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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과의사 엘리제-69화 (69/194)

00069  대회전  =========================================================================

3장 대회전-3

“네?”

“없습니다. 아무리 찾아도.”

“……!”

엘리제의 눈이 흔들렸다.

“없다고요?”

“네, 3번이나 뒤졌는데, 아무리 찾아도 론이란 이름의 참전자는 없습니다.”

“……!”

엘리제는 눈을 깜빡거렸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론 님이 참전자 중에 없다고?

***

‘어떻게 된 거지?’

엘리제는 혼란스러운 마음으로 사령부의 복도를 걸었다.

‘그분이 거짓말을 했을 리는 없는데.’

그건 확실했다.

론, 그가 전쟁에 참전한다고 자신을 속이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왜? 어째서 참전자 명단에 없는 거지?

‘모르겠구나.’

그녀는 한숨을 내쉬었다.

어제 황태자의 생일 선물부터 해서 머릿속이 뒤죽박죽되었다.

뭐가 뭔지 하나도 알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 순간이었다!

탁!

“앗!”

어깨에 강한 충격이 와 그녀는 비명을 지르며 옆으로 넘어졌다.

멍하니 걷다가 앞에서 오는 누군가와 부닥친 것이다.

‘아, 아파.’

탄탄히 단련한 군인의 몸이라 그런지, 돌에 부닥친 듯 어깨가 아팠다. 바닥에 쓸린 다리도 아렸고.

“죄, 죄송합니다. 제가 잘못 봐서.”

그래도 그녀는 자신이 잘못한 것 같아 사과하며 고개를 들었다.

그런데 고개를 든 그녀의 얼굴이 굳어졌다. 익숙한 얼굴이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던 것이다.

“조심하십시오. 정신을 어디다 두고 다니는 것입니까?”

유리엔 공녀와 똑 닮은 외모. 그러면서도 오만한 느낌.

차일드 가의 차기 당주인 알버트였다!

그는 장갑을 낀 손을 그녀에게 내밀었다.

“그렇게 멍하니 앉아 있지 말고 일어나십시오.”

“아…… 네.”

부축을 해주긴 했으나, 친절한 태도는 아니었다.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그는 먼지를 털듯 자신의 어깨를 털었다. 그녀와 부닥쳤던 부위이다.

“앞으론 꼭 조심하십시오.”

“……네, 죄송합니다.”

그러고 알버트는 회의장에 먼저 들어갔다.

엘리제는 한숨을 내쉬었다.

군의 모두가 그녀에게 호의적이었지만, 몇몇 적개심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있었다. 대부분 귀족파 출신의 귀족들이었고 알버트는 그중 하나였다.

이해는 했다.

자신은 차일드 가문의 적인 클로랜스의 딸이었으니까.

특히 저 알버트는 방계에서 입양된 이라 열등감 비슷한 것이 있었고, 그 열등감을 황제파에 대한 적개심으로 해소하고 있었다.

‘모르겠다. 그렇지 않아도 머리가 복잡한데. 빨리 회의가 끝나고 야전병원으로 돌아갔으면.’

엘리제도 회의장에 들어갔다.

이미 대부분의 사람이 자리에 착석해 총사령관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사람들을 본 엘리제는 고개를 갸웃했다.

뭔가 분위기가 이상했던 것이다.

‘뭐지?’

모두의 얼굴이 굳어 있었다. 마치 큰일이라도 난 것처럼.

회의장 전체에 무거운 공기가 가득했다.

그녀가 의아함을 품을 때, 회의장 상석 근처의 문이 벌컥 열리며 황태자가 들어왔다.

그리고 그가 들어오자마자 한 이야기는 엘리제가 여태껏 해온 혼란스러운 고민을 한 번에 날려 버렸다.

이런 한가로운 고민을 할 때가 아니었다.

“적이 총공격을 준비하고 있다.”

“……!”

“첩보원이 전한 적의 작전명은 모루 작전. 이에 대한 긴급회의를 시작한다.”

엘리제의 얼굴이 하얘졌다.

모루 작전.

이전 삶, 작은오라버니 크리스의 목숨을 앗아갔던 적의 계략이었다. 그리고 목숨을 잃은 것은 크리스뿐이 아니었다.

당시 제국군은 끔찍한 피해를 입었었다.

***

“공화국군이 반도의 수도 심페폴에서 모두 북진하였습니다. 그 수는 방어를 위한 필수적인 병력을 제외한 40만입니다.”

“……!”

정보 장교는 커다란 지도를 가리키며 브리핑했다.

“군을 총 세 개로 나뉘어 진격 중인데, 아마 우리의 중앙군과 서군, 동군을 한 번에 총공격하려는 의중으로 파악됩니다.”

