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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는 잘하는 놈이 잘한다-104화 (104/210)

# 104화.

2:1(1)

-뉴욕 메츠의 00시즌과 앞으로의 전망.-

99시즌이 시작될 때 메츠의 팬들은 아주 약간의 기대감을 안고 있었다.

‘어쩌면 올해는.’

물론 그리 큰 기대감은 아니었다. 2년 연속 5할 4푼의 승률을 가지고 왔다고 해도 메츠의 지난 몇 년은 너무나도 참혹했으니깐. 하지만 99시즌이 끝날 때, 사람들의 머릿속에 남은 것은 오직 한 단어.

‘어메이징 메츠.’

바로 그것뿐이었다. 지난 86년을 지켜본 팬들이라면 모두 기억할 가장 영광스럽던 그 순간을 뛰어넘는 대단한 영광이었다. 그리고 00시즌. 메츠의 단장 스티브 필립스가 말했다.

“우리는 안주하지 않을 것입니다. 여러분은 메츠의 왕조가 시작되는 시점을 보고 계십니다.”

오만한 이야기였지만, 많은 이들이 그의 말에 공감했다. 당연하다. 99시즌 101승 61패. 그리고 포스트시즌 전승 우승. 물론 우승 직후 바로 폭발한 팀들은 적지 않았다. 가까운 예로 저 플로리다 말린스만 하더라도 97년의 역사적인 월드 시리즈 우승 직후 시즌 108패라는 충격적인 성적을 기록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메츠는 달랐다. 우승 직후 선수들을 팔아치워야 했던 말린스와 달리 메츠는 더 많은 돈을 투자했다.

하지만 00년의 메츠는 망했다. 이건 부정할 수 없다. 어쨌거나 지구 2위, 5할이 넘는 승률임에도 불구하고 망했다라는 표현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것은 00시즌 메츠라는 구단이 지불한 금액은 결코 지구 2위를 해서 될 성적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게다가 메츠는 이와 유사한 경험을 이미 한 번 한 적이 있었다.

86년의 월드 시리즈. 그리고 87년부터 이어진 4년간의 괜찮았던 시즌들.

드와이트 구든, 데릴 스트로베리, 레니 딕스트라를 비롯한 젊은 유망주들과 케이시 헤르난데스, 밥 오제다, 게리 카터 등의 훌륭한 베테랑 FA선수들. 그리고 무키 윌슨과 같은 프랜차이즈 출신의 베테랑들까지. 그때도 역시 메츠는 새로운 전력들을 보강하고 87시즌을 대비했지만 88년 포스트시즌에 한 번 진출했을 뿐, 99년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할 때까지 메츠가 포스트시즌의 문턱을 밟는 일은 없었다. 시간이 흐르고 FA로 들어온 선수들은 노쇠했고, 젊은 피들은 망가졌다. 그렇게 메츠는 왕조건설에 실패했다.

올 시즌 메츠의 방향은 명확했다.

작년 부진했던 투수진의 보충. 그들은 작년 자신들의 핵 타선 중 한 조각을 차지했던 존 올러루드를 보내는 대신 데이비드 콘을 비롯한 투수들을 다수 영입했다. 하지만 00시즌 야심차게 보강한 그 투수들은 하나 같이 부진했다. 아, 마이크 햄튼을 제외한다면 말이다.

그중 가장 크게 폭망한 선수를 꼽자면 그건 누가 뭐래도 데이비드 콘이었다. 로얄스에서 시작해 메츠에서 기량을 폭발시키고 로얄스, 토론토, 양키스를 거쳐 다시 메츠로 돌아온 에이스. 커리어 평균 자책점 3.13의 이 훌륭한 에이스가 00시즌 메츠에서 거둔 성적은 4승 14패 30경기 155이닝 5.86. 올 시즌 150이닝 이상을 던진 투수들 가운데 그보다 높은 평균 자책점을 기록한 투수는 오직 콜로라도 로키스의 데릴 카일과 브라이언 보하논 밖에 없다. 그리고 콜로라도의 홈구장이 쿠어스 필드라는 점을 고려할 때 올 시즌 최악의 선발 투수는 누가 뭐래도 이 연평균 1,100만 달러의 투수였다(여기서 재밌는 점 한가지. 데이비드 콘은 이전 86년 우승 때도 메츠의 우승 직후 메츠에 자리를 잡았던 경험이 있다.).

