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6화 〉용사입니다. 전쟁이 시작됩니다. (66/89)



〈 66화 〉용사입니다. 전쟁이 시작됩니다.
안전이 확보된 상황, 브랜드는  상황 속에 에리엘과 현성을 빈방의 침대에 나란히 놓아두었고. 이로하에게 둘의 간호를 맡기며 자신은 저택 밖으로 나와 바깥을 활보했다.

결론적으로 엘프의 영역은  차례 난리가 난었는지 폐허가 된 상태였다.

특히 엘프들이 주로 모여 살던 거주 지역은 멀쩡한 건물 조차 없었고. 거리에는 낯선 이들이 곳곳을 돌아다니며 부상 당한 이들을 챙기거나 아무렇게나 나뒹구는 시체들을 치우는 모습이 보였다. 아마도 돌연변이 왕이 데려온 동료들인 듯 했기에, 브랜드는 그들 중  명에게 다가갔다.

"이봐, 잠깐 뭣 좀 불어봐도 될까?"

브랜드가 말을 건 것은 한 여성이었다. 옅은 갈색을 띄는 머리에 살짝 까무잡잡한 피부, 키는 여자 치고는 꽤나 큰편이었고. 그래서 그런지 겉모습이 눈에 띄는 편이었기에 브랜드는 여성에게 먼저 다가갔다. 여성은 그런 브랜드를 보고는 눈썹을 위로 들어올리며 다소 놀란 반응을 보였다.

"어.. 나 말하는건가?"

겉모습과는 다르게 꽤나 얇은 목소리, 브랜드는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으나. 그런 생각은 재빨리 저 멀리 치워버렸다.

"으음, 무슨 일이야?"

여성은 브랜드에게 자연스럽게 말을 놓았고. 브랜드는 왜인지 처음 보는 사이일텐데도 느껴지는 친숙함에 보통 친화력이 아님을 느꼈다.

"아리스토 님은 지금 어디에 계시는지 알고 싶은데."

브랜드는 여성에게 아리스토의 행방에 대해 물었다. 앞으로의 행보에 대해 어떻게 할 생각인지 얘기를 듣고 싶었기 때문이었고. 여성은 곤란함을 얼굴 위로 드러내며 말을 이었다.

"아리스토 님은 지금 회의 중이셔서.. 만날려면 꽤나 걸릴걸?"

회의 중이라, 하긴 돌연변이 왕도 지금의 상황이 범상치 않음을 느꼈을 터.  상황에 대해 논의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이것은 제국과 마족이 결탁했다  수 있는 사건이었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브랜드는 지금은 때가 아님을 인지하고 조금 나중에 찾아오기로 결정했다.

"해가  때 쯤에 찾아 가겠다고 전해줄 수 있으려나?"

"으음, 그냥 회의가 끝나면 내가 말해줄께."

굳이 그렇게 까지? 브랜드는 여성의 호의에 적잖게 당황했다. 그러나 다른 목적이라고는 전혀 없어 보였기에, 브랜드는 굳이 거절할 이유를 찾을 수 없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해주면 나야 고맙지."

"그래? 그런데 넌 엘프가 아닌 것 같은데.. 혹시 너도 지구에서 온거야?"

지구에서 왔냐는 말, 브랜드는 그 말을 듣자 망설임 없이 고개를 저었고. 여성은 아깝다는 듯이 탄식을 했다.

"으으.. 오랜만에 신입  보나 했더니..."

신입이라는 말, 그러고 보니 돌연변이 왕의 동료라면 당연히 용사일 터였다. 돌연변이 숲에는 제국이 돌연변이라 칭하여 쫓아낸 자들과 돌연변이 왕, 그리고 몬스터 밖에 살지 않으니 말이다. 또한 그렇게 따지자면 이곳에 있는 모든 낯선 이들은 용사라고 유추할  있었다.

얼핏봐도  댓명은 되어 보인다. 더군다나 브랜드는 어쩌면  중에 자신과 구면인 이도 있을 거라 생각했다. 지난 몇 년간 돌연변이들을 안내하는 역할을 맡았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품기 무섭게 옆에서 누군가가 말을 걸어왔다.

"어.. 브랜드 씨?!"

어딘가 익숙한 목소리. 브랜드는  목소리의 주인을 기억하고 있었다.

"아나스타샤..?"

