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57 2-7 가족 =========================================================================
[2막 : 小和田 雅子???]
[2-7장 : 가족 (1)]
엘리제 드 클로랜스.
이번 일로 인해 그녀는 두 가지 별명을 얻게 된다.
현대 역학의 창시자. 그리고 콜레라의 정복자.
후대에 무수히 많은 별명으로 불리게 될 그녀에게 붙은 첫 번째 별명이었다.
그리고 콜레라가 완전히 정리된 후.
그녀는 황궁에 입궁했다.
지난번 이야기했던, 황제에게 미뤄두었던 부탁을 고하기 위해.
***
“허허! 클로랜스 영애, 어서 오게. 마침 영애에게 무슨 상을 주어야 할지 태자와 상의하고 있었네. 이 제국을 위해 정말 큰일을 해주었어!”
민체스터 황제는 환한 얼굴로 그녀를 맞았다.
“황송합니다. 폐하의 은총 덕입니다.”
“짐의 은총은 무슨. 모두 영애 덕이지. 진짜로 3일 만에 대역병을 해결하다니. 정말 대단해. 대단해.”
황제는 연신 그녀를 칭찬했다.
그럴 만했다.
20년 전, 15만이 죽는 참상을 직접 목격한 황제다. 그런 대재앙을 이렇게 해결하다니.
고작 대단하다는 단어로는 이 업적을 표현할 수 없었다.
기적.
이건 바로 기적이었다.
“도대체 어떤 상을 줘야, 이 공을 갚을 수 있을지 모를 지경이야. 그렇지 않나, 태자?”
“그렇습니다.”
옆에 동석한 황태자 린덴 드 로마노프가 고개를 끄덕였다.
“역…… 학조사라 했던가? 콜레라 맵? 어쨌든 금번에 영애가 사용한 방법은 공중보건부와 의학연구원에 잘 전수해 주게. 늘 영애의 도움만 받고 있을 수는 없으니.”
당시 론도를 비롯한 서대륙의 대도시는 이와 비슷한 전염병을 반복적으로 앓고 있었다.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채 인구가 과도하게 밀집한 탓이었다.
그래서 엘리제는 한 가지를 건의했다.
“폐하, 앞으로 전염병을 예방하기 위한 방책이 하나 있습니다.”
“무엇인가? 좋은 생각이 있는가?”
황제는 반색하며 물었다.
이제 그는 엘리제의 이야기라면 뭐든지 일단 믿고 보게 되었다.
“콜레라란 전염병은 물이 오염되어 생기는 것. 이번에 병이 생긴 것도 도시의 오수 처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서였습니다.”
“계속 말해보게.”
“그러니 이번 기회에 비용이 들더라도 도시의 하수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수도를 제대로 정비해 물의 오염을 막는다면 콜레라를 영원히 퇴치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른 전염병의 발병도 예방할 수 있고요.”
황제는 그녀의 말이 옳다 생각했다.
공화국의 수도인 ‘빛의 도시, 파리스’와 더불어 세계 최고의 도시인 론도는 이전부터 오수 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이번 기회에 정비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영애의 말에 따르겠네. 시일이 걸릴 대공사지만 늦지 않게 시작해야겠어.”
“이왕 정비할 것, 규모를 크게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게 무슨 말인가?”
“론도는 세계의 수도로서 나날이 인구가 늘어가고 있습니다. 만약 현재 인구인 250만 명을 기준으로 정비하면, 머지않은 미래에 다시 한 번 대공사를 시행해야 할까 걱정됩니다.”
“그러면 어느 정도의 인구에 맞추어야겠는가?”
엘리제는 고민 후 답했다.
“최소 500만 이상을 기준으로 잡아야 한다 생각합니다.”
“……?!”
황제와 황태자는 모두 놀란 표정을 지었다.
“500만? 진심으로 하는 이야기인가, 영애?”
500만.
어마어마한 숫자다. 4억의 인구를 가진 동방의 청이면 모를까, 아직 서대륙 어느 열강도 그런 인구의 도시를 가진 나라가 없다.
“네, 그렇습니다. 제국의 발전 속도를 생각하면 그 정도도 부족하다 생각합니다.”
제국이 어디까지 번영할지는 모르겠다.
달은 차면 기우는 법이니, 영원히 세계 최강의 위치를 차지하지는 못하겠지.
그래도 지구의 경우를 비교해 보면, 론도의 인구는 앞으로 최소 500만은 돌파할 것이다. 그것도 그렇게 머지않은 미래에.
그러니 공사는 기술력이 되는 한 크게 하는 것이 좋았다.
“허허, 이거 영애의 배포가 생각보다 훨씬 크군. 500만이라. 그래, 제국의 퍼스트레이디가 될 영애니 그 정도 배포는 가지고 있는 게 좋겠지.”
