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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는 잘하는 놈이 잘한다-148화 (148/210)

# 148화.

청문회 그 이후(2)

“안녕하십니까. 조지 맥도웰입니다.”

“제이슨 페블릭입니다.”

“존 토마스입니다.”

“그리고 오늘은 특별 게스트로 호세 칸세코씨와 랜스 윌리엄스씨 그리고 마크 파이나씨를 모셨습니다.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아는 분도 계시고 모르는 분도 계시겠지만 이 세분은 조금 전 있었던 의회 청문회의 사건에 관해 몇 년 전부터 꾸준히 의혹과 그 의혹을 뒷받침할 증거들을 제시해오던 분들입니다. 오늘은 특별히 이분들과 함께 이번 사건에 대해 조금 자세히 알아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긴 소개가 끝나고 청문회의 영상이 흘러나왔다. 새미 소사가 자신의 약물 복용을 강하게 부정하고 마크 맥과이어가 대답을 거부했으며 제이슨 지암비 역시 결백을 주장했다. 그리고 마침내 배리 본즈가 증언대에 올라왔다.

“배리 본즈씨, 당신의 전직 트레이너인 그렉 앤더슨씨 알고 계시죠.”

“네,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녀석이 하는 모든 말들은 헛소리에 불과합니다. 전 지금까지 일체의 경기력 향상 약물을 복용한 바가 없습니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도핑테스트에 불응해본 적이 없으며, 언제든 도핑테스트에 응할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단순히 저에게 해고당해 앙심을 품은 트레이너의 말이 얼마나 신빙성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배리 본즈씨, 청문회장에서는 묻는 말에만 답변 부탁드립니다. 1999년 8월 4일 11시경 그렉 앤더슨이 건네는 연고제를 받은 일이 있습니까?”

“아뇨.”

“확실합니까?”

“네, 당시 그렉 앤더슨은 제 트레이너였지만 딱 체력단련에만 관여했을 뿐입니다.”

“그렇다면 빅터 콘테는 알고 계십니까?”

“최근 스캔들을 통해 이름은 알고 있습니다만 개인적으로는 알지 못합니다.”

의원이 무언가 종이를 꺼내 들었다.

“여기 보시면 그렉 앤더슨, 그리고 빅터 콘테가 체육관으로 들어가고 정확히 20분 뒤에 배리 본즈씨가 체육관으로 들어가는 사진입니다. 이래도 만난 적이 없다고요?”

“전 메이저리거고 제 입으로 말하기 그렇습니다만 슈퍼 스타입니다. 제가 만나는 수많은 사람들을 일일이 기억할 수는 없습니다.”

“그렉 앤더슨의 진술에 따르면 이 날 배리 본즈씨는 빅터 콘테에게 패트릭 아놀드의 신약 테트로하이드로게스테린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고 하는데요.”

“기억나지 않습니다.”

증거가 함께하는 중요한 부분에서는 기억나지 않는다는 모호한 대답을, 그리고 특별한 증거가 없는 부분에서는 확실한 부정을 하는 배리 본즈. 그것을 지켜보던 조지 맥도웰이 말문을 열었다.

“이것 참,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군요.”

“뻔뻔하다고 말을 해야겠죠.”

마크 파이나가 주섬주섬 자료들을 테이블에 펼쳐놓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청문회에서 짚고 넘어가지 않았던 정황증거들. 그리고 패트릭 아놀드의 신약 테트로하이드로게스테린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결국 배리 본즈의 약물 복용은 사실이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대체 어째서 저렇게 당당하게 나올 수 있는 걸까요?”

“사무국 차원에서 감춰주고 있다는 자신감때문이죠.”

“사무국 차원에서 감춰주고 있다고요?”

“네, 요 몇 년 MLB 사무국의 행태를 보고 있자면 PED를 감춰주는 것을 넘어 복용을 조장까지 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입니다. 당장 저기 저렇게 나온 선수는 네 명이지만 실제 의심되고 있는 선수는 거의 80명에 가깝습니다.”

