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9화 〉Chapter 1. 여행의 시작. (69/89)



〈 69화 〉Chapter 1. 여행의 시작.

덜컥-

국경 근처에 건설된 대륙의 중심부로 향하는 도로, 브랜드 일행이  마차가 그곳에 등장했고. 브랜드는 주변에 아무도 없음을 확인하고선, 말을 몰아 마차를 이동하기 시작했다.

허나 한 손으로 마차를 몰아서 그런지, 중심을 잡기가 어려웠고. 자꾸만 거칠게 마차가 흔들리는 바람에 브랜드는 금방 속이 울렁거리는 느낌이 들었으나. 그것을 어떻게든 참아가며 마차를 몰았다.

주변에 아무도 없을 때 최대한 많이 움직여야 됐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브랜드 일행의 마차는 도로를 쭈욱 달려, 해가 저물어  때 쯤에 한 마을에 도착했고. 브랜드는 이곳에서 쉬어가기로 결정했다.

도착한 곳은 국경에 근처에 위치한 시골 마을이었기에, 브랜드 일행의 등장은 마을 주민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고. 브랜드는 혹여나 이들이 자신들을 알아볼까 하관에 천을 둘러 얼굴을 가린 상태였다.

"아이고, 나으리. 어쩐 일로오셨습니까..?"

주민들 중에서 마을을 대표하는 촌장으로 보이는 이가 브랜드에게 먼저 다가와 선뜻 다가와 굽신거리며 말을 건냈다. 아무리 하관을 가렸다고 하여도 브랜드는 지방 귀족 집안의 자식, 분위기 자체가 평범한 사람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그렇기에 마을의 촌장은 브랜드가 높으신 분이라 어림짐작했고. 혹여나 심기를 건드려 불똥이 튈까 싶어 이런식으로 나설 수 밖에 없었다.

사실 브랜드는 제국을 배신한 기사의 신분인데도 말이다.

다행히도 이들은 별다른 소식을 들은 것이 없는  했기에, 브랜드는 최대한 어색하지 않게 자연스레 촌장을 향해 위엄있는 말투로 말을 건냈다.

"그대가 마을의 촌장인가?"

얕보이지 않도록, 하대를 하면서 어느정도의 예의와 격식을 차렸다. 이에 촌장은 자신이 촌장임을 밝혀왔다.

"예, 제가 이 마을의 촌장이옵니다."

"이보게 촌장. 나와 내 가족들이 하룻밤 묵을 곳이 필요한데, 여관 같은 곳이 있는가?"

브랜드는 촌장이 다른 생각을 품지 못 하도록 거짓을 섞어가며 대화의 흐름을 빠르게 이어갔고. 촌장은 별의심없이 브랜드의 질문을 곧장 따라왔다.

"아.. 여관은 없지만. 사용하지 않는 빈집 정도는 있습니다."

"그곳으로 안내를 부탁하겠네."

브랜드는 주저없이 안내를 부탁했다. 이것 또한 촌장이 다른 생각을 품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이윽고 촌장은 구경 나온 마을의 주민들을 물리치며 빈집으로 안내했고. 브랜드는 마차를 천천히 몰며 촌장을 따라갔다.

그렇게 브랜드는 마을의 빈집에 도착하였고. 서서히 마차를 멈춘 뒤, 문을 열어 안을 살폈다.

브랜드가 고생하며 마차를 운전하는 동안, 아나스타샤와 츠바키 그리고 에리엘은 사이좋게 배꼽을 드러내며 잠이 든 상태였고. 브랜드는 그 중에서 아나스타샤와 츠바키만을 흔들어 깨웠다.

"아... 저 안 잤어요..!"

"흠냐.. 잠와.."

각기 다른 반응, 하지만 브랜드는 둘이 뭐라하던 상관없이 하고자 하는 말을 전했다.

"도중에 마을에 들려서 쉴곳을 구했으니까. 잘거면 들어가서 자. 현성이랑 에리엘은 너네들이 알아서 옮기고."

브랜드는 그 말을 남기고 문으로부터 떨어져, 멀뚱멀뚱 서있는 촌장에게로 다가갔다. 이나스타샤와 츠바키가 둘을 옮기는 동안, 촌장을 상대하며 시선을 끌 생각이었다.

 늘어진 두 명을 옮기는 것을 보인다면 괜히 의심을 살게 뻔했기 때문이었다.

"가족 분들께서는 어찌.. 평안하시답니까?"

"뭐, 별 일은 없었으니 괜찮겠지."

촌장이 걱정스레 넌지시 던지는 말에 브랜드는 대충 대꾸했다. 어차피 오늘 보고 말 사이였다. 그런데 이 촌장이라는 작자는 호기심이 많은 것인지, 브랜드에게 연이어 말을 걸어왔다.

