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외과의사 엘리제-56화 (56/194)

00056  론도 대역병  =========================================================================

[2막 : 小和田 雅子???]

[2-6장 : 론도 대역병 (5)]

***

1854년, 지구의 런던에는 존 스노 박사란 인물이 살고 있었다.

그는 당시 런던 소호 거리에 유행하던 전염병을 지도와 데이터 조사를 통해 차단했다.

세계 최초의 역학조사였고, 그의 방법은 현대까지 내려와 널리 사용되고 있다.

엘리제가 지금 사용하는 역학조사도 그의 방법을 따라 하고 있는 거였다.

‘마침 당시 소호 거리에 돌던 전염병도 콜레라였지. 그때도 일주일 만에 1,000명의 사망자가 나왔었어.’

그녀는 현대 역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존 스노 박사를 떠올렸다.

그보단 자신이 훨씬 유리했다.

그는 콜레라란 질환에 대해 모르고 있었지만, 자신은 콜레라의 증상, 원인균은 물론이고, 전파 방식까지 모조리 알고 있었으니까.

‘콜레라는 음식물, 정확히는 물에 의해 전파돼.’

이렇게 광범위한 사람들을 전염시킬 수 있는 전파 방법은 단 두 가지다.

하나는 사람 간의 공기를 통한 전파.

인플루엔자 등이 그렇다. 공기를 움켜쥘 수 없듯, 한 번 돌기 시작하면 막을 방법이 없었다.

지구에선 20세기 초, 인플루엔자의 아형인 스페인 독감이 5,000만이 넘는 인구를 몰살시키는 일도 있었다. 그 정도로 전파력이 끔찍했다.

다른 하나는 물에 의한 전파다.

‘음식물은 어차피 먹는 사람이 제한되었으니 전파가 심하지 않아. 하지만 물은 달라. 같은 공급원에서 공급되는 물을 먹으면 모조리 감염되니까.’

그러니 어떤 상수원이 콜레라균(Vibrio cholera)에 오염되었는지 찾아내야 했다.

‘그게 만만치 않아서 문제지만.’

론도는 같은 구역이라도 위치, 용도에 따라 수도 공급 회사가 다르다. 상수원도 제각각이다.

‘여러 개의 상수원이 오염되지는 않았을 거야. 이 3개의 지역에 공통으로 물을 공급하는 수도 공급 회사와 상수원을 찾아야 해.’

그건 어렵지 않았다.

동행한 황태자가 지시하니, 한 시간도 안 되어 행정부에서 명단을 추려왔다.

세 개의 지역에 물을 공급하는 수도 공급 회사는 총 3개였다.

테즈사.

벨벳사.

피요르 수도 회사.

이 중 벨벳사와 피요르 수도 회사는 론도 전역에 물을 공급하고 있었다. 다만 지역적 특성상 이들 세 지역에만 상수원이 달랐다.

‘이 세 회사 중 하나일 거야. 정확히 알아내야 해.’

모든 상수원을 폐쇄할 수는 없다. 물 없이 사람이 살 수는 없으니.

그러니 정확한 범인을 찾아야 했다.

‘각 수도 회사가 구역 내에서 정확히 어떤 지역에 물을 공급하는 거지?’

그것은 각 수도 회사에 요청해 알아냈다.

확실히 황태자가 옆에 있으니, 일 처리 속도가 전광석화다. 만약 그녀 혼자 했으면 훨씬 오래 걸렸을 것이다.

“도움에 감사드립니다, 전하.”

“됐다. 제국과 시민을 위하는 일이다. 너는 빨리 전염병이나 해결하도록.”

다음 대의 명군이 될 자다운 답변이었다.

그 지원에 힘입어, 엘리제는 하나하나 단서를 밟아갔다.

마치 탐정처럼.

그리고 곧 하나의 회사가 제외되었다.

‘벨벳사는 아니야. 역학 지도와 맞지가 않아.’

그녀는 환자가 발병한 지도와 수도 공급 상황을 비교했다. 벨벳사는 아니었다.

‘그러면 테즈사? 아니면 피요르 수도 회사?’

두 회사는 모두 역학 지도와 일치하는 곳에 물을 공급하고 있었다.

다만 용도가 달랐다.

테즈사는 거리의 공용 식수를, 피요르 수도 회사는 건물들에 수돗물을 공급하고 있었다.

‘환자들에게 물어봐도 대부분 두 회사의 물을 모두 먹었다고 하니.’

난감했다.

최악에는 두 회사의 물을 전부 폐쇄해야 할지도.

그런데 그 순간이었다.

한 가지 깨달음이 번개처럼 찾아왔다!

“전하, 여쭐 게 있습니다.”

“뭐지?”

“현재 론도의 오수가 최종적으로 흘러가는 곳이 어디입니까?”

린덴은 답했다.

“테즈 강 하류다.”

“……!”

그녀는 다급히 말했다.

“전하, 지금 바로 테즈 강 하류에 가 봐야겠습니다.”

그러고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 위해 곧바로 테즈 강 하류로 향했다.

잠시 후…….

“……!”