“오 마이 갓. 80명이라고요?”

파이나의 이야기를 메이저리그 최초의 40-40클럽 가입자 호세 칸세코가 받았다.

“내가 빨아봐서 하는 말인데, 이게 정말 대단한 효과란 말이지. 게다가 빨아봤자 걸리지도 않는데 안 빠는 놈이 병신이지. 솔직히 지금 메이저리그 팬들이 물고 빠는 선수 대부분이 약을 빨았을 거야. 내 장담하지.”

“직접 목격하신 적이 있나요?”

“물론이지. 뭐 같은 팀에서 뛰었던 놈들은 대부분 직접 봤지. 대담하게 라커룸에서 빠는 놈들도 있었는걸. 물론 나도 그 때는 한 대담했었지.”

“그렇다면 같은 팀에서 뛰지 않았던 선수들은 어떻게 약을 했다고 확신하시는 겁니까?”

“에이, 대충 보면 각이 딱 나와. 내 장담하는데 지금 메이저에서 날고뛰는 녀석들 중에서 확실히 약을 빨지 않았다고 할만한 놈은 데릭 그 녀석이랑 Kang정도 밖에 없을 거야. 그 녀석들은 진짜배기지. 아마 그 녀석들이 약을 빨았으면 배리 본즈 그 망할 자식보다 훨씬 대단한 선수가 됐을걸? 아 맞다. 리키 헨더슨 그 인간도 클린하지. 그 인간은 그냥 태어나기를 돌연변이로 태어난 인간이야. 뭐 그래봤자 달리기는 내가 더 빨랐지만.”

호세 칸세코의 허풍 섞인 이야기에 토크쇼의 패널 존 토마스가 되물었다.

“잠깐만요, 대체 무슨 근거로 데릭과 Kang이 약을 하지 않았다고 장담하는 겁니까?”

“어휴, 그건 딱 보면 안다고.”

“아니, 그런 딱 보면 아는 거 말고 근거 없습니까?”

“내 눈이 근거라니까. 이 인간 이거 참 답답한 인간이네.”

“그건 제가 답변해드리죠.”

랜스 윌리엄스가 끼어들었다.

“우선 확언 드릴 수 있는 부분은 강진호 선수는 약물을 복용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그러니깐 그걸 어떻게 아시냐고요.”

“저희가 검사했습니다.”

랜스 윌리엄스의 답변에 제이슨 페블릭이 되묻는다.

“아니, 배리 본즈도 사무국에서 검사했다고 그러는데, 지금 두 분이 한 번 검사해봤다는 말 만으로 약물 복용이 아니라는 걸 확신하라고요?”

“그게 한 번이 아닙니다. 그러니까 01년에 한참 절정의 성적을 달릴 때 허락을 맞고 한 번 검사를 했고, 02년에는 두 번이나 묻지도 않고 찾아갔는데 흔쾌히 허락해서 총 세 번을 검사했습니다. MLB 사무국이나 IOC에서 하는 테스트와 다르게 패트릭 아놀드의 테트로하이드로게스테린이 검출되는 최신의 테스트로 말이죠. 그리고 그 모든 검사에서 강진호 선수는 클린했습니다. 게다가 일반적인 약물복용선수와 강진호 선수는 조금 양상이 다릅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강진호 선수는 매 시즌 하반기가 되면 시즌 초에 비해서 약 5kg 이상 체중이 줄어들고 있어요.”

윌리엄스의 이야기에 호세 칸세코가 신이 나서 끼어들었다.

“거봐, 내가 뭐라고 했어. Kang 걔랑 데릭은 절대 약이 아니라니까. 걔들은 걍 리키 헨더슨 같은 돌연변이야. 망할. 하긴 배리 본즈 그 자식도 충분히 좋은 놈이었는데 2000년인가 내 근육을 보고 그렇게 부러워하더니. 이봐 Kang, 데릭. 혹시 이걸 보고 있으면 명심하라고. 선수 생활 말년이 되면 몸 상태가 하루하루 더러워지는 걸 느끼게 될 거야. 그때마다 약이 아주 지독하게 땡길 수도 있어. 뭐 내가 이런 말 하긴 좀 그렇지만, 니들은 그런 거 없이도 그만큼 하는 애들이잖아. 괜히 본즈처럼 인생 망가트리지 말고 적당히 만족하고 은퇴하라고. 알겠어?”

