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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과의사 엘리제-140화 (140/194)

00140  5-7 달콤한 납치 (2)  =========================================================================

7장 달콤한 납치(2) - 2

한 잔 마셨다고, 엘리제의 하얀 얼굴에 홍조가 돌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그를 자극했다.

젠장. 저렇게 인형 같은 얼굴에 홍조가 돌면 자신보고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미칠 지경이다.

그런 린덴의 마음은 모른 채 엘리제는 맥주를 한 잔 더 마셨다.

꿀꺽, 맥주와 함께 떨리는 목 울림에 린덴은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이대로 저 입술을 범하고 싶은데. 입맞춤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하지만 평소라면 몰라도, 지금 키스를 하면 거기서 자제할 자신이 없었다. 선을 넘을 것 같았다.

‘하아.’

몇 번째일지 모를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한 3잔쯤 마셨을 때일까?

그녀는 취기가 오르는지 조금씩 발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전…… 하.”

“그만 마시는 것이 좋겠다.”

“아…… 괜찮아요. 딸꾹.”

“…….”

“저, 정말 괜찮은데. 딸꾹.”

그녀는 딸꾹질하는 게 부끄러운지 얼굴을 붉혔다.

“지, 진짜…… 괜…… 딸꾹.”

린덴은 고개를 젓고, 경고하듯 그녀의 귓가에 입을 가져가 말했다.

“그만 마셔. 안 그러면.”

그러며 지그시 귓불을 깨물었다.

“정말 혼내줄 테니.”

“……!”

귀에서 전해지는 찌릿한 느낌에 엘리제의 몸이 떨렸다.

“알았나?”

그런데 술을 마신 탓일까? 엘리제는 조금 달랐다. 평소라면 군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을 텐데, 무려 반항이란 것을 한 것이다.

“조, 조금만…… 더 마시면 안 돼요? 딸꾹. 고작 맥주인데…… 조금만 더…… 많이 안 마실게요.”

“…….”

린덴은 눈썹을 꿈틀했다.

사실 그녀가 술을 마시는 것은 상관없었다. 오히려 발개진 얼굴로 딸꾹질하는 것이 귀여웠다.

하지만 그녀가 무방비하게 흐트러진 모습을 보고 자제할 자신이 없었다. 즉, 문제는 자신이었다.

린덴이 답이 없자, 거절로 알고 엘리제가 시무룩하게 말했다.

“……알겠어요. 그만 마실게요. 죄송해요. 그냥 오늘 축제를 보고 기분이 좋아서 그랬어요.”

하아. 저런 귀여운 표정으로 저렇게 예쁘게 말하면 어떻게 안 들어주겠는가?

“……한 잔만이다. 더 이상은 안 돼.”

그 말에 예쁜 초식동물은 기쁜 표정을 지으며 맥주를 마셨다.

하지만 린덴은 곧 자신의 승낙을 후회하게 되었다.

그 한잔을 더 마신 후, 엘리제의 얼굴에 완전히 취기가 오른 것이다.

“딸꾹. 딸꾹. 아…… 죄, 죄송해요.”

엘리제도 본인이 취한 것을 깨닫고 그에게 사과했다.

물론 술주정을 부린 것도 아니고, 취한 것을 사과할 이유야 없지만.

“……괜찮다. 인제 그만 쉬자.”

린덴은 고개를 저었다.

오늘도 그녀를 먼저 재우고, 또 그녀 옆에서 괴로운 밤을 보내야 할 것 같았다.

‘정말 바늘을 가져오라고 할까.’

그런데 그때였다!

술에 취해 과감해진 것인지, 엘리제가 자신의 몸을 그의 어깨에 기댔다.

“……!”

“저…… 잠시만 이러고 있으면 안 돼요?”

린덴은 흡 숨을 멈추었다.

그녀의 우윳빛 체향이 그의 정신을 흔들었다.

“술은 더 안 마실 테니…… 그냥 잠시만 이러고 있고 싶어서.”

“……그래.”

린덴은 입술을 깨물었다.

이 소녀는 자신을 얼마나 괴롭게 하려고 하는 것인지.

그래도 당연한 말이지만, 싫지는 않았다. 그녀가 자신의 어깨에 가만히 기대고 있는 것이. 아니, 정확히 말하면 가슴이 떨리도록 좋았다.

“전하.”

“린덴.”

“네?”

“이제 전하라 부르지 말고, 린덴이라 불러라.”

“하지만…….”

엘리제는 취한 상태에서도 그건 주저되는 것 같았다.

린덴은 눈썹을 찌푸렸다.

미하일, 그놈한테는 잘도 이름을 부르면서!

“명령이다. 지금 당장 린덴이라 불러.”

“하, 하지만…….”

“당장. 지금 해봐라.”

“……린…… 덴.”

그 말은 그에게 깊은 만족감을 주었다.

