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1화.
용의 눈(9)
“이런 똥 같은 자식들!! 4:0? 4:0이라고?”
양키스의 4:0 패배가 결정되는 순간 양키 스타디움의 VIP룸에 조지 스타인브레너의 괴성이 울려 퍼졌다.
양키스, 아니 뉴욕에 군림하는 보스의 분노. 옆에서 함께 경기를 관전하며 두 손을 모으고 있던 브라이언 캐시맨이 슬금슬금 VIP룸 밖으로 움직이다 스타인브레너와 시선을 마주쳤다. 분노로 번들거리는 눈동자. 그 순간 캐시맨은 자신의 귓가에 ‘이 말똥 같은 새끼야. 네 놈이 제일 문제야. 내가 뭐라고 했어. 피아자 데리고 와야 한다고 이야기했었지. 그런데 뭐라고 했어. 괜찮다고 했지. 이 망할 자식. 당장 지옥으로 꺼져버려!!’라는 환청이 들리는 것 같았다.
‘하하하······.’
하지만 조지 스타인브레너의 입은 좀처럼 열리지 않았다. 그의 얼굴에는 단순한 분노뿐만이 아니라 고통. 슬픔 그리고 절망이 함께하고 있었다. 한참의 정적. 스타인브레너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 내용은 캐시맨이 예상하던 것과 너무나도 달랐다.
“이봐, 말똥. 필요한 걸 말해봐.”
“네?”
“이기는 데 필요한 걸 말해보라고. 얼마를 써도 좋으니 저 개자식들을 완전 박살 낼 수 있는 라인업을 준비해.”
“아니, 저기 그러니까 그게······.”
“그래, 저기 올러루드가 내년에 FA라면서. 우선 쟤부터 빼 오면 되겠네. 그리고 저기 저 노란 놈이랑 검은 놈도 데리고 올 수 있으면 데리고 오고. 어차피 메츠 거지 놈들은 돈 좀 많이 집어준다면 침 질질 흘리면서 가져다 바칠 거야.”
“저기, 보스. 일단 진정 좀 하시고.”
“진정?”
조지 스타인브레너가 으르렁거리듯 캐시맨을 위협했다. 물론 그런 그의 위협에도 캐시맨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 그의 머리는 그저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로 분주했다. 일단 스타인브레너의 이야기는 절대 가능할 리가 없는 터무니없는 소리였다. 그나마 가능성이라면 존 올러루드를 FA로 데리고 오는 정도랄까? 하지만 지금 존 올러루드를 FA로 데리고 오기에는 가성비가 영 좋지 않았다. 물론 양키스라는 팀 자체가 가성비를 보는 팀은 아니었지만, 양키스에는 이미 97년 44홈런으로 MVP 2위, 그리고 작년과 올해 28홈런씩을 기록한 티노 마르티네즈가 일루수로 버티고 있다. 그는 존 올러루드와 비교해도 절대 떨어지는 인물이 아니다.
문제는 지금 저런 소리를 하는 조지 스타인브레너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그런데도 저런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그가 매우 화가 났다는 것, 그리고 그 분노를 돈질로 풀겠다는 표현이었다. 그는 양키스라는 제국을 다스리는 폭군이기 이전에 양키스라는 팀의 가장 큰 팬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세상에는 아무리 돈이 많다고 해도 뚝딱 해결되지 않는 일도 존재한다는 점이었다.
‘젠장, 그렇게 해서 우승할 수 있으면 진작에 하자고 했지.’
물론 돈질을 하면 우승할 가능성은 한없이 올라간다. 하지만 돈질로 모을 수 있는 선수에도 한계는 존재한다. 지금 양키스는 자체 육성한 선수와 비싼 돈으로 데리고 온 선수의 조화가 매우 잘 이뤄진 상태다. 아니, 당장 96년과 98년 연달아 월드 시리즈 우승을 차지하고 올해에도 월드 시리즈 진출까지 고작 두 번을 패배한 팀이었다. 메츠에 이렇게 충격적으로 패배하기 전까지 많은 언론은 올 시즌 가장 완벽한 팀으로 메츠가 아닌 양키스를 꼽았었다. 실제로 메츠는 타선의 강함에 비해 투수진의 약세가 두드러진 팀이다.
