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3화 〉용사입니다. 용사는 싸웁니다.
빛무리.
적색 바람의 환생의 말에 따라 '텔레포트'라 외치니 빛무리가 주변을 덮었고. 현성은 어느순간 주변의 풍경에 바뀜에 당황했다.
허나 두 눈에 들어오는 주변의 상황에 머리가 차게 식어 이성을 되찾을 수 밖에 없었다.
가장 먼저 복도를 뒤덮은 진한 비린 냄새와 아무렇게나 굴러다니고 있는 시체들의 모습에 인상을 찌푸렸고.
다음으로는 에리엘이 옷이 찢겨저 거의 전라가 된 상태로 왠 남성의 품에 안겨 있는게 보였다. 보아하니 정신을 잃은 듯 했다. 헌데 남성의 모습이, 조금 전 죽인 그 변태와 닮아 보였다. 어쩌면 그 변태가 말한 형이라는 작자가 이 사람이 아닐까 싶었다. 또한 남성의 등뒤로 괴기하게 생긴 거구의 남성도 보였다. 피부가 창백하다 못해 파란색과 보라색, 그 사이의 색을 띄는 것을 보아 절대로 정상은 아닌 듯 햇다.
마지막으로 브랜드가 벽에 처참하게 박혀 다량의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게 보였다. 아마 최선을 다해 막아보려고 했겠지만, 남성에게 당한 듯 했다. 잠깐 어울렸을 뿐이지만 브랜드는 절대로 도망칠 성격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뭐냐, 너는?"
남성이 현성의 등장에 경계어린 시선으로 현성을 훑으며 말을 건냈고. 현성 또한 남성에게 적의가 담긴 시선으로 맞부딪히며 말을 건냈다.
"그러는 너는 뭐냐?"
너가 뭔데 에리엘을 겁간하려 하고 있으며, 브랜드에게 상처 입히는가.
현성은 그 모든것을 함축시켜 남성에게 말했다. 그러나 남성은 흥미로워 하는 눈빛을 보였고. 서서히 몸을 일으키고는 온몸의 마디 마디를 풀면서 입을 열었다.
"나? 나는 이클립스 기사단의 단장, 브록이라고 하는데.. 넌 이름이 뭐지?"
팔자 좋게 자기소개를 하는 모습, 현성은 브록이라 자신을 소개한 남성의 여유로운 모습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 허나 적색 바람의 환생이 넌지시 건내는 조언에 섯불리 공격할 수 없었다.
[조심해, 저 녀석 너보다 훨씬 강하니까. 느껴지는 기운도 역한게 불길하기까지 하고...]
적색 바람의 환생의 평가가 틀리지는 않을 터, 현성은 침착하게 화를 삭히며 이성을 유지했고. 싸구려 도발에 넘어가지 않고자 마음을 내려놨다.
"너 같은 놈한테 알려주고 싶지는 않아."
침착하게 대응한다. 현성은 차분하게 브록의 말을 적대적으로 받아쳤고. 브록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어깨를 으쓱이며 태연하게 웃음 지었다.
"아하하, 그럴 줄 알았지. 괜찮아, 괜찮아. 그럴 수록 나야 좋지 뭐..."
스윽, 브록의 손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에리엘의 가슴으로 향했다. 보복성 짙은 행동, 이에 현성은 험악하게 인상을 찌푸렸고. 이로하에게 뒤로 물러나라 손짓하며 손아귀에 붉은색의 활을 만들어냈다.
어떻게 만들었는지는 몰랐다. 그냥 단순히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손에 활이 쥐어졌고. 현성은 브록을 조준하며 시위를 빠르게 당기고는 곧장 놓았다.
파앙-
공기를 터트리는 소리가 복도에 울려퍼지며 붉은색의 화살이 남성에게 향해간다. 하지만 빠른 속도로 궤적을 그리며 나아간 화살은 갑자기 브록의 주변에서 흘러나온 검은색의 기운에 막혀 공중에서 분해되었다.
어찌된 영문일까, 현성은 사고가 정지했다. 분명 적색 바람의 환생이 보여주었던 힘과 같아 보였는데, 고작 여기서 막힐 줄은 꿈에도 말랐다.
[현성, 너는 내 힘을 온전히 담아낼 정도로 강하지 않다. 그렇기에 지금 너가 사용하고 있는 힘은, 내 힘을 흉내내는 것에 불과할 뿐이니 당연한 일이겠지.]
