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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2화 〉용사입니다. 용사 등장합니다. (62/89)



〈 62화 〉용사입니다. 용사 등장합니다.

현성은 지금 이 상황이 어떻게 된 것인지 파악할 겨를이 없었다. 하지만 그저 이로하를 덮치려고 한 일당에게 적의를 품었고. 지금 막 그 중에 한 명을 저승으로 보낸 참이었다.

죄악감? 그런 것은 이상하리만치 조금도 들지 않았다. 그저 마지막 남은 한 명도 죽여버리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꽈악, 현성은 이로하의 앞에서 생식기를 드러낸 변태를 향해 시위를 당겼고. 변태는 조금 전, 자신의 동료가 처참하게 살해당한 것에 질겁 겁을 먹었는지 황급히 두 손을 들어올리며 항복 의사를 밝혔다.

"자, 잠깐만! 죽이지만 마! 저.. 저 새끼가 날 꼬셨다고! 나는 잘못 없어!!!"

다만 그 내용은 추하다 못해 역겨웠다. 결국에는 자신의 의지로 잘못을 저질러 놓고 동료한테 떠넘겨 버리다니, 이런 놈 때문에 사회에 범죄가 끊이질 않는거다. 이런 놈은 곱게 보내주어서는 안 된다.

파앙, 현성은 아래로 활을 조준하며 시위를 놓았고. 붉은 기운으로 이루어진 화살은 그대로 변태에게로 날아갔다. 화살이 날아가 박힌 곳은 차마 말하기도 더러운 그곳이었고. 안타깝게도 제대로 조준을 하지 못한 것인지, 아슬아슬하게 그곳의 바로 위를 스쳐지나갔다.


"으아아, 씨이발..! 미친 새끼야!!! 같은 남자끼리 할 짓이 있고 못할 짓이 있지, 누구 고자 만들려고 작정했어!?"

웃기지도 않는 소리,  짓이 있고 못할 짓이 있다는 것을  다는 놈이 여자를 겁간하려고 했나? 현성은 기가 차서 묵묵히 시위를 다시 한 번 당겼다.

이번에 노리는 곳은 정확히 변태의 머리. 하지만 적색 바람의 환생은 그것을 만류했다.

[죽이지는 말고. 반만 죽여놔. 지금 상황이  이렇게 됐는지는 알아야 하니까.]


흥분한 현성과는 달리 그녀는 매우 침착했다. 경험의 차이, 이것은 경험의 차이로인한 판단의 차이였고. 현성은 적색 바람의 환생의 말에 따라 반만 죽이기로 계획을 바꾸었다.

슥, 다시 활을 아래로 향하게 하고 시위를 놓았다. 변태 남성이 반응할 새도 없이, 음속으로 날아간 화살은 그대로  남성의 한 쪽 무릎에 박혔다.

뻐억, 살벌한 소리와 함께 화살이 박힌 무릎은 그대로 변태 남성의 몸과 작별 인사를 하며 떨어져 나갔고. 변태 남성은 자신의   무릎이 떨어져 나간 것을  초 뒤에야 인지 하고선, 꼴사납게 옆으로 쓰러지며 마구 비명을 질러댔다.

"아아악-!! 씨바알!! 미친.. 새끼야-!!!"

아프겠지. 많이 아프겠지. 그런데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일까? 악성 범죄자 새끼한테 인권이니 뭐니 챙겨줄 정도로 현성은 호구가 아니였고. 현성은 발작 하듯이 침대 위에서 뒹구는 변태의 머리채를 붙잡아 그대로 바닥에 내동댕이 쳤다.


남성은 정말로 미칠 듯이 아파 보였지만, 현성은 조금도 그것을 배려하지 않았고. 옆에서 두려움에 울상이 되어 울먹거리는 이로하를 발견했다.


"괜찮아요?"

현성은 이로하의 어깨 위에 두 손을 얹으며 부드러운 말투로 달래듯이 말을 건냈고. 이로하는 두 눈에 흐르는 눈물을 손등으로 훑으며 파랗게 질린 입술을 열었다.


