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87화 〉Chapter 2.5 또 다른 용사들. (87/89)



〈 87화 〉Chapter 2.5 또 다른 용사들.

후웅-


둘의 검이 맞닿자 그 여파로 강한 바람이 몰아침에 브랜드는 팔을 들어올림으로써 얼굴을 가리며 바람을 막아섰다.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는 지는 잘 모르겠으나, 브랜드는 한가지만큼은 확신했다.

제국의 용사들이 제국을 저버렸다. 그들의 중심에는 검성, 이지혜가 존재했다.

브랜드는 이지혜를 멀리서 어렴풋이 얼굴을 본 적이 있었기에, 에멜랄드 기사단의 단장이자 소드마스터인 체스터 바빌론의 앞을 가로막은 여자가 이지혜임을 확신했다.


그리고 한차례 소란이 지나간 뒤, 돌풍과도 같이 거친 바람이 머졌고. 브랜드는 슬며시 팔을 내리며 둘이 있던 곳을 확인하고자 했다.

그러나 갑자기 누군가 목덜미를 잡아당김에 브랜드는 순간적으로 몸을 돌려 뿌리치고자 했고. 아쉽게도 그것은 너무도 손쉽게 저지되어 브랜드는 꼼짝없이 누군가의 어깨에 짐짝 처럼 매어졌다.


"가만히 있어, 새꺄. 지금 구해주려는 거니까."


왠 남자의 목소리, 브랜드는 자신을 습격한 남자의 목소리임을 인지했고. 그와 동시에 용사들 중 한명임을 알아차렸다.


그렇다면 굳이 반항할 필요는 없었기에 브랜드는 얌전히 몸을 맡겼고. 남자는 정말로 한 순간에 이지혜와 체스터가 싸움을 시작한 장소에서 멀어졌다. 그리고 그곳에는 동료들로 보이는 수많은 이들이 있었고. 에리엘과 아나스타샤 또한 어느새 빼내온 모양인지 어리둥절한 모습으로 안절부절 못 한 채 서있는 것이 보였다.


"브랜드 씨! 괜찮아요?!"

와중에 아나스타샤가 브랜드를 발견하더니 잰걸음으로 달려와 품에 안기며 걱정스런 물음을 던졌고. 브랜드는 대충 머리를 토닥여주는 척 손을 뻗다가 도중에 주먹을 쥐어 아나스타샤의 머리를 쥐어박았다.


"아윽.. 왜 때려요!?"


아나스타샤는 고통스런 신음과 함께 브랜드에게 대들 듯이 목소리를 높였고. 브랜드는 그제서야 아나스타샤의 머리를 정말로 쓰다듬어주며 말을 이었다.

"상대를 보고 덤벼. 무턱대고 마법을 날리면 어떡해? 하마터면 죽을 뻔했잖아."

걱정어린 시선과 말들, 브랜드는 아나스타샤가 실력의 차이도 모르고 무작정 체스터에게 마법을 날린 행위에 대해 지적했다.


만약 체스터가 아니라 다른 소드마스터였다면 본인이 직접 아나스타샤를 처리하였을 터였고. 만약 그랬다면 용사들이 도착하기도 전에 아나스타샤는 절명했을 터였다. 그렇기에 브랜드는 아나스타샤를 나무랄 수 밖에 없었다.


자신의 수준을 알고 굽혀야  때는 굽힐  아는 것은 살아가면서 꼭 필요한 자세였으니 말이다. 물론  상황에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는 것을 브랜드 또한  알기에 얄궃게 질타하지는 않았다.

그저 아나스타샤가 조금 더 조심스럽게 행동해주기를 바랄 뿐이었다. 설령  상태에서 붙잡혔다고 하여도, 적어도 체스터가 근처에 없을 때를 노려 도망치는 시도를 하면 되는 것이었다.


"죄송해요.. 꼼짝없이 그대로 끌려갈 줄 알고..."

아나스타샤는 브랜드의 진심어린 걱정을 이해했는지 마찬가지로 진심이 담긴 눈망울로 말을 건냈고. 그런 둘을 바라보던 한 남자가 말을 걸었다.

"어이, 꽁냥 거릴거면 상황  봐가면서 하지?"

언뜻 들으면 비꼬는 듯 했으나 목소리에 장난기가 섞인 것이, 놀리는 감이 더욱 강했다. 그리고 브랜드는 자신의 품에 멋대로 안긴 아나스타샤를 밀어냈고. 계속해서 굉음이 들려오는 전투의 현장을 바라봤다.


이지혜와 체스터 바빌론, 둘은 눈에 보이지도 않을 속도로 검격을 주고 받고 있었고. 그 근처에 있던 기사들은 어느덧 현장에서 벗어나 조금 떨어진 곳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둘 중에 누가 우위를 점하고 있느냐 묻는다면, 싸움에 있어 문외한인 자가 봐도 검성인 이지혜가 우위를 점하고 있음을 알 수 있을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이지혜의 얼굴에는 강자의 여유가 엿보였다. 반면 체스터 바빌론의 얼굴에는 특유의 근엄함은 온데간데 없고 조급한 모습이 엿보였으니 말이다.

실제로 체스터 바빌론은 정말로 죽을 말이었다.

체스터는 이지혜가 싸우는 장면을 단 한 번도  적이 없었다. 이지혜는 최전방에서 마족과 싸우고, 체스터는 황제 직속 기사단의 단장으로써 언제나 황성에 머물러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체스터는 이지혜의 마른 체격을 보며 힘 보다는 속도를 중심으로 싸울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그것은 완전히 틀려먹은 예상이었다.

