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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에 오랑캐가 입학했다-52화 (52/100)

제 52화

준비만전이에요!

그렇게, 보름 동안을 꼬박꼬박 강의에 나갔다.

병기와 체술 강의 때, 교수에게 허락받고 데미안을 두들겨 팼다.

전위직의 이해 강의에서는 마물 역할을 자원한 뒤 데미안의 파티를 전멸시켰고.

기마전투 훈련에도 참석해 말을 탄 채 데미안을 들이받아 날려버렸다.

말등 위에서 그 무거운 대검을 휘두르려는 얼간이 짓을 하길래, 나도 모르게 그만...

대인전투도 이제 나와 대련해줄 용기를 가진 상대는 밀리안과 데미안밖에 없어서, 데미안을 때려눕히고 밀리아를 도와주며 보냈다.

칼라인 교수가 아주 흡족한 표정으로 웃었다.

데미안이 매일같이 의무실 신세를 지긴 했지만, 다음날 강의는 들을 수 있도록 힘 조절은 했으니까 아무런 문제도 없다.

결과적으로, 내 덕분에 그의 실력은 날이 갈수록 일취월장했으니까.

상쾌했던 표정이 점점 어두워지긴 했지만.

악으로 깡으로 버텨라 데미안. 이게 다 너와 세상을 위해서니까.

그, 옛말에도 그런 게 있잖아,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데미안 너도 언젠가는 즐기는 자가 될 수 있겠지?

나중엔 오히려 나에게 고마워하게 될 거야.

밀리아 역시 처음 며칠 동안은 나를 좀 말리려 하긴 했었다.

며칠 동안은 말이지.

대련할 때마다 데미안의 실력이 빠르게 늘어가는 모습을 보더니, 이젠 그녀 역시 오히려 나와 데미안을 응원해주고 있었다.

"힘내, 데미안! 하샬르도!"

이젠 이것이 일상이 되었다는 듯이, 손을 흔들며 응원하는 밀리아의 목소리는 한 점의 흐림 없이 활기로 가득했다.

등에 멘 나무 활이 덩달아 흔들거렸다.

저번에 데미안이 한마디 거들었던 덕분일까. 다음 강의 때 곧바로 활을 들고 나타나더라.

검술을 포기한 것은 아니고, 어디까지나 보조무기로 쓸 생각이라고는 했지만.

"나야 뭐, 힘은 데미안이 내야지."

"그래..."

데미안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그저 도축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맥없이 따라왔다.

뭐 그래도, 일단 검을 들고 나서는 제대로 덤벼오니 신경 쓰지 않았지만.

오히려 예전보다 훨씬 투지가 강해진 것 같기도 하단 말이지.

악에 받친 것처럼 이를 악물고 대검을 휘둘러오는 기세가, 마치 원수를 마주친 사람마냥 진지하고 매서웠다.

대련에 이렇게 진지해질 정도면, 그만큼 스스로도 강해지는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는 거겠지?

설마, 너를 강하게 키워주려고 이렇게나 고생하는 나를, 감히 원망하는 것은 아닐 테고.

아마도.

다른 학생들은 이제 나와 눈도 마주치지 않는다. 오필리아 정도를 제외하면.

아샤 역시 가끔 참석하긴 하는데, 그녀와 대련해주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나라도 대련해 줄까?"

"정말요? 이번에 제트팩의 수평 추력을 한층 증강했는데, 그 덕분에-"

"...다음에 하자."

안쓰러워 보여서 대련 한번 해 줄까 했다가 그 말을 듣고 바로 그만두었다.

아무리 내가 더 강하다 해도 절대 상대하고 싶지 않은 타입이 있는 법이다.

수직 추력을 높이라고, 수직 추력을!

대체 왜 비행높이는 그대로인데 돌진력만 늘어난 건데.

인간을 멸종시킬 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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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그렇게 보름을 보냈다.

데미안의 기량을 키우고, 밀리아에게 궁술을 가르치면서.

나 역시 활은 그냥 감으로 쏘는 거라 자세하게 설명해주진 못했지만.

밀리아의 재능은 상당히 놀라웠다.

일단 활 쏘는 법을 좀 연습하더니 순식간에 능숙해지더라.