그렇구나. 현성은 적색 바람의 환생의 설명을 들으며 자신의 부족함을 인지했다. 확실히 아무런 노력 없이 그런 힘을 얻는 것은 말도 안 됐고. 지금 당장 이 정도의 힘을 사용할 수 있는 것만 해도 감사히 여겨야 했다.
그렇기에 현성은 해답을 찾아내고자 했다. 도저히 혼자서는 저 남성에게서 에리엘과 브랜드를 구해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현성은 혼자가 아니었다.
[일단 내가 전투를 지휘할테니, 현성 너는 최대한 상황을 눈에 담아내면서 내 말을 듣는 것에 집중해라.]
적색 바람의 환생이 도움의 손길을 건냈다. 그녀가 보여주었던 위용을 생각하니 현성은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 들었다. 물론 이것 또한 자신이 잘해야만 한다는 것을 알기에, 현성은 곧바로 전투에 집중했다.
[저 녀석의 사용하는 힘은 타락한 자들의 것과 같다. 무슨 수를 써서 저 힘을 얻은 것인지는 몰라도, 저 힘에는 큰 부작용이 있으니 그것을 노려야만 한다.]
전투에 들어서니 적색 바람의 환생의 말투가 딱딱해졌고. 현성은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혹여나 남성이 돌발 행동을 벌일까 언제든지 반응할 각을 재고 있었다.
[...뒤로 물러서!]
갑자기 들려오는 다급한 외침, 현성은 생각 보다도 몸이 먼저 반응했고. 적색 바람의 환생의 말을 따라 뒤로 물러서는 순간, 눈앞에서 다리를 뻗은 브록의 모습이 보였다.
"휘유, 이걸 피하네?"
브록이 의외라는 듯 휘파람을 부며 말을 건낸다. 현성은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었다.
조금도 눈을 때지 않고 있었는데, 한 순간에 공격을 해왔다. 만약 적색 바람의 환생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그대로 당했으리라. 현성은 목덜미로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브록은 한 번의 공격을 끝으로 더는 공격하지 않았다. 분명 마음만 먹는다면 얼마든지 농락할 수 있을텐데 말이다.
그렇기에 현성은 적색 바람의 환생이 왜 자신보다 저 남성이 더욱 강하다고 한 것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심지어 남성은 허리춤에 찬 검 조차도 뽑지 않은 상태였다.
[잘 들어라, 현성. 타락한자들의 힘은 쉽게 강력한 힘을 선사하지만, 조금씩 시간을 지날수록 정신을 갉아 먹는다.]
적색 바람의 환생의 조언. 허나 그 말속에는 남성을 이길 방법은 없었다. 현성은 브록으로부터 버틸 의지는 있었으나 자신은 없었다.
[겁 먹지마라. 다행히도 마나는 타락한 자들의 힘과 상성이 좋으니까.]
으윽, 현성은 적색 바람의 환생의 말에 입술을 꽉 깨물며 마음속 한켠에 자리잡은 두려움을 떨쳐냈다.
[그리고 타락한 자들의 힘을 상대하기 좋은 마법은 빛 속성의 마법을 쓰는거다. 코쟁이들의 신성력만큼은 아니지만, 저들의 힘을 상대하기에는 충분히 강력한 힘을 발휘하니 말이다.]
빛속성 마법. 마법에도 속상이란 것이 있다는 사실은 제아무리 문외한인 현성이라도 어렴풋이 그런 설정의 웹툰이나 영상물 속에서 보았던 적이 있었기에 인지는 하고 있었다. 다만 세부적인 것은 몰랐고. 지구의 평범한 사람이 구축한 상상속의 지식이 이곳에서 통하리란 생각치는 않았다.
그렇기에 현성은 적색 바람의 환생의 지시만을 기다리며 브록을 견제했다.
"너, 돌연변이냐?"
"그러면 어쩔건데?"
남성의 물음. 이에 현성은 퉁명스레 대답했고. 그러자 남성이 드디어 표정을 찡그렸다. 그러나 그 순간 머릿속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멍청이! 방심하고 있는 상대를 도발해서 어쩌자는 건데!?]
아.
현성은 뒤늦게 자신의 실수를 인지했다. 상황은 남성에게 유리했다. 더군다나 무슨 수를 쓴 것인지는 몰라도 압도적인 스피드를 보였었다.
그 말은 즉슨, 남성의 심기가 조금이라도 불편해진다면 얼마든지 우발적인 행동을 보일 수도 있다는 뜻이었고. 현성의 예상은 그대로 현실로 이어졌다.
