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영애만큼 머리칼이 피처럼 붉은 사람을 처음 봅니다.”
피가 기다렸다는 듯이 흘러내리며 바닥을 적셨다. 벨리알은 피가 묻은 검을 들이밀었다. 하지만 로즈는 그것에 신경 쓸 수 없었다.
왜냐하면,
“어떻습니까. 정말 영애의 머리칼처럼 아름답지 않습니까?”
벨리알 르 세레니티.
그토록 찾아 헤매던 남자가 날 보자마자 관심을 가졌으니까.
로판소설 속 조연으로 빙의했다.
게다가 여주가 등장하기도 전에 악역 서브남주에게 죽임을 당하는 조연 중의 조연으로.
그런데,
죽는 순간까지도 여주를 놓아주지 않았던 바로 그 벨리알이,
“당신은 들에 핀 꽃처럼 조용하고, 하늘에 뜬 태양보다 눈부시며, 산을 노니는 사슴만큼 우아해요.”
이런 소리나 늘어놓고 있다.
대충 살다가, 대충 죽임을 당할 생각이었는데.
이 악역, 나를 죽일 생각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