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84화 〉Chapter 2. 아빠와 딸? (84/89)



〈 84화 〉Chapter 2. 아빠와 딸?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다. 현성은 갑자기 무언가에 얻어맞아서 뒤로 넘어졌고. 순식간에 몸을 감싸오는 따스한 빛무리에 정신이 맑아지며 고양되었던 흥분감이 제어할 수 있을 정도로 가라앉혀 지는게 느껴졌다.


미약의 효과가 사라졌다. 현성은 그것을 체감했다.

그렇게 조금씩 정상적으로 돌아오는 이성, 현성은 목끝까지 차오르는 스스로에 대한 혐오감과 역겨움에 절로 욕짓거리가 튀어나왔다.

"하아.. 씨발, 진짜.."

도대체 내가 무슨 짓을 한걸까, 현성은 스스로를 비난했다.

이것은 분명한 강간이라는 행위, 현성은 이번에도 의식이 너무도 멀쩡했고. 그 모든 과정이 선명하게 기억에 남아 있었다.

강제로 츠바키의 몸을 짓누르고 희롱했으며 한껏 흥분한 성기를 음부에 삽입하기 직전에 까지 이르렀다. 그러나 그러는 와중에도 현성은 자신이 츠바키를 향해 역겨운 생각까지 품었다는 것에 더욱 모멸감이 들었다.

그렇기에 현성은 머리를 침대에 박고선 머리를 감싸쥐었다. 도저히 츠바키의 얼굴을 볼 면목이 없었다. 츠바키에게 이 상황을 해명하고 싶지도 않았다. 현성은 해명을 하는 것 자체가 그저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는 변명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현성은 몸을 벌벌 떨면서 츠바키가 자신을 욕하고 비난하기를 기다렸다. 츠바키가 무슨 말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하던간에 현성은 묵묵히 받아들일 생각이었다.

그러나 츠바키는 현성이 예상하던 것과는 완전히 반대되는 행동을 해왔다.


스윽, 등뒤에서 누군가 끌어안음에 현성은 고개를 침대에 파묻은 상황에서 절로 눈이 크게 뜨여졌다. 그리고 곧바로 들려오는 따스하면서도 상냥한 목소리에 저도 모르게 귀를 기울이게 됐다.


"현성쿤, 너무 자책하지마... 절대로 자의로 그런게 아니잖아."

자의로 그런게 아니라는 말, 어째서인지 츠바키는 위로의 말을 건냈다. 그 말에 현성은 과연 자신이 의지가 단  줌도 섞이지 않았는지 확신할  없었다. 오히려 도중에 들었던 가학심이라는 음흉하기 짝이 없는 음지의 감정은 분명하게 자의가 섞인 것이라  수 있었다.

차라리 그냥 욕이라도 해주었으면 마음이라도 편하겠지만, 역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여주니 마음이 미여왔다.

그렇기에 현성은 더 더욱 스스로를 몰아세웠다.


쿵- 쿵-


현성은 츠바키가 탓을 해오지 않으니, 스스로 자신에게 벌을 내리고자 단단한 돌침대에 머리를 연신 박아댔다.  번 내려칠  마다 머리가 울려옴에 현성은 고통 보다도 마음이 놓이기 시작했다. 그럼과 동시에 현성은 스스로에게 다시 한  역겨움을 느꼈다.

피해자가 분명히 존재함에도 스스로의 판단하에 스스로에게 벌을 내리고 스스로 위안을 얻는 것, 이것은 우습기 짝이 없는 행동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런 것이라도 할  없다면 현성은 감정이 복받쳐서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그러나 그러한 행위는 얼마 이어지지 못 했다.


"그만해! 뭐하는거야 지금!?"


현성의 돌발적인 자해 행위에 츠바키가 다급히 머리와 돌판이 맞닿는 지점에 손을 집어넣었다. 현성은 차마 츠바키의 손을 머리로 가격할 수는 없었기에 멈출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현성은 뒤늦게 입을 열어 츠바키에게 자신의 뜻을 전했다.


"미안... 진심으로 미안해.. 진짜 변명으로 밖에 안 들릴 것 같은데.."

"아냐, 말하지 않아도 돼. 이미 어떤 상황인지 알 것 같으니까. 미약에 취한 거잖아 그치?"

현성이 말을 하면서 목소리를 격하게 떨자, 듣다 못한 츠바키가 도중에 말을 끊었다.

츠바키는 현성이 자신에게 한 행동에 어떠한 악감정을 품지 않았다.


미약, 그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츠바키는 이미 익히 알고 있었다. 안타깝게도 돌연변이 숲으로 추방당한 여자들 중에서 적지 않은 수가 미약에 취하여 왔으니까. 츠바키의 경우는 운좋게 그런 암담한 일을 겪지 않았으나, 대게 그런 식으로 보내진 여자들은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가 허다했다.