이지혜의 검에는 정말 여자의 몸이 맞나 싶을 정도로 압도적인 힘이 실려 있었고. 이것은 체스터의 검에 실린 힘과 비등하거나 혹은 그 이상의 것이었다. 또한 이지혜의 검에 담긴 예리함은 말할 것도 없아 날카로웠으며, 오러의 질 조차도 비교 조차 되지 않을만큼 차이가 났다.


이것이 검성의 경지, 체스터 바빌론은 소드마스터의 경지와 검성의 경지가 이토록 차이남을 몸소 겪고 나서야 깨달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체스터는 물러설 생각을 하지 않았다.


체스터는 마음을 다잡으며 오러를 한계치까지 끌어냈고. 짙은 연두색의 기운이 체스터의 전신을 감쌌다.

"...정말이지, 적당히를 모른다니까."

이지혜는 전력을 다하려는 체스터를 보며 답답함을 느꼈다.


도대체 황제가 뭐라고 자신의 목숨까지 내걸어가며 덤벼드는 걸까, 이지혜는 도저히 이해할  없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이지혜는  이상 주변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곧바로 끝내기로 마음 먹었다.


"덤벼라. 이것이 나의 전력, 그대 또한 진심을 다하여야 될 것이다."

뻔하디 뻔한 대사, 이지혜는 한국에 지내던 당시에 일본 망가에서나 나올 법한 말을 내뱉는 체스터를 보며 소름이 돋았다.


저런 낯부끄러운 말을 뱉을  있다는게 신기했다. 하지만 끝내기로 마음 먹었으니 이지혜는 체스터의 말을 따라 일말의 진심을 내비치기로 했다.

쿠웅-!


이지혜의 주변으로 짙은 검은색의 오러가 요동을 치며 거대한 용의 형상을 띄웠고. 문득 체스터의 발밑으로 크레이터가 생겨났다. 이에 체스터는 막중한 중압감에 몸이 짓눌러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온몸이 무겁다.

체스터는 이 중압감으로 부터 벗어나 보려 했지만 무슨 수를 써도 벗어날 수가 없었다.


그저 오러를 내뿜은 것만으로도 소드마스터인 자신이 힘 한 번 제대로 써보지도 못 한채 제압을 당한 것이었다.

이는 천재라 불리우던 체스터에게 있어 적잖은 충격을 안겨주었고. 체스터는 절망감에 얼굴을 찌푸렸다. 그리고 이지혜는 절망감에 안색이 어두워진 체스터의 앞에 유유히 걸어가 냉담한 얼굴을 보였다.


"다시 한 번 말할게. 모든걸 포기하고 곱게 돌아가. 그러면 목숨만은 살려줄테니까."


부탁과 명령 그 사이에 있는 어딘가의 것, 이지혜는 지금이라도 체스터가 곱게 말을 들어주었으면 했다. 아무리 이지혜라고 하여도 소드마스터인 체스터를 계속해서 이렇게 잡아둘 수는 없었다. 지금은 그저 보여주기 식으로 어거지로 오러를 한 곳에 집중시켜 위력을 극대화 시켰을 뿐이었고. 십분 정도만 지나도 풀려날 것이었다.

그렇기에 이지혜는 최대한 여유로운 척, 체스터에게 항복하기를 권했고. 체스터는 결과에 승복하는 남자였다. 하지만 체스터는 자신의 자존심 보다도 황제의 명령을 수행하는 것이 중요했다.


"차라리 죽여라. 나는 폐하의 명령을 받은 몸, 임무를 완수하지 않는 한 돌아가지 않을 테니."

"하아.. 답답하네 진짜.."

이지혜는 체스터의 견고한 마음가짐에 답답함을 호소했다.

이렇게 압도적인 힘의 차이를 보여주었음에도 체스터는 물러설 줄 모르는 남자였다.  놈의 황제가 뭐라고 지 목숨까지 걸어가며 뻐기는걸까.

이지혜는 이런 타입의 사람을 정말로 싫어했다. 사람이 유도리 있게 살아야지, 한가지만을 고집하며 살아가는 것은 이지혜에게 있어 무척이나 꺼려지는 방식이었다.

그렇기에 이지혜는 더 이상 체스터에게 힘을 조절하지 않기로 했다.

여태까지는 굳이 체스터에게 맞춰주며 최대한 다치지 않도록 조절하였으나, 이제는 다치던 말던 상관 없었다.


"조금 아파도 참아라."

슥, 이지혜는 검을 집이넣고선 맨손으로 체스터의 뒤에 섰다. 그러고는 손날로 체스터의 뒷목 부분을 때리는 시늉을 하며 각을 보았다.

단 번에 기절 시킨다. 이지혜는 그냥 체스터를 기절시킴으로써 그의 부하들에게 알아서 처리하라고 하기로 했다.

그리고 이지혜는 몸이 완전히 굳어버린 체스터가 혹여나 움직일까봐 주저없이 팔을 휘둘러 손날로 체스터의 뒷목을 정확히 가격했다.


털썩, 다행히도 체스터는 한 번에 정신을 잃었고. 죽은 시체 마냥 몸을 축 늘어트리며 앞으로 고꾸라지듯이 넘어졌다. 이지혜는 그런 체스터를 한 손으로 들어 올리고선 멀찍이 떨어져서 관전에 들어선 체스터의 부하들에게 알아서 받으라는 식으로 내던졌다.

소드마스터의 신체인데 이런다고 죽을 리가 없었기에 이지혜는 조금도 신경쓰지 않고선 등을 돌려 여유롭게 자신의 동료들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그러한 모습을 지켜보는 한 명의 소녀.

"와..  언니 멋지다..."

아나스타샤는 그런 이지혜의 모습을 보며 선망과 존경의 눈빛을 띄우며 이지혜의 모습을 눈에 담았다.


아나스타샤는 이지혜 처럼 강해지고 싶다는 마음을 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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