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49화 〉용사입니다. 그게 그러려고 그런게 아닌데 말입니다. (49/89)



〈 49화 〉용사입니다. 그게 그러려고 그런게 아닌데 말입니다.
쿠웅-


칠흑의 늑대는 결국엔 적색 바람의 환생의 공격에 온몸에 검붉은 피가 담수 터지듯이 흘러나오며 죽은 듯이 쓰러졌다.

거대한 몸집이 들판에 쓰러지자 엄청난 굉음과 함께 불어온 강풍에 갈대가 줄기를 꺾었고. 현성은 그제야 참았던 숨을 한번에 몰아서 내뱉었다.

정말이지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은 광경에 현성의 심장은 격렬하게 뛰었다.


"어떤가? 저게 나다."

옆에서 적색 바람의 환생이 싱그럽게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고. 현성은 어느샌가 힘이  들어간 주먹을 풀고선 적색 바람의 환생을 바라봤다.


마냥 아름답기만한 미녀가 아니라 그녀는 강인한 전사였다. 칠흑의 늑대라는 괴수와 싸우는 장면을 보여주며 적색 바람의 환생은 그것을 증명했다. 또한 현성은 한가지 생각이 머릿속에 스멀스멀 올라왔다.


"문외한인 제가 봐도 엄청났어요. 적색 바람의 환생 씨는 저런 괴물을 상대하면서 전혀 무섭지 않았어요..?"


과연 적색 바람의 환생은 저런 괴수를 마주하고도 두렵지 않았는가.

현성은 그것이 궁금했다. 하물며 길을 가다 목줄 달고 산책하는 맹견을 마주쳐도 겁을 먹는 것이 보통인데, 저런 무시무시하고 흉폭한 괴물을 직접 마주하게 된다면 열에 아홉은 그대로 심장마비로 죽는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러한 현성의 질문에 적색 바람의 환생은 허리춤에 손을 올리고는 가슴을 당당히 피며 활력 넘치는 웃음과 함께 입을 열었다.


"무섭지 않았다. 오히려 나 하나의 희생으로 부족의 미래를 지킬 수 있다는 생각에 기꺼이 칠흑의 늑대와 맞설 수 있었고. 끝에는 쓰러트릴 수 있었다."

되게 당차게 말하는 모습.

하지만 현성은 그녀의 말에서 이상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다.


희생.

결국에는 승리를 차지했는데  희생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걸까.

무척이나 커다란 의문이 들었으나 현성은 왜인지 예민한 부분일  같아 차마 물어볼 수 없어 몸을 쭈뼛거리며 눈치를 봤고. 현성이 그런 불안한 모습을 보이자 적색 바람은 단번에 무슨 생각을 품고 있는 것인지 눈치챘는지 묵묵히 전투가 끝나고 소리가 잦아든 들판을 가리키며 말했다.

"봐라, 저것이 나의 최후다. 단 한 점의 부끄러움 없이, 저곳에서 위대한 업적을 달성하고 영광스러운 죽음을 맞이했다."

장엄한 말투와는 다르게 내뱉어진 내용은 그러지 못 했다. 결국에는 죽었다는 얘기인데 어찌 저렇게 태평하게 말할  있는 지, 현성은 도저히 이해할  없었고. 천천히 적색 바람의 환생의 가리킨 방향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곳에는 그 누구 보다 환하게 웃으며 신체에 있는 모든 구멍에서 피를 흘리고 있는 적색 바람의 환생이 있었다.


하지만 현성은 왜 피를 흘리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마지막 장면에서 그녀는 단  방울의 피도 흘리지 않은 상태였으니 말이다.

"저것이 칠흑의 늑대를 죽이는 대가다, 타락한 신수라 하여도 본질은 신수이니 말이다."

신수.

그 의미를 알  없는 말. 하지만 적색 바람의 환생이 내뱉은 말에서  수 있는 것은 분명했다.

칠흑의 늑대를 죽이는 사람 또한 죽음을 맞이한다는 것을.

그렇기에 적색 바람의 환생이 희생이라 표현하였음을 말이다.