그 말에 회의장이 술렁였다.

“특히 서군, 동군 쪽을 향한 병력이 큽니다. 아마 중앙군에 비해 병력이 적은 서군, 동군에 타격을 주려는 목적으로 보입니다.”

현재 제국군은 중앙에 15만, 서군에 7만, 동군에 10만으로 나뉘어 있었다.

이 3군이 긴밀한 연계를 펼치며, 한쪽이 불리해지면 중앙군에서 지원군을 보내 균형을 유지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면 동서, 양쪽으로 향하는 적의 규모는 얼마나 됩니까?”

“각각 15만 명씩으로 파악됩니다. 중앙 쪽으로는 10만이 오고 있습니다.”

“……!”

모두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중앙으로 오는 10만의 병력은 주로 무어군, 크림군 등, 혼성군이란 점입니다.”

그 말에 사람들은 공화국의 의중을 파악했다.

“중앙엔 잡병인 혼성군을 보내고, 동, 서 양면에는 정예 15만 명씩이라. 이건 중앙군의 발을 묶은 뒤 우리 동, 서 양면 군을 각각 격파하겠다는 뜻이군요.”

“그러게 말입니다. 동, 서 양면 군이 수적으로 너무 열세입니다. 빨리 지원군을 보내야겠습니다.”

“얼마나 보내는 게 좋겠습니까?”

“말이 혼성군이지, 무어군은 무시해도 좋을 잡병. 이곳 사령부에는 5만의 병력만 남겨도 충분하지 않겠습니까?”

사람들은 그 말이 옳다고 여겼다.

제국군은 세계 최고의 강병. 아무리 10만이라도 저런 잡병들을 상대하기 위해 같은 수가 있을 필요는 없다. 사실 5만도 많았다.

“빨리 지원군을 보내야 할 것 같습니다. 특히 동군은 보크네 요새까지 전진해 있어, 거리가 멉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래도 빨리 이 사실을 눈치채 다행입니다. 지원군만 보낸다면 큰 문제 없이 막겠지요.”

동, 서 각각에 5만씩의 병력을 지원하면 공화국군과 병력 차이는 크게 준다.

비슷한 병력과 상황이면 제국군이 공화국군에 밀릴 이유가 없다.

모두 다소 느긋한 마음으로 그렇게 결론 내렸다.

“사막의 전갈도 다급한가 봅니다. 이렇게 급한 공격을 다 하다니. 하하.”

“그러게 말이오. 이거 생각보다 빨리 승전할지 모르겠소.”

하지만 그때, 엘리제는 속으로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아니야! 그게! 그렇게 양 군으로 지원군을 보내면 끝이야!’

그녀는 파랗게 질려 생각했다.

‘그게 바로 사막의 전갈이 원하는 바야!’

지난 삶과 똑같았다!

그때도 이렇게 대응 작전을 펼쳤다 사막의 전갈의 작전에 휘말려 궤멸적인 피해를 입었다.

‘어떻게 하지?’

그런데 그 순간이었다.

차가운 목소리가 회의장을 갈랐다.

“그게 다인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이는 없는가?”

“…….”

총사령관의 물음에 모두 고개를 저었다.

“동, 서 양쪽으로 지원군을 보내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전하. 그러면 이 총공격을 수월히 방어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 장군이 사람들을 대표해 말했다.

하지만 황태자는 인상을 찌푸렸다.

‘뭔가 이상해. 이런 눈에 뻔히 보이는 작전을 펼친다고? 그 루이 니콜라스가?’

뚜렷한 근거는 없었다.

하지만 ‘감’이 이상했다. 2년 전 전쟁 때도 무수히 많은 위기를 감지하게 해준 느낌이 이번에도 경고를 울렸다.

‘뭐지? 뭘 놓치고 있는 거지?’

그는 뚫어져라 전략 지도를 살펴보았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의 눈이 커졌다.

설마……?

그런데 그때였다. 누군가 회의실 자리에서 일어났다.

“죄송하지만 한 가지만 발언해도 되겠습니까?”

“……!”

그 뜻밖의 인물에 모두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데임 클로랜스?”

다름 아닌 엘리제였다!

“데임께서 왜?”

그들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가 회의에 참석하는 것은 이상할 것은 없다. 그녀는 사령부 소속 의무병과의 장이었으니까.

하지만 지금 이 안건은 전투 작전이었다.

의무병과의 장인 그녀가 발언할 게 없는 주제인 것이다.

“여러 장군님 앞에 주제넘게 나서는 점을 먼저 사과드립니다. 하지만 꼭 말씀드릴 것이 있어서 이렇게 나섰습니다.”