아나스타샤, 브랜드는  이름을 떠올려냈다. 기사가 되고 돌연변이를 엘프의 영역으로 안내를 하는 임무를 맡고 난 후, 가장 처음 맡았던 사람이었기에 기억에 남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아나스타샤라는 브랜드에게 단걸음에 뛰어왔고. 이내  쪽 팔이 없음을 보고선 충격 받은 듯 눈망울에 물기가 어렸다.

"브랜드 씨, 팔이.. 왜?"

다시는 만날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런 식으로 만날 줄이야. 브랜드는 진심으로 당황한 마음에 울먹거리는 아나스타샤를 어쩔 줄 몰라했다. 그러나 앞서 대화를 하던 여성이 울락말락 거리는 아나스타샤를 꽉 끌어안으며 위로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아나짱, 잘 들어.  분은 새로운 시대에 팔을 주고 온  뿐이야, 알겠지?"

"...?"

브랜드는 여성이 내뱉은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새로운 시대에 팔을 주고 왔다니, 브랜드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었기에 얼척이 없었다.

그러나 그 말이 먹혔는지 아나스타샤의 울음이 금새 멈췄다. 뭐랄까, 어린 아이를 달래는 마법의 주문이라도 되는 걸까? 브랜드의 기억 속에 아나스타샤는 어리고 여린 소녀였기에 그럴 듯 했다. 물론 지금은 폭풍 성장하여 어렷한 미녀의 아가씨가 되었지만 말이다.

그래도 사람이 본래 가진 성격은 쉽게 변하지 않으니, 그 때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을 것 같기는 했다.

아무튼간에 브랜드는 여성의 이상한 말에 장단을 맞추고자 했다. 처음 만났을 때에도 울고불며 난리치던 것을 힘겹게 달래주었으니 말이다.

"맞아, 내 팔은 그.. 뭐냐, 새로운 시대? 거기에 주고 온 것 뿐이니까 걱정하지 마라."

어색함이 짙게 뭍어난 것이 스스로 조차 느껴질 정도. 허나 아나스타샤는 그것만으로도 납득했는지 금새 해실해실 웃으며 특유의 천진난만한 매력을 발산했고. 여성의 품에서 벗어나 브랜드의 오른팔에 팔짱을 끼고는 낑낑 거리며 어디론가 끌고 가려는 행동을 보이기 시작했다.

분명 처음 보았을 때에도 이랬다. 말로 표현하기 보다는 행동으로 하는 버릇,  버릇이 몇 년의 세월이 흘렀음에도 변하지 않았다는 것에 브랜드는 다소 충격이었다. 보통은 차츰 성장해 가면서 그런 버릇은 고쳐지기 마련이었으니 말이다.

"뭐해? 그러지 말고 말로 해, 말로."

브랜드는 능숙하게 아나스타샤의 치기어린 행동을 받아주며 대화를 이끌었고. 아나스타샤는 해맑은 웃음을 지으며 브랜드를 올려다봤다.

"오랜만에 봤잖아요! 제가 얼마나 하고 하고 싶은 말이 많았는 지 알아요? 엄청 보고 싶기도 했고.."

흡사 사랑에 빠진 소녀 처럼 아나스탸사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내렸다. 물론 브랜드는 그 모습을 보며 귀엽다는 생각만을 가질 뿐, 별다른 감정을 품지 않았다. 브랜드의 취향은 확고한 연상이었기 때문이었다.

아무튼간에 브랜드는 오랜만의 재회를 잠깐 즐기기로 했다. 어차피 안정이 확보된 이상, 잠깐의 휴식 정도는 필요했으니 말이다.

그렇게 브랜드는 아나스타샤가 이끄는 대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고. 그 뒤를 따라 여성도 움직였다.

***

"하윽.."

어두운 방안, 레이첼은 바닥을 구르며 복부에서 느껴지는 절로 신음이 흘러나오는 고통에 험악하게 인상을 찌푸렸다.

맨처음 생각했던 작전은 보기 좋게 실패했다. 애초에 저들은 레이첼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는 듯이 침착하게 대응했고. 그 뒤로 레이첼은 어두운 방안에서 감각에 의지해가며 전투에 임했다.

마나로 빛을 발하면 되는 일이었지만, 레이첼은 그런 미련한 짓을 하지 않았다. 마나로 빛을 밝힌다면 적의 위치를 알 수 있게는 되겠지만, 자신의 위치까지도 보여주는 행위였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레이첼은 어둠속에서 홀몸으로 실피드와 거구의 남성을 상대해야만 했고.  결과가 지금 이 꼴이었다.