특별한 약점이 있다면 큰돈을 들여서라도 그 약점을 보강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양키스에는 이렇다 할 구멍이 존재하지 않았다. 게다가 올 시즌 FA시장에 나오는 매물은 현재 양키스 선수들에 비해 뛰어난 자원이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보강할 구석을 억지로 찾는다면 에이스급 투수를 더 긁어모아 하위 선발진까지 리그에이스급으로 구성해버리는 정도였다.
‘하지만 그런다고 메츠를 이길 수 있을까?’
캐시맨이 생각하기에 답은 No였다. 지금 메츠의 저 타선은 너무 사기적이다. 27년의 살인 타선에는 미치지 못하겠지만 그에 버금간다는 말 정도는 충분히 할 만했다. 게다가 최악인 것은 저 타선의 중심 선수가 이제 고작 22살의 2년 차라는 점이었다.
‘올러루드는 괜찮아. 헨더슨은 됐어, 피아자는 어쩔 수 없지. Kang은 불가일 테고, 프레스톤 윌슨은 조금 힘들 거야. 하지만 에드가르도와 벤츄라 정도는 어쩌면······.’
언제나 답은 존재한다. 단지 그 답이 몹시 어렵거나 불가능에 가까울 뿐이다. 그리고 양키스라는 팀이 가진 돈과 인기 그리고 명성은 그 어렵거나 불가능에 가까운 일들을 대부분 가능하게 만들었다.
“왜 묵묵부답이야!! 지금 나랑 기 싸움이라도 하자는 거야!! 그딴 거 안 해도, 돈은 질리도록 밀어 넣어 줄 테니 계획을 가지고 와 보란 말이야!! 네 놈 그 비싼 월급은 그 계획 가지고 오라고 받아가는 거잖아.”
“내일까지 서면으로 보고 드리죠.”
“응?”
한참을 침묵하던 캐시맨의 대답에 스타인브레너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리고 생각했다.
‘역시 저 자식, 돈값은 한다니깐. 갈구면 갈구는 대로 나오는군.’
***
월드 시리즈가 끝나고 일주일. 골드글러브와 실버슬러거의 수상자가 발표됐다. 명단에는 당연히 나의 이름도 포함되어 있었다.
외야수 부분 골드글러브 강진호.
실버슬러거의 경우 40홈런을 기록했음에도 새미소사에겐 상대조차 되지 않을 만큼 아득한 차이가 났다. 어차피 훗날에 다 평가받을 일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소사를 제외한 래리 워커, 블라디미르 게레로와는 그리 큰 차이까진 아니었다. 하지만 그들이 실버슬러거를 수상하는 것을 납득할 수 있을 만큼의 차이인것은 사실이었다.
뭐, 그런 관계로 40-40을 해놓고도 부족했다는 생각이 들어버리니 정말 심각하게 우울해질 뻔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그런 우울함을 한 번에 날려줄 만한 소식도 함께 들어왔다.
MVP 최종후보 선정. 동료들과 각종 신문 그리고 나 자신까지 이미 예상했던 일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확정된 소식을 듣는 기분은 또 달랐다.
메이저리그 정규시즌 MVP 최종후보라는 말은 단순히 나의 성적으로 MVP 후보에 속했다는 의미가 아니었다. 발표는 월드 시리즈가 끝나고 2주 정도 후에 이뤄지기는 했지만, 투표는 이미 월드 시리즈가 시작 되기 전에 끝난 상황이었다. 지금 최종후보라는 말은 실제 투표에서 등수 안에 들어갔다는 이야기였다.
