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8화 〉Chapter 1. 여행의 시작. (68/89)



〈 68화 〉Chapter 1. 여행의 시작.

돌연변이 숲의 중심부, 돌연변이 왕과 그 무리들은 자신들의 영역으로 돌아왔고. 브랜드와 다른 3명을 포함하여 엘프의 영역 안에 있던 엘프들 까지도 돌연변이 왕을 따라 돌연변이 숲으로 도망쳐왔다.


그리고 브랜드는 현재의 상황이 착잡했다.

제국이 엘프의 영역을 습격한지 벌써 일주일, 그 사이에 무척이나 많은 일이 있었다.

우선 돌연변이 왕의 세력이 카인드니안 제국에게 전쟁을 선포했고. 덩달아  소식을 접한 다른 왕국 또한 제국에게 정식으로 적대 의사를 밝히며 대륙은 혼란스런 정세로 이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러는 동안에도 현성은 깨어나지 않았다. 아나스타샤가 말하길, 마나를 너무 과도하게 쓰는 바람에 몸이 과부하가 된 것이라 하였고. 적지않은 내상을 입기는 했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하였다.

또한 이때까지 레이첼이 돌아오지 않는 것을 보면, 아무래도 잘못된 것이 확실시되다 싶이 했다. 브랜드는 안타깝지만 그녀의 명복과 안위를 빌었다.


하지만 진짜 복잡한 문제는 따로 있었다.

"아으.."


흡사 아기들의 옹아리와도 같은 소리. 그러나 이런 소리를 내는 존재는 어린 아기가 아니었다.

"아으으..?"


"가만히 있어, 에리엘..  지금 기분 안 좋다..."


목소리의 주인은 에리엘.

브랜드는 마족의 저주로인해 백치가 되어버린 에리엘의 현 상황이 매우 불편했다.  또한 아나스타샤가 말하길, 마족의 저주를 너무 오랜 시간 동안 방치해서 상태가 많이 악화되었다고 하였다.

다행히 아나스타샤가 마법으로 저주를 약화 시키긴 했으나, 완전히 저주를 풀기 위해서는 신성 왕국으로 가야 한다고 하였는데. 안타깝게도 현재 위치하고 있는 돌연변이 숲은 제국의 수도와 불과 이틀도 안 걸릴 정도로 가까운 곳에 있었고. 더군다나 신성 왕국은 카인드니안 제국과 완전히 반대 쪽인, 대륙의 동쪽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카인드니안 제국의 영토는 대륙의 서쪽의 외곽 지역인 해변가로부터 대륙의 중심부 근처까지였고. 제국의 수도는 정확히 그 사이에 있었다. 그렇기에 에리엘을 데리고 신성 왕국을 가기 위해서는, 일단 광활한 제국의 영토를 반 가까이 지나야 됐다. 또한 제국의 영토를 넘는다고 해서 끝이 아니었다.

일명 드워프 산맥, 드워프들이 무리를 지어 살고 있는 산맥을 넘어야만 했다.

일단 이것은 드워프들이 문제가 아니다. 드워프들은 기본적으로 인간과 화합을 통한 교류를 해온 친밀한 관계인 종족이었으니까.


다만 문제는 산맥을 넘는 것  자체로 고역이엇다. 드워프 산맥은 그야말로 감히 인간이 넘어서기 힘들 정도로 험하고 높았으며 너무도 길었다.


그런 곳을 에리엘을 데리고 넘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더군다나 브랜드는 한  팔이 없는 상태였기에, 생존할 확률은 극악에 가까웠다.

그렇다고 해서 에리엘을 이 상태로 냅둘 수도 없는 노릇인데, 그야말로 막막했다.


"뭐해요, 브랜드 씨?"


아나스타샤가 돌연변이 숲의 한 구석에서 혼자 생각에 잠긴 브랜드를 발견함과 동시에 곧바로 브랜드에게 가까이 다가가 말을 건냈다. 이에 브랜드는 아나스타샤에게로 고개를 돌려 시선을 맞췄다.


"그냥.. 뭐, 앞으로 어떻게  지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었지..."