***

월드 시리즈가 끝나고 04년 내셔널리그 MVP가 발표됐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총 32장 중 19장으로 가장 많은 1위표를 받은 배리 본즈가 MVP가 되지 못한 것이다.

-가장 많은 1위 표를 받은 배리 본즈, 충격의 MVP 실패!! 사라진 8표의 행방은?-

-배리 본즈의 약물 의혹에 대한 일부 기자들의 냉담한 반응.-

-시카고 트리뷴의 스티브 에드몬드 기자 ‘청문회가 삼 주만 빠르게 열렸더라면 나의 1위표는 절대 배리 본즈에게 가지 않았을 것이다. 그에게 투표하지 않았던 여덟 명의 기자에게 감사한다.’-

-토론토 크로니클의 후안 피넬리 기자 ‘Kang이라는 선수가 있었음에 감사한다. 그가 없었더라면 우리는 메이저리그 최악의 선수에게 01년과 03년 2개의 MVP를 더 바쳤을 것이다. 또 한 배리 본즈의 02년 MVP는 취소됨이 마땅하다.’-

-달라스 트리뷴 기자 셸든 리 ‘모든 이들이 비난했지만 결국 내가 옳았다. 01년 나의 투표가 자랑스럽다.’-

-약물로 오염된 메이저리그. 과연 이대로 괜찮을까?-

“이런 젠장!!”

버드 셀릭이 책상을 내려쳤다.

‘빌어먹을 자식들. 다 죽어가는 리그를 여기까지 살려놨더니 이제는 왜 그렇게 살렸냐고 화를 내?’

버드셀릭이 커미셔너에 등극하고 전념했던 일은 오랜 시간동안 쌓아올린 메이저의 대기록들을 갱신시킴으로써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것이었다. 이것은 94년 선수 총파업 이후 완벽하게 수그러들어 버린 MLB를 살려내기 위한 결단이었다.

“마크 이 멍청한 자식 같으니!!”

하지만 그 덩치만 큰 머저리가 최악의 선택을 하고야 말았다. 그는 거기서 약물에 관해 철저하게 부정했어야 했다. 아니, 양심에 걸려 그럴 수 없었다면 최소한 개인의 실수에 대해 반성하고 사과했어야 했다. 회피라니. 메이저리그의 아이콘이나 다름 없는 그의 선택이 리그를 구석으로 몰아넣었다.

“빌어먹을 자식. 그런 배짱으로 대체 뭘 하겠다고.”

사람들은 믿고 싶은 것을 믿기 마련이다. 아마 거기서 마크 맥과이어가 부정을 해줬다면, 그리고 사무국 차원에서 지원을 했다면 이번 스캔들 역시 유야무야 넘길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몇몇 희생양은 필요했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은퇴했다고 해도 메이저리그 최고의 아이콘이 연루된 일이다. 여론은 심상치 않았고 그 여론에 떠밀린 정부기관들의 움직임 역시 심상치 않았다. 버드 셀릭으로서는 정말 화딱지나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팀!!!”

“네.”

문밖에 대기하던 팀 브로스넌이 재빠르게 들어왔다.

“준비는?”

“프레스룸에 기자들 모두 대기시켜뒀습니다.”

“선별은?”

“노란 악세서리를 한 친구들만 고르시면 됩니다. 질문과 답변은 미리 다 작성해뒀습니다.”

“헷갈리게 비슷한 색깔의 뭔가를 들고 온 친구는 없겠지?”

“네, 이미 다 점검해뒀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사무국 건물의 1층. 가장 큰 회견장으로 버드 셀릭이 걸음을 옮겼다.