“말해보십시오.”

엘리제는 숨을 들이켰다.

자신의 발언을 뭐라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전쟁과 작전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여자가 건방지게 나선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겠지.

하지만 이렇게 넘어갈 수는 없었다. 제국군 수만 명의 목숨이 걸린 일이다.

“적군의 의도에 대해, 사막의 전갈의 진짜 목적에 대해 다시 한 번 의심해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모두가 놀라 웅성거리며 그녀를 바라봤다.

“그게 무슨 말이오, 데임? 이 작전의 진짜 목적이라니.”

엘리제는 말했다.

“저는 이 작전이 ‘모루 작전’이 아니라, ‘정과 망치 작전(Chisel and Hammer Tactics)’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됩니다.”

“……!”

***

정과 망치!

사령부의 장군들은 고개를 갸웃했다.

“정과 망치라니?”

“그게 무슨 말입니까?”

단 한 명.

그 자리에서 단 한 명만이 그녀의 말을 알아들었다.

황태자 린덴 드 로마노프였다.

‘내가 생각한 걸 그녀도 떠올린 건가?’

하지만 그는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그녀가 지금껏 믿을 수 없는 능력을 보여주었다 해도, 이건 군사 작전이었다.

그녀의 전문 분야와 전혀 연관이 없는.

‘설마. 아니겠지.’

엘리제는 굳은 목소리로 설명했다.

“전체적인 공격을 의미하는 ‘모루’와 다르게 ‘정과 망치’는 집중을 의미합니다. 한 점에 모인 힘, 즉 정을 망치로 때려 단번에 굳건한 바위를 격파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그건 우리도 알고 있소.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이오?”

한 노장이 말했다.

중앙군의 군단장으로 아무것도 모르는 소녀가 이런 작전 회의에 발언하는 게 마음에 안 드는 눈치였다.

그런 시선은 그 노장뿐이 아니었다. 그 자리의 대부분이 그녀의 발언을 못마땅하게 바라봤다.

그럴 만했다.

아무리 엘리제가 이들에게 인정을 받았다 해도, 그건 의료에 국한된 거였으니까.

더구나 전투와 싸움은 남자들의 신성한 전유물이었다.

이제 갓 성인이 된, 어린 소녀의 참견을 기뻐할 장군은 아무도 없었다.

‘역시.’

그들의 날카로운 시선에 엘리제는 몸이 따가웠다.

하지만 그래도 꿋꿋이 말했다.

자신이 이대로 물러나면 제국군에 얼마나 많은 희생자가 발생할지 모른다.

“저는 사막의 전갈의 진정한 목적은 모루 작전을 통한 동, 서 양군의 각개격파가 아니라, 중앙에서 양쪽으로 지원군을 보내게 하는 것, 그 자체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

“정확히 말하면 지원군을 보내도록 해 중앙군을 약화시키는 게 목적이지요.”

“그 말은?”

“네, 제 추측이긴 하지만 동, 서 양군을 공격하려는 것은 속임수. 저들은 동, 서 양쪽으로 향하던 방향을 북쪽으로 틀어 약해진 중앙군을 한꺼번에 공격할 것입니다. 압도적인 병력으로요.”

“……!”

동, 서로 향하던 병력의 방향을 틀어 약해진 중앙군을 공격한다!

그게 바로 지난 삶에 이루어졌던 모루 작전, 아니, 정확히는 정과 망치 작전이었다.

사막의 전갈의 속임수에 넘어갔던 제국군은 동, 서 양쪽으로 지원군을 보내 중앙군을 약화시켰다.

그 결과 중앙군은 5배가 넘는 공화국군과 싸워야 했고, 결과는 당연히 대패.

크리스 작은오라버니는 그 참담한 전투 때 전사했다.

‘물론 시기와 병력의 규모는 이전 삶과 차이가 있지만, 그 정과 망치 작전이 분명해.’

엘리제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때 한 장군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물었다.

“무서운 이야기구려. 데임의 말대로라면 우리의 대패요. 하지만 도대체 무슨 근거로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오?”

소녀의 추측은 분명 무시무시한 이야기다.

만약 동, 서 양쪽으로 향하던 공화국군이 북쪽으로 방향을 틀어 중앙군을 공격하면 그건 대재앙일 테니까.

하지만 믿을 만한 근거가 없었다.

“제가 이런 추측을 한 이유는.”

엘리제는 입을 열었다.

“바로 지리적 요인과 저희 군의 병력 분포 때문입니다.”

“……?!”

“실례지만 잠시 나가 설명하겠습니다.”

그녀는 단상에 나가 지도를 가리켰다.

============================ 작품 후기 ============================

내일 월요일 09:07분에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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