브랜드의 목소리는 너무도 침울했다. 브랜드는 에리엘의 문제 때문에 머리가 복잡한 상태였다. 다행히도 일단 이로하는 괜찮았다. 돌연변이 숲에는 이로하와 같은 세계에서 온 이들이 많았기에, 이로하는 이곳에서 손쉽게 적응을 하였고. 이제는 그 무리에 자연스럽게 끼어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물론 대부분의 시간을 현성을 보살피는 것을 사용하기는 했지만 말이다.

어찌됐든 현성은 이로하 덕분에 브랜드가 신경 쓰지 않아도 될 정도로 잘 회복하고 있는 중이었다.


아마  둘에게도 문제가 생겼다면, 아마 지금 쯤 죽을 맛이지 않을까 싶었다.


"에리엘  말하는거 맞죠?"


아나스타샤는 정확히 브랜드의 고민을 꿰뚫었고. 브랜드는 슬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부정해봤자, 현 상황에서 변하는 것은 없을테니 말이다.


"맞아, 에리엘을 치료하려면 신성 왕국으로 가야되잖아.. 그 길을 혼자 어떻게 갈지 고민하고 있었어."

"아.. 그렇구나.. 으음, 확실히 그대로 놔뒀다가는 저주가 다시 악화될테고. 언제까지고 그렇게 둘 수는 없으니까요.."

아나스타샤는 브랜드를 따라 고민하 듯, 머리를 갸웃거리며 하늘을 바라봤고. 브랜드는  모습을 유심히 바라봤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길게 늘어진 밝은 금발의 머리와 푸른색의 눈, 이것은 제국에서도 흔히 볼 수 없는 것이었고. 몸의 발육 또한 처음 보았을 때에 비교하면 전혀 몰라볼 정도로 폭발적으로 이루어졌다. 다만 키는 그때에 비하면 많이 크지는 못 했기에 여린 이미지는 아직까지도 남아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보니 꽤나 아름답게 성장했다. 마냥 소녀로만 남을 줄 알았더니, 이제는 어엿한 성인이 되어 남자 여럿을 울리고도 남을 정도로 아름다운 숙녀가 되었다니.

아마 아나스타샤와 결혼할 남자는 적잖게 고생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고. 브랜드가 그런 생각을 하던 와중, 아나스타샤는 무언가를 결심한 듯 브랜드의 손을 갑자기 부여잡았다.


"저, 결심했어요. 제가 신성 왕국까지 같이 갈게요!"

갑작스런 선언, 브랜드는 자신을 따라오겠다는 아나스타샤의 말에 당황함을 감출 수 없었다. 그도 그럴것이 아나스타샤는 척 보기에도 험난한 여정을 버틸  있을 것 같지 않을 정도로 가녀린 몸이었다. 물론 그녀 또한 마법사인만큼 엄청난 전력이 될테지만 말이다.


"뭐.. 너가 원한다면 같이 가지 뭐, 거절할 이유도 없고."

결국엔 브랜드는 합리적인 판단으로 아나스타샤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어차피 신성 왕국까지 가려면 혼자서는 무리였다. 가는 도중에 몬스터를 만날 수도 있고 도적 때나 산적 때를 만날 수도 있는 일이었기에, 불침번을 설 또 다른 한명이 필요하긴 했으니 말이다.

더군다나 아나스타샤는 매우 뛰어난 마법사였다. 여태까지 보여주었던 마법을 본다면 분명했다. 그렇기에 브랜드는 아나스타샤의 도움의 손길을 뿌리칠 이유가 없었고. 아나스타샤는 환하게 웃으며 브랜드에게 말을 이었다.

"그러면 이왕이면 그 분도 같이 데려가요."

그 분? 브랜드는 아나스타샤가 말하는 이가 누구인지 어림짐작 해보았고. 아무리 생각해도 아나스타샤와 자신 사이에 연관되어 있는 인물은 이로하 또는 현성 뿐이었다.

그리고 이로하를 데려갈 이유는 전혀 없었기에, 브랜드는 아나스타샤가 말하는 이가 현성임을 유추해냈다.


"현성을 말하는거 맞지?"

이번에는 브랜드가 아나스타샤에게 똑같은 말을 건냈고. 이로하는 살짝 어두운 감이 없지 않아 있는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조금 전에 보고 왔는데 생각보다 상태가 안 좋아서요.. 아무래도 여기서 할 수 있는 처치로는 한계가 있거든요. 어쩌면 이대로 냅뒀다가는  년, 혹은 영원히  상태로 계실수도 있어요."