"이 늙은이가 무엇 좀 여쭈어 봐도 되겠습니까?"

"무엇이 궁금한가?"

차마 거절했다가는 촌장에게 적의를 살까봐 브랜드는 귀찮았지만 아무렇지 않게 촌장의 부탁을 허락했고. 촌장은 본인이 생각해도 아닌가 싶었는지 눈치를 보면서 슬금슬금 입을 열었다.

"그.. 팔은 어쩌다가 잃으신 건지요..?"

촌장은 아무래도 잃어버린 왼쪽 팔에 대해서 궁금했나 보다. 이에 브랜드는 대충 지어내어 대답하기로 했다.

"뭐... 몇 년 전에 마족과의 전투에서 부상을 당했네. 지금은 은퇴해서 수련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중이고."

제국은 마족과 끊임없이 싸움을 이어왔다. 그렇기에 마족에의해 부상을 입었다는 이야기는 흔하디 흔했고. 부상을 입은 기사들이 수련생들의 교관으로 살아가는 것 또한 흔한 이야기였기에 브랜드의 이야기는 의심 받을 여지가 없었다. 당연히 촌장 또한 브랜드가 말한 거짓된 사연을 철썩 같이 믿었다.

"아.. 안타까운 일이십니다. 혹여나 제가 실례를 저지른 것은 아니겠지요..?"

실례라면 이미  번이고 저질렀다. 애초에 기사에게 이런 식으로 먼저 말을 걸어오는 것 조차, 제국의 예법상 알맞지 않았다. 그러나 브랜드는 구태여 촌장에게 불쾌함을 가지지 않았다.

그도 그럴것이 브랜드는 제국을 배신한지 오래였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브랜드는 촌장이 뭐라 말을 하던 말던, 대놓고 시비를 거는 것이 아니라면 흔쾌히 받아들일 수 있었다.

"괜찮다. 흔히들 물어보는 것이니까, 어찌됐든 나는 피로하여 이만 들어가볼테니. 촌장 또한 얼른 들어가서 쉬도록 하게."

아나스타샤와 츠바키가  사람을 집안으로 옮김을 확인한 브랜드는 곧바로 촌장에게 선을 그었다. 이제는 촌장과 대화를 할 이유가 없었다.

당연하게도 촌장은 브랜드의 명령조의 말에 아무런 불만없이 고개를 한 번 쓰윽 숙이고는, 등을 돌려 걸어왔던 길을 걸어갔다.

그리고 브랜드는 말들을 마차에서 풀어, 근처의 나무에 묶어 두었고. 먹이를 챙겨주고 나서 집안으로 들어갔다.

촌장이 안내한 집은 예상 외로 깔끔했다. 이 정도면 하룻밤 묵을 정도로는 충분할 정도, 아나스타샤와 츠바키는 많이 피곤했던 것인지 벌써 볏짚으로 만들어진 침대에 누워 잠에 든 상태였고. 현성과 에리엘도 마찬가지로 나란히 눕혀진 상태였다.

모두 다 잠이 든 상태, 이렇게 되면 어쩔 수 없이 불침번은 브랜드의 몫이었다.

마을이라고 해도 제국의 영토 밖으로 나간 것이 아니었기에 완전히 안전하다고 볼 수 없었다. 그렇기에 브랜드는 검은 뽑아 바닥에 내려놓으며 엉덩이를 바닥에 붙였다.

오러를 익혀 기사가 될 수준에 오른다면, 잠 정도야 며칠  자도 멀쩡했고. 브랜드는 삼일 정도는 잠을 한숨도  자고 버틸  있었다.

그렇게 브랜드는 뜬 눈으로 언제든지 돌발상황에 대비할 수 있도록 마음을 다잡았다.

***


시간이 흘러 이른 아침, 다행스럽게도 하룻밤을 보내는 동안 이렇다 할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브랜드는 해가 뜨기 시작함과 동시에 아나스타샤와 츠바키를 흔들어 깨웠고.  둘은 전날과 마찬가지로 비몽사몽한 상태로 눈을 떴다.

"으읏.. 아침인건가요..?"

"하윽... 햇살이 너무 강햇!"

서로 상반된 반응, 그러거나 말거나 브랜드는 둘이 잠에서 깨어난 것만을 확인하고선. 에리엘을 깨우기 위해 다가갔다.

"아으으!"

마찬가지로 어깨에 손을 올려 흔들니 에리엘은 인상을 쓰며 눈을 떳고. 브랜드를 보더니 거하게 인상을 찌푸렸다.

이상하게도 백치가 되어버린 에리엘은 브랜드만 보면 저랬다. 왜인지는 몰랐다. 그러나 백치가  상태였기에,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일 뿐이었다.

"아으.. 으아!"