후보는 총 세 명. 애틀랜타의 치퍼 존스와 휴스턴의 제프 배그웰 그리고 나였다. 올 시즌 치퍼 존스의 스탯은 0.319/0.441/0.633 그리고 45홈런 25도루. 116득점 110타점. 그리고 제프 배그웰의 경우 0.304/0.454/0.591 그리고 42홈런 30도루. 143득점 126타점이었다. 나의 경우 0.305/0.368/0.559, 40홈런 그리고 51도루 113득점 94타점이었는데 타격 스탯만 본다면 확실히 저 둘에 비교해 부족했다. 하지만 치퍼 존스와 제프 배그웰의 경우 각각 3루와 1루에서 평균 이하의 눈이 좀 썩는 수비를 보여줬다는 단점이 존재했다. 게다가 40/40이라는 기록이 주는 임팩트도 만만치 않았다. 만약 저 둘 중 누군가가 50홈런을 넘겼다면 모르겠지만 저 정도 비율 스탯 차이는 솔직히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게다가 내 입으로 말하기엔 뭐하지만, 나에겐 그들에게 없는 아주 큰 장점이 존재했다.
“자기야, 지금 우리 PD가 내 쇼에 카메오로 출연 한 번 해볼 생각 없냐는데?”
“쇼?”
“응, 뭐 불편하면 거절해도 괜찮아. 그냥 이번에 자기가 워낙 유명해져서 한 번 얼굴이나 비춰줬으면 하는 거지. 아마 나온다고 해도 가볍게 얼굴 비추고 몇 마디 대사만 해주면 될 거야. 다행히 자긴 영어 발음도 괜찮잖아.”
“이번 유럽 로케때 참여하면 되는 거야?”
“응. 아마 독일에서 찍는 씬에서 잠깐 나와주면 될 것 같아.”
그것은 다름 아닌 외모였다. 솔직히 난 내가 그렇게 잘생겼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그냥 평범, 혹은 평범보다 조금 괜찮은 정도? 외모라면 차라리 최근 살이 올라 조금 망가지긴 했지만, 프레스톤 쪽이 훨씬 낫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곳 사람들 눈에 나의 얼굴은 무척이나 매력적인 얼굴로 비치는 듯했다. 뭐 몸매야 애초에 마른 남자들보다 조금 마초적으로 근육이 있는 남자를 선호했으니 더할 나위 없었고 말이다.
물론 백인이 아닌 황인이라는 점은 꽤 큰 단점이었다. 하지만 장담하건대 못생긴 백인보다는 잘생기고 유명한 황인 쪽이 훨씬, 그것도 비교하는 것이 미안할 만큼 많이 투표에 유리했다.
-강진호 칼 립켄 Jr 이후 16년 만에 신인왕 직후 MVP 정조준-
***
오후 1시. 오전 일을 끝내고 돌아온 그가 2층의 아들의 방문을 힘차게 열어 재꼈다. 항상 일찍 일어나야 하는 자신과 달리 습관 자체가 늦게 일어나도록 잡혀있는 아들의 기상 시간은 이즈음이었다. 물론 그도 이미 경험했던 일이기에 그것이 결코 게으름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잘 알고 있었다.
“밥 먹어라.”
10년 전 구입할 때만 하더라도 이쪽저쪽으로 뒹굴 수 있을 만큼 커다랗던 아들놈의 침대가 이제는 너무 작게 느껴졌다. 요정이 몰래 침대 사이즈를 줄여놓은 것은 아닐 테니 그의 아들이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그만큼 크게 자랐다는 의미였다.
맛좋은 냄새가 계단을 타고 올라온다. 먼 곳에서 찾아온 아들을 위한 아내의 특별한 스튜다. 젊은 시절 자신을 위해 만들어 주던 맛은 없지만, 건강에는 좋던 그 스튜는 긴 시간 속에서 이제는 맛까지 갖춘 스튜로 탈바꿈했다.
킁킁
“엄마, 난 베이컨 여섯 장이요.”
