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59화 〉용사입니다. 깨어나긴 했는데 뭔가 좀 이상하네요. (59/89)



〈 59화 〉용사입니다. 깨어나긴 했는데 뭔가 좀 이상하네요.

현성의 방.


이로하는 에리엘과 브랜드가 나가고 얼마  있어 들려오는 시끄러운 소음에 질겁 겁을 먹으며 몸을 떨었다.

바깥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확인을 하러 나가볼까 잠깐 고민해봤으나 이로하는 그 정도로 대담한 성격이 아니었고. 얌전히 며칠 째 침대에 누워 있는 현성의 손을 잡으며 두려움을 달랠 뿐이었다.

그러나 그런것도 얼마가지  했다.

터벅, 터벅-


복도에서 들려오는 무거운 발소리.

이로하는 발소리에 놀라면서도 혹여나 브랜드와 에리엘이 돌아온건가 싶었으나, 들려오는 발소리가 하나 뿐이었기에 어느샌가 슬며시 자리잡은 불안감을 치울  없었다.

그렇기에 이로하는 더욱 강하게 현성의 손을 잡으며 숨이 바깥에까지 나갈리는 없겠지만 그럼에도 숨을 죽였고. 복도에서 들려오는 발소리가 점점 잦아들기를 바랬다.


허나 멀리서부터 들려오던 발소리가 방문 바로 앞에서 멈춘 것에 이로하는 심장이 빠르게 요동치는 것을 느꼈다.

덜컥-

이번에는 문의 손잡이를 돌리는 소리.

들어온다.


누군가 들어온다.


이로하는 긴장한 상태로 몸을 최대한 낮춰 얼굴만 빼꼼 내비치며 문쪽을 살폈고. 이내 문이 열리며 누군가가 안으러 들어왔다.


검은색의 갑옷을 입고 있으며 제법 곱상하게 생긴 금발의 남성.

이로하는 남성의 겉모습만 본다면 착하게 생겼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람은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된다고 배웠기에 경계를 늦추지 않았고. 이내 금발의 남성과 눈이 마주침에 이로하는 신경을 날카롭게 곤두세우며 천천히 몸을 일으켜 남성을 향해 입을 열었다.


"누.. 누구세요...?"

허나 두려운 감정은 숨길  없었기에 목소리가 확연히 떨려왔고. 금발의 남성은 한쪽 입꼬리를 슬며시 올리며 말없이 이로하에게 다가왔다.

그렇게 이로하는 침대 하나를 사이에 두고 남성과 대치하였고. 남성의 눈동자에는 음흉한 기운이 엇돌았다.


이에 이로하는 남성의 눈빛이 심상치 않음에 근처에 있던 의자에 슬쩍 손을 얹었다. 만약 가까이 다가온다면 그대로 머리를 내려칠 심산이었다.

하지만 남성은 그런 이로하의 행동이 무색하게 시선을 현성에게로 향했고. 이로하는 그제서야 현성이 무방비 상태로 있음을 깨달았다.

턱-

이로하가 재빨리 손을 뻗어 현성을 자신 쪽으로 끌어당기려고 했으나, 그보다도 남성이 훨씬 재빨랐다.

"현성 씨를 놔줘..!!!"

간절한 외침, 허나 남성은 허리춤에 있던 검을 뽑아들곤 현성의 목에 아슬아슬하게 갖다대었고. 음침하게 광대를 올리며 적나라한 표정을 지었다.


"어이, 계집. 돌연변이지 맞지?"

돌연변이라는 말. 이로하는 자신을 돌연변이라 부르는 것은 싫었으나 일단은 고개를 끄덕일  밖에 없었다. 만약 저 남성을 거슬리게 했다가는 현성에게 해를 입힐까봐 무서웠기 때문이었고. 금발의 남성은 만족스럽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검을 이로하에게 향하게 한 다음 느긋하게 입을 열었다.

"보아하니 이 새끼랑 애틋한 사이인 것 같은데... 맞나?"


애틋한 사이, 남성은 그 말을 뱉으며 눈동자에 교활함이 뭍어났고. 이번에도 이로하는 어쩔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현성과는 그리 애틋한 사이는 아니었으나, 고개를 저었다가는 저 남성이 무슨 짓을 할지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이윽고 남성은 근처에 놓인 의자에 주저 앉았고. 그 옆에 현성을 던지듯이 내려놨다. 그리고 다음으로 이어진 말에 이로하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분하고 수치스러운 감정을 고스란히 느꼈다.


"이 새끼 살리고 싶으면 벗어."