“야, 온다.”

어마어마한 플래시 세례. 버드 셀릭이 기자들을 향해 인사를 건네고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이번 사태에 대해 사무국은 깊은 유감을 표시하는 바입니다. 또한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여러 의혹은 모두 사실이 아니며 사무국은 메이저리그의 공정한 운영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또한 사무국은 앞으로 도핑에 관해 더욱 더 철저한 테스트를 진행할 예정이며 그 패널티 또한 크게 강화할 예정입니다. 자 그러면 이제 질문받도록 하겠습니다.”

기자들의 손이 번쩍번쩍 들린다.

‘노란 악세사리라고 했지?’

“중앙 세 번째 기자분.”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의 조슈아입니다. 이번에 청문회에서 마크 맥과이어 선수가 사실상 약물 복용을 시인했습니다만 다른 선수들의 경우 모두 그 사실을 부정했는데요. 사무국 차원에서 조사에 들어갈 예정은 없으신가요?”

질문지에 나와 있지 않은 질문이다. 버드 셀릭의 눈가가 꿈틀했다. 하지만 당황하지 않았다. 공명심에 가득 찬 머저리 기자 놈 하나 정도야 그를 당황하게 만들 수 없다.

“그 부분은 아직 논의 중에 있습니다. 자 다음 세 번째 열에 왼쪽 끝자리 기자분?”

“FOX Sports의 카트리나 에반스입니다. 이번 사태에 대해 사무국이 방조를 넘어 조장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연달아 나오는 질문지에 없는 질문. 버드 셀릭의 시선이 팀 브로스넌에게 향한다. 설마 그가 의도한 일일까? 하지만 팀 브로스넌의 표정 역시 반쯤 하얗게 질려있다.

“잠깐만요.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그 모든 것들은 사실이 아니고 사무국은 더 엄격한 테스트를 준비중에 있습니다.”

“아직 제 질문 끝나지 않았습니다. 만약 사무국에서 이번 일을 엄중히 생각 중이라면 지난 2003년에 있었던 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비공개 조사를 공개할 의향은 있으신가요? 그리고 도핑에 적발됐을 경우 기존의 패널티가 너무 약하다는 말이 있는데 이걸 수정할 의향은 없으십니까?”

“오늘 회견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버드 셀릭의 노회한 감각이 소리쳤다. 이건 공명심에 가득 찬 머저리 기자 놈 하나가 아니다.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저 노란 악세사리들은 사무국의 편을 들어 줄 기자들이 아니었다. 팀 브로스넌 저 멍청한 자식의 준비는 철저하게 실패했다. 언론은 이미 메이저리그 사무국, 그리고 버드 셀릭 자신의 편이 아니었다. 서둘러 회견장을 빠져나가는 버드 셀릭을 향해 카메라들이 연신 불을 뿜었다.

-버드 셀릭 ‘사무국이 특별히 조사에 착수할 일은 없을 것이다.’-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하고 회견장을 빠져 나가는 버드 셀릭 커미셔너-

-BALCO 스캔들 당시 비공개 조사 결과의 공개를 요구하는 메이저 팬들의 시위가 이어 지다.-

-팀 브로스넌 ‘지난 비공개 약물검사는 실태 조사를 위한 검사로 처벌 기준 이전의 조사였다. 금지 약물에 관한 처벌 기준은 충분히 강력하며 올 시즌 이뤄진 40여 차례의 테스트에서 양성반응을 보인 선수는 전무 했다.’-

-강화됐다곤 하지만 여전히 솜방망이인 메이저리그의 약물 처벌. 양성반응시 최고 10경기 출전정지? 종전에는 5회 이상 양성반응일 경우에만 출전정지-

-거세지는 여론. 메이저리그의 팬들은 강화된 테스트와 처벌을 원한다.-

-뉴욕 광장. 불타는 선수들의 유니폼. 마크 맥과이어, 새미 소사, 배리 본즈를 비롯한 약물 복용 의심 선수들의 유니폼이 불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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