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8화 〉Chapter 2. 아빠와 딸?
덜컥-!
츠바키는 현성의 갑작스런 행동에 붉어진 얼굴을 가리고선 도망치듯 방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당황스러운 감정을 그대로 소리내어 목청껏 외쳤다.
"갑자기 뭔데!?"
츠바키는 현성이 자신에게 갑자기 왜 그런 행동을 보이는지 의문이었다. 어쩌면 현성이 자신을 좋아하고 있는게 아닌가 싶었다.
그것이 아니라면 현성의 행동은 도저히 설명이 되지 않았다. 갑자기 끌어안고선 키스를 하려는 행동을 도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되는걸까?
이윽고 츠바키는 문득 잠에서 일어났을 때의 상황을 떠올려냈다.
진한 밤꽃 냄새, 설마..?
츠바키는 그것이 현성이 몽정을 하여 분출한 것이 아닌, 자신을 보며 위로한 것이 아닌가라는 합리적인 의심을 가졌다.
"으으... 아니겠지..? 아닐거야.."
츠바키는 애써 부정했다. 설마 만난지 하루도 안 되는 여자를 보고 그런 짓을 할 리가 없지 않은가. 아무리 쌓여있다고 하여도 그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됐다.
그렇다면 생각을 좀 더 넓혀보자. 츠바키는 최대한 이성적이고 합리적이게 머리를 돌렸다.
그래, 현성의 꿈을 꾸던 도중 자신이 나와 그런 짓을 한 것일 것이다. 츠바키는 그렇게 생각했다. 이미 츠바키의 머릿속엔 현성이 자신을 이성으로 바라보고 있을 것이라 확신한 상태였다.
그리고 츠바키는 앞으로 어떻게 행동해야 될지 몰랐다. 그저 자신이 어쩌다 그렇게 됐는지 하루를 되돌아볼 뿐이었다.
분명 아침에 일어나서 마법으로 발목을 치료한 후, 방에서 나가 헬렌이라 자신을 소개한 아름다운 언니를 만났다. 그렇게 몇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누다 친해져버린 헬렌이 선물로 준 갑옷을 입고 밖에 나가 이것저것 폼을 잡고 있었다.
그러다 집안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 안으로 들어갔는데, 현성을 만난 것이었다.
처음으로 제대로 현성의 모습을 본 순간, 츠바키는 현성이 꽤나 매력적인 남자라 생각하기는 했다.
뚜렷한 이목구비와 짙은 눈썹 그리고 날카로운 턱선이 어떻게 보면 거친 인상이라 느껴질 수 있엇지만, 흘러나오는 특유의 분위기가 상냥하고 따듯했다. 그래서 그런지 나쁜 남자 같으면서도 착한 남자 같기도 한게 여자라면 누구나 호감을 품을 법한 사람이었다.
또한 상당히 피곤한 상태인지 피로한 눈은 퇴폐적인 미를 가미했다.
하지만 츠바키는 현성을 본 순간, 일어났을 때 보았던 장면이 떠올라 저도 모르게 당황스런 소리를 뱉을 수 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것이 츠바키는 남자가 몽정을 한 광경을 본 것은 처음이었고. 성적인 부분에 대하여 내성이 없다 싶이했다. 그래서 너그럽게 이해할 수 있다고 마음을 먹었음에도 그런 반응을 보일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런지 어색하기 짝이 없는 인사를 건냈었다.
하지만 현성의 모습을 계속 보고 있자니 괜스레 부끄러워져 얼굴이 붉게 문들었고. 그것을 감추고자 고개를 숙였었다. 그러나 현성은 그런 마음도 모르고, 무턱대고 다가와 걱정하기에 바빴다.
그 순간 츠바키는 뒷걸음질을 치고 싶었으나 현성이 손을 뻗어오는게 느껴지자 몸이 굳어버렸었다. 다행히도 현성은 손을 도중에 걷었으나, 츠바키는 그 순간 정말로 수치사할 것만 같았다.