엄청난 악취와 오수에 더럽혀진 강물을 본 순간, 그녀는 확신했다.

원인을 찾았다.

바로 이 테즈 강 하류에서 물을 끌어올려 브로드가(街), 크로이던 지구, 크롬웰 지구 거리에 공용 식수를 공급하던 테즈사였다.

이곳이 콜레라균의 서식지였던 것이다.

***

엘리제의 의견대로 곧바로 테즈사에서 공급하던 거리의 공용 식수가 차단됐다.

파앙!

요원들이 식수 파이프의 밸브를 떼어갔다.

테즈사에서 강력히 항의했고, 공중보건부의 관료들도 반대했지만, 황태자의 말 한마디에 조용해졌다.

“이 결정에 대한 결과는 내가 책임진다.”

“……!”

엘리제는 놀라 황태자를 바라봤다.

그는 무뚝뚝하게 말할 뿐이었다.

“난 이 전염병 사태의 총책임자다. 그러니 설사 네 판단이 잘못되었더라도 책임은 내 몫이다. 그러니 걱정하지 마라.”

그 말에 그녀는 순간 알 수 없는 마음이 들었다.

“감사합니다.”

하지만 그는 대답하지 않고 그녀에게서 등을 돌렸다.

그런 그에게 그녀가 말했다.

“전하, 걱정하지 마십시오. 전하께서 곤란하실 일은 없을 것입니다.”

“걱정 따위 안 한다.”

그리고 그는 말했다. 지나가는 듯한 목소리로.

“널 믿으니까.”

그래, 마음에 안 드는 그녀지만 그는 그녀를 믿고 있었다.

“……?!”

한편 그녀는 자신이 잘못 들었나 화들짝 그를 바라봤다.

그러나 그는 그녀를 돌아보지 않고, 발걸음을 옮겨 한참 멀어지는 중이었다.

‘날…… 믿는다고?’

이전 삶, 그의 짝으로 10년 가까이 살았지만 한 번도 듣지 못한 이야기였다.

그리고 엘리제의 조처 후, 다음 날.

처음으로 전염병 환자가 줄어들었다.

***

공용 식수를 차단한 다음 날, 발병 환자가 최초로 100명 미만으로 줄었다.

매일 수백 명씩 기하급수적으로 늘던 추세가 확연히 꺾인 것이다.

‘어떻게 이럴 수가? 정말 데임 클로랜스의 주장이 맞았단 말인가?’

황실 비상대책본부의 위원들.

즉, 공중보건부의 관료, 의학연구원의 교수, 황실십자병원의 명의들은 경악에 빠졌다.

그들은 모두 엘리제의 주장을 믿지 않고 있었다.

아니, 믿기는커녕 비웃고 있었다. 천재라더니,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그나마 황실십자병원의 의사들이 그녀의 말을 귀 기울여 듣긴 했지만 완전히 믿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특히 공중보건부의 관료들은 황제와 황태자의 명령이 아니었으면, 절대 그녀를 도와주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그들이 예상한 것과 정반대였다.

그녀의 주장이 옳았던 것이다!

‘말도 안 돼.’

그들의 불신과는 별개로 다시 또 다음 날.

발병 환자가 30명 미만으로 줄었다.

전염병의 전파가 완전히 꺾인 게 분명했다.

‘다행이야, 정말로.’

엘리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직 환자가 드문드문 발생하고 있긴 하지만, 그건 이전에 콜라레 균에 감염된 사람이 잠복기가 지나며 발병한 탓이었다.

‘콜레라의 잠복기는 주로 1~2일. 길어야 5일이니, 이제 곧 완전히 환자가 끊길 거야.’

그녀의 예상은 정확했다.

3일이 지나는 순간, 환자가 거짓말처럼 뚝 끊긴 것이다. 몇 명 정도는 생겼지만 거의 무시해도 될 수준이었다.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고, 죽음의 재앙 앞에 벌벌 떨던 론도의 시민들은 기쁨의 환호성을 질렀다.

“이제 끝난 거야? 벌써?”

“살 수 있는 거야?”

이 시대 전염병의 공포는 상상을 초월했다.

수만에서 수십만이 짚단처럼 죽어 나갔으니까. 가족이 죽고, 일가친척이 몰살하는 경우는 흔한 일이었다.

이번에도 당연히 그런 재앙이 될 거라 두려워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빨리 끝나다니?

500명이 넘는 희생자가 나오긴 했지만, 20년 전 15만에 비하면 정말 적은 숫자였다.

론도의 시민들은 기적이 일어났다고 기뻐했다.

하지만.

이건 우연한 기적이 아니었다.

한 명의 소녀.

그녀가 만들어낸 의학의 결과물이었다.

시민들도 곧 자신들에게 주어진 삶의 축복이 우연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사정을 알아낸 신문사들이 앞다투어 보도했기 때문이다.

[죽음의 전염병을 정복한 데임 클로랜스! 250만 론도 시민들의 목숨을 구해!]

[데임 클로랜스, 완고한 관료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의학적 판단으로 ‘콜레라 맵’을 이용, 전염병의 원인을 차단! 론도를 죽음에서 구해내!]