이 남자가 뭐라는걸까, 이로하는 수치스러움에 몸을 떨면서 인상을 쓰며 남성을 죽일 듯이 노려봤고. 남성은 그런 이로하의 시선에 아랑곳 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검날로 현성의 몸을 툭툭 건들며 무언의 압박을 건냈다.

자신의 뜻대로 행동하지 않으면 현성을 죽이겠다는 듯이.


이로하는 브랜드와 에리엘로 부터 돌연변이인 자신과 현성을 죽이는 것은 협약상 금지되어 있다는 사실을 익히 들었기에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반대로 말하면 죽이지만 않으면  해도 된다는 뜻이라는 것 또한 알고 있었고. 실제로 이로하는 그것을 직접 겪어봐서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로하는 눈앞의 남성의 명령에 따라야만 했다.

이미  번 더럽혀진 몸, 이로하는 현성을 위해서라면 어떤 험한 짓을 당하더라도 괜찮았다.

"얼른 벗어, 이 새끼 팔 한  잘리는 꼴을 보고싶은건 아니잖아?"

슥, 이로하는 남성의 험악한 재촉에 윗옷의 끝자락을 잡고선 그대로 들어 올려 벗었다. 다행히도 가슴 부근에 붕대를 둘러 속옷의 역할을 하도록 해놓았기에 곧바로 가슴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탄탄한 구릿빛의 복부가 여실히 드러났고. 남성의 시선이 뜨거워짐에 이로하는 수치스러움에 얼굴을 붉혔다.

허나 남성은 겨우 이정도로 끝낼 생각이 없었는지 끊임없이 말을 이었다.

"아랫쪽도 벗어야지. 눈치라고는 없나?"


아랫쪽도 벗으라는 말. 이로하는 두 주먹을 꽉지면서 분노를 삭혔다. 하지만 남성이 금방이라도 베어버릴 듯, 현성의 어깨에 검날을 가져다댐에 어쩔  없이 벗어야만 했다.


이윽고 이로하는 입고있던 치마의 단추를 풀고선 밑으로 내렸고. 그러자 까만 털이 드문드문 난 음부가 무방비하게 드러났다. 속옷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오늘은 왜인지 딱히 입고 싶은 날이아니었기에 입지 않았던 것이 불행하게도 이런 결과를 나았다.

이로하는 한층  강렬해진 시선에 정신이 아찔할 정도의 수치심을 느꼈고. 작은 두 손을 겹쳐 음부 위에 얹음으로써 보이지 않도록 하였다.


허나 남성이 그것을 허용할 리가 없었다.

"손 치워."

흥분으로인해 한껏 달아오른 표정과 억양, 이로하는 남성의 말에 부들부들 떨면서도 따를 수 밖에 없었다.

이로하는 머뭇거리다 손을 거두었고. 남성의 끈적한 시선이 음부로 향함에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침대로 올라가."

아, 올 것이 왔구나. 이로하는 남자의 명령에 본능적으로 고개를 저으며 거부하다가도 검으로 현성의 몸을 찌르려는 행위에 찍소리도 못 하고  말을 따랐다.


이로하는 어차피 자신은 반항을 해도 남성에게 강간당할 운명임을 직감했고. 적어도 현성만큼은 상처 하나 없이 지켜내고 싶었다.


지킬 힘이 없으니, 이미 더럽혀진 몸을 바쳐서라도 현성을 지켜내고 싶은 마음이었다. 다른 이가  광경을 본다면 굳이 이렇게까지 하는가 싶겠지만, 이로하는 현성에게 집착하다 싶이 의지하고 있었고. 자신이 미약에 취해 유혹을 하였을 때에도 지켜주었던 현성에게 보답을 하고 싶었다.


물론 그 보답이 이런식으로 이루어질 것이라고는 생각지는 못 했지만 말이다.


이윽고 침대에 오른 이로하는 긴장한 기색이 담긴 모습으로 남성의 말을 기다렸고. 남성은 유유히 몸을 일으켜 침대 위로 올라와 이로하의 팔을 잡아끌고는 강제로 눕힌 뒤, 갑옷을 벗어 무장을 풀었고. 바지를 내려 한껏 부풀어오른 자신의 성기를 이로하의 얼굴에 들이밀었다.


그러자 이로하는 코끝을 찌르는 역한 냄새에 절로 인상을 구기며 고개를 돌렸고 이를  남성은 태연하게 웃음지으며 말을 건냈다.

"뭐해? 듀란에게 듣기로는 하루종일 박혔다던데. 남자를 기쁘게 하는 방법 정도는 알지 않나?"


"...아?"

남자의 입에서 뱉어진 예상치 못한 말에 이로하는 당황하여 얼빠진 반응을 보였다.