그래서 그 때에도 머릿속에 드는 것을 그대로 뱉어냈고. 그러자 현성은 당황스런 모습을 보였었다. 그리고 츠바키는 순간적으로 자신이 실수했음을 깨달았다. 몽정한 것을 본인도 알텐데, 괜한 소리를 하는 바람에 그것을 보았음을 말해버린 것이었다.
그렇게 현성은 다소 심각한 표정으로 고민에 빠진 듯 보였었다. 그래서 오해를 풀고자 손목을 잡았는데...
...
"아으으!!!"
츠바키는 또 다시 그 때의 상황이 떠오름에 머리카락을 엉망으로 헝클어트리며 몸을 웅크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현성이 거기서 왜 그랬는 지를 모르겠다. 무엇보다도 마냥 싫지만은 않았던 자신의 감정이 납득이 가지 않았다.
분명 뒤에서 헬렌이 지켜보고 있는게 보였음에도 현성은 그런 행동을 보였다. 누군가 보고 있는 상태에서 키스를 하려 하다니, 이것은 여자라면 지극히 싫어할 수 밖에 없는 행동이었다. 그러나 츠바키는 이상하게도 불쾌하다는 생각이 조금도 들지 않았다.
오히려 현성의 몸에서 풍겨오던 달콤한 향이 떠오름에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와 동시에 츠바키는 가슴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현성을 생각하니 도저히 마음이 가다듬어지지 않았다.
츠바키는 너무도 답답하고 한심하기 짝이 없는 자신의 모습에 걸치고 있던 갑옷을 벗어던지고선 침대에 몸을 던졌다.
하지만 돌이라서 그런지 딱딱하기 그지 없었다.
"우으.. 어떡하지..?"
츠바키는 침대 위에서 몸을 더 웅크려 무릎위로 팔을 감쌌다. 머리를 비우고자 침대에 몸을 뉘었는데, 머릿속에 잠에서 깨어났을 때 보았던 현성의 모습이 자꾸만 떠올랐다.
그리고 어쩐지 점점 아래쪽이 가려워 옴에 츠바키는 몸을 더욱 웅크리며 허벅지를 비볐다.
성에 상당히 개방적인 일본인이었기에 츠바키는 일찍이 자위 행위를 해왓었다. 비록 남자 친구를 사겨 관계를 나눴던 적은 없었지만 말이다. 그러나 이 세계에 와서 마땅히 욕구를 풀만한 기구 같은 것이 없어 손가락으로만 그득한 성욕을 풀어왔다.
하지만 아무래도 손가락으로는 성욕을 해소하는데에는 한계가 있었기에, 츠바키는 평소에도 온전히 풀리지 않은 약간의 성욕을 품고 있었다.
"하으.."
츠바키는 성적 욕구에 이끌려 손을 아래로 내려 스스로의 비부를 쓸었다. 꽤 오랫동안 참아왔어 그런것인지, 평소 보다도 더욱 예민해진 상태였다.
이윽고 츠바키는 문을 잠그는 것 조차 까맣게 잊어버린 채로 바쁘게 손을 움직였다.
***
츠바키가 도망치 듯 떠나가고, 현성은 헬렌을 향해 차게 식은 눈빛을 하고선 머리를 마구 헝크렸다.
이 상황이 너무도 짜증났다. 방금의 행동은 범죄였고 더 말할 것도 없이 성희롱이자 성폭행이었다. 그리고 이것은 현성이 살면서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고, 할 생각 조차 품지 않았던 것이었다.
그런것은 해서는 안 될 짓이었기에 당연했다.
그러나 지금, 미약에 취해 츠바키를 강제로 덮쳤다. 이것은 현성에게 있어 크나큰 죄악감을 느끼게 만들었고. 현성은 스스로를 탓하면서도 이 죄악감의 근본적인 원인인 헬렌에게로 화살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헬렌 보다도 더욱 이 사태의 흑막이라 볼 수 있는 인물은 따로 있었다.