황제는 넌지시 이전에 나누었던 대화를 언급했다.
엘리제는 자세를 고쳤다.
본론을 이야기할 때라 생각한 것이다.
그녀가 오늘 온 이유는 하수도 정비를 건의하기 위해서가 아니었으니까.
“그래, 이제 지난번 영애가 말했던 부탁을 들을 때가 왔군. 한번 말해보게. 무엇이든 들어주겠네.”
황제가 웃으며 말했다.
엘리제는 이야기 전 물었다.
“폐하, 말씀드리옵기 전에 여쭐 게 있습니다.”
“무엇인가?”
“지난번 했던 약속은 아직 유효한 것입니까?”
지난번 약속. 어떤 부탁을 하더라도 제국의 뜻에 어긋나지 않는 한 들어달라는 것이었다.
황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이 로마노프 황실의 이름을 걸었네. 주님과 제국의 뜻에 어긋나지 않는 한, 무조건 들어주겠네.”
“감사합니다.”
민체스터는 인상을 찌푸렸다.
“그런데 도대체 무슨 부탁이길래 그러는가? 괜히 불안하군. 빨리 말해보게.”
엘리제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이 부탁을 한 후에 후폭풍이 걱정된다. 하지만 이 방법 외엔 다른 방법이 없다.
가문의 명예를 높이면서도, 작은오라버니가 죽음의 위기에서 벗어날 방법은.
“큰 부탁은 아닙니다.”
“그러니까. 빨리 말해보래도.”
그녀는 말했다.
“저 엘리제가 가문의 차남 크리스 대신 클로랜스 가문을 대표하여 이번 2차 크림원정군으로 참전할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뭐?”
장내가 싸늘하게 얼어붙었다.
도저히 들을 수 없는 말을 들은 듯 황제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옆에서 이야기를 듣던 황태자의 얼굴도 마찬가지로 딱딱히 굳었다.
“지금…… 뭐라고?”
엘리제가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고 다시 한 번 말했다.
“클로랜스의 딸이 가문의 명예를 높이기 위해, 그리고 로마노프 황실에 충성을 바치기 위해 요청합니다. 제가 명예로운 군역의 의무를 다할 수 있도록, 종군 의사(醫師)로서 크림원정에 참전하는 것을 허락해 주십시오.”
이것이 그녀가 찾은 답이었다.
크리스 대신, 자신이 종군 의사로서 참전하는 것.
이러면 가문이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명예를 저버리지 않으면서도, 작은오라버니를 죽음의 위기에서 구해낼 수 있다.
***
그러고 어떻게 이야기가 진행됐는지 모르겠다.
“…….”
엘리제는 떨리는 걸음으로 어전을 나왔다. 전신이 사시나무처럼 떨렸다.
황궁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는 가문의 마차를 향해 걸어가다, 전신에 힘이 풀려 궁의 복도에 주저앉아 버렸다.
‘저질렀어.’
방금 황제는 난생처음으로 자신에게 화를 냈다.
그냥 목소리만 높인 것이 아니었다. 고성을 지르며 불같이 분노했다.
이전 삶, 어떤 잘못을 저질러도 웃으며 넘어가 주던 그가 말이다. 그만큼 자신의 부탁이 노여웠으리라.
‘죄송합니다, 폐하.’
그의 마음을 이해했다.
딸같이 아끼는 아이가 전쟁터에 간다니. 만약 자신이 이런 부탁을 할 줄 알았으면, 그는 절대 미리 들어주겠단 약속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걸로 됐어.’
모두가 분노할 것이다.
아버지와 특히 작은오라버니는 상상도 못할 정도로 화내겠지. 어쩌면 자신을 가문에서 쫓아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게 나았다.
설사 가문에서 쫓겨나더라도, 아니, 자신이 전장에서 총알을 맞는 일이 생기더라도.
작은오라버니의 죽음을 다시 한 번 전해 듣는 것보단 이게 훨씬 나았다.
‘그래, 잘한 거야. 잘했어, 엘리제.’
그런데 그때였다.
“이게 뭐하는 짓이지, 데임 클로랜스?”
서늘한, 그러면서도 깊은 분노가 담긴 목소리가 그녀를 찔렀다.
놀라 고개를 돌리니 황태자인 린덴 드 로마노프가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눈에 타오르는 분노를 담고서.
‘뭐지?’
엘리제는 그 눈빛에 놀랐다. 이제까지 그가 저렇게 분노하는 것은 처음 봤다.
“지금 뭐하는 짓이냐고 물었다, 데임 클로랜스!”
더구나 언성을 높이기까지.