물론 현성의 경우는 미약에 취하였다고 하여도 폭력을 가하는 쪽으로 행동을 하였으나, 현성이 진심으로 자신을 탓하며 몰아세우는 모습에 츠바키는 현성이 무척이나 괴로워하고 있음을 느꼈다.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고, 미약에 취하여  행동인데 어떻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가.

츠바키는 현성을 이해했고 용서했다.

또한 츠바키는 그런것 보다도 현성이  미약에 취하였는 지가 궁금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짙은 의문이 담긴 물음, 현성은 감정을 추스리며 정신을 다잡았다. 그리고 천천히 몸을 일으켜 츠바키를 바라봤다.

현성의 눈동자에는 죄책감과 자책감에의한 눈물이 송글송글 맺혀있었다. 그것이 현성이 얼마나 괴로워 하고 있는지 말해주었다.


그리고 현성은 정확히 무슨 일들이 있었는지 처음부터 끝까지 고백하기 시작했다.

이야기의 시작은 미약을 어떻게 먹게 되었는가였다. 그리고 그 후로 츠바키의 옆에서 헬렌과 관계를 맺은  까지 낱낱히 고해성사를 했다.

이를 들은 츠바키의 얼굴이 붉게 물들과 동시에 굳어져감에 현성은 창피하고 부끄러워  눈을 질끈 감았다.


"현성쿤, 변태.."

짧막하게 내뱉은 한마디, 그것이 뾰족한 화살이 되어 현성의 심장에 박혔다. 현성은 침통한 감정을 느꼈다. 역시 이런 것까지 말하는 것은 조금은 아니였나 싶었고. 츠바키는 입술을 삐죽이며  볼을 부풀렸다.


츠바키는 정말로 현성이 영락없이 자신을 좋아하고 있는 줄 알았다. 그렇기에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현성의 생각을 어렴풋이 품기까지 했다. 그런데 그것이 사실은 미약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고. 바지와 침대가 젖어 있었던 것은 헬렌과 관계를 나눴기 때문이라는 사실에 츠바키는 현성에게 묘한 배신감을 느꼈다.


하지만 이것은 순전히 자신이 오해한 것이었기에 츠바키는 투정부리 듯이 최대한 어색하지 않게 상황을 넘겼다. 이에 현성은  뒤에 일어난 상황을 차근차근 설명했다.

1층에서 츠바키에게 했던 행동에 대하여 설명을 함과 동시에 사과를 했고. 츠바키가 도망가듯이 사라진 후에, 호롤로라는 드워프를 찾아 지하실로 내려간 이야기와 그곳에서 일어난 일들을 간략하게 나마 중요한 부분들을 강조하며 이야기했다.


그리고 츠바키는 그런 현성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름 진지한 모습으로 자신의 턱을 손가락으로 어루만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상황인지는 이해했다.

"그렇게 해서.. 지금은 그 여자 분의 상태를 살피러 가다가 어쩌다 보니 흥분하는 바람에..."


현성은 마지막으로 호롤로로부터 구조한 여자의 이야기를 함으로써 설명을 끝마쳤고. 츠바키는 아무것도 모른 채 이 집에 오게되어 신세를 지고 있는 지라 무거운 얘기가 들려옴에 당황스럽기는 했다. 하지만 곧이어 이 모든 상황을 차분하게 머릿속에 정리했다.

호롤로는 땅굴에서 보았던 못생긴 아저씨를 말하는 듯 했고. 호롤로가 미약을 만들어 제국의 암시장에 파는 일을 하고 있었으며, 미약의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여자를 납치해서 시험을 하고 있었다는 얘기였고. 그리고 현재 호롤로는 죽은 상태이며 호롤로와 함께 일을 저지른 공범이 곧 있으면 물건을 가지러 오기 위해 지하실에 있는  다른 땅굴로 올 것 같다는 말이었다.

총체적으로 츠바키는 이런 악질적인 범죄가 계획적으로 일어나고 있었다는 사실에 가장 먼저 역겨운 감정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어떻게 사람이 그렇게 악해질 수가 있는걸까. 츠바키는 절대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츠바키는 이미 벌어진 일에 신경을 쓰는 것이 아닌, 현실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츠바키는 호롤로로 부터 구조된 여자의 상태를 상태를 살피고자 했다. 현성에게 듣기로는 이대로 냅둔다면 죽을 수도 있을 정도로 상태가 많이 안 좋다고 들었기 때문이었다.

츠바키는 곧장 침대에서 바닥으로 내려와 몸을 똑바로 세웠다. 한참 스스로를 위로하던 중이었기에 아랫쪽이 축축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러다 츠바키는 슬쩍 고개를 돌려 현성을 바라봤다.


