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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과의사 엘리제-146화 (146/194)

00146  6-2 양방 수술  =========================================================================

2장 양방 수술 - 1

한 가지 방법이 떠올랐다!

어쩌면 둘 모두를 살릴 수 있을지도 모르는!

“……결정했어요.”

그녀의 말에 구호소를 나가던 린덴과 미하일이 흠칫 멈췄다.

아버지 엘 후작이 딸의 얼굴을 바라봤다.

“어떻게 할 거냐, 엘리제?”

엘은 염려하는 표정을 지었다.

정치적 관계에 그녀가 부담을 느끼는 것 아닐까 걱정하는 것이다.

엘리제가 짧게 답했다.

“메르키트 백작님을 살릴 거예요.”

“……!”

그 말에 모두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설마 그녀가 그런 선택을 할 거라고는 생각지 못한 것이다.

정치적인 관계를 떠나서도 의학적으로도 한 명을 고른다면 비교적 살릴 가능성이 높은 도리슨을 치료하는 것이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의 말은 끝난 것이 아니었다.

“동시에 도리슨 백작님도 살릴 것입니다.”

“……그게 무슨?”

모두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몸이 하나건만 둘을 한꺼번에 살리겠다니?

“수술방을 두 개 열겠어요.”

“네?”

“메르키트 백작님과 도리슨 백작님의 수술을 동시에 준비해 주세요. 지금 당장.”

“……!”

그렇다.

지금 그녀가 하려는 것은 양방 수술. 수술방을 두 개 열고 동시에 수술을 진행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의사들은 그녀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몸이 하나인데, 수술을 동시에 시작해서 무엇하겠는가? 어차피 한 명의 수술밖에 못할 텐데.

“지금 제가 하려는 일은 그레이엄 선생님, 피터 교수님의 도움이 필요해요.”

그녀는 이 황실십자병원에서 자신을 제외하고 최고의 수술 실력을 지녔다고 평해지는 두 교수를 지목했다.

피터 교수는 엘리제가 아니었으면 다음 대의 어의가 되었을 거라 여겨지는 명의였고, 그레이엄 교수도 피나는 노력으로 괄목한 실력의 성장을 이뤄 그녀 다음가는 실력을 인정받고 있었다.

“특히 그레이엄 선생님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해요. 만약 선생님이 아니라면, 지금 제가 하려는 일은 성공하지 못할 것이에요.”

그녀의 말에 그레이엄 남작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저 기적 같은 소녀가 무슨 일을 하려는지 모르지만, 자신을 신뢰하는 말이었다. 그게 그의 가슴을 흔들었다.

“무엇입니까? 말씀만 하십시오. 꼭 그대로 시행하겠습니다.”

엘리제는 감사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전 상태가 급한 메르키트 백작님을 먼저 수술할 거예요.”

그리고 그녀는 단호하게 말했다.

“그리고 그 수술을 30분 안에 끝내겠어요.”

“……!”

그레이엄의 눈이 커졌다.

심장 총상 수술을 30분 만에? 말도 안 되는 일. 다른 이가 말했으면 미쳤다고 욕했을 것이다.

하지만 소녀는 등불을 든 여인. 빈말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 안에 메르키트 백작님을 살리고, 도리슨 백작님의 수술방으로 넘어가겠어요. 그러니 그레이엄 선생님께서는 그동안 도리슨 백작님의 배를 열고 기본적인 수술을 진행하고 있어주세요.”

“기본적인 수술이라면?”

“손실제어수술.”

손실제어수술(Damage control surgery)!

치명적인 외상 환자에서 본격적인 치료를 하기 전, 기본적인 지혈술 등 당장 생명을 살리기 위한 급한 처치를 뜻한다.

“그 손실제어수술을 하고 있어주세요. 그러면 30분 뒤 제가 넘어가 나머지 본격적 수술을 할게요.”

“……!”

그레이엄을 비롯한 의사들의 눈이 커졌다.

그녀의 기적 같은 실력은 알지만, 심장 수술을 30분 안에 마무리하고 간 손상마저 해결하겠다니.

말도 안 되는 일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30분 안에 메르키트 백작을 살린다. 까마득히 어려운 일인 것은 맞다.

하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불가능한 일이면 애초에 이런 말을 꺼내지도 않았을 것이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인 것은 저도 알아요. 하지만 전 이 두 환자분 모두를 살리고 싶어요. 그리고 가능하기도 하고요. 그러니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

“……!”

엘리제는 굳은 얼굴로 말했다.

