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44 2-4 데임(Dame) 클로랜스 =========================================================================
[2막 : 小和田 雅子???]
[2-4장 : 데임(Dame) 클로랜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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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태자비로 내정된 클로랜스 영애, 황실장미훈장과 기사 작위 서임 받기로 결정!]
[제국 역사상 최초의 황실장미훈장, 여성수훈자 탄생! 그 주인공은 황태자비로 내정된 클로랜스 영애!]
[클로랜스 영애, 성인식 이전 기사 작위 서임!]
엘리제는 오래간만에 본 신문에 자신의 이름이 도배되어 있자, 어안이 벙벙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왜 신문에서 날?’
모르고 있었지만 그녀는 최근 제국 제일의 유명인사였다.
[탄신연회 축일 때 황태자비로 잠정 내정!]
그것만으로도 온 제국의 시선이 집중될 만한데, 다음 날 황실의 어른인 공작부인을 시해했다.
그 말도 안 되는 엽기적 사건에 온 제국의 여론이 들끓었다가, 곧 며칠도 안 되어 새로운 사실이 밝혀졌다.
[시해가 아니라, 과감한 응급처치였음. 그녀의 과감한 조처 덕분에 공작부인의 목숨을 구할 수 있었음.]
이런 내용이 화제가 안 될 리가 없었다.
특종을 찾는 하이애나인 기자들은 앞다투어 위 내용을 보도했고, 이 반전에 제국 시민들은 열광했다.
“역시 클로랜스 가문의 영애가 그럴 리가 없지. 나이도 어리다던데 대단해!”
“정말 대단한 영애구만! 황태자비가 되신다니 참 기대돼!”
더구나 신문사의 정보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어떻게 알아낸 것인지, 그녀가 테라사 병원의 도제로 일하고 있다는 사실도 밝혀낸 것이다.
[황태자비가 될, 클로랜스 영애, 신분을 숨기고 테레사 병원의 도제로 일하며 환자를 돌봐!]
[클로랜스 영애, 황태자비가 될 지고한 신분으로 빈민 병원에서 일하다.]
‘망했다.’
엘리제의 얼굴이 하얘졌다.
이제 온 제국민이 그녀가 몰래 테레사 병원에서 일하던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그런데 기사의 방향과 언론이 조금 이상했다. 기이하거나 이상하게 보기 보다는…….
[역시 클로랜스 가문의 영애! 황태자비가 되기 전, 제국민에게 봉사하고 싶은 마음에 도제로 일해!]
[선행을 실천하고 싶어 병원에 나갔다는 클로랜스 영애. 역시 클로랜스 가문의 딸다워. 후에 황태자비가 된 후가 기대돼.]
기사의 내용이 조금 이상했다.
그녀가 정말로 의사가 되고 싶어 병원에 나갔다기보단, 황태자비가 되기 전, 선행과 봉사를 위해 병원에서 일한다는 내용이었다.
제국민들은 그런 착한 여인이 황태자비가 된다는 사실에 매우 기뻐했다. 평소 안 좋은 소문은 씻은 듯이 사라졌고.
하지만 엘리제로서는 썩 마음에 드는 내용이 아니었다.
모든 기사가 그녀가 황태자비가 되는 것을 기정사실처럼 여기고 황태자비가 되기 전, 봉사활동이라도 하기 위해 병원에 나간 것처럼 쓰여 있었기 때문이다.
‘황태자비가 될 클로랜스 영애라니.’
기사마다 도배된 그 단어가 무척 마음에 안 들었다. 그녀는 황태자비가 될 생각이 전혀 없었으니까.
‘어쩔 수 없지.’
탄신연회 때 발표 때문에 그녀는 모두에게 잠정적으로 황태자비가 될 여인으로 여겨지고 있었다. 그러니 그녀가 뭐라고 이야기하든 소용없을 것이다.
‘결국, 폐하와의 내기에서 이겨야 해. 그것 외엔 방법이 없어.’
며칠의 시간이 지났고, 드디어 훈장 수여식 날이 다가왔다.
***
훈장 수여식 날은 의사 자격시험 딱 2일 전이었다.
‘하필 날짜가. 시험공부 해야 하는데.’
영광된 자리이지만 엘리제는 울상을 지었다.
훈장 수여와 작위 수여는 맡겨둔 케이크를 찾아오듯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예행연습도 해야 했고, 이래저래 굉장히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덕분에 시험 직전, 가장 중요한 시기에 공부를 거의 못하게 되었다. 그녀는 하필 이 날짜에 수여식을 잡은 게 황제 폐하의 음모가 아닌지 의심했다.
그리고 그 의심은 크게 틀린 것은 아니었다.
“내가 너무 공교로운 날에 날짜를 잡은 것 아닌가 모르겠군.”