결론적으로 레이첼은 이렇다  반격 조차 못 하고 처참하게 밀렸다. 심지어 실피드는 정령을 불러내지 조차 않았고, 거구의 남성 또한 무식한 힘을 압세운 공격만을 할 뿐이었다. 그런데도 레이첼은 아무것도 하지   채 밀렸다는 것, 레이첼은 스스로 조차 자신이 왜 밀리고 있는지 영문을 몰랐다.

그저 방안에 있는 시간이 흐르면 흐를 수록, 점점 마나를 다루기 힘들어졌다. 마치 무언가 마나를 억제하는 느낌, 무슨 수를 쓰고 있는 것만큼은 확실했다. 그러나 어떠한 방식으로 마나를 억제하고 있는지는 불분명했다.

마나의 사용을 방해하는 마법은 있었어도, 마나 그 자체를 강제로 억제 시켜버리는 마법은 없었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레이첼은 그저 좁은 방안에서 도망치기에 급급했고. 결국에는 거구의 남성이 휘두른 주먹에 얻어 맞아 바닥을 구를  밖에 없었다.

"스승님, 얌전히 계시지요. 저는 스승님이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을 보기가 싫습니다."

"스승이라 부르지마라.. 너 같은 놈을 제자로 둔 적 없다."

레이첼은 실피드의 발언에 고통스런 와중에도 목소리를 내어 실피드를 부정했다.

레이첼은 마족과 결탁한 실피드가 자신의 제자였던 것 조차 역겨웠다. 제국의 황제라는 자가 넘지말아야 할 선을 넘었다니, 그것은 레이첼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레이첼은 최대한으로 마나를 끌어모았다. 아무리 억제당하고 있다 하여도, 어거지로 모으려고만 한다면 어느정도 수준으로 모을 수는 있었다.

다만 그 수준이 본래 가진 힘의 반의 반도  된다는 것이 문제였다. 그러나 손 놓고 당하고 있을 수만은 없어기에, 레이첼은 그걸로라도 최대한의 방어와 공격을 겸하기로 했다.

마나를 억제한다고 하여도, 마나를 제어하는 것 자체는 멀쩡했고. 레이첼은 무색의 마나를 조금씩 흐릿하게 보이는 실피드의 주변으로 흘려보냈다.

다행히도 실프드는 방심하고 있는 듯, 아무런 방비 조차 하지 않고 있었고. 그렇게 무색의 마나는 실프드의 주변을 완전히 애워쌌다.

이에 레이첼은 곧바로 무색의 마나에 의지를 불어넣어 마치 폭탄이 터지듯이 폭발을 일으켰고. 붉은색의 화염이 솟구치며 방안을 가득 채웠다.

화염은 레이첼 마저도 덮쳤지만, 본디 마나란 의지에 따라 피아를 식별할  있었기에 레이첼은 눈하나 깜짝 안  채로 정면을 응시했고. 곧이어 폭발로인한 여파가 완전히 사라졌다. 방안에는 곳곳에 불이 붙었고, 그로인해 방안은 횃불을 킨  마냥 환하도록 밝아졌다.

이윽고 방의 중간에서 멀쩡히 서있는 실피드가 레이첼의 시야에 들어왔고. 레이첼은 혀를 차면서도 당연한 결과라 생각하였다.

최소한의 마나로 최대의 효율을 냈다.

그러나 최소한의 마나로 최대의 효율을 낸다고 한들, 실피드 수준의 강자에게는 아무런 타격 조차 줄 수 없었다. 그나마 실피드의 옆에 있던 거구의 남성이 사라졌으니 다행이라고 여겼다.

"하아.. 스승님, 이러시면 곤란하잖습니까.

실피드가 이마에 손을 올리며 말 그대로 곤란함을 드러냈고. 레이첼은 그것을 보며 퉁명스레 답했다.

"나야말로 곤란하다. 너 같은 놈을 제자라고 들였던 내가 너무 한심해서 곤란하다."

"그렇게 말하면 제가 상처를 받지 않겠습니까? 스승님."

"너는 이미 나에게 커다란 상처를 안겨놓고 그런 말을 잘도 하는구나."

레이첼은 뻔뻔하게 얼굴에 철판을 까는 실피드를 보며 학을 땠다.