“시간이 없습니다. 지금 바로 시작해 주세요.”

그렇게 의학사에 남을 법한 동시 대수술이 그녀의 손에 진행되었다.

***

곧바로 수술이 시작되었다.

둘 모두 심각한 쇼크 상태. 일분일초도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빨리! 빨리 옮겨주세요!”

“네, 교수님!”

“수술방에 올라가면서 수액도 계속 주입해 주세요! 준비한 혈액 수혈도 시작해 주시고요.”

병원의 모든 의료진이 이 불가능해 보이는 수술을 성공시키기 위해 바쁘게 움직였다.

엘리제 자작을 비롯한 피터 교수, 그레이엄 남작, 그리고 제국 최고의 수술 실력을 지닌 의사들이 수술에 참가했다.

그렇게 바야흐로 의학사에 남을 법한 대수술이 시작되려는 순간.

어찌 보면 이 사태의 진정한 원흉이라 할 수 있는 두 남자가 수술장에서 벗어나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황태자 린덴, 그리고 3황자 미하일이었다.

“오랜만이네. 승전 기념식 이후 처음인가? 잘 지냈어?”

“그래.”

린덴은 그답게 무뚝뚝한 목소리로 답했다.

둘은 잠시 아무 말 없이 창밖의 풍경을 바라봤다. 원래도 친근하다고 할 수 있는 사이는 아니었고, 서로의 목을 노리고 있는 지금은 더욱 그러하다.

침묵이 어색했는지 미하일은 담배에 불을 붙였다.

“형님도 한 대 피울래?”

“됐다.”

“그래, 그러면 나만 피운다.”

미하일은 담배 연기를 한 모금 들이마셨다.

그러고 곧 인상을 찌푸렸다.

“크. 써. 이런 걸 지금까지 어떻게 피운 거야?”

“자주 안 피웠다. 지금은 끊었고.”

린덴은 담배 연기를 맡으니 한 대 피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하일의 여전히 밝으면서도 무거운 얼굴을 보니 더욱 담배가 당겼다.

하지만 고개를 저었다.

담배를 피우면 그녀가 걱정하니까. 끊기로 약속했으니까. 참았다.

“수술 잘되겠지?”

미하일이 물었다.

사실 이런 질문이 우스울 정도로 무모한 수술이었다.

30분 안에 심장 수술을 해내고, 그 뒤 간 손상 환자를 살려내겠다고?

다른 사람이 이야기했으면 미쳤다고 비웃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말을 한 이는 그녀. 등불을 든 여인이다.

지금까지 수많은 기적을 낳아온.

린덴은 답했다.

“아무리 엘리제라도 한계는 있겠지. 이번 수술은 실패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성공하는 게 이상할 정도로 힘든 수술이니. 그래도.”

“그래도?”

“난 내 그녀를 믿는다.”

내 그녀.

미하일이 그 말에 입술을 삐죽거렸다.

마음에 안 드는 대답이었지만 그 생각만큼은 동감이었다.

자신도 그녀를 믿는다.

“그래, 잘되겠지.”

“그래.”

그 뒤로 둘 사이의 대화가 사라졌다.

둘은 말없이 창밖의 풍경을 바라봤다.

“날이 좋네.”

중얼거린 미하일은 담배를 비벼 껐다.

그리고 피식 웃으며 말했다.

“기분이 꿀꿀해서 피우기 시작했는데, 난 아무래도 담배 체질은 아닌 것 같네. 나도 끊어야겠어.”

“…….”

“그만 들어가자. 수술이 어떻게 되는지 봐야지.”

린덴은 고개를 끄덕였다.

미하일이 먼저 등을 돌려 휴게실을 나가려 했다.

그런데 미하일이 휴게실의 문을 열려고 할 때, 린덴이 그를 불렀다.

“미하일.”

“……응?”

린덴이 무언가 할 말이라도 있다는 듯한 표정으로 미하일을 바라봤다.

“왜? 무슨 할 말 있어, 형님?”

“……아니다.”

미하일은 어깨를 으쓱했다.

“싱겁긴. 그러면 나가볼게.”

“……그래.”

동생이 나간 문을 보고, 린덴은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자신이 포기하지 못하듯, 동생도 포기하지 못한다.

그래, 수없이 생각했듯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저 그런 일일 뿐이다.

고개를 저은 후 린덴은 수술장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수술장에 도착한 그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엘리제 드 클로랜스.

그의 소녀는 작은 몸으로 혈투를 벌이고 있었다.

***

수술 준비는 신속히 끝났다.