 듀란에 대해 알고 있는걸까. 이로하는 그 찢어죽여도 시원찮을 남자를 떠올리며 증오스런 눈빛과 함께 의문이 담긴 시선을 남성에게 보냈고. 그와 동시에 뼛속 깊이 우려나온 거부감에 남성으로 부터 벗어나고자 했다.

하지만 남성은 짙은 조소와 함께 이로하를 강하게 짓눌렀고. 유일하게 가슴을 가려주던 붕대 마저 어거지로 끊어냈다. 그렇게 완전한 전라의 상태가 되어버린 이로하는 순간 머리가 새하얗게 변함며 온몸이 굳었다.

이렇게 되리라 생각은 하고 있었으나, 듀란이 이름이 나오자 이로하의 완고했던 마음에 자그마한 균열이 생겼고. 뭘 어떻게 해야될지 조차 의문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 이로하는 문쪽에서 들려오는 발소리에 불안한 상상이 뇌리를 스쳐지나갔고. 단단히 굳어버린 고개를 돌려 소리가난 방향을 바라봤다.


"흐흐, 오랜만이네? 그 때 하던거 마저해야지, 그치?"

듀란


듀란이  이곳에 있는가. 그것도 남성과 똑같은 검은색의 갑옷을 입은 채로.

"아.. 아으..."


자신을 강간했던 듀란을 보자마자 이로하는 발작하다 싶이 두려움에 떨었고. 듀란은 그런 이로하를 보며 음흉한 미소와 함께 잰걸음으로 다가왔다.

싫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올라오는 혐오감에 이로하는 치를 떨었고. 고개를 마구 저으며 현실을 부정하고자 했다.


허나 듀란은 남성과 마찬가지로 갑옷을 벗고 하의 마저 벗어던졌고. 흉측하게 발기한 자지를 꺼내며 이로하의 얼굴에 비볐다.


"싫어... 싫어..!!!"

역겹다. 토할 것 같다.


이로하는 급격히 치달아오른 상황에 괴로워 눈물을 흘렸고. 제발 누군가 자신을 구해주기를 간절히 바래고  바랬다.


그리고 듀란은  모습을 보며 더욱 흥분감에 찌들었다.


이로하.

듀란은 이로하를 취했을 때를 떠올렸다. 비록 처녀는 아니었지만 강하게 자지를 조여오던 보지의 감각은 쉽게 잊을 수 없는 것이었기에 듀란은  때 당시 조금더 이로하를 맛보지 못한 것에 대해 큰 아쉬움을 가졌다.


그런데 하늘이 준 기회일까.

듀란은 수도에 복귀하자 마자 우연히 비밀리에 창설된 기사단에 대한 소식을 전해 들었고. 브로커를 통해 기사단의 입단 시험을 치뤄 너무도 쉽게 합격했다.

비록 입단 시험을 치루며 다룰  있게  힘은 불길할 정도로 검은색이 짙었지만, 듀란은 그저 자신이 기사가 됐다는 사실에 기뻐할 뿐이었고. 황제로부터 기사단에게 직접 내려진 임무에 대한 소식을 듣는 순간, 듀란은 곧바로 이로하를 떠올렸다.

 명을 처리하라는 임무도 있었지만 듀란은 엘프의 영역에 머물고 있는 돌연변이를 생포하라는 임무에 집중했고. 듀란이 알기로는 현재 영역에 보내진 돌연변이는 이로하와 브랜드가 이끌던 현성 뿐이었다.


그렇기에 듀란은 이미 이곳에 오기 전부터 이로하를 다시 한 번 취할 계획일 가졌고.  계획이 이렇게 성공하기 직전이 되니 듀란은 큰 기쁨을 느꼈다.



하지만 듀란의 그 기쁨은 얼마가지 못 햇다.



뻐억-




갑자기 등뒤에서 날아온 붉은색의 화살.


그 화살에 듀란의 머리는 산산조각이 되어 사방으로 흩어졌고. 그것을 눈앞에서 바라본 이로하는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앞으로 고꾸라진 듀란의 시체의 뒤로 보이는 존재를 눈에 담았다.


그리고 그 존재를 본 순간 이로하는 가장 먼저 반가움이란 감정이 들었다.


"아잇 씨팔, 갖잖은 것들이 꼴받게 하네."


현성.


어째선지 모르겠으나 며칠간 쭉 누워만 있던 현성이 깨어났다.

그런데 뭔가 말투가 이상했다. 마치 현성이 아닌 다른 누군가가 몸속에 들어간 듯이 말이다.

더군다나 현성의 몸 주변을 감싼 적색의 기운에 이로하는 가슴이 웅장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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