고작 이름을 부른 것이건만 달콤한 느낌이 들었다.

“다시.”

“린…… 덴.”

“다시 한 번 더.”

그렇게 엘리제는 멍하니 그의 이름을 반복했다. 몽롱한 달콤함이 방 안에 감돌았다.

“졸리는가?”

그리고 자신에게 기댄 채 꾸벅꾸벅 졸기 시작한 엘리제게 린덴이 물었다.

“아…… 괜찮아요.”

“인제 정말로 그만 자도록 하지?”

“조금만 더요. 지금 좋아서…… 전하.”

“린덴.”

“아…… 네, 린덴. 나 이전부터 사실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있었어요.”

“뭐지?”

그녀는 그에게 조금 더 파고들었다.

늘 느끼는 거지만 그의 체온은 차갑지만 따뜻했다. 신기했다.

“우리는…… 혹시 운명일까요?”

“……!”

린덴은 살짝 의외인 눈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물론 그는 그녀가 자신의 운명이라 생각하고 있다. 하늘이 정한.

하지만 누구보다 이성적인 그녀의 입에서 ‘운명’이란 감상적인 단어가 나오다니? 조금 뜻밖이었다.

“왜 그렇게 생각하지?”

“사실 신기한 일이 있었어요.”

“무슨?”

“크림전쟁 때 제가 총에 맞았던 것 기억나세요?”

당연히 기억난다. 끔찍한 기억이었다.

“그때 다른 사람들의 피가 안 맞아 피를 못 받고 있었는데, 전하…… 아니, 린덴의 피만 맞아 저에게 수혈을 해주셨잖아요.”

“그랬지.”

린덴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야말로 운명적인 일이었다. 그때 오로지 자신만이 그녀에게 피를 줄 수 있었다.

그런데 엘리제, 이 과학적인 의사는 당시의 일을 조금 다르게 받아들였다.

“그래서 사실 조금 연구를 했었어요.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가. 린덴의 피와 제 피를 비교해서.”

“언제?”

“얼마 전예요. 기억나시죠? 검진 상 검사하려 뽑은 피로 제가 확인해 본다 했잖아요.”

그러고 보니 그랬던 적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연구해 보니 신기한 결과가 나왔어요.”

“어떤?”

“저희 둘의 피는 완벽히 일치해요.”

“일치한다고?”

“네, ABO뿐만이 아니라, Typing까지. 그리고 다른 모든 것이 완전히요.”

취한 그녀는 의학 용어를 가리지 않고 사용했다.

ABO? Typing? 린덴은 모르는 용어였다.

“왜? 일치하면 안 좋은 건가?”

“아니, 안 좋을 건 없죠. 어쨌든 신기해요. 이렇게 서로 일치하다니.”

린덴은 피식 웃었다.

“뭐가 신기한가?”

“네?”

“네 말대로 우리가 운명이니 일치하는 것이지.”

그 말에 엘리제는 배시시 웃었다.

“그런 걸까요?”

“당연하지. 우리는 하늘이 정해준 사이인 것이다. 아니, 하늘도 우리 사이를 찢지 못할 것이다.”

물론 실제로 그런 것일지는 모른다.

하지만 린덴은 그런 거라고 치기로 했다.

그리고 그의 말을 들은 엘리제도 그렇게 치기로 했다. 그와 자신은 운명이라고.

“하암.”

계속 감기는 눈으로 하품하는 그녀를 눕혀 주었다.

취기에 그녀는 앙탈을 부렸다. 조금만 더 같이 있고 싶다고.

“조금만…… 조금만요…….”

그 귀여운 모습에 린덴은 한숨을 삼켰다.

저 사랑스러운 모습 그대로 가지고 싶었다. 범해 버리고 싶었다.

‘하아.’

그때, 그녀가 몽롱한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린덴. 사랑해요.”

“……!”

“사랑해요. 정말로. 정말로 사랑해요.”

그러며 그녀가 그의 볼에 입술을 맞혔다.

“……!”

린덴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엘리제, 너…….”

하지만 술기운 때문일까? 그녀는 멈추지 않았다. 이미 취기가 오를 대로 올라 반쯤 감긴 눈으로 입술을 움직였다.

멍하니 잠에 취해 자기가 지금 무슨 위험한 일을 저지르고 있는지도 자각하지 못한 채.

뺨에서 입술 쪽으로.

그녀의 입술이 미끄러질 때마다 린덴은 정신이 아득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그 붉은 입술이 자신의 입술에 와 닿을 때.

“……!”

린덴의 이성이 뚝 하고 끊어졌다.

입술을 건드는 촉촉한 느낌에 머리가 하얗게 변했고, 생각이 마비된 그의 몸이 그녀를 덮쳐 들어갔다.

‘이건…… 이건…… 너 때문이야.’

린덴의 혀가 엘리제의 입안을 침범했다.