서른 발쯤 쏴 보더니, 감을 잡았는지 그 뒤로는 사냥꾼이나 마찬가지로 잘 쏘았으니.

그녀의 검 솜씨에 비교하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성장세였다.

밀리아 스스로도 자신의 솜씨에 상당히 놀라워할 정도로.

내가 답해주기 어려운 이론적인 부분도, 밀리아의 솜씨에 놀란 교수가 알아서 잘 설명해주더라.

이 정도면 은화살이라도 미리 마련해주면 수인들 상대로도 버틸 만은 하겠네.

은 공급 문제는 아샤 덕분에 해결되었다.

아샤가...은 사재기를 했기 때문에......

방 한구석에 가득 쌓인 은괴를 보고 행복해하는 아샤를 보며, 난 그저 식은땀을 흘리며 웃었다.

아니 뭐 그래도...쓰고 남으면 언젠가 가격이 오르긴 할 테니까, 괜찮겠지?

저 은들은 엄연히 아샤의 재산이니만큼 지금 내가 멋대로 쓸 수는 없지만.

그래도 일단 습격사건이 터지면, 재산이고 뭐고 사람 목숨이 더 중요하니까 아샤도 강제징발에 동의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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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로 앞으로 한 달 반 정도 남았나.

증거를 찾는 일을 제외하면 준비 자체는 순조로웠다.

지하수로는 3주 뒤쯤에 가볼 예정이었다.

쓸데없이 수로를 자주 찾아가야 할 이유를 나이젤에게 변명하기가 좀 까다로워서.

그러니 단 한 번의 방문으로 어떻게든 증거를 찾아낼 생각이었다.

지금 가 보자니 놈들이 아직 숨어들지 않았다면 저번처럼 허탕만 칠 테고.

습격일이 가까울수록 수인들의 증거가 남아있을 확률이 높아질 테니, 최대한 뒤로 미루었다.

그렇다고 너무 뒤로 미루어도 곤란하다.

증거를 발견해도 프리데를 납득시키고 기사들을 대비시키려면 시간이 나름 필요할 테니까.

그 중간에서 타협한 것이 3주 후였다.

나이젤에게 말해둘 변명을 고민하며, 오늘도 데미안을 기절시켰다.

그래도 이젠 제법 내 검술을 따라잡고 있었다.

어차피 제대로 싸우는 것도 아니긴 했지만.

전력을 다하는 내 모습은 대련에서 보여줄 만한 것이 못 되니까.

일단 기본적인 대비는 어느 정도 한 것 같아서 안심했다.

이대로만 간다면, 만약 증거를 못 찾는다 해도 아카데미생들만으로 어떻게든 수습할 수 있을지도.

예전에 스토리에 대해 적어놨던 수첩을 다시 뒤적여봤다.

슬슬 기억이 애매해져 간단 말이지...그동안 겪은 일들이 일들이다 보니, 아무래도 세세한 정보들은 기억에서 밀려나니까.

밀리치야 습격사건.

중간실습을 나온 일반생들을 습격해 비상사태를 일으키고, 전력이 그쪽으로 쏠린 틈에 특례입학생을 노리는 양동 전략.

일차적인 목적은 미래의 적이 될 제국의 예비기사들, 즉 아카데미 신입생들을 최대한 제거하는 것이다.

그리고, 특례입학생들을 없애거나 납치해 제국의 외교관계에 잡음을 일으키는 것이 두 번째 목적.

그 나라들의 분노는 우선 수인들 쪽을 향하겠지만...어차피 수인 자체가 이미 공공의 적인 이상 그딴 건 신경 쓸 필요가 없을 테니까.

제국에게 손해를 입힐 수만 있다면 타국의 원성쯤이야 상관없다는 거겠지.

그러니 결국 양쪽 모두를 대비해야 한다는 건데...

일반생 습격은 나와 데미안, 오필리아와 밀리아. 그리고 에드가 같은 녀석들을 모으면 아마 대처할 수는 있을 테지?

1학년들이 흩어져있다가 각개 격파당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으니까.

2, 3학년들이야 아카데미 내에 남은 몇몇을 제외하면 아예 파견 나간 상태일 테니 신경 쓸 것 없고.