"흐윽... 걱정했잖아요.. 평생 안 깨어나는  알고..!"

전부 자신을 걱정하는 말, 현성은 이로하가 자신의 안위 따위는 내팽게치고 자신을 걱정하기만 하는 것에 울컥 감정이 요동쳤다. 어쩜 사람이 그런 험한 꼴을 당하고도 타인을 걱정할 수 있는걸까. 더군다나 이로하는 이미 한 번 험한 짓을 당한 상태였다. 그럼에도 이런 순수한 마음을 가질 수 있다는 것에 현성은 이로하를 진심으로 대단하다 느꼈다. 또한 그렇기에 현성은 이로하를 범하려하던 이에게 더욱 거센 화를 가졌다.

현성은 이로하의 머리를 살짝 쓰다듬고는 자리를 떳다. 남성은 그 잠깐 사이에도 도망치고자 했는지, 바닥을 피로 물들이며 문쪽으로 향하고 있었고. 현성은 그대로 처참하게 바닥을 기고 있는 남성에게로 향했다.

꾸욱-


"야, 뭐 하냐?"

현성은 남성의 손목을 무참히 짓밟으며 말을 걸었다. 하지만 남성은 이미 정신이  쯤 가출한 상태인지 눈동자에 초점이 없었다. 그리고 현성은 남성이 정신을 차리도록 손목이 아닌 머리를 짓밟았고. 그제서야 남성은 지렁이 처럼 꿈틀 거리며 자신의 뒷통수를 누르는 현성의 발목을 붙잡으며 벗어나고자 했다.

하지만 그런다고 해서 현성은 남성을 놓아줄 생각은 없었다. 오히려 현성은 무게를 실어가며 험악하게 남성을 다뤘고. 움직임이 멎어갈  쯤이 되어서야 적색 바람의 환생이 만류했다.


[그만해, 죽일거면 적어도 정보는 얻고나서 죽여.]


어차피 죽이는 것은 매한가지, 남성에게는 희망은 없었고. 현성은 그녀의 말에 따라 남성을 짓밟던 발을 치웠다.


"아으... 씨이발.. 너, 우리 형이 누군지 알아!? 씨발, 형만 오면 너 같은 새끼는 뒤진 목숨이라고 씹련아!!!"

뻐억-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걸까? 현성은 혼자 급발진하며 초등학생이나 뱉을만한 내용으로 무작정 고함을 지르는 남성의 옆구리를 걷어찼고. 남성은 옆구리를 부여잡으며 콩벌레 마냥 몸을 웅크렸다.


"너 뭐야? 뭔데 여기서 개짓거리를 하는거지?"


처음으로 타인에게 강압적으로 대했다. 허나 현성은 쓰레기한테 동정심을 품을 정도로 미련하지 않았고. 본능적으로 좋은 상황이 아님을 느꼈기에 어서 빨리 남성으로 부터 정보를 얻고자 했다.


"씨이발.. 이미 늦었어, 병신 새끼야! 지금 쯤이면 기사는 뒤졌을거고. 그 엘프 년은 실컷 박히고 있을거다!"

콰직, 무언가 부러지는 소리. 순간 이성을 잃은 현성이 남성의 목뼈를 억세게 짓밟았고. 남성은 저 말을 끝으로 움직임을 멈췄다.


[죽이지 말라니까...]

적색 바람의 환생의 곤란한 듯한 목소리, 하지만 질책하지는 않았다. 그녀 또한 현성의 감정을 이해했으니 말이다.

"후우.. 죄송해요. 저도 모르게 그만.."


현성은 사과를 뱉었다. 허나 그것은 죽어버린 남성에게 하는 것이 아닌, 적색 바람의 환생을 향한 것이었다.

이런 남성에게는 일말의 관심 조차 아까웠기에 현성은 남자의 시체를 무시할 뿐이었다.


[뭐, 상황이 어떤 식으로 흘러가고 있는지는 대충 알겠네.]