이것은 배고프니 밥을 내놓으라는 뜻, 며칠간 백치가 된 상태인 에리엘과 지내왔기에. 이제는 에리엘이 무엇을 원하는 지 정도는 단번에  수 있었다.

브랜드는 에리엘이 성질을 내기 전에, 미리 준비해둔 과일을 건냈고. 에리엘은 그것을 빼서들다 싶이 하고선 브랜드로 부터 등을 돌려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정말로 어린 아이가 되어버린 모습이었다.

아무튼 에리엘이 아침을 먹는 동안, 브랜드도 따로 준비해둔 과일 하나를  입 베어물었고. 이제는 정신을 차린 아나스타샤와 츠바키에게도 아침을 건냈다.

"아, 고마워요. 브랜드 씨!"

"잘먹을게요~"

...

아침에 일찍 일어나 애들을 깨우고 밥까지 챙겨주는 신세라니, 브랜드는 왜인지 자신이 부모가 된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럴거면 차라리 혼자 올  그랬나? 라고 잠깐 생각이 들었으나 곧바로 구석탱이로 치웠다. 그래도 아나스타샤와 츠바키는 꼭 필요한 인원이었다. 언젠가는 도움을 받을 일이 생길테니까, 지금은 희생하는게 맞다고 봤다.

그렇기에 브랜드는 슬슬 출발할 준비를 하고자 했다.

우선 현성을 마차로 옮겼고. 에리엘도 놀아주는 것으로 흥미를 끌어 어거지로 마차에 태웠다. 다음으로 아나스타샤와 츠바키가 마차에 탑승함으로써, 모든 인원이 마차에 탑승했고. 브랜드는 마지막으로 말에게 아침을 챙겨  후, 다시 마차에 묶음으로써 출발할 준비를 모두 끝마쳤다.

마을의 주민들이 눈치 채기 전에 얼른 떠나자, 브랜드는 말의 둔부를 채찍으로 가볍게 때리며 마차를 출발 시켰다.



***


아침 일찍 브랜드 일행이 떠나고  후, 그로부터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은 시각.

촌장은 아침부터 연두색의 갑옷을 입은 기사단이 말을 타고 마을에 찾아왔다는 소식을 듣고선 허겁지겁 잠에서 일어나 마을의 입구로 향했다.

도대체 무슨 일로 이런 변방의 작은 마을에 제국의 기사단이 온 것일까, 촌장은 온갖 의문을 품으며 기사단의 앞에 나섰고.  보아도 단장으로 보이는 남자의 앞에 다가가 무릎을 꿇었다.

"제.. 제가 이 말을의 촌장입니다.."

촌장은 무거운 분위기에 겁에 질린 채로 목소리를 떨며 말을 꺼냈다. 그러자 기사단의 단장은 검을 뽑아들며 촌장의 이마에 갖다 대었고. 차갑게 날이선 목소리로 촌장에게 무언가를 묻기 시작했다.

"어젯 밤, 이곳에 수상한 마차를 보지 못 했나?"

촌장은 저 질문을 듣는 순간, 기사단장이 무엇을 묻는  직감할 수 있었다.

이것은 정말로 봤느냐 못 봤느냐를 묻는 것이 아니다. 이미 이곳으로 온 것을 확신한 상태로, 솔직하게 대답하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돌려서 말하는 것일 뿐이었다.

그렇기에 촌장은 지난 밤, 이곳에 찾아왔던 붉은 머리의 남자와 마차에 대해서 이야기를 꺼냈다.

"예, 지난 밤에 왼쪽 팔이 없는 붉은 머리의 남자가 마차를 끌고 마을로 찾아왔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했지?"

"하룻밤 묵어갈  없냐 묻기에, 마을의 빈집으로 안내해드렸습니다."

모든 사실을 고백했다. 촌장은 이것으로 자신이 아는 것을 모두 털어냈고. 슬쩍 고개를 들어 기사단장과 시선을 마주했다.

그리고 그 순간.

서걱-

기사단장의 검에 촌장의 머리가 바닥을 굴렀고. 무수히 많은 양의 피가 바닥을 적셨다.

그리고 그것을 보던 마을의 주민들 사이로 한 순간 정적이 일구어졌고. 곧바로 기사단장이 검에 묻은 피를 털어내며 하늘을 향해 검을 들어올렸다.

"이 마을은 반역자를 도왔다! 모조리 처형 시키도록 하라!"

반역자.

기사단장의 명령에  뒤를 따르던 기사들이 쏜쌀 같이 튀어나가 근처에 있던 모든 마을 주민들을 학살하기 시작했고. 마을의 주민들은 영문도 모른채 온갖 비명을 지르며 하나둘씩 죽어나갔다.

그렇게 어느정도의 시간이 지나, 기사단은 마을을 떠나갔고. 그들이 지나간 자리에는 처참하게 죽은 시체들과 대량의 핏물이 고여 웅덩이가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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