


"왜 너가 여기서 난동을 부리는 건지는 모르겠는데? 5초 안에 대답해 나 인내심 부족한거 알잖아?"

역시나 괴팍한 성정을 그대로 들어내며 브랜드를 압박한다.


그리고 브랜드는 여지없이 상황을 설명했다.

"아인이 현성에게 자칫하면 죽을 수도 있는 짓을 저질렀기에 제국의 법에 따라 처형 시키고자 했다."


굳이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아도 에리엘은 알아들을 수 있으리라, 브랜드는 그렇게 생각했다.


성정이 괴팍하기는 해도, 엘프의 영역을 대표하는 자리에 위치했으니 제국의 법에 대해서 잘 알고 있을테니까.

헌데 브랜드의 두 눈에 들어온 에리엘의 반응이 다소 이상했다.

어째서 두 눈을 크게 뜨며 못 믿겠다는 표정을 하고 있는걸까. 왜 눈망울에는 물기가 차오르는 것이고.


이것은 브랜드가 알던 에리엘이 아니었다.

"내놔."

내놓으라는 말.


무엇을 내놓으라는 걸까. 브랜드는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다 문득 에리엘의 시선이 현성에게 향함고 있음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의식을 잃고 축 처져있는 현성을 가리켰고. 에리엘은 거칠게  눈을 부라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만 더 늦었다가는 어떤 과격한 행동을 할  모르기에 브랜드는 에리엘의 앞으로 다가가 현성을 바닥에 눕혔고. 에리엘이 손을 저으며 떨어지라는 행동을 보이자 아무 말 없이 뒤로 물러섰다.

왜 저런 행동을 하는걸까.

브랜드는  수가 없었다.

한편, 에리엘은 죽은 듯이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는 현성을 보며 가슴속 한 구석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어째서일까.

 아픔은 무엇이란 말인가.

이것은 살면서  한번도 느껴본  없는 통증이었다.

둥시에 뭐라 말로 표현하기도 벅찬 감정이 에리엘의 머릿속에 들이찼고. 에리엘은 금단 증상이 온 환자마냥 미친듯이 떨리는 손을 뻗어 현성의 한쪽 뺨을 쓰러내렸다.

맞닿은 피부에서 느껴지는 뜨거운 체온이 현성이 살아있음을 알려주었다.

살아있다.

그 사실을 직접 확인하니 에리엘은 저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현성의 뺨에 흘러내리는 물기를 보며 의구심을 품었고. 그제서야 자신의 두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알아챘다.


자신은 왜 눈물을 흘리는가.


에리엘은 그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연속되는 의문, 에리엘은 머리속이 복잡해짐에 따라 지끈거리는 두통을 느꼈다. 그러면서도 에리엘의 몸은 바닥에 몸을 뉘인 현성의 앞에 무릎을 꿇고 자신의 가슴팍에 품고는 강하게 끌어안았다.



 행동 또한 에리엘은 자신이 왜 이러는건지   못 했다.


그저 생각을 거치지 않고 튀어나온 행동이었다.

이윽고 에리엘의 시야에 기겁을 하고선 도망치려는 아인이 담겼고. 에리엘은 그것을 보자마자 화가 치밀어올라 이성의 끈을 놓칠 뻔 했다.

아인.

현성을 이꼴로 만든 원인.


그 사실 하나만으로 에리엘이 아인에게 적의를 품기에 충분했다. 아인은 에리엘에게 있어 엘프들 중에서 레이첼 다음으로 친했던 존재였음에도 말이다.


에리엘은 자신의 감정 상태가 이상해졌음을 느꼈지만 그것마저 신경 쓰기에는 이미 머릿속에 다른 생각이 가득찬 상태였고. 서슬퍼런 눈빛으로 아인을 바라봤다.

[노움]


노움, 중위급 땅의 정령.

그 이름을 부르자 브랜드의 검을 막아섰던 돌판에서 갈색빛이 솓아났고. 에리엘은 노움과 이어진 정령의 힘을 증폭 시켰다.


그러자 흙먼지가 노움의 주변에서 일어났고. 그 속에서 키가 작은 노인이 뒷짐을 지며 걸어나왔다.

[끌끌, 이 모습으로 보는 것은 오랜만이구려. 계약자여.]


노움은 여유롭게 웃으며 에리엘을 향해 말을 건냈고. 에리엘은 주저 없이 아인을 가리켰다.

"저 놈 죽여."


죽이라는 말.

에리엘은 그 말을 너무도 쉽게 입에 담았고. 노움은 귀찮다는 듯이 아인을 슬쩍 바라봤다.


[잘 가시구려.]

노움은 이프리트와 달리 동정을 품지않았고. 연신 힘을 발휘했다.


우웅-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나타난 사람 보다도 커다란 바위 하나.


"사... 살려줘...!"

아인은 뒤늦게 정신을 차리며 외쳤으나, 노움은 거들떠 보지도 않고 돌아섰다.

그러자 공중에 떠있던 바위는 아인의 위에서 가차없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아인은 피하려고 해보았지만, 두려움에 다리가 굳어 움직여지지 않았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 아인은 자포자기하며 두 눈을 감았고.


퍼억-

공중에서 떨어진 바위에 그대로 직격당한 아인의 머리는 형체를 알아볼 없을 지경으로 흉측하게 짓뭉게졌으며 검붉은 피가 주변에 흩뿌려졌다.

"...결국은 자기가 죽일꺼면서."

 잔인한 광경에 브랜드는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다.

자신은 그래도 고통없이 단칼에 목을 벨 생각이었으나.

에리엘은 그러지 않았다.

"으에으으으...."


의도한 바는 아니겠지만 아인은 저 지경이 되었음에도 아직 살아 있었다.

실로 잔혹한 광경이었다.

얼마  가 죽을게 분명했지만. 고통스러운 광경에 마음 같아서는 마지막 배려로 편히 보내주고자 했으나, 에리엘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고. 브랜드는 그저 아인의 움직임이 멈추는 것을 지켜만 봤다.


그래도 어느정도 친분은 있었으니 마지막 가는 길이라도 지켜봐 줘야겠다는 이기적이고 괴상한 생각에서 나온 행동이었고. 에리엘은 아인의 움직임이 멈추자 미련없이 몸을 일으켜 현성을 들어올리고선 걸음을 옮겼다. 노움은 어느샌가 사라진 상태였다.

그렇게 소란이 펼쳐져 엉망이 된 건물 안에는 이제 어떻게 해야될지에 대해 고민하는 브랜드와 사람이 잔인하게 살해당하는 것을 두 눈으로 봐버린 이로하만이 남았고. 얼마  가 이로하는 정신줄을 놓은 것인지 헛웃음을 짓다가 기절하듯 쓰러졌다.


어찌저찌 홀로 남은 브랜드는 고민 끝에 이곳에 며칠 더 머무르기로 결정했다.


오늘 벌어진 일에 대해서 에리엘과 상의를 하고 난 후, 제국에 돌아가 자세히 보고할 생각이었다.


돌연변이를 안내할 안내자가 돌연변이를 살해하려고 시도한 중한 사건이었으니 말이다.


"그나저나 이건 어떻게 치우냐.."


아무래도  밤이 될 것 같다고 브랜드는 한숨을 쉬며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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