믿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

원래 이 전염병의 원인은 나쁜 공기 즉, 독기로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의학적 역학 관계를 기반으로 진정한 원인을 밝혀내 전파를 차단하다니!

“황태자비가 되실 데임 클로랜스께서 우리를 구해 주셨구만.”

“그러게. 마음만 착하신 게 아니라 정말 대단하이.”

론도의 시민들은 그녀에게 열광했다.

원래부터 시민들의 사랑을 받던 엘리제지만, 이번은 그 열광의 정도가 달랐다. 폭풍과도 같았다.

“데임 클로랜스 만세!”

“황태자비 만세! 만만세!”

사람들은 모이기만 하면 엘리제의 이름을 칭송했다.

“이거 데임 클로랜스가 아닌, 성(St). 엘리제라고 불러야 하는 것 아닌가요?”

“그러게 말이네.”

성(St. 聖). 세인트(Saint).

사람들을 위해 어마어마한 업적을 남긴 사람에게 주어지는 영광된 존칭이다.

과한 게 아니냐 할 수 있겠지만, 놀라운 의학적 판단으로 수십만 시민의 목숨을 구했으니 그 존칭에 부족할 것이 없었다.

그리고 또 한 명 주목받는 인물이 있었다.

바로 황태자인 린덴 드 로마노프였다.

“이번에 황태자 전하께서 전적으로 데임 클로랜스를 신뢰하고 지원해 주셨다며?”

“그래, 신문에서 그러더군. 그리고 전염병이 한창 위험할 때 데임 클로랜스와 함께 전염 지구를 같이 살폈다던데?”

“천생연분이군그래. 빨리 데임 클로랜스께서 황태자비가 되시면 좋을 텐데!”

“예끼! 이 사람아. 데임 클로랜스는 아직 성인식도 안 치르지 않았나?”

“몇 달 뒤면 성인인데 그게 무슨 상관인가? 바로 약혼하고 결혼까지 하면 되지!”

원래 황태자는 3황자에 비해 대중적 인기가 떨어졌다.

통치력과 제왕으로서의 능력은 뛰어났지만, 유쾌한 3황자에 비해 친근하지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일로 인해, 그리고 엘리제와 결혼이 예정된 사이란 사실 하나만으로 인기가 급격히 올라갔다.

모두 엘리제 덕분이었다.

“데임 클로랜스, 그리고 황태자 전하의 결혼을 위하여!”

이렇게 건배를 하는 시민들도 있을 정도였다.

그때, 화제의 주인공 엘리제는 테레사 병원에 있었다.

추가적인 전염은 끝났지만, 환자가 없어진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기뻐하는 그 순간에도, 사경을 헤매는 콜레라 환자들이 많았다.

‘적절히 치료하면, 치사율을 급격히 낮출 수 있어.’

현대 지구에서 콜레라의 치사율은 1% 내외였다.

반면 론도에서 콜레라의 치사율은 약 40%. 50%에 육박하고 있다.

적절한 치료를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구만큼 치사율을 낮출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원칙을 알면 이런 끔찍한 치사율은 낮출 수 있다.

‘폐하께 드릴 부탁은 먼저 이 환자들을 치료하고 나서 말하자.’

그렇게 다짐한 엘리제는 일단 환자들의 회복에 열중했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시민들은 다시 한 번 감탄했다.

“역시 데임 클로랜스. 조금도 쉬지 않으시고.”

“그러게 말이야. 듣자 하니 몸도 약하다고 하던데.”

“저러다 황태자비도 병에 걸리는 것 아니야? 그러면 안 되는데.”

몇몇 사람은 벌써 그녀를 황태자비로 호칭하고 있었다.

그만큼 그녀가 빨리 자신들의 퍼스트레이디가 되길 바라는 것이다.

한편 엘리제는 환자들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며 다른 의사들에게 치료의 핵심을 알려주었다.

혼자 모든 환자를 치료할 수는 없으니까. 동료 의사들이 있는데 그럴 필요도 없고.

“콜레라 환자가 사망하는 이유는 탈수와 전해질 불균형 때문이에요. 설사와 구토가 일반 위장관 병에 비해 너무 심하기 때문이죠. 그러니 최대한의 수액 공급과 전해질을 공급하는 데 주력해야 해요.”

그렇다. 콜레라가 무서운 이유는 설사와 구토가 너무 심해 탈수와 전해질 균형이 완전히 깨지기 때문이었다.

이것만 교정해 주어도 상당수의 사망자를 막을 수 있었다.

“알겠습니다!”

테레사 병원의 의사들은 지난 몇 달간 엘리제의 어마어마한 능력을 봐왔다. 따라서 아무런 의심 없이 그녀의 지침을 따랐고 그 결과 사망률이 급격히 감소했다.

그녀는 다른 병원에도 치료 원칙을 알려주었고, 곧 론도 전체에서 콜레라로 인한 사망자가 급감했다.

그렇게 엘리제는 20년 전, 론도 시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대역병을 정복했다.

============================ 작품 후기 ============================

내일 금요일 09:07분에 올라갑니다.

읽어주시는 분들께 항상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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