다행히도 적색 바람의 환생은 남성으로 부터 얘기를 듣지 않아도. 이미 상황을 파악한 모양, 현성 또한 저택을 누군가 습격했다는 사실 정도는 인지했다. 그렇기에 현성은 에리엘과 레이첼이 가장 먼저 걱정했다.

그러나 현성은 조금 전, 남성의 말에서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남성이 말에 등장한 인물은 엘프와 기사. 분명 말하는 것을 들어보면 엘프는  명임이 확실했다. 그런데 기사는 또 누구란 말인가?

"이로하 씨.. 지금 무슨 상황인지 설명해주실  있어요?"


유일하게  상황에 대해서 물을만한 사람은 이로하 뿐, 그렇기에 현성은 이로하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상황의 설명을 요구했고. 이로하는 어느새 눈물이 멎어 퉁퉁 부어버린 눈을 비비며 현성의 물음에 대답했다.

"제국에서 손님이 오셨다고 해서 에리엘 씨랑 브랜드 씨가 함께 응접실로 갔는데.. 거기까지 밖에 모르겠어요. 죄송해요..."

브랜드? 왜 여기서 브랜드가 등장하는 거지? 현성은 돌아간 줄로만 알았던 브랜드의 이름이 이로하의 입에서 나오니 당황했다. 하지만 이로하의 말속에 정작 나와야 될 한 명의 이름이 나오지 않은 것이 더욱 급했다.


"레이첼 씨는요? 레이첼 씨는 어디갔죠?"


레이첼, 레이첼의 행방이 묘연했다.

"레이첼 씨는.. 제국의 황제를 만나러 갔어요."

제국의 황제를 만나러 갔다? 현성은 잠깐 사고가 정지 했으나, 이내 레이첼이 했던 말을 떠올려냈고. 현성은 레이첼은 안전할 거라 생각을 품었다. 레이첼이 말하길 생각을 해둔 것이 있다고 말하였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에리엘과 브랜드를 찾으러 가야될 차례, 우선 둘의 위치를 찾아야만 했다. 그러나 현성은 저택의 구조를 몰랐고. 그 순간, 적색 바람의 환생이 말을 걸었다.


[둘의 위치는 조금 전에 내가 파악해뒀다. 헌데 아슬아슬한 상황인 것 같은데...]

어떻게? 현성은 의문이 들었으나, 아슬아슬한 상황이라는 말에 일단 곧장 움직이기로 했다.

"제가 지켜드릴테니까 움직이죠."

이로하를 이곳에 혼자 두었다가는 위험할  같았기에 현성은 이로하의 손을 붙잡으며 복도로 나서려고 했다. 그러나 문을 열려고 할 때에 들려오는 적색 바람의 환생의 목소리에 행동을 멈췄다.

[마법을 쓰면 단 번에 움직일  있을거다.]

마법? 무슨 마법을 말하는 거지?


[그냥 단순하게 에리엘이라는 엘프를 떠올리면서 '텔레포트'라 외치면 내가 알아서 해줄거다.]


아, 그런가. 현성은 뒤늦게 레이첼에게 배웠던 마법에 대해 떠올렸다. 마법은 그저 마법명만 되치면 된다는 말, 대신에 마나와의 교감이 중요하다고 하였다. 그리고 지금은 적색 바람의 환생과 깊은 교감을 놔눴기에 충분히 가능할 터, 현성은 망설임 없이 곧바로 에리엘을 떠올리며 외쳤다.


"텔레포트."




***


"하아..."


브랜드는 피가 폭포수 처럼 흐르는 어깻죽지를 오른 손으로 붙잡으며 불타는 듯한 고통을 참아냈다.

왜인지 갑자기 절단되어 버린 왼쪽 팔, 브랜드는 자신의 팔이 무슨 공격에 당한 것인지 몰랐다. 정말로 눈 한 번 깜빡이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잘렸다.

그러나 이 원흉이 얼굴이 일그러질 정도로 웃고 있는 남성임은 분명했다. 여유를 부린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으나, 브랜드는 인정했다. 남성은 여유를 부릴 정도로 압도적인 무력을 가졌다.