곧바로 메스를 들고 흉부 절개를 시작하려는 순간!

간호사가 비명을 질렀다!

“엘리제 교수님! 환자가!”

“……!”

메르키트의 백작의 몸이 전기에 맞은 듯 경련하고 있었다!

엘리제의 눈이 커졌다.

‘쇼크에 의한 간질 발작!’

그녀는 급히 외쳤다.

“지금 바로 혈압 확인해 주세요!”

“수축기 혈압 40입니다!”

수축기 혈압 40!

거의 사망 직전의 상태였다. 이래서는 30분은커녕 수술을 시작하지도 못한다.

‘빨리 쇼크 먼저 회복시켜야 해!’

그녀는 재빨리 원인을 파악했다.

‘목 정맥이 팽창한 것을 보면 단순한 과다 출혈에 의한 쇼크는 아니야. 오히려 이런 상태는 심낭 압전!’

심낭 압전(Cardiac tamponade)!

출혈로 심장 주위에 피가 차 심장을 짓누르는 상태를 말한다. 짓눌린 심장은 펌프 기능을 못해 심각한 쇼크가 온다.

‘빨리 해소해 줘야 해.’

그녀는 주저 없이 행동했다.

“바늘 주세요! 최대한 굵은 걸로요.”

“아? 네!”

간호사는 환자가 쇼크인데 왜 갑자기 바늘을 찾는지 의아한 마음이 들었으나 군말 없이 따랐다.

지금껏 보여준 능력으로 다들 엘리제의 말이라면 아무런 의심 없이 신뢰했다.

굵은, 대못만 한 주사기를 받은 엘리제는 곧바로 찔러 넣었다.

다름 아닌, 가슴의 정중앙! 심장이 위치한 쪽을 향해 칼을 찌르듯.

“교, 교수님?!”

어시스트하던 의사들이 깜짝 놀라 그녀를 불렀다.

심장에 주삿바늘을 찔러 넣다니?!

하지만 엘리제는 멈추지 않고 쭈욱 찔러 넣었다.

푸욱! 피부와 근육이 뚫리는 소리가 울렸다. 꽤 깊이 들어간 것 같은데 그녀는 더욱 바늘을 밀어 넣었다.

그 모습에 모두가 놀라 침을 꿀꺽 삼켰다.

‘도, 도대체 어떻게 하시려고?’

심장을 잘못 건들면 사망할 수도 있다.

그렇지 않아도 심장을 다친 환자가 아닌가?

그녀를 믿지만 너무나 위험해 보이는 시술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모두가 긴장에 얼굴을 굳히고 있는 그때,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

쭈우욱.

주삿바늘로 죽은피가 빨려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심장 근처에 고여 심장을 짓누르던 피였다.

출혈량은 많았다. 주사기로 나온 피만 1리터가 넘었다.

“혈압 다시 재주세요.”

심장을 짓누르던 죽은피가 빠져나가며, 심장이 다시 박동하기 시작했다.

“네, 교수님! 수축기 혈압 80이에요! 올라갔습니다!”

엘리제는 한숨을 내쉬었다.

‘심장 눌림증이 해소되었구나. 일단 다행이야.’

자칫하면 위험할 수 있는 심낭 천자를 시도한 보람이 있었다.

‘하지만 잠시 시간을 벌었을 뿐이야. 곧 똑같은 쇼크가 올 거야.’

그리고 다시 쇼크가 오면 그때는 이런 임시방편으로는 살릴 수 없다. 메르키트 백작은 사망할 것이다.

방법은 단 하나.

그 전에 수술을 끝마쳐야 한다.

‘30분이란 시간이 말도 안 되는 소리 같아 보이지만.’

사실 그녀가 30분이란 시간을 제시한 것은 간단한 이유에서였다.

어차피 30분을 넘기면 이 메르키트 백작을 살릴 수 있을 확률은 없다. 그때까지 못 살리면 포기하는 것이 옳았다.

‘그 안에 살려야 해.’

그래도 다행일까?

이런 심장 관통상은 복합적 합병증이 일어나지 않는 한, 수술이 오래 걸리지는 않는다.

다만 수술적 테크닉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렵고 위험할 뿐이다.

‘가슴을 연 후, 심장을 메스로 째 총알을 꺼내야 하니까.’

맥동하는 심장을 칼로 째야 한다니.

끔찍할 정도로 위험한 일이었다. 그 순간 환자가 죽을 확률도 엄청나게 높았다.

하지만 살리려면 그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 작품 후기 ============================

내일 09시 07분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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