적색 바람의 환생은 부족의 미래를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여 칠흑의 늑대를 해치우고 위대한 업적을 남김과 동시에 영광스런 죽음을 맞이했다는 것을 말이다.

어떻게 그런 선택을  수 있었던 걸까?


목숨까지 바쳐가며 희생한다는 것은 절대로 쉽지 않은 일이었다.  대상이 가족이라 하여도 조금이라도 망설일 수 밖에 없는 일이었으며, 생판 모르는 남이라면 더 더욱 그랬다.


그런데 적색 바람의 환생은 그것을 아무렇지 않게, 마치 당연한 일이라는 듯이 대한다.  결과로 죽음을 맞이하였는데도 말이다.


자의적인 선택이라 하더라도 일말의 후회의 감정 조차 보이지 않는 적색 바람의 환생의 모습에 현성은 존경스런 마음을 담아 그녀를 바라봤다.


"두렵지 않았어요..?"

아낌없이 찬사를 뱉으며 꺼냈던 질문과 똑같은 말. 하지만 이번에는 목적이 달랐다.

그 때는 늑대를 상대하는 것에 대한 얘기였다면. 지금은 죽음  자체에 집중한 질문이었다.

"나 하나의 목숨으로  가족과 동료들, 그리고 들판에 나고 자라는 무수히 많은 생명을 지킬  있는데 어찌 두려움이라는 감정이 스며들 공간이 있겠는가? 온힘을 다하기에도 바쁜데 말이다."


미련하기 짝이 없다.


남들이 자신을 볼 때 이런 감정이었을까.


현성은 적색 바람의 환생에게 감히 말로 형용할  없는 복잡미묘한 감정을 느꼈다.


 중 대부분은 존경심이었으나, 역시 미련하다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면 그것은 거짓이었다.


지금에서야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이지, 당시에는 죽음 뒤에 무슨 벌어질지 전혀 모르고 있지 않았겠는가. 현성은 과연 자신이라 하여도 남을 위해 목숨까지 바칠 수 있는가에 대해 생각해봤으나 역시나 무리였다.

아무리 현성이라도 목숨은 소중했고. 설령 그런 결심을 하더라도 살고자 하는 욕망은 본능에 가까운 감정이었기에 마지막에 결정을 무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 적색 바람의 환생은 개구리 처럼 공중으로 팔짝 뛰고 착지하더니. 이내 인상을 어렴풋이 찌푸리며 현성의 머리 위에 손을  얹고는 입술을 삐죽였다.


"우우, 이런 분위기는 싫다. 자랑 좀 하려고 보여준건데 그런 반응을 보이면 나도 곤란해지지 않는가. 현성?"


스윽, 슥-


적색 바람의 환생은 그리 말하며 현성의 머리를 거칠게 쓰다듬었고. 현성은 고개를 숙이며  손길을 가만히 받아들였다.


누군가에게 쓰다듬을 받아본 적이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거칠면서도 부드럽고 따스한 감각이 머리 위로 맴돌자 현성은 그것을 뿌리칠  없었고. 다만 나이를 먹을 만큼 먹었는데 이렇게 쓰다듬을 받는 것은 역시나 부끄러운 일이었기에 현성은 고개를 숙임으로 붉어진 얼굴을 가릴  밖에 없었다.


뭔가 순식간에 분위기가 반전되다 못해. 역전되 버리니 현성은 어찌할  몰랐고. 적색 바람의 환생은 급기야 자연스레 현성을 품에 안았다.


그러고는 은근슬쩍 이마를 맞댔고. 서로의 숨결이 느껴질 정도로 무척이나 가까운 거리에서 장난스레 웃으며 입을열었다.

"우쭈쭈, 현성은 꽤나 감성적인 사람이구나? 생긴거랑은 다르게..."

어린애를 어루달래는 듯한 목소리로 적색 바람의 환생은 현성을 살컷 놀려댔고. 현성은 부담스러움과 쑥스러움 사이에서 갈팡질팡 손을 이리저리 휘저었다.

이 상테에서 밀어내고자 하면 부득이하게 맨살에 손이 닿을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윽고 적색 바람의 환생은 능숙하게 현성의 몸을 앞으로 돌려 뒤에서 껴안는 듯한 자세로 변경했고. 현성은 곧바로 뒤에서 느껴지는 봉긋 솟은 두 언덕의 느낌에 허리를 빳빳하게 곤두세웠다.