"호롤로는 어딨죠?"
호롤로, 거짓을 고하여 집으로 초대한 후 미약을 먹여 강제로 성관계를 맺개한 그 드워프를 현성은 놓치지 않았다.
현성은 방긋이 웃으면서도 차갑게 말을 건냈고. 헬렌은 움츠라들어서는 어깨를 축 늘어트리고는 말없이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1층의 구석탱이로 간 헬렌은 느닷없이 바닥을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철컥-
무언가 풀리는 소리, 현성은 그 소리에 바닥의 밑부분에 통로가 있음을 인지했고. 곧이어 헬렌이 바닥을 들춰내며 숨겨져 있던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을 보여주었다.
"호롤로가 여기 있다구요? 여기서 뭘 하길레.."
"아마 지금 쯤이면 지하실에서 한참 제국의 암시장에 팔 물품들을 만들고 있을겁니다.."
암시장에 팔 물품, 현성은 분명 미약과도 같이 범죄에 악용될 물품임을 유추했다. 그런것을 만들어 내다팔다니, 현성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상황에 치를 떨었다.
비록 처음 만났을 때에도 암시장에 관련된 얘기를 하였으나, 그저 단순하게 갑옷이나 무기 같은 것인줄로만 알았지. 그것이 미약과도 같은 부류의 것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후우... 헬렌 씨는 여기 안으로 들어가본 적 있어요?"
"아뇨, 그 이가 절대로 들어오지는 말라고 해서..."
일단 헬렌은 호롤로가 이 밑에서 무엇을 하는지 대략적으로만 알고 있고 정확히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모른다는건가? 이것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확실치 않았으나, 현성은 일단 밑으로 들어가 보기로 했다. 어차피 호롤로는 만나긴 해야했다.
"들어가죠."
"에..?"
현성은 통보하듯이 말을 건내고선 주저없이 계단을 밟으며 아래로 내려갔다. 헬렌은 주저하는 듯 했으나, 솔직히 헬렌도 호롤로가 밑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평소에 궁금증을 가지고 있었기에 마지못해 따라서 내려갔다.
밑으로 향하는 통로의 벽에는 금강석이 빛을 내고 있었기에 어둡지는 않았다. 그러나 현성은 산꼭대기에 있는 집이 맞나 싶을 정도로 꽤나 깊숙히 이어지는 계단에 이상함을 감지했다.
그러다 평평한 땅이 연속으로 밟아짐에 현성은 드디어 완전히 내려왔음을 인지했고. 바로 앞에 보이는 복도에 이번엔 수상함을 감지했다. 길지는 않지만 어느정도 이어지는 복도, 양 옆의 벽으로 여러개의 문이 설치 되어있었다.
"?!#!#!"
끝부분의 방에서 들려오는 알 수 없는 미미한 소리, 이에 현성과 헬렌은 말할 것도 없이 서소를 마주 보고선 고개를 끄덕였다.
무언가가 있다.
현성은 앞장 서서 끝부분의 방으로 향해 문앞에 섰다. 그러자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선명해졌고. 그 소리에 현성은 얼굴을 굳혔다.
"하으...!? 시.. 시러헛?! 하지마하으읏!?"
뚜렷하게 들려오는 여자의 신음 소리. 안에서 무슨 짓이 일어나고 있는지는 굳이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왜 여자의 신음 소리가 들려오냐는 것이었고. 그것이 최대의 의문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여기는 외진 산봉우리였으니 말이다. 더군다나 호롤로의 작업실에 여자의 신음 소리가 들려온다는 것은 상당히 불길한 예감을 전해주었다. 호롤로는 엄연히 부인이 있는 유부남이었다.
철컥-
현성은 문의 손잡이를 조심스레 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