분명 과거의 실피드는 힘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기는 했으나 올곧고 정직한 남자였다. 그런데 저렇게 변했다니, 도대체 무슨 일을 겪었기에 저렇게 변해버린걸까? 어쩌면 본래 저것이 천성이었던 것일까. 하지만 레이첼은 그것에 대하여 깊이있게 생각하지 않았다. 결과론적으로 그는 금단의 선을 넘어버린 세계의 배신자였으니 말이다.

실피드에게 무슨 사정이 있던간에 그 죄는 절대로 용서 받지 못 한다. 아마 이 소식이 대륙에 퍼진다면, 제국은 대륙의 모든 왕국과 전쟁을 피할 수 없을 터였다. 다만  소식이 퍼질지가 문제였다. 레이첼은 자신이 빠져나가지  한다고 하더라도, 영역에 있을 네 사람이 무사히 살아남아 제국의 황제가 타락했다는 사실을 전해주기를 바랬다.

실피드가 말하길, 마족의 힘을 더한 마나를 훈련시킨 기사단을 보냈다고 하였으니, 그들이 살아만 남는다면 분명히 전해질 터였다. 그렇기에 레이첼은 지금 당장의 상황에 충실하기로 마음 먹었다.

뭐가 어찌됐든간에 중요한 것은 실피드로 부터 벗어나, 함께하기로 한 이들에게 무사히 돌아가는 것이 우선이었다. 실피드를 이곳에서 처리한다는 것은 레이첼 스스로가 생각해도 불가능함을 알기에 생각 조차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순간.

레이첼은 방안 전체를 감싸오는 불길할 정도로 검은 기운에 본능적으로 직감했다.

돌아갈 수 없다.

그들에게 돌아갈 수 없다.

레이첼은 자신이 살아서 돌아갈 수 없음을 직감했고. 안타깝지만 영역에 있을 이들만이라도 살아남기를 바랬다.

검은색의 기운은 점차 레이첼의 온몸을 덮어오기 시작했고. 레이첼은 실피드에게서 끝까지 시선을 때지 않았다.

이대로 실피드가 자신을 죽일건지 아니면, 살려둘 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 그러나 돌아갈 수 없음은 확신했다. 그렇기에 레이첼은 끝가지 실피드를 눈에 담았다. 그리고 레이첼은 실피드의 이마 부분에  튀어나온 뾰족한 것을 보며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상태임을 느꼈다.

부디, 누구라도 좋으니 실피드를 막아주기를 바라며 레이첼은 점점 흐릿해져가는 의식에 눈이 감겨왔다. 그와 동시에 레이첼은 에리엘과의 약속이 떠올랐다. 돌아간다고 그렇게 자신있게 말하고 왔는데, 아무래도 운명이 아니었나 보다. 레이첼은 에리엘에게 미안한 마음을 품었고. 마지막으로 현성을 떠올렸다.

자신의 제자, 무척이나 오랜만에 들였던 제자. 레이첼은 현성에게 아무것도 해주지 못 했다는 것이 후회됐다.

많은 것을 알려주고 싶었고. 많은 것을 함께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러지  한다는 사실이 레이첼의 가슴을 옥죄었다. 허나 실피드는 그런 감정 조차도 허락하지 않았고. 이내 검은색의 기운이 레이첼의 전신을 덮어버리자, 레이첼은 완전히 의식을 잃었다.






***




영역 내부에서 그나마 멀쩡한 집 안.

그곳에서 브랜드는 적지않은 시간 동안 아나스타샤와 대화를 나눴다. 아무래도 아나스타샤는 그간 쌓여왔던 것이 많았는지, 많은 이야기나 불만을 브랜드에게 토로해왔고. 어째서인지 따라온 여성은 그것에 자연스레 맞장구를 치며 아나스타샤의 편을 들기에 바빴다. 그리고 브랜드는  사이에서 묵묵히 아나스타샤의 얘기에 적당히 반응해주었다.

어찌보면 무정한 태도였으나 아나스탸사는 그런 매정한 브랜드의 행동에도 즐거운 듯한 얼굴을 보였다.

어쩌면 당연한 일일 수도 있었다. 아나스타샤가 이세계로 떨어지고 난 후, 처음으로 사람다운 대화를 한 것이 브랜드였고. 그렇기에 순진무구한 아나스탸사에게 있어 브랜드는 백마탄 기사는 아니더라도, 동화 속에나 나올 법한 기사와 겹쳐 보였다. 적당히 말하자면 그냥 콩깍지에 씌인 것이나 다를 바가 없었기에, 아나스타샤는 브랜드와 몇 년만에 재회했다는 것만으로도 기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브랜드는 슬슬 원래의 목적을 이루고자 했다. 그렇기에 브랜드는 아나스타샤의 옆에 딱 붙어앉은 여성을 바라보았다.