“안 그래도 넉넉하게 구워놨으니 어서 앉기나 해.”
밤새 뒤척임 없이 아주 푹 잔 것 같은 얼굴이다. 18년 전 자신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물론 자신은 만에 하나 희망에 모든 것을 걸었던 처지였고, 저 무덤덤한 아들놈은 가장 유력한 후보라는 차이는 있었지만 말이다.
“아빠, 돼지 새로 잡은 거예요?”
“어휴, 말도 마라. 네 아버지가 너 온다고 아주 며칠 전부터 제일 좋은 놈으로 고르고 골라잡은 거야. 여기 이 스튜에 들어간 것도 그 녀석이니깐 아주 맛있을 거다.”
아들의 질문에 뭐라 답해야 할까 고민하던 그를 대신해 아내가 불쑥 끼어들어 답했다. 썩 마음에 드는 대답은 아니었다. 이건 마치 자신이 아들이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린 것 같은 느낌을 주지 않는가? 모름지기 텍사스의 사내라면 그래서는 안 되는 법이다. 무키 윌슨이 아내를 가볍게 쳐다봤다. 물론 그의 시선 따위 소꿉친구로 자라난 기간까지 무려 50년을 함께한 그녀에게는 전혀 통하지 않는다.
“어쩐지 엄청 맛있네요. 진호 녀석도 이걸 맛봤으면 좋았을 텐데.”
프레스톤의 말 속에 익숙한 이름이 들렸다. 마이너 시절 자신의 지원을 부득불 거부하고, 심지어 그 얼마 안 되는 계약금의 절반을 소 사는데 보태쓰라며 보내줬던 망할 아들놈이 함께 룸쉐어를 했다던 팀 동료 녀석이었다. 좋은 친구인 동시에 좋은 라이벌. 젊은 시절 무키가 가지지 못했던 가장 완벽한 파트너였다.
“넉넉하게 만들어 뒀으니 좀 보내주던지.”
“으응, 아니에요. 그 녀석 어차피 유럽 거쳐서 고향 돌아갔다가 내년은 돼야 돌아올 거에요. 그 자식 여자친구가 그 파멜라 앤더슨이거든요.”
“어머머!! 파멜라 앤더슨? 그 베이워치에 파멜라 앤더슨 말하는 거야?”
“응. 맞아. 엄마도 아나 보네?”
“그럼, 알지. 네 아버지가 그 프로그램을 얼마나 좋아하던지. 뚜두두둔!! 뚜두두둔!! 이거 맞지?”
여편네의 주책이 아주 봉인을 풀었다. 아들 앞에서 저런 이야기라니. 무키가 다시 한번 아내를 바라본다. 물론 통하지 않는다.
“크흠, 오늘이 발표날이지?”
“네? 아, 네. 맞아요. 오늘.”
“그래,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네가 최선을 다했다는 것은 잊지 말아라. 중요한 것은 어떤 상을 받느냐가 아니라, 네가 어떤 플레이를 했느냐니깐. 상은 그저 거기 따라오는 부수적인 것에 불과해.”
혹시라도 상을 받지 못해 의기소침할 아들을 위해 조언을 건넸다. 비록 종류는 달랐지만, 그 역시 기대했던 상을 받지 못했던 적이 있었고, 그로 인해 얻은 마음의 상처는 이듬해 성적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따르릉
그 순간 전화벨이 울렸다. 아들의 휴대전화다. 무키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진다. 본래 무표정한 그였지만 그의 아내는 잘 알고 있다. 긴장할 때의 그는 항상 오른손으로 자신의 눈썹을 만진다는 것을 말이다.
“네, 네. 아. 네. 알겠습니다.”