문제는 특별관을 습격하는 놈들 쪽이다.

원작에선 데미안 쪽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으니, 특별관을 습격한 놈들이 어찌 되는 지까진 알 수가 없었으니까.

적어도 큰 피해는 없었다는 설정이었던가.

그렇다면 괜찮으려나? 이젠 특별관에 나이젤도 있으니까.

나이젤이 없던 원작에서도 피해가 작았다면, 나이젤이 도와주면 별 문제 없겠지.

거기에, 프리데도 내 경고를 들은 이상 내심 신경은 쓸 테고, 아샤를 통해 도금할 은도 미리 준비해 놓았으니.

이 정도면 준비만전이라 할 수 있지.

역시 나는 일단 일반생들을 습격해올 수인들에게만 집중하면 되겠네.

앞으로 46일이라...

괜찮아. 아직 시간은 많으니까.

========[지하수로]==========

"본토의 방침이 결정되었다. 16일 후, 행동을 개시한다."

그르렁대는 목소리가 벽을 울렸다.

마력등의 불빛이 비추는 지하수로의 벽면에, 거대한 그림자들이 일렁였다.

세 마리의 짐승들이 인식저해 마법을 펼친 채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16일? 역시 지나치게 이른데...무엇보다, 그때는 놈들이 실습을 나올 시기도 아니지 않나."

대답하는 목소리는 탁하고 침중했다.

회색빛 털로 뒤덮인, 곰을 닮은 거대한 남성이었다.

"계획 전체가 변경되었다, 안드레이. 본토에 계신 폐하의 뜻대로 말이지. 역시 카`하르의 행보가 꽤 거슬리셨던 모양이야."

"변경되었다고? 그렇다면 기존의 양동 전략은 폐기된 거야, 보리스?"

세번째 목소리가 의문을 표했다.

암컷이라도 되는지 다른 둘보다 높고 까칠한 목소리였다.

"아니. 이건 폐기가 아니야, 나탈리아. 오히려 그 반대지. 본토의 전사들까지 동원한, 훨씬 대규모의 양동작전이다."

"본토가, 움직인다고?"

보리스라 불린 늑대 수인의 대답에, 안드레이가 눈을 크게 뜨고 되물었다.

"그래. 본토에서 하늘산맥 쪽에 전사들을 집중해, 우선 제국의 눈길을 그쪽으로 돌릴 것이다. 그다음이, 마침내 우리 차례지."

보리스가 두 팔을 활짝 벌렸다.

환희와 즐거움이 가득한 격정적인 반응이었다.

"대 축제가 열릴 것이다. 무대는 이곳, 제도 전체가 되겠지!"

안드레이가 팔짱을 끼며 고개를 기울였다.

"결국 제도를 치는 건 우리들 뿐이라는 말인데...그러기엔 인원이 지나치게 부족하지 않나. 전사 스물다섯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닐 텐데."

"아니. 인원문제라면 뭐, 대충 해결되긴 했어."

안드레이의 걱정에, 보리스가 아닌 나탈리아가 대답했다.

안드레이가 그녀를 돌아보았다.

암표범을 닮은 수인 여자가 씨익 웃으며 턱을 치켜올리고 있었다.

"그래, 안드레이.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나탈리아가 혼혈들과의 접선에 성공했으니 말이야. 제국의 노예가 되었던, 우리의 열등한 동족들. 그들의 원한이 하늘에 닿아, 마침내, 제국의 심장을 불사를 때가 찾아온 것이지!"

보리스의 목소리가 지하수로를 울렸다.

자신의 말에 스스로 경도된 것인지, 그 눈은 열기로 번들거렸다.

"우리의 원한이지."

두 수인이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날카로운 송곳니가 불빛을 받아 희게 번뜩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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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님 안녕하세요!

밤이 되니 제법 시원해졌네요. 다들 감기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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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샬르) 원작의 계획대로면 40일 넘게 남았으니 괜찮겠지...?

수인) 계획이 폐기되었다. 16일 뒤에 친다!

자기가 일으킨 나비효과가, 제국이나 카`하르만이 아니라

수인들에게까지 그 영향이 미칠 거라고는 예상치 못한 하샬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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