후욱-
무언가를 잡아채는 소리, 하지만 그것은 현성에게서 나는 소리가 아니었다.
"아으..."
뒤에서 들려오는 괴로운 듯한 이로하의 신음 소리. 브록이 노린 것은 현성이 아니라 무방비 상태인 이로하였고. 현성은 몸을 격하게 돌려, 이로하가 있는 곳을 바라봤다.
그리고 그곳에는 남성에게 목이 붙잡혀 공중에 들린 이로하가 보였고. 현성은 한 순간 이성의 끈을 놓았다.
충동적으로 현성은 시위를 당겼고. 제대로 조준 조차 하지 않은채, 시위를 놨다.
파앙-
현성의 감정이 담긴 듯, 진한 붉은색의 화살이 일직선으로 남성에게 뻗어나갔다. 그렇게 화살은 그대로 남성의 갑옷을 뚫고 지나가 정확히 심장까지 꿰뚫었다. 그와 동시에 목적을 완수한 화살은 순식간에 흩어져 사라졌고. 남성은 화살에 맞은 심장 부근을 어루만지며 앞으로 고꾸라졌다.
그 모습에 현성은 남성이 죽었다고 생각했지만, 곧바로 들려오는 적색 바람의 환생의 목소리에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방심하지마. 아직 안 죽었으니까.]
분명 심장이 뚫렸는데 죽지 않았다니, 현성은 말도 안 된다 생각하였지만. 적색 바람의 환생의 말이 틀릴 리가 없다 생각하였고. 이로하에게 어서 자신쪽으로 오라는 신호를 보냈다.
그리고 그것을 본 이로하는 곧장 현성에게 달리기 시작했다.
[라이트 쉴드라 외쳐라!]
"라이트 쉴드?!"
갑작스런 적색 바람의 환생의 외침. 현성은 저도 모르게 그것을 따라 외쳤고. 그러자 하얀색의 빛으로 이루어진 막 같은 것이 이로하를 감쌋다.
저것은 무엇일까? 라고 생각하는 순간, 이로하의 등뒤를 꺼림직한 느낌의 검은 기운이 덮쳤다. 하지만 다행히도 하얀색의 막이 방패의 역할을 하며 이로하를 지켰고. 이로하는 무사히 현성 쪽으로 올 수 있었다.
"하아.. 하아.. 뭐에요 저 사람..?!"
이로하는 두려워서인지, 아니면 달려서 그런 것인지 격하게 숨을 내쉬며 말을 건냈고. 그와 동시에 현성의 팔을 꽉 붙잡았다. 그리고 현성 또한 이로하를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기며 정면을 응시했다.
"하아... 씨발, 아프잖아 개같은 새끼야..!"
분명히 심장이 뚫렸다. 하지만 어느샌가 남성은 멀쩡한 모습으로 일어나 분노하며 이쪽을 노려보고 있었다.
어떻게 심장이 뚫렸는데 살아 있을 수가 있지? 현성은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에 머리가 멍한 느낌이 들었으나. 곧바로 이어지는 적색 바람의 환생의 지시에 정신을 차렸다.
[라이트 프리즌이라 외쳐라.]
"라이트 프리즌..."
현성은 적색 바람의 환생에 따라 망설임 없이 명령한 말을 뱉었고. 그러자 현성의 주변으로 부터 새하얀 빛을 뽐내는 철창 같은 것이 생겨나 빠른 속도로 남성을 덮쳤다.
쿠웅-
묵직한 굉음, 하얀색의 철창은 순식간에 브록의 주변을 애워쌌고. 브록은 꼼짝없이 그 안에 갇힌 신세가 되었다. 이에 브록은 철창을 붙잡으며 벗어나려고 시도했으나, 그것은 부질 없는 짓이었다.
화륵-
"아아악-!! 씨바알!!"
브록이 철창을 붙잡는 순간, 철창에서 불이 뿜어져 나와 브록을 덮쳤고. 그것을 제대로 직격한 브록은 고통섞인 괴성을 질러댔다. 그 모습이 참으로 처참했지만, 현성은 동정심을 품지 않았다.
이것은 목숨이 걸린 싸움이니까.
갖잖은 동정심이 낄 자리는 없었고. 현성은 적색 바람의 환생의 지시를 기다렸다.
[당분간은 못 빠져나올거다. 그러니 당장은 부상당한 둘을 치료하러 가라, 거의 죽기 직전이니까.]