아나스타샤가 소개하기를 그녀의 이름은 츠바키라고 하였고. 츠바키는 꽤나 붙임성 좋은 성격의 여자였다. 처음 보는 브랜드와도 마치 10년지기 친구인 것 마냥 능숙하게 대화를 이끌어가는 것을 보면 확실했다. 그렇기에 브랜드는 편하게 그녀에게 말을 건내고자 했다.

그러나  순간, 한 남성이 문을 열고 들어오는 바람에 그것은 이루어지지 못 했고.  남성이 안에 들어오자마자 외치는 말에 브랜드의 표정은 한 순간에 굳어버렸다.

"전쟁이다! 왕께서 전쟁을 선포하셨다! 다들 복귀해서 재정비 하란다!"

탁- 갑자기 등장한 남성은 전달 사항만을 전하고 곧바로 다른 곳으로 향했고. 브랜드는 생각에 잠겼다.

전쟁이라니, 결국엔 올 것이 왔다. 예상한 부분이긴 했으나 아무래도 실제로 이어지니 긴장이 되기 마련이었다. 다른 사소한 것도 아니고, 전쟁을 선포했으니 말이다. 그러면서도 브랜드는 빠르게 생각을 전환하였고. 우선 이들을 따라 가기로 하였다. 딱히 물어보지 않아도, 이미 브랜드를 비롯한 저택의 이들은 제국에 반하는 진영에 들어온 것이나 마찬가지였기에 합류하는 것이 맞았다.

허나 브랜드는 제국의 황제를 만나러간 레이첼에 대한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돌아온다고는 하였으나, 여태까지 돌아오지 않은 것을 보면 잘못됐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나 브랜드는 레이첼을 버리는 쪽으로 결정했다. 애초에 레이첼이 실패했다고 판단되었을 경우, 의식을 잃은 현성을 데리고 돌연변이 숲으로 도망가기로 결정하였으니 말이다.

"뭐해요, 브랜드 씨? 얼른 나가요!"

아나스타샤가 멍하니 생각에 잠긴 브랜드에게 다급히 말을 건내왔다. 그만큼 급한 상황이기에 브랜드는 정신을 차리며 몸을 일으켰고. 슬며시 아나스타샤의 앞에 서며 머리 위로 손바닥에 얹었다.

"아나스타샤, 나는 동료들을 데리러 갈테니까 먼저 가라. 지금 두명이 의식을 잃은 상태라 남아 있는 동료만으로는 챙기기 힘들테니까."

브랜드는 상냥한 말투로 사정을 말하며 아나스타샤를 먼저 보내고자 했고. 이에 아나스타샤는 눈썹을 한데 모으며 불만스런 감정을 드러냈다.

"같이 가요.  몸으로 어떻게 동료분들을 챙기게요?"

맞는 말, 브랜드는 아나스타샤의 말에 반박할 수 없었다. 이로하와 둘이서 현성과 에리엘을 챙기기에는 다소 무리인 감이 없지 않았다. 이로하의 경우, 힘이 꽤나 있는 편이기는 했으나 사람이 너무 약했다. 더군다나 브랜드 자신 또한 한 쪽 팔을 잃은 상태라 현성을 챙기는 것에 필히 어려움이 있을 수 밖에 없었다.

"나도 갈게, 혹시 모르잖아? 내 도움이 필요할 지."

아나스타샤의 뒤를 이어 츠바키 또한 브랜드에게 도울 의사를 밝혔다. 브랜드는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 확실했기에 망설임 없이  여자의 호의를 거절하지 않고 받아들였고. 브랜드는 곧바로 앞장 서서 저택으로 향했다.

그리고 저택으로 향하던 와중에 브랜드는 앞으로 대륙에 혼란스러운 정세가 이어질 거란 생각에 착잡한 마음이 들었다. 안 그래도 요즘들어 마족의 침입이 잦아지고 있는 중인데, 여기서 전쟁이 일어난다니.

대륙의 역사 중 그 어느 시대에도 이런 적은 없었다. 그렇기에 브랜드는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감히 예상할  없었다.

그저 상황이 최악으로 흘러가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부디 대륙에 평화가 찾아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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