전화를 받는 아들 녀석의 표정에 변화가 없다. 수상에 성공한 것일까? 아니면 실패한 걸까. 그게 아니면 전화 자체가 수상에 관한 소식이 아닌 것일까. 휴대전화를 내려놓은 프레스톤이 묵묵하게 스튜를 퍼먹는다. 무키가 목 끝까지 올라온 궁금증을 눌렀다. 그의 시선이 또 한 번 부인에게 향한다. 과연 삼세번이라는 말이 통한 것일까? 아내가 입을 열었다.
“무슨 전화니?”
“엄마, 우리 돼지 계약된 거 제외하고 몇 마리나 잡을 수 있어요?”
“글쎄, 그건 네 아버지가 하는 일이라서 나는 잘······.”
아내의 시선이 그에게 향한다. 망할 아들 녀석의 입꼬리가 쓱 올라간다. 당장에라도 일어나 춤이라도 추고 싶은 심정을 무키가 꾹 눌렀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은 듯 담담하게 아내를 향해 이야기했다.
“오늘 저녁은 식구들과 근처 이웃들을 모두 초대하도록 합시다. 외지에 나간 아들이 큰 상을 받았는데 아비로서 그 정도는 해야지. 프레스톤 축하한다.”
젊은 시절 그가 그토록 원했지만 얻지 못했던 그것.
그의 뒤를 이은 자랑스러운 아들이 마침내 그것을 가져왔다. 무키 윌슨은 생각했다. 오래전 만들어 둔 아들의 장식장을 드디어 창고에서 꺼내야겠다고 말이다.
-내셔널리그 신인왕 프레스톤 윌슨-
***
메츠 담당 기자 밥 로웰은 고민했다.
‘진호인가, 피아자인가.’
상식적으로 생각한다면 진호다. 하지만 그의 마음이 가는 쪽은 피아자였다. 물론 진호가 놀라운 활약을 펼친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메츠의 담당 기자로서 피아자가 클럽하우스에서 얼마나 대단한 리더십을 발휘했는지, 그리고 그것이 팀의 승리를 위해 얼마나 큰 도움이 됐는지를 그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끄응, 어차피 5점 차에 불과하기는 한데.’
문제는 올해 MVP 투표가 유례없는 접전이 될 것이라는 점이었다. 그리고 게일 녀석은 진호에게 투표할 것이 분명했다. 단순히 자신의 소신을 위해 담당팀의 선수가 MVP를 수상하는 것을 막을 것인가 아니면 소신을 꺾을 것인가.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던 로웰이 마침내 결정을 내렸다.
1위. 마이크 피아자.
2위. Jin-ho Kang
3위. 제프 베그웰
4위. 치퍼 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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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같은 시간.
애리조나의 담당 기자 사무엘 역시 고민하고 있었다. 올 시즌 맷 윌리엄스의 활약은 대단했다. 물론 상위 3인에 비한다면 조금 부족했다. 하지만 같은 지역의 담당 기자로서 약간의 색안경을 끼고 본다면 그를 뽑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하지만······.’
올 시즌 가장 위대한 투수는 누가 뭐래도 랜디 존슨이었다. 그리고 그 랜디 존슨을 상대로 유리하게 승부를 끌어낸 타자는 오직 하나뿐이었다.
그렇기에 이성은 맷 윌리엄스를 찍으라 소리쳤지만, 그의 양심과 소신은 다른 이야기를 외쳤다. 마침내 투표지 위로 그의 손이 움직였다.
이튿날. 자신과 마찬가지로 애리조나의 전문기자로 투표에 참여한 켄트의 시선이 묘했다. 그리고 그 순간 사무엘은 깨달았다. 고민한 것은 자신만이 아니었음을. 그리고 어쩌면 저 켄트도 같은 선택을 했다는 것을 말이다.
***
MVP 투표 결과.
강진호 1위 15표 2위 14표 3위 2표 4위 1표. 합계 359점.
치퍼 존스 1위 14표 2위 12표 3위 5표 4위 1표. 합계 351점
제프 베그웰 1위 2표 2위 5표 3위 20표 4위 4표 5위 1표. 267점
1999시즌 NL MVP 강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