하지만 브랜드는 의지가 꺽이지는 않았다. 싸울  있는 것은 자신 뿐, 브랜드는 자신의 목숨에 에리엘과 이로하 그리고 현성의 처지가 달렸기에 포기할 수 없었고. 상처를 추스리는 것을 포기하고 다시 검을 손에 쥐었다.

남성은 그런 처절한 브랜드의 모습에 입꼬리가 찢어질 기세로 배꼽을 잡으며 웃었고. 브랜드는 그것을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다.


어깨 부근에서 뿌리를 뻗어오는 고통에 안 그래도 정신이 흔들리는데, 저런 사소한 것까지 신경을 여유는 없었다. 그렇기에 브랜드는 다시 몸속으로 돌아온 오러를 끌어내며 검날에 둘렀다.

이젠 정말로 뒤가 없었다.  공격 하나로 죽느냐 사느냐가 갈렸다. 확률은 죽는 쪽이 더 높았으나, 브랜드는 망성일 틈이 없었고. 검을 휘두르려고 했다. 그러나 브랜드는 검을 미쳐 휘두르지  했다.

퍼억-

바닥에 앉아 있던 곱상한 남성이 어느샌가 브랜드 앞에 나타나, 브랜드의 복부를 걷어 찼고. 브랜드는 그대로 벽에 박혀 죽은 듯 조용해졌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브랜드는 의식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손끝 하나 움직일  조차 없었고. 브랜드는 남성이 에리엘에게 손을 뻗는 것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엘프라면 분명히 처녀겠지? 흐흐.. 폐하께서 죽이라 명하였으니,  년은 먹어도 괜찮을테고 말이야."


브랜드는 남성의 말을 듣는 순간, 막연히 머릿속에 차지하고 있던 생각이 확실시 됨에 절망적인 감정이 올라왔다. 허나 황제를 원망하지 않았다. 애초에 배신을 하지 않았던가, 배신한 것이 들켰다면 황제의 명령이 이해가 갔다. 충성을 저버린 기사는 더 이상 기사가 아니게 되는 것이니까. 그렇기에 브랜드는 황제가 죽이라 명했다는 사실은 완벽히 받아 들였다.

그러나 브랜드가 절망적인 감정을 느낀 것은, 에리엘이 저들에게 범해지는 것을 지켜봐야만 된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도저히 움직일 수가 없다. 검을 손에 쥐고 싶은데, 바닥에 떨어진 검을 도저히 손에 쥘 수가 없다.


에리엘을 지켜줄 수가 없다.


찌익, 남성이 에리엘의 옷을 찢는 소리가 복도에 울렸고. 브랜드는 차마 그것을 볼 수가 없어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으음.. 죽었나? 죽은거면 좀 그런데.."


에리엘에게 서슴없이 뱉어지는 저질스런 말들, 브랜드는 그것을 듣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눈은 감을 수 있어도 귀는 막을 수 없었기에, 브랜드는 저 말을 온전히 귀에 담을 수 밖에 없었다.


그저 브랜드는 깜깜한 어둠 속에서 귓속으로 들려오는 소리로 상황을 파악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순간.


브랜드는 갑자기 복도가 조용해지며 분위기가 전환됨에 무언가 상황이 변하였음을 느꼈다.


"...뭐냐, 너는?"


남성의 당황섞인 말, 브랜드는 그 말이 향한 곳을 바라봤고. 그곳에서 마지막 희망을 느꼈다.


"그러는 너는 뭐냐?"

현성.

현성과 이로하가 느닷없이 처참한 현장에 나타났고. 어째서인지 현성으로 부터 강력한 기운이 물씬 풍겨왔다.

분명 마지막으로 봤을 때는 그저 신체능력이 좀 뛰어날 뿐인 일반인이었는데 말이다.


허나 브랜드는 목소리 조차 나오지 않았기에, 현성에게 말을 걸 수가 없었고. 그저 묵묵히 쓰러진 채로 상황을 지켜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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