마무리는 하지 않는건가? 현성은 의문이 들었으나 죽기 직전이라는 말에 주저없이 뒷편에 쓰러져 있는 에리엘과 브랜드에게로 향했다.
툭, 발에 무언가가 걸린다.
하지만 현성은 그것을 구태여 확인하지 않은 채, 우선 에리엘의 앞에 무릎을 꿇어 상태를 확인했다. 슬쩍 손을 잡아보니 에리엘의 몸이 죽은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차가움에 현성의 얼굴에 순간적으로 절망이란 감정이 드리웠고. 적색 바람의 환생이 그것을 일깨웠다.
[아직 안 죽었으니까, 정신 차리고 힐이라 외쳐.]
침착하면서도 단호한 말, 그것은 현성이 제정신을 차리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힐."
단 한 글자, 현성은 에리엘의 손을 붙잡으며 그 말을 뱉었고. 그러자 맞잡은 손에서 빛이 일구어지더니 에리엘의 몸을 점차 감싸기 시작했다.
참담한 상황에 걸맞지 않게 아름다운 광경, 현성은 물론이고 이로하 마저도 그것을 멍하니 바라봤고. 현성은 점차 에리엘의 체온이 정상적으로 돌아오는 것이 느껴졌다.
[엘프는 됐다. 다음은 저 기사한테 가라.]
"아.."
현성은 적색 바람의 환생의 말에 잠깐 가출한 정신줄을 붙잡았다. 지금은 이럴 때가 아니었다. 그렇기에 현성은 에리엘의 손을 놓으며 몸을 일으켰고. 벽에 박힌 채로 쓰러져 있는 브랜드에게로 갔다.
그런데 이제보니 심각한 것은 에리엘 보다 브랜드가 더욱 심각했다. 어디로 간 것인지, 왼쪽 어깨에 붙어있어야 할 팔이 보이지 않았고. 찢겨진 옷 사이로 보이는 복부에는 짙은 피멍이 들어 있었다.
그러나 다행인 것은 브랜드는 아직까지 의식이 있는 듯, 현성의 두 눈을 분명하게 바라보고 있었고. 현성은 그 시선을 받아내며 브랜드의 몸에 손을 얹어 나지막이 짧막한 발을 뱉었다.
"힐..."
후웅-
이번에도 마찬가지.
하얀색의 빛무리가 브랜드의 몸을 감쌌고. 브랜드의 혈색이 점점 돌아오며 상처가 아무는 것이 눈에 보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절단된 신체 부위는 회복되지 않았다.
"하아.. 이제 좀 살겠네.."
지친 기색이 여력히 담긴 목소리, 브랜드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아무렇지 않게 짧은 말을 뱉었다. 조금 전까지 죽어가던 사람인가 싶을 정도로 말이다.
그리고 그 순간, 철창에 갇혀 있던 브록이 반대쪽에서 멍하니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거구의 남성에게 큰소리를 화를 내듯 외쳤다.
"씨이발, 브래쉬! 뭐해?!"
브래쉬, 현성은 아까부터 멀리서 가만히 서있기만 했던 거구의 남성의 존재를 인지했다.
"브래쉬, 싸운다!!"
아무래도 지능에 문제가 있는 모양, 현성은 거구의 남성을 보며 조금은 두려운 감정을 품었다. 허나 브록 보다는 수준이 한참 낮다는 것이 본능적으로 느껴졌다. 그렇기에 현성은 고개를 저으며 두려움을 떨쳐냈고. 다시금 활을 손아귀에 형성시키며 시위를 당겼다.
파앙-
날카로운 소음이 복도를 가득 채웠고. 허공에서 생겨난 붉은색의 화살은 그대로 직진하여 브래쉬의 이마를 꿰뚫었다. 그러자 거구의 남성은 멍한 표정을 마지막으로 뒤로 넘어갔다.
쿠웅-
덩치가 큰 만큼, 굉음이 복도에 퍼진다. 죽은걸까? 현성은 조금 전에 브록이 심장을 꿰뚫리고도 멀쩡했던 것을 생각하면 왜인지 거구의 남성도 멀쩡히 일어설 것만 같았다. 그리고 현성의 그런 생각에 적색 바람의 환생이 말을 더 했다.
[타락한 자들의 약점은 몸속 어디가에 있는 핵이다. 그런데 죽어버린 것을 보면 저 녀석의 핵은 이마에 있었던 것 같다.]