황제가 훈장 수여식 날 빙그레 웃으며 말했던 것이다.
대놓고 일부러 그랬다는 듯한 얼굴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뭐라고 하겠는가.
“아닙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에 불과한데, 과분한 상을 내리시니 감사하고 송구합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은 무슨. 영애 덕분에 친척 누이가 살 수 있었거늘. 황실을 떠나 개인적으로도 참 고맙네.”
그저 빈말로 하는 감사는 아니었다.
황제는 정말로 그녀에게 고맙게 생각하고 있었다.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지만, 엘리제가 아니었으면 자신의 친척은 죽음을 피할 수 없었을 테니까.
다만 서로의 입장이 다르니, 마음 편히 고마워하지 못할 뿐이다.
그는 그녀가 의사가 되길 원하지 않고 있었으니까.
“그러면 식을 거행하지.”
훈장 수여와 작위 수여가 진행되었다.
황궁의 거대한 예식 홀에서 귀족들의 참관 아래 먼저 훈장이 수여식이 거행되었다.
길고 긴 예배와 축사를 먼저 한 후, 몇 차례 황실 예식을 거치고 나서야 엘리제는 훈장을 받을 수 있었다.
“황실에 큰 공을 세운 클로랜스 영애에게 이 황실장미훈장(皇室薔薇勳章)을 내리노라.”
“감사합니다, 폐하.”
짝짝짝!
우레와 같은 박수 끝에 황제가 직접 그녀에게 훈장을 수여하였다.
그녀는 자신에게 수여된 훈장을 바라봤다.
십자가를 감싼 장미 문양의 금패에는 다음과 같은 황실 문장이 적혀 있었다.
Dieu et mon droit(신과 나의 권리).
그리고 곧바로 작위 수여가 이어졌다.
엘리제가 무릎을 꿇자 민체스터 황제는 검집에서 검을 빼 들어 그녀의 양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나 민체스터 드 로마노프는 황실에 큰 공을 세운 엘리제 드 클로랜스에게 기사 작위를 내리노라.”
이로써 엘리제는 단순한 클로랜스 가문의 딸이 아니라, 스스로 작위를 가진 데임(Dame) 클로랜스가 되었다.
그 모습을 보며 아버지 엘 후작은 감격에 젖어들어다.
‘보고 있소, 테레사? 우리 딸이 작위를 받았구려. 제국 역사상 여성 최초로 황실장미훈장도 받고 말이오. 그것도 당신이 그토록 바라던 의술로 말이오.’
앞으로 남은 그녀와 황제와의 내기 때문에 걱정이 한가득하였지만, 이 순간 후작은 순순히 기뻐했다.
후작뿐 아니라, 작은오라버니 크리스도 새어머니도 한마음으로 기뻐했다.
철없던, 가문의 근심거리였던 엘리제가 훈장에 명예기사 서임까지 받다니. 기쁘지 않을 수 없었다.
큰 오라버니는 기사단의 일로 참석하지 못했지만, 만약 참석했으면 무뚝뚝한 얼굴로 축하해 주었을 것이라고 엘리제는 생각했다.
그렇게 예식이 끝나고, 엘리제와 황제는 짧은 대화를 가졌다.
“그래, 영애. 아니, 이제는 데임 클로랜스구나.”
“송구스럽습니다, 폐하.”
황제는 잠시 잔잔히 그녀를 바라봤다.
“그래, 아직 의사가 되는 것을 포기하진 않았지?”
물어보나 마나 한 물음이었다.
“죄송합니다.”
“그래, 그렇겠지.”
황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한 4달 남았나?”
“……!”
“영애가 성인식을 치를 때까지 말이야.”
“……그렇습니다.”
“그래, 최선을 다해보게. 만약 영애가 내가 말한 조건대로 해낸다면 짐이 깨끗이 물러날 테니. 물론 쉽지는 않을 걸세.”
-쉽지는 않을 걸세.
황제의 강한 의중이 담긴 한마디였다.
하지만 엘리제는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도 절대 포기할 생각은 없었다.
반드시 이길 것이다.
“이제 모레면 의사 자격시험인데 공부는 잘하고 있나?”
“부족한 만큼, 그저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그래, 시험 잘 보도록 하고. 꼭 합격하길 기원하네. 만약 ‘문제가 어렵게 나오기라도 해’ 시험에 떨어지기라도 하면, 영애도 곤란하게 될 테니.”
그러며 황제는 빙긋 웃었다.
“……!”
그 미소를 본 순간, 엘리제는 이번 시험이 절대 만만치 않을 것임을 직감했다. 뭔가 시험 문제를 어렵게 내거나 하는 수를 쓴 것이 분명했다.
‘이 시험에 떨어지면 자동으로 내기에 지게 돼. 절대 붙어야 해.’