현성은 아직도 옷을 추스리지 않은 상태였기에 축 늘어진 성기가 바깥으로 튀어나와 있었다. 이에 츠바키는 다급히 고개를 돌리며 현성에게 급히 언질을 주었다.

"그렇게 있지 말고 옷 좀 추스려, 바보야!"


"아.. 아..!"

현성은 그제서야 자신의 바지춤이 아직까지도 내려가 있음을 깨닫고선 허겁지겁 바지를 올렸다. 그 사이에 츠바키는 어느샌가 방문을 열어 복도로 나가고 있었고. 현성은 얼른 츠바키의 등뒤로 따라 붙었다. 그렇게 현성과 츠바키는 함께 맞은 편의 방문을 열어 안으로 들어갔고. 그곳에는 얇은 천옷이 입혀진 여자가 침대에 눕혀 있었다.

분명히 처음 보았을 때에는 전라의 상태였기에, 헬렌이 옷을 입혀둔 것이라 생각했다. 이윽고 츠바키가 침대 위로 올라가 곤히 누워 있는 여자의 옆에 무릎을 꿇고선 상태를 살피 듯 몸을 어루만지기 시작했고. 여자를 만지는 츠바키의 손에 하얀색의 마나가 덧씌워져 있었다.

현성은 그제서야 츠바키가 자신 처럼 마나를 다룰 줄 안다는 것을 인지했다. 그러고 보니 조금 전에 보여주었던 빛무리도 마법이었다.


그렇게 츠바키는 여자의 몸을 잠깐 동안 살피다가 이내 안도하는 듯한 한숨을 내쉬고선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후우... 확실히 상태가 많이 나쁘긴 하네. 하지만 이 정도면 살릴  있겠어."


살릴  있다는 말, 현성은 츠바키의 확신어린 말에 눈을 크게 떳다. 헬렌이 말하길 치료 마법을 중심으로 익힌 마법사가 와도 힘들 정도로 내상이 심하다고 하였는데, 츠바키는 너무도 손쉽게 치료할 수 있음을 단언했다.

그러고 보니 츠바키는 이곳에 온지 5년이나 되었다. 그 동안 츠바키가 놀고 있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현성은 당연히 츠바키가 자신 보다 마나를 다루는 것에 있어서 훨씬 경지가 높을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이윽고 츠바키는 눈을 질끈 감고선 여자의 몸위에 손을 얹어 정신을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현성은 그 모습을 보며 츠바키가 무엇을 하는가 싶었다. 그리고 점차 츠바키의 몸 주변으로 하얀색의 빛무리가 모습을 드러내며 주위를 뱅글뱅글 맴돌았다.

저것은 마법이 아니라, 마나 그 자체를 다루고 있는 것이었다. 현성은 마법과 마나를 다루는 것의 차이점을 명확히 알고 있었고. 마나를 다루는 행위가 더욱 어려운 난이도를 가지고 있음을 인지하고 있었다.

그렇게 츠바키의 주변에서 맴돌던 하얀색의 마나는 곧이어 여자의 몸에 흘러들어가기 시작했고. 현성은 츠바키의 마나를 보며 마치 깊은 잠에 빠졋다가 깨어난 듯 평온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현성은 이 기분 좋은 감각에 몸을 맡기며 천천히 츠바키의 모습을 눈에 담아냈다.

츠바키의 옅은 갈색을 띈 머리카락이 바람에 흩날리 듯 공중에 떠올랐고. 마치 성경 속의 성녀라도 되는 것 마냥 따사로운 기운이 흘러나와 여자에게로 향했다.


그렇게 츠바키는 대략 몇 십초 가량을 그런 상태를 유지했고. 어느순간 새하얀 빛무리가 흐려지기 시작하더니, 이내 완전히 모습을 감추었다. 츠바키는 미친 듯이 흘러내리는 땀을 옷소매로 닦아내며 거친 숨소리와 함께 입을 열었다.

"하아... 하아.. 이걸로 치료는 됐어. 진짜 문제는 깨어나고 난 후겠지만..."

깨어나고  후, 현성은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았다. 아마 여자가 깨어나면 괴로움에 난동을 피울지 모르는 일이었다.

"힘들겠죠..."

"힘들겠지. 그래도 내가 최대한 노력해볼게."


츠바키는 굳이 누가 말하지 않았음에도 여자를 책임지고자 했다. 현성은 츠바키 혼자서 책임을 지려는 모습에 자신 또한 나서고자 했지만, 같은 여자가 챙겨주는 것이 훨씬 안정적이란 생각에 자신은 그저 뒤에서 몰래 도움을 주기로 마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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