메츠의 단장 스티브 필립스는 자신들이 넘치는 부분에서 아주 약간을 덜어내서 가장 부족한 부분을 크게 채웠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명심해야 했다. 작년 메츠를 압도적 우승으로 이끈 것은 그 넘치는 부분이었다는 점을 말이다. 그의 실책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99시즌 비록 월드 시리즈에는 나가지 못했지만, 월드시리즈 진출에 가장 큰 공로자 중 하나였던 리키 헨더슨을 시즌 중반 지명할당 시킨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물론 리키 헨더슨이 부상 이후 예전 같지 못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과연 그가 평균적인 25인 로스터의 백업 외야수 롤도 소화하지 못할 만큼 폼이 망가진 선수였는가를 생각해본다면 나는 그렇지 않다고 대답하고 싶다. 또한, 헨더슨의 몸은 점점 올라오고 있었다(실제 그는 DFA이후 시애틀에 자유계약으로 입단해서 반등에 성공했다). 그뿐만 아니라 시즌 중반 있었던 몇 가지 트레이드에서 그는 꾸준히 실패했다. 아마 그 트레이드 중 절반만 성공했더라도 우리는 00시즌 포스트시즌에서 경쟁하는 메츠를 볼 수 있었으리라 생각된다. 그렇다면 무엇이 스티브 필립스, 그리고 뉴욕 메츠를 이렇게 실패하게 만든 것일까?

나는 이 실패의 원인을 스티브 필립스의 조급함에 두고 싶다. 올 시즌 메츠의 페이롤은 9천만 달러로 9,200만 달러의 양키스에 이어 압도적 2위다. 물론 뉴욕을 연고로 하는 메츠는 작은 구단이 아니고, 그들의 새로운 중계권 계약은 천문학적인 금액이다. 하지만 그 말이 그들이 양키스처럼 계속 달릴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사상 최대치의 페이롤을 끌어 쓴 필립스는 성과를 내야했다. 하지만 우승을 위해 야심 차게 영입한 데이비드 콘을 비롯한 투수들의 거듭된 부진은 그를 조급하게 만들었고 조급한 사람만큼 컨트롤 하기 쉬운 사람도 없는 법이다. 시즌 중반 이후 그는 명백히 29개 구단의 호구였다.

그렇게 99시즌 가장 강력했던 우승팀은 00시즌 단장의 거듭된 실수로 아주 많이 망가졌다. 그야말로 메츠는 망하는 순간도 어메이징하게 망한다는 것을 보여준달까?

그렇다면 01시즌 메츠는 어떨까? 우선 가장 먼저 살펴봐야 하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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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링 트레이닝 캠프. 아직 피아자처럼 더 큰 라커는 아니었지만 3년 전 처음 합류했을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좋은 위치의 라커 앞에서 옷을 갈아입었다.

시즌으로는 네 번째, 트레이닝 캠프도 이제는 세 번째다. 처음만큼의 긴장과 감격은 없었지만 그래도 올해 또 다시 야구가 시작된다는 사실이 나를 설레게 했다.

“왔어? 좀 늦었네? 이제 고액연봉자다 이건가?”

“주변이나 좀 둘러보시지?”

프레스톤 녀석이 싱글벙글 웃으며 농담을 걸어왔다. 투수와 포수조야 일주일 전부터 미리 합류해있었다지만 야수 중에 출근한 선수는 프레스톤과 나뿐이었다. 보통 아직 메이저 문턱을 밟지 못한 선수들이나 혹은 40인 언저리의 초청선수들이 이상하리만큼 빠르게 출근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오늘 나의 출근은 충분히 비정상적으로 보일 만큼 빨랐다. 단지 프레스톤 녀석이 너무 빨랐을 뿐이다.

“히히, 그나저나 너 이렇게 좋은 걸 지금까지 혼자 독차지하고 있었다니. 잘나가는 이유가 있었구만.”

“독차지 같은 소리 하네. 너 내가 3년 전에도 한 번 권유했는데 무시해놓고는 무슨 헛소리야.”

작년 그린 카드를 발급받았던 가리비아는 본격적으로 사업을 벌일 자격을 얻게 됐다. 하지만 그는 생각보다 더 신중했다.

‘뭐 내 역할이 아예 없었다는 건 아니지만 진호 너야 원래 잘 할 선수였잖아. 애초에 선수가 이렇게 트레이너가 정한 걸 정확하게 지켜준다면 세상에 삼류 트레이너가 어딨겠냐. 최소한 너 말고 평범한 성격의 사람도 한 명 정도는 맡아서 해 봐야지.’

물론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애초에 시키는 대로만 한다고 이렇게 몸이 만들어지는 트레이너는 극히 드물다. 게다가 가리비아의 메뉴는 나의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고 최대한 일상에 가깝게 나를 케어했다. 그런 능력은 결코 아무나 가질 수 있는 능력이 아니었다.

하지만 뭐 그런 그의 신중함이 나에게 나쁠 것은 없었다. 물론 앞으로 직원을 뽑고 고객을 늘린다고 해도 나를 가장 중요한 고객으로 생각하겠다는 그의 말을 의심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아무래도 그가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케어하는 것과 중요도가 떨어지는 부분에 직원을 동원하는 것은 그 퀄리티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을 테니 말이다.

어쨌거나 그는 우선 올 해 프레스톤과 나를 동시에 관리하며 조금 더 커리어를 쌓기로 결정했다. 기존에 학업에 집중하던 시간을 온전히 이쪽으로 돌린 만큼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이 바로 눈앞에 있었다.

“히히, 그랬나? 어쨌든 이거 운동 시작한 이래 정말 제일 좋은 상태인 것 같아.”