으음, 브랜드는 아나스타샤의 말에 또 다시 머리가 복잡해졌다.


현성을 신경쓰지 않아도 될  알았는데, 갑작스레 이런 상황이 되다니. 하지만 어쩔 수가 있나, 이대로 두면 영원히 목 일어날 수도 있다는데.


"그러지 뭐, 그대로 냅둘 수도 없고. 그런데 그렇게 되면 적어도 한 명은 추가가 되야 하는.."


...

브랜드는 말을 하다 멈추고 도대체 언제부터였는지 모를 정도로, 슬그머니 아나스타샤의 뒤로 등장한 익숙한 여성의 모습에 입을 다물었다.


"하핫! 언제나 싱글벙글 웃으며 아나스타샤의 곁을 지키는 츠바키 등장입니다!"


당체 정체를 모를 대사, 저런 말을 생각해내려면 머릿속에 무엇이 들어있어야 되는걸까. 브랜드는 게슴츠레하게 츠바키를 바라봤고. 그러거나 말거나 아나스타샤는 느닷없이 등장한 츠바키를 보고선 능숙하게 말을 건냈다.


"아! 츠바키 씨! 츠바키 씨 혹시 저랑 같이 신성 왕국에 가지 않으실레요!?"

"음? 아나짱이 가자면 나는 당연히 가지! 설령 그곳이 지옥이라 해도 같이 가줄게!"

무막정 제안을 하고, 또  제안을 무작정 받아들인다니. 저 대화가 어떻게 저렇게 이어질 수가 있는걸까? 브랜드는 도통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그러나 너무도 쉽게 고민했던 것이 해결되었기에 브랜드는 깊이 있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도와주고자 하는 이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가지며,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에 대해 계획을 세우기로했다.






***


결과적으로 브랜드, 아나스타샤, 츠바키. 이 3인방은 현성과 에리엘을 신성 왕국으로 데리고 가는 것에 대해 돌연변이 왕의 허가가 떨어졌다. 또한 돌연변이 왕이 직접 나서 도움을 주기로 약속 했다.

덜컥, 브랜드는 여행에 필요한 물품들을 담은 마지막 상자를 마차에 실었고. 도움을 주기 위해 근처에 나와있던 아리스토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모든 준비가 끝났습니다. 아리스토 님."


"그래, 그러면 다른 아이들에게 마차에 타라고 하거라."


브랜드의 말에 아리스토는 농후한 목소리로 말을 전했다. 그리고 브랜드가 그 말을 전할 것도 없이, 아나스타샤와 츠바키는 곧장 마차에 탑승하였고. 에리엘과 현성은 이미 사전에 태워둔 상태였다. 그렇기에 브랜드만 마차에 오르면 정말로 준비가 끝나는 것이었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아리스토 님."


브랜드는 마지막으로 아리스토에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고했고. 아리스토는 브랜드에게 얼른 가보라며 손짓을 보냈다.


덜컹-

아리스토의 제스쳐를 따라서 브랜드는 마차의 운전석에 올라탔고. 말의 등을 쓰다듬으며 말들을 안정 시켰다.

그리고 아리스토는 두 눈에 푸른색의 안광읠 띄었고. 이내 진한 푸른색의 마나가 마차를 감쌌다.

[텔레포트]


공간을 이동하는 마법, 아리스토가 마법을 발현시키자 마차는 순식간에 자취를 감쳤다. 허나 아리스토가 이들을 곧바로 신성 왕국으로 보낸 것은 아니었다. 아무리 대마법사라 하더라도 대륙의 반대편에 있는 왕국까지 이동시키는 것은 불가능했고. 최대한 한계치까지 마나를 사용하여 국경까지만이라도 이동 시켜주었다.


이것으로 아리스토가 줄 수 있는 도움은 끝이었다. 아리스토 또한 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전쟁을 준비해야 됐기 때문이었다.


어쩌면 오랫동안 터를 잡아온 이곳에 피바람이 불 수도 있었기에, 아리스토는 마음을 단단히 먹으며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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