핵?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대충 용의 역린과 비슷한 맥락인 것만을 알겠다. 일단 현성은 거구의 남성이 죽었다는 사실에 다시 브록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뇌를 찌르면 되는거였나.."
옆에서 브랜드가 허탈한 느낌의 힘이 쫙 빠진 목소리로 말을 뱉었다. 아무래도 브랜드는 저 남성을 상대로 꽤나 고전한 듯 했다. 그리고 현성은 브랜드가 잘못 인지한 부분을 정정하고자 했다.
"아니에요, 몸속 어딘가에 있는 핵을 노려야 된데요."
현성은 적색 바람의 환생으로부터 들은 정보를 그대로 브랜드에게 전해주었고. 왜인지 브랜드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현성을 바라봤다.
"너, 그걸 어떻게 아는건데? 그리고 왜 누구한테 방금 막 들은 것 처럼 말하는 거고?"
"어..."
현성은 브랜드의 질문에 잠깐 머리가 멍해졌다. 그러고 보니 이 목소리는 다른 사람에게 들리지 않는거겠지? 그런것이라면 브랜드가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은 당연했다.
브랜드가 보기에 자신은 그저 다른 세계에서 온 존재일텐데, 이 세계의 지식을 아는 것이니 말이다.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그렇게 현성의 사고가 다른 곳으로 흘러가려는 순간, 이번에도 적색 바람의 환생이 그것을 재빠르게 막았다.
[대충 얼버무려. 이제 마법이 풀릴 시간이니까.]
"그런게 있어요. 나중에 설명 드릴게요.."
현성은 마찬가지로 적색 바람의 환생의 말을 따라 설명을 나중으로 미뤘고. 브랜드 또한 일단은 그러려니 하고 넘어간 듯 했다. 그리고 브랜드는 슬그머니 현성의 앞에 서서 바닥에 떨어진 자신의 검을 주어들었고. 하나 밖에 남지 않은 팔로도 싸우고자 하는 의지를 보였다.
"이로하, 에리엘 데리고 잠깐 뒤로 빠져 있어."
브랜드가 기사다운 면모를 보이며 이로하에게 명령을 내렸고. 이로하는 그 말을 따라, 점차 생기가 돌아오고 있는 에리엘을 끙끙 거려가면서 일으켜 부축을 하며 뒤로 물러섰다.
"씨이발.. 브래쉬!!! 십새끼들, 감히 내 동생을 죽여!? 니들은 뼈 째로 씹어 먹어 줄테니까 각오하라고. 응?!!!"
조금 전에 죽인 남자가 저 남자의 동생이었던가? 현성은 대충 사정을 이해하며 브록의 분노에 준비했고. 브록을 가둔 철창이 사라지기 직전, 적색 바람의 환생이 지시를 내렸다.
[라이트 애로우.]
이제는 외치라는 말 조차 안 하고, 마법명만을 가르쳐준다. 하지만 현성은 불평불만을 가질 새도 없이, 무작정 적색 바람의 환생이 가르쳐준 것을 곧장 소리내어 외쳤다.
"라이트 애로우."
"뭐야?!"
현성의 외침에 허공에서 새하얀 빛무리로 이루어진 화살이 생겨났고. 브랜드는 갑자기 마법을 발현시키는 현성의 모습에 당황한 반응을 보였다. 그와 함께 현성과 적색 바람의 환생이 발현 시킨 '라이트 애로우'가 브록에게로 날아갔고. 브록은 그것을 맞기 직전에, 자신의 앞에 검은색의 장벽을 생성해내는 것으로 막아냈다.
[역시 이 정도로는 안 되나?]
아무래도 적색 바람의 환생은 남성이 막아낼 것임을 예상한 듯 했다. 그리고 얼마 안 가 검은색의 장벽이 걷어졌고. 그곳에서 브록은 온데간데 없고 온몸이 검은색의 털로 뒤덮인 낯선 존재가 서있었다.
"크륵, 너네 죽여버린다.."
짐승의 울음소리와 비슷한 느낌의 목소리. 허나 느낌상으로 저 존재가 브록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허어.. 어쩐지 기운이 심상치 않다했더니. 일체화까지 가능한 놈이였네?]
일체화, 그것이 무엇인지는 몰랐으나. 현성은 아무튼간에 절대로 좋은 것이 아님은 깨달았고. 마찬가지로 적색 바람의 환생의 지시를 기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