그냥 붙는 것도 안 된다. 당당히 내세울 수 있을 정도로 고득점을 해야 한다.
‘최선을 다하자.’
이제 더 공부할 시간은 없었다.
그저 지금까지 환자를 보며 쌓아온 경험과 지식을 믿을 수밖에.
***
의사 자격시험 전날.
의학연구원에서는 곤혹스러운 얼굴로 시험 문제를 검토하고 있었다.
“위원장님, 정말 이렇게 문제를 내도 되는 걸까요?”
“어쩔 수 없지 않나?”
“하지만 이대로 문제를 내면…… 합격률이 바닥을 길 것 같은데.”
그 말에 황실의학연구원의 수석 연구원이자, 금년도 시험출제위원장인 에릭 준남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도 알고 있었다.
자신들이 낸 문제가 말도 안 되는 난이도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의사자격 시험은 상대 평가가 아닌, 절대 평가. 최소 80점은 맞아야 합격할 수 있는데…… 이 문제들을 그렇게 맞출 수 있는 도제가 과연 몇 명이나 있을까?’
난이도를 올리기 위해 새롭게 바꾼 형태의 문제들.
자신같이 경험이 많은 의사면 모를까, 도제들이 접근하기엔 너무 난해할 것이 분명했다.
“알고 있네. 하지만 어쩌겠는가? 우리야 위에서 시키는 대로 할 뿐이지.”
그나마 다행인 것은 만약 합격률이 너무 낮게 나올 경우, 얼마 후에 재시험을 치를 수 있게 해 실제 의사 수급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란 점이었다.
‘어쨌든 이번 시험은 폐하께서 지시하신 대로 자격이 안 되는 이가 합격하는 일은 없겠군.’
아니, 그 정도가 아니었다.
만약 이번 시험에 합격하는 도제가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의학계의 주목을 받을 것이다. 굉장한 난도의 시험을 통과한 수재로서.
‘과연 이번 시험도 90점 이상을 획득하는 이가 나올까?’
평소 의사 자격시험은 약 90점에서 95점 사이에서 수석자가 결정된다.
하지만 90점은커녕 수석자가 합격선인 80점도 못 넘는 것은 아닐지.
출제위원장은 걱정 섞인 마음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다음 날, 대망의 의사 자격시험이 시작되었다.
어쩌면 엘리제의 남은 삶을 결정할지도 모르는 시험이었다.
***
자격시험은 의학연구원의 대강당에서 치러졌다.
시험 범위는 질병 기초, 총론, 각론, 약학 등 의학의 모든 분야를 포함하며, 도제들은 200개가 넘는 문항을 온종일 풀어야 한다.
‘꼭 잘 보자.’
오전 8시.
아직 시험이 시작되기 1시간 전, 엘리제는 일찌감치 시험장에 도착해 시험을 준비했다.
‘반드시 붙어야 해.’
만약 떨어지면 황제와의 내기는 그걸로 끝이었다.
‘방심하지 말고, 꼼꼼히 최선을 다해 풀자.’
그녀는 노트 필기를 꺼내 최종 정리를 하였다.
어차피 현대 지구에서부터 이미 다 알고 있던 내용이었지만, 운명이 걸린 시험이니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다.
‘많이 어렵게 나오겠지?’
며칠 전 황제의 목소리에 섞인 뉘앙스를 고려할 때 굉장히 어려울 게 분명했다.
실제로 병원 내에서 이번 시험이 무진장 어려울 것이란 소문도 돌았었고.
같이 시험을 치를 예정인 도제들이 사색이 되어 한탄하던 것이 떠올랐다. 망했다고. 엄청 어렵게 나올 것이라고.
난이도 조절에 실패해 재시험을 치러야 할 거란 소문이 시험을 치기 전부터 돌았으니, 얼마나 어려운 문제가 나올지 짐작이 안 됐다.
‘상관없어. 나 자신을 믿자.’
엘리제는 적당히 긴장하되 과도하게 겁을 먹진 않았다.
비록 시험 준비 기간은 짧았지만, 그녀가 의학에 바친 시간의 밀도는 다른 도제들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의대에 입학 후. 다른 이들은 상상도 못할 노력을 해온 자신이니까.
‘난 천재 따위가 아니야.’
밴과 그레이엄은 자신을 천재로 여기고 있지만, 사실 그녀는 천재가 아니었다.
사실 그녀야말로 진정한 노력파. 지구에서 홀로 살아가며 얼마나 피나는 노력을 했는지 모른다.
‘지금까지 내 노력을 믿자.’
============================ 작품 후기 ============================
내일 수요일 09:07분에 올라갑니다.
Ps. 막의 이름과 장의 이름을 중간에 넣는 것이 번잡해 보여, 앞으로는 각 화 처음에 넣도록 하겠습니다.
읽어주시는 분들께 항상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