"저... 저기.."


말해야 된다.

하지만 부끄러워 말할 수 없다.


현성은 그저 푹 익은 얼굴을 내리깔고선 어버버 거렸고. 적색 바람의 환생은 계속해서 마이 페이스적인 마인드로 대화의 주제를 바꿔 나갔다.

"이런 시시콜콜한 얘기는 그만하고. 지금 현성, 그대가 어떤 상황인지 보는게 어떻겠나?"

무슨 소리인지는 모르겠으나 현성을 일단 고개를 끄덕였고. 갑자기 정면의 허공에서 흐릿하게 무언가 나타나더니 그 속에서 익숙한 방이 보여왔다.

그리고 그 곳에서 펼처지는 적나라한 광경에 현성은 더 더욱 한계까지 얼굴을 붉히고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쯔으읍-

[흐으.. 넘흐 크잔하-]

두 눈은 감았지만 야릇한 소리와 익숙한 여자의 목소리가 현성의 귀에 똑똑히 들려왔다. 그리고 현성은두 눈을 감기 직전에 분명히 보았다.


에리엘이 침대에 몸을 누윈 자신의 물건을 꺼내 입안 가득 물고 있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현성은 적색 바람의 환생이 그 어느 때 보다 눈빛을 빛내고 있음을 느꼈다. 이것은 안 봐도 비디오였고. 그런 생각을 품기 무섭게 흥미롭다는 듯한 적색 바람의 환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헤에... 뭐야, 이거..?"

...

이 사람. 분명히 즐기고 있다. 어쩌면 의도한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말이다.

쯔읍... 쯔읍..츄릅-

히익, 현성은 또 다시 들려오는 야릇한 소리에 어깨를 부들부들 떨며 다급히 입을 열었다.


"뭐.. 뭐해요! 얼른 안 치우고!"

이것은 흡사 가족에게 야한 동영샹을 보며 자위하다가 들켰을 때 보다 더욱 치욕스러웠다. 영상 속의 주인공이 자기 자신이라면 잠깐이나마 자살을 생각하게 될 테니 말이다.


"왜? 이 좋은걸 왜?"

좋은게 아닌데  좋다고 하는 걸까  사람은. 더군다나 지금 목소리의 텐션이 한없이 높아져서는 대놓고 이 상황을 즐기고 있음을 드러냈다.


현성은 수치사할 정도의 부끄러움에 적색 바람의 환생의 품에서 일단 벗어나고자 시도해보았지만, 그럴 수록 적색 바람의 환생은 현성을 품으로 강하게 끌어안았고. 왜인지 점점 손의 위치가 불순해지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것이 사실이었는지, 현성은 자신의 소중한 부위에 무언가 닿음을 느꼈고. 설마, 하는 마음으로 고개를 내렸다.

그제서야 현성은 자신의 거룩한 물건이 바지를 뚫고 나올 듯이 성이난 상태임을 인지했다.


"흐음... 현성, 너의 자지는 이미 흥분한 것 같은데 이상하지 않나?"

미친....


"아니, 그게 그러려고 그런게 아닌데..."

이것은 절대 의도한게 아니다. 남자라면 어쩔 수 없는 본능적인 반응이었다.


뒤에서는 여자가 온몸을 바짝 붙여서 살을 맞대고 앞에서는 야릇한 장면이 떠있는데 안 서는 남자가 있을까 보냐.

현성은 대놓고 그리 말할 수는 없었기에 얌전히 입을 꾹 닫았다.

때로는 침묵이 좋은 선택이리..


어?

쓰윽-

방심한 사이 적색 바람 환생은 현성의 바지를 내렸고. 딱딱해진 현성의 자지가 밖으로 튀어나왔다.

"헤에, 되게 크다. 우리 부족 최고의 말자지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현성."


정정한다.


침묵은 그리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

현성은 주체없이 성을 내는 자신의 물건을 탓하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고. 최대한 다리를 오무려 발기한 자지를 가리고자 했다.

물론 그것이 소용이 있을 리가 만무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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