달콤함보다는 강렬한, 오로지 그녀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한 키스였다.

혀의 밑동이, 그 안의 모든 것을 빨아들일 듯한 기세로 그녀를 침범했다.

‘엘리제!’

린덴은 그녀의 어깨를 눌러 침대 위에 눕혔다.

자연스레 그가 그녀의 위에 올라탄 자세가 되었다.

린덴은 떨리는 손으로 그녀의 허벅지를 어루만졌다. 여리면서도 미치도록 부드러운 감촉.

손에 닿은 그 느낌에 그의 가슴이 터질 듯이 쿵쾅거렸다.

이대로 그녀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싶었다. 전신에 하나의 틈도 남기지 않고, 자신의 흔적을 새긴 후 완전히 하나가 되고 싶었다.

그 갈망을 담아 그는 그녀의 어깨에 입을 맞추었다.

그의 손이 허벅지, 그 위, 그녀의 은밀한 곳으로 향했다.

‘아, 엘리제……!’

그런데 그 순간이었다.

그는 이상한 점을 느꼈다.

평소와 다르게 그녀에게서 아무런 반응이 없었던 것이다.

승낙도, 거부도, 그렇다고 신음도, 떨림도. 아무것도 없었다.

‘뭐지?’

의아한 표정으로 그녀의 얼굴을 본 순간.

린덴은 인상을 와락 찌푸렸다.

‘젠장.’

엘리제는 잠들어 있었다.

완전히 취해서.

‘이 나쁜!’

나를 이렇게 만들어 놓고, 잠이 들다니!

린덴은 심각한 얼굴로 번뇌했다.

어떻게 하지? 이 갈망을?

잠이 들었지만 그대로?

‘망할.’

하지만 어떻게 그대로 하겠는가?

그녀가 이렇게 잠이 들어 있는데.

“엘리제. 엘리제.”

그는 혹시나 그녀의 어깨를 흔들어 잠에서 깨워 보았다.

하지만 그녀는 우웅 하고 뒤척일 뿐 잠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망할. 정말 나쁜. 제길.’

린덴은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도대체 이 소녀는 나에게 무슨 악감정이 있어서!

그는 마음에 안 든다는 말을 끝없이 중얼거리며 그녀에게 이불을 덮어주었다.

그리고 도저히 가슴이 진정이 안 돼 입술을 깨물며 양을 세었다.

‘양 한 마리, 양 두 마리…….’

천 마리까지 세었으나, 효과가 없어 어쩔 수 없이 종목을 바꿨다.

‘별 하나, 별 둘…… 젠장.’

양을 세든, 별을 세든 계속 그녀의 몸만 떠올랐다. 달아오른 가슴이 진정이 되지 않았다.

결국, 그는 라운지에 연결된 끈을 당겨 직원을 불렀다.

호텔 직원이 공손한 태도로 방에 들어왔다.

“네, 무슨 일이십니까? 술상을 치울까요?”

“그래, 치우고.”

그리고 린덴은 머뭇거리다 말했다.

“바늘을 가져와라.”

“네?”

직원은 자신이 잘못 들었나 반문했다.

린덴은 인상을 구기며 말했다.

“바늘 가져오라고.”

“네, 네.”

호텔 직원이 의아한 얼굴로 사라진 후, 린덴은 그녀를 돌아보았다.

원래도 그랬지만 오늘은 정말, 진짜로 마음에 안 들었다.

‘오늘 일. 나중에 반드시 꼭 혼을 내주마. 꼭. 각오해.’

린덴은 그렇게 이를 갈았다.

물론 어떻게 혼을 낼지는 그만이 알 일이었다.

그렇게 그는 다시 밤하늘에 떠 있는 별의 숫자를 세며 밤을 지새웠다.

그녀를 혼내줄 수 있는 날이 최대한 빨리 다가오기를 기원하면서.

굉장히 서글픈(?) 밤이었다.

***

다음 날, 날이 밝고 늦잠을 잔 그들은 기차역으로 향했다.

그가 말했던 ‘목적지’로 향하는 것이다.

“전하, 피곤하신 것 같아요.”

“……그래.”

린덴은 퀭한 눈으로 말했다.

“잠자리가 불편하셨는지……?”

“……아니다.”

말을 해서 무엇하겠는가?

“그대는?”

“전 잘 잤어요. 쌩쌩해요.”

린덴은 한숨을 내쉬었다.

보아하니 어제 본인이 취해서 벌인 일은 기억도 안 나는 것 같다.

진짜 마음에 안 든다.

‘나중에…… 반드시, 꼭 혼내주마.’

그는 굳게 다짐했다.

그냥 혼내는 것이 아닌, 하루 종일 혼내줄 것이다.

정말 하루 종일. 아무것도 못하게 혼내줘야지.

============================ 작품 후기 ============================

내일 09시 07분에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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