엘리제는 허겁지겁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리가 아직 떨렸지만, 애써 참고 고개를 숙였다.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전하.”
“하! 모르겠다고?! 엘리제!”
“……?!”
엘리제는 화들짝 놀랐다.
그가 거칠게 그녀의 손목을 잡아챈 것이다!
“저, 전하?!”
그녀는 당황해 그를 불렀다.
그냥 잡은 게 아니었다. 분노한 탓인지 강한 악력이 느껴지며 그녀의 손목이 하얘졌다.
“전쟁에 참전하겠다고?! 그대가?! 하! 지금 그걸 말이라고! 장난하나?!”
그는 그녀를 노려봤다.
엘리제는 당황하면서도 지금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도대체 왜 이러는 거지?
“가문의 명예와 황실을 위해서입니다.”
“뭐?”
가문의 명예와 황실을 위해.
그건 그녀가 표면적으로 내세운 이유였다.
작은오라버니를 살리기 위해 대신 참전한다 할 수는 없으니까.
“제 입으로 이런 말 하기는 그렇지만, 저는 비교적 뛰어난 의사입니다. 제가 의사로 참전하면 수많은 제국군인의 생명을 구할 수 있습니다. 전쟁에 특별한 장기가 없는 크리스 오라버니가 참전하는 것보다 제국과 황실에 도움이 될 게 분명하며, 가문의 명예도 더욱 높일 수 있습니다. 그러니 의술로서 영광스러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려는 것입니다.”
그녀의 말은 옳았다.
크리스 오라버니가 참전하는 것보단, 자신이 전장에서 훨씬 가치 있는 일을 할 수 있었고, 그건 곧 가문의 명예로 이어질 것이다.
더구나 황태자비로 내정된 자신 아닌가? 자신이 참전하면, 선전 효과도 있었다.
‘고귀한 황태자비도 전장에서 싸운다!’라며.
시민들은 더더욱 황실에 충성하며 싸울 것이다.
그야말로 완벽한 설명.
‘아니야. 다 거짓말이야.’
엘리제는 속으로 씁쓸히 생각했다.
그래, 다 거짓말이다.
저런 것들 관심 없었다. 전장에 나가고 싶지도 않았다.
아무리 타인을 살리는 일에 보람을 느낀다지만, 그녀도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이었다. 전장이 무섭지 않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작은오라버니를 위해 어쩔 수가 없었다.
한편, 황태자는 그녀의 조리 있는 설명에 더욱 분노하고 있었다.
‘이 여자는 정말로……!’
도대체 왜 맨날 이따위란 말인가?!
자신을 얼마나 더 가슴 아프게 하려고!
지금도 이렇게 보고만 있어도 조마조마하다.
혹시라도 저 작은 몸으로 무리하다가 아플까, 나쁜 병이라도 옮는 것이 아닐까. 하루에 몇 번이나 걱정하는지 모른다.
그런데 전쟁에 참전한다고?
그녀가 전장에 나가면 그는 걱정에 가슴이 터져 버릴 것이다.
혹시라도 다치기라도 하면? 상상하고 싶지도 않았다. 자신은 미쳐 버릴 것이다.
“안 돼.”
“네?”
“2차 원정군의 총사인 내가 허락하지 않겠다! 네가 전쟁은 무슨! 전쟁이 여자들의 놀이터인 줄 아나!”
“……!”
그는 이번 2차 원정군의 총사령관이었다. 황태자이기도 했고 2년 전, 앙젤리 전쟁에서 탁월한 지휘 능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녀의 참전을 거부할 권한이 있었다. 물론 합당한 이유가 있다면 말이다.
‘안 돼. 나는 무조건 참전해야 해.’
엘리제는 표정을 굳혔다.
그녀는 일단 힘을 줘, 그에게 잡힌 손을 뺐다. 손이 빨갛게 변해 아팠지만, 참고 딱딱한 어투로 말했다.
“전하, 제 참전은 폐하께서 허락하신 일입니다. 아무리 총사로 예정된 전하라도, 합당한 이유가 없다면 거절할 수 없습니다.”
“……!”
황태자는 입을 다물었다.
합당한 이유? 없다.
그저 죽는 것보다 싫을 뿐이다. 그녀가 전쟁에 나가는 게.
“저는 지금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의술적인 면으로 볼 때나, 황태자비라는 선전적인 면으로 볼 때나 제가 참전하는 것이 제국군에 유익하지 않습니까?”
“그딴 것 필요 없어.”
“네?”
“고작 그딴 것 필요 없다고!”
그대가 위험할 수도 있는데, 그딴 게 중요하겠는가?
황태자는 턱밑까지 차오른 그 말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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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토요일 09:07분에 뵙겠습니다.
읽어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