가리비아가 프레스톤에게 요구했던 것은 나와는 조금 달랐다. 그가 평가하기에 프레스톤은 몸에 필요 없는 근육이 너무 많았다. 물론 야구는 격투기처럼 체급이 있는 게임이 아니었다. 몸에 근육이 많고 체중이 많이 나간다고 해서 꼭 나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관절 기동에 영향을 줄 만큼 비대한 근육은 좋지 않아요. 음, 제가 보기에 윌슨씨는 웨이트 트레이닝 보다는 필라테스 위주로 메뉴를 짜는 편이 나을 것 같군요.’

‘엑? 필라테스요? 그거 계집애들이나 하는 거잖아요.’

‘아닙니다. 애초에 필라테스 자체가 요제프 필라테스라는 남성이 만든 운동이에요. 그리고 해보시면 아시겠지만, 생각보다 고된 운동입니다. 코어근육을 집중적으로 강화시켜주고 덤으로 유연성을 길러주니 지금 윌슨씨에게는 딱이에요.’

물론 모든 운동이 그렇듯 단기간에 극적으로 변화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난 시즌까지와 비교해볼 때 프레스톤의 몸은 조금 날렵해져 있었다. 물론 나와 비교한다면 여전히 매우 두꺼운 몸이었지만 말이다.

바뀐 것은 프레스톤뿐만은 아니었다. 아니 메츠 전체를 봤을 때 프레스톤이 바뀐 것은 티도 나지 않는 작은 일이라고 볼 수도 있었다.

96년 이후 5년간 팀을 맡아온 스티브 필립스의 경질. 단순히 단장 하나만 바뀐 것이 아니었다. 작년 겨울, 메츠의 프런트는 그야말로 대대적인 개편에 들어갔다. 스카우트팀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원팀이 말 그대로 갈려 나갔다. 다만 의외인 것은 가장 중요한 단장직을 외부인원이 아닌 내부인원에서 승진시켰다는 점이었다.

오마 미나야.

내가 기억에 따르자면 본래 05년부터 메츠의 단장을 역임한 인물이었다. 성향이나 실력은 전임단장인 스티브와 그리 다르다고 보기는 힘들었다. 뭐 작년 중반이 되기 전까지의 스티브라면 그래도 평타는 치는 단장이었으니 딱히 나쁜 말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그렇게 내부승진을 통해 GM이 된 인사치고는 이례적이게도 오마 미나야는 전력분석팀과 운영팀을 아주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뭐 작년 그 인간들이 저지른 짓을 생각한다면 당연한 일이기는 했지만 말이다.

다만 그렇게 프런트들을 대폭 물갈이한 것 치고는 겨울 시장에서 그가 보여준 행보는 매우 소극적이었다. 뭐, 팀의 페이롤이 꽉차다 못해 넘쳐 흐르는 상황이었으니 별수 없는 일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단장이 할 수 있는 일은 꼭 채우는 일만은 아니었다. 전임단장인 스티브와 다르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조금 과감하게 고액연봉자를 처리할 수도 있었지만, 그는 그런 움직임조차 보여주지 않았다. 그저 몇몇 옵션을 다 소모한 선수들을 내보내고 소소한 영입을 진행하는 선에서 그쳤다.

결국 올 시즌, 우리의 전력은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했던 작년과 비교해 그리 나아지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퇴보했다. 작년 알 라이터와 함께 원투펀치로 활약했던 마이크 햄튼이 투수 최고액을 갱신하며 콜로라도로 향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미나야의 움직임이 크게 나쁘다고 생각되지는 않았다. 작년 우리의 실패는 단순히 전력의 문제가 아니었다. 솔직히 99시즌과 비교해서 00시즌의 전력은 좋으면 좋았지 나쁘지 않았다. 문제는 팀 전체에 흐르는 분위기, 그리고 프런트의 오락가락하는 행보였다.

그러나 올겨울 미나야 단장의 행보 중에는 그렇게 깨졌던 팀의 분위기를 이어 붙일만한 조치가 포함되어 있었다. 그리 큰돈이 들어가는 조치도 아니었다. 그리고 나는 그 조치가 매우 마음에 들었다.

“여어, 오래간만이야.”

“오셨네요.”

“하도 오라고 난리라서 말이지. 뭐 나한테 오라는 팀이 한, 두 개도 아니었고 에이전트도 여기만은 아니라고 그렇게 이야기했는데 내가 너를 봐서 박박 우겨서 온 거야. 우겨서.”

“잘 알고 있습니다. 보리스씨가 저한테도 이미 몇 번이나 이야기했어요.”

작년 시애틀에서 반등에 성공했던 42세의 타자. 리키 헨더슨. 그가 단년 250만 달러의 계약으로 메츠에 합류했다. 시애틀, 그리고 고향 팀인 오클랜드의 오퍼를 뿌리친 합류였다.

“그래도 선수 생활만 23년인데 반지 세 개는 조금 섭섭하지. 양손은 무리더라도 한손에는 반지를 다 끼고 가야하지 않겠어?”

리키 헨더슨이 자신의 